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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미하엘 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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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중요한 비밀이 하나 있어. 굉장히 중요하지만, 우리와 늘 함께하기 때문에 조금도 특별하지는 않아. 다들 이 비밀 속에서 살고, 이것을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 하지만 이 비밀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는 사람은 거의 없어. 대개는 그냥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조금도 이상하게 여기지 않거든.
그 비밀은 바로 시간이야. --- p.3 그런데 요즘 들어 동네 사람들이 수군대기 시작했어. 얼마 전부터 그 원형 극장에 누가 사는 것 같다는 거야. 어린아이, 그러니까 여자아이 같은데 옷차림이 좀 이상해서 확실하지는 않다고 했어. --- p.6 개, 고양이, 귀뚜라미, 두꺼비, 아니 심지어빗줄기와 나뭇가지를 스치는 바람의 속삭임에까지 말이야. 그들은 모두 나름의 방식으로 모모에게이야기했어. --- p.15 그러고 있자면 마치 별들의 세계를 향해 귀를 쫑긋 세운 거대한 귓바퀴 속에 앉아 있는 느낌이 들면서 은은하고 감동적인 음악 소리가 가슴 속으로 파고들었지. 그런 날 밤이면 모모는 특별히 더 아름다운 꿈을 꾸었어. 어때, 아직도 남의 말을 들어 주는 게 별것 아닌 것 같니? 그럼 얼마나 잘할 수 있는지 너도 한번 해 보려무나. --- p.29 |
무엇에든 귀 기울이는,
모모가 사랑한 두 친구 이야기 이야기는 어느 대도시 남쪽 끝자락, 이제는 폐허가 된 작은 원형 극장에서 시작한다. 아는 사람이나 알까 누구도 들여다보지 않는 그곳에 여자인지 남자인지 알 수 없는 어린아이가 산다는 소문이 돈다. 처음엔 다들 미심쩍어했지만, 모모라는 아이를 알게 된 사람들은 생각을 바꾸었다. 모모 주변에는 늘 사람이 끊이지 않았고, 누군가 어려움이나 곤경에 처해 있으면 마을 사람들은 이렇게 말했다. “그러지 말고 모모한테 가 봐!”. 과연 모모가 어떻기에 그러는 걸까? 모모는 현명한 생각으로 다른 사람에게 똑 소리 나는 조언을 하지도, 공정한 판결을 내리지도 않았다. 하지만 모모에게 무언가를 털어놓고 있으면 사람들은 금세 자기가 뭘 원하는지 깨달았고, 작은 희망과 기쁨을 감지했다. 모모는 그저 잠자코 귀 기울여 들어 줄 뿐이었다. 모모 주변의 많은 사람 가운데 지지와 베포 할아버지는 더 각별하다. 그 둘은 날마다 모모를 찾아왔고, 모모의 모든 것을 함께 나누었다. 말솜씨가 뛰어나 쉬지 않고 말하는 젊은 친구 지지와 쉽사리 입을 열지 않는 나이 많은 친구 베포는 서로 인생관도 세계관도 완전히 다르지만 친구였다. 전혀 어울리지 않는 두 사람이 친구가 될 수 있었던 건, 아마도 모모 때문일 것이다. 모모는 언제나 두 사람의 말을 진지하게 받아 주고 기다려 주었으니까. 누군가의 말을 편견 없이 애정과 진심을 담아 들어 주려는 모모의 마음이 어쩐지 더 뭉클하게 다가온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귀 기울여 ‘들어 주는 시간’ 세상에 나온 지 50년이 된 소설 《모모》는 지금까지도 사랑받는 고전이다. 반세기가 넘는 시간 동안 같은 자리에서 제 몫을 해내는 이유는 아마도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삶의 가치를 이야기하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와 늘 함께하기 때문에 당연하다고 여기며 조금도 특별하지 않은 인생의 비밀인, ‘시간’ 말이다. 숱한 시간을 다른 이의 이야기를 들어 주며 보내는 모모. 사람들은 그저 자기 이야기를 들어 주는 모모의 존재만으로도 평안을 얻는다. 이런 사람들의 모습이 짠하게 와 닿는 이유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귀 기울여 ‘들어 주는 시간’이라는 깨달음 때문이 아닐까. 사람들의 말뿐만 아니라 새, 고양이, 빗줄기와 나뭇가지를 스치는 바람의 속삼임에까지 귀 기울이는 모모의 모습은 점점 사라지고 잊혀 가는 삶의 평범한 가치들을 되새기게 한다. 바쁘게 달려온 일상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내 주변에 모모 같은 존재가 있는지 둘러보자. 없다면, 내가 한 번쯤은 누군가의 모모가 되어 보는 건 어떨까? 올 겨울, 누군가에게 온기가 되어 주고 싶은 이에게 조심스레 권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