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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석균의 여행읽기 프랑스 도시와 마을

: 여행이 끝나자 내 삶이 돌아왔다

여행을 생각하다-10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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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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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4년 01월 23일
쪽수, 무게, 크기 208쪽 | 148*225*11mm
ISBN13 97889652939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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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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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이 이어지는 평야에 감탄하면서 달렸다. 추수를 끝낸 광활한 밀밭이 짙은 노란색으로 여유와 평안을 주며 펼쳐져 있다. 군데군데 보이는 초록색의 해바라기밭도 끝없다. 가까이 지나가 보면 초록색 줄기와 잎 속에서 해바라기꽃이 옅고 밝은 노란색 향연을 보여주고 있다. 밀밭과 해바라기밭의 조화가 프랑스 북부의 농업과 자연의 관계를 아름답게 장식해주고 있다. 군데군데 사일로(silo)도 보인다. 미국의 평원을 달리는 것 같기도 하다. 다른 게 있다면 이곳에서는 밀밭이 꼼꼼하게 경작되고 있다. 빈 공터가 거의 없이 밭들이 연결되듯이 펼쳐져 있다. 미국은 느슨하다. 밭이 규모가 더 크고 밭들 간에 빈터가 많이 남아있다. 워낙 넓은 나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프랑스에서는 구릉이 자주 등장하지만 미국은 말 그대로 온 사방이 평평(flat)하다. 아름다움에선 프랑스 평원이 앞서는 듯하다. 아니 서로 다르지만, 담고 있는 자연의 미는 둘 다 감탄을 불러 일으킨다.
--- p.26

호텔 앞에서 시작하는 구시가지 길거리에 사람들이 북적댄다. 주말이라선지 길 양쪽에 수많은 일행이 저녁식사를 하면서 웃고 떠들고 있다. 연인, 친구, 가족, 그 외 다양한 관계의 사람들이 함께하는 즐거운 시간이다. 한여름 주말에 야외에서 긴 시간을 보내는 저녁 다이닝의 장면이다. 레스토랑 안에도 손님이 있지만, 길가 좌석에 꽉 찬 손님들로 인해 걷기가 힘들 정도다. 우리와는 다른 프랑스의, 유럽의 문화다. 외국의 문화를 주로 미국 생활을 통해 배웠던 나로서는 아직도 잘 이해되지 않는다. 레스토랑이 끝없이 이어져 있다. 10분 넘게 걷다 보니 드디어 끝이 나타났다. 이 길뿐 아니라 연결된 좌우의 길, 자코뱅 광장 주위, 구시가지 다른 길에서 수많은 사람이 야외 다이닝을 즐기고 있다. 신기하기도 하다.
--- p.68

루르드는 아픈 자들의 도시다. 육체뿐 아니라 정신적으로 아픈 사람에게도 자리를 내주는 곳이다. 그러나 모두가 즐겁다. 이곳을 찾은 그 순간부터 이미 치유가 시작된 것이다. 나이든 할머니, 할아버지가 호텔 로비에 가득하다. 서로 대화를 나누며 즐겁게 시간을 보내고 있다. 단체여행객이 많으니 일행일 가능성이 크지만, 일행이 아니어도 괜찮다. 쉽게 서로 공통의 교감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심각하고 무거운 분위기의 도시가 아니다. 밝고 즐거운 도시다. 복장도 모두 자유롭다. 여행복, 평상복, 미사복 등등의 구별이 거의 없다.
--- p.124

위대한 유산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현재 프랑스가 경제력과 국민소득에서 주요 경쟁국에 비해서 뒤처져지고 있는 이유를 생각해보게 된다. 연일 시위를 하는 프랑스인의 의식 저변을 들여다보면, 평등(equality)의 가치가 뿌리 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평등이 침해되었을 때 강력히 반발하는 것이다. 근로자의 노동윤리(work ethics)도 다른 나라와 차별화될 수밖에 없다. 서비스업에서도 손님(고객)보다는 노동자의 권리가 우선시 될 수 있다. 누구나 평등하기 때문에 서비스를 받는 사람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이 똑같다는 논리가 적용되는 것이다. 그러면 돈을 내는 손님이 불편해진다. 손님(고객)의 지위는 지켜져야 한다. 이는 성, 인종, 계층, 종교, 배경 등에 의한 차별(discrimination)의 문제와는 다른 이슈다.
--- p.131

이 높은 절지고도에 어떻게 이 큰 건축을 지었을까? 성전의 단단한 기둥을 만져보며 인부들의 삶이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를 상상해봤다. 상상하기가 쉽지 않다. 여러 세기에 걸쳐 보수와 증축이 이뤄졌다. 그 긴 세월 동안에 노동의 대가, 종교적 헌신, 강요된 상황 등 복합요인이 있을 터인데 어느 것이 더 크게 작용하여 그들의 삶을 규정했을지 잘 모르겠다.
--- p.157

여행의 마지막 순간을 한껏 마음에 담았다. 그간의 바쁜 이동을 뒤로하고 아내와 즐거움을 맘껏 나누었다. 그런 내 마음을 아는 듯이 바다가 우리를 감싸 안아주었다. 이 순간이 영원하리라. 내 남은 삶의 기간을 생각해보았다. 그리고 너무나 당연하게 다시는 오지 못할 이 바다가 영원히 남아있을 거라는 생각에 짧은 인생을 돌아보게 된다. 내 삶의 이 순간에 여기에 있을 거라고 누가 상상이라도 할 수 있었겠는가. 내 삶의 여정이 어디에 닿을지 모르고 사는 게 우리 모두의 숙명이 아니던가.
--- p.169

역사란 그런 게 아닐까 싶다. 갈등과 투쟁의 역사가 근대 민주주의 공화국을 가능하게 해준 게 아닌가. 유럽의 역사는 왕정체제 속에서 온갖 왕족과 귀족들의 공고한 지배하에 1천 년 이상 지속 되었다. 프랑스 곳곳을 돌아다니며 수없이 많은 성채를 보았다. 유럽 어디나 그렇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왕족과 귀족 지배의 역사가 있다. 그들만의 혈연으로 얽힌 굳건한 카르텔이 있다. 우리나라나 중국 등의 아시아 국가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끈질기고 견고한 왕족의 역사가 있다. 그리고 그들의 귀족의 역사 또한 그러하다. 그처럼 견고한 정치지배 구조에서 민주주의가 잉태되었다는 게 믿기 힘들다. 영국식, 그리고 프랑스식의 민주사회로의 이행은 유럽의 역사이자 인류의 역사 자체이다. 알 수 없는 인간사회의 특성이다.
--- p.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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