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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박26일 치앙마이 불효자 투어

: 대환장 치앙마이 한 달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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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1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322쪽 | 148*210*30mm
ISBN13 9791198579805
ISBN10 1198579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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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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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치앙마이를 한 달이나요? 그냥 3박 4일로 갑시다. 이랬다가는 장례식장에서 펑펑 울겠지. 장례식장의 눈물만큼 쉬운 게 있을까? 화장장으로 들어가기 전까지 사력을 다해 울면 자식 된 도리는 다 한 게 되나? 흔해 빠진 자식이고 싶지 않아 이 여행을 기획했다. 한 달, 정확히는 26일간 지지고 볶게 될 것이다. 대신 장례식장에선 울지 않는 상주가 되겠다. 한 방에서 우린 같이 잔다. 따로 방을 잡으면야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럴 돈이 없다. 아버지는 얼마 전까지 돼지 곱창을 세척하셨다. 월급이 제법 괜찮은 직장이었지만, 직장 동료와 크게 싸우고 그만두셨다. 최근에 공공근로로 공원 청소를 하신다. 149cm 키로 나와 형을 키우셨다. 아들 덕을 보실 때도 됐다.

2. 아들: 아버지도 감동에 몰입하시는구나 했죠. 새어 나오는 물똥을 막으려고 사투를 벌이시는 중이란 걸 짐작이나 했겠느냐고요? 그때 아버지를 구한 건 누가 뭐래도 어머니였어요. 똥바지와 팬티를 이구아수 폭포 냇물에 척척 빨아서 다시 아버지에게 건네시는 동안, 아들은 입만 뻐끔뻐끔, 우리에게 일어난 일이 꿈이기만을 바랐죠.

3. 아들: 아버지, 참으실 수 있겠어요? 큰 거요? 작은 거요?

화장실까지는 걸어서 10분 거리.

아버지: 으응, 작은 거. 참아 보지 뭐.
어머니: 아이고, 내가 급하다.

이번엔 어머니다. 왜들 이러시는 걸까? 호텔에서 식사할 때는 그리 평화로우시더니.

아들: 조금 전까지 아무 말 없다가 왜 그러세요?
어머니: 마려운 걸 어떻게 해? 그럼, 안 마려울 때 억지로 눠?
아들: 10분만 참아 봐요.
어머니: 못 참겠어. 좀 물어봐라.
아들: 물어봤잖아요. 시장 화장실은 청소 중이래요.
어머니: 딴 화장실은 어디래?
아들: 마트에 있대요. 10분 걸으실 수 있겠어요?
어머니: 또, 또 없어?
아들: 시장에 화장실이 수십 개 있는 줄 아세요?
어머니: 물어보라고. 급하다니까.
아들: 싫어요.

4. 아버지: 너는 어디 가서 밥을 먹고 오너라.
아들: 혼자요? 밥을 드셔야지, 밤을 드시면 어떻게 해요?
아버지: 이런 소리 하면 네가 어떻게 들을지 모르겠다만, 우리 아들은 참 끈기가 없어. 뭐 하나도 제대로 끝내는 게 없다니까. 이그, 쯧쯧쯧!
아들: 아버지, 갑자기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5. 아버지의 말씀이 상처인 이유는, 정밀하기 때문이다. 잡지사 기자로 1년 근무가 직장 생활의 전부다. 끈기 없는 놈 맞고, 뭐 하나 제대로 끝낸 적 없는 아들인 것도 맞다. 그걸 치앙마이까지 와서 들어야 하나? 아들이 어머니, 아버지 호강 좀 시켜 드리겠다고 애쓰고 있으니 가산점 좀 주시면 안 되나? 크록스 신발은 내 자유를 상징한다. 그 누구도, 설사 가족이라도 나의 자유를 침해할 권리는 없다.

6. 아버지: 이런 더러운 숙소가 좋은 방이라고? 여행 좀 했다는 놈이 이걸 방이라고 골라?
아들: 왜 그러세요?
아버지: 모기가 물었잖아. 이딴 방을 방이라고.
아들: 그럼 다른 방을 찾아볼까요?
아버지: 또 돈 쓰게? 환불부터 받아와.
아들: 모기에 물렸다고 환불 안 돼요. 이제 다시는 아버지랑 여행 안 와요. 모기에 물렸다고 안 죽어요.
아버지: 여행사로 왔으면 넌 100% 고소감이야. 자식 놈이니까 참는 거라고!
아들: 고소하세요, 그럼. 내일이라도 한국으로 가시라고요.
아버지: 방이 싫다는 거지, 이놈아.
아들: 와, 아버지 대단하십니다. 저는 일단 나갈게요.
어머니: 그래도, 아버지에게 그러면 못 쓴다.
아들: 엄마도 그만 좀 해요. 왜 맨날 나만 나쁜 놈인 건데요?

7.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는 걸 아들놈은 보고야 말았다.
아버지 좋으십니까?
누군가에겐 당연하고, 흔한 친절도 괘씸할 정도로 없으셨습니까? 꽃을 피워 보지도 못한 채 늙어버리셨나요? 먹고 사는 것만 생각하며 살았더니, 머리카락이 빠지고, 뼈에 칼슘이 스르르 다 빠지고 하던가요? 억울했다면 분통이라도 터뜨렸을 텐데, 억울하지도 않아서 발작적으로 화가 나시는 걸까요?

8. 몇 년 전부터 어머니 눈빛이 힘을 잃어가고 있다. 뇌가 급격히 쪼그라들고 있다. 치매가 남 이야기인 줄만 알았다. 겁이 나서 스마트폰을 안겨드렸다. 카톡을 하게 하고, 유튜브로 이미자의 노래를, 백종원의 요리를 스스로 찾아보시도록 했다. 뭘 어떻게 해야 하지? 늙어가는 뇌는 쥐어짜며 스마트폰 세상을 분석할 것이다. 이번 여행도 그런 이유로 시작됐다. 모르는 세상에 던져져서, 죽었던 뇌를 괴롭히는 시간.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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