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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읽기

[ 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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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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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4년 08월 28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260쪽 | 340g | 120*188*20mm
ISBN13 9791141601164
ISBN10 1141601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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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MD 한마디

[소설가 이승우의 ‘쓰기-읽기-살기’]소설가 이승우의 산문집. 40여년간 소설을 써온 작가는 그간의 쓰는 일들이 '고요한 읽기'에서 시작됨을 말한다. 문학, 철학, 종교를 넘나들며 고요히 몰두해 들어가는 읽기 경험 열 두편을 전한다. 책을 통해 나와 타인, 세상을 읽어내는 소설가가 어떻게 문학하는가에 대한 깊은 통찰을 담아낸 책.-에세이PD 이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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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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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내부는 궁극이다. 마지막이다. 막다른 길이다. 거기서 더 나아갈 수 없다. 언제나 ‘나’는 가장 나중에 만난다.
---「세상의 끝」중에서

텍스트는 독자의 그릇만큼 담긴다. 그릇의 크기와 모양이 텍스트를 제한한다. 유한 속으로 들어온 무한은 유한에 의해, 유한을 통해 이해되고, 시간 속으로 들어온 영원은 시간에 의해, 시간을 통해 해석된다. 이해와 해석은 오해와 왜곡의 과정을 포함한다. 의문과 모호함은 불가피하다.
---「말할 수 없고 말해서도 안 되는」중에서

인간은 악에 이끌리는 것이 아니라 비범함에 이끌린다. 악을 행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악의 어떤 속성인 비범함을 소유하기를, 소유하고 있다고 내세우기를, 그렇게 보이기를 원한다. 모든 유혹의 핵심에 이 욕망이 깃들어 있거니와 특히 이런 유혹에 취약한 시기가 있다. 에밀 싱클레어의 시간이다.
---「비범함에 대한 유혹」중에서

만족하지 않는 사람에게 있는 만회하려는 마음이 만족한 사람에게 있을 리 없다. 자기만족에 빠진 사람은 쓰기를 멈추거나 더 큰 만족, 명예, 즉 보상을 바라며 쓴다. 쓰던 대로 쓰거나 함부로 쓴다. 그래서 위험하다.
---「대기만성」중에서

향수는 있었으나 있지 않은 것을 그리워하지만 추구는 있어본 적이 없는 것을 그리워한다. 무지는 ‘여태’ 모름이고, 미지는 ‘아직’ 모름이다. 두 모름은 같은 모름이 아니다. 무지는 아는 것이 마땅한 어떤 것을 알지 못함이고 미지는 알 리 없는 어떤 것을 알지 못함이다. 무지에는 알지 못한 데 대한 불만이, 미지에는 알게 될 것에 대한 기대가 내포되어 있다. 무지는 과거에 대한 것이고, 미지는 미래를 향한 것이다. 무지는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미지는 추구를 북돋운다.
---「향수와 추구, 혹은 무지와 미지」중에서

우리가 이렇게 비참한 것은 보이지 않는 것을 보지 않기 때문이다. 보이는 것만 보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는 것으로 만들어 보기 때문이다. ‘보여줄’ 것을 그리워하지 않기 때문이다. 익숙한 땅을 떠나지 않기 때문이다.
---「전체의 일부로 흡수될 때」중에서

구십 세의 노장은 사랑에 빠질 때 우리가 그렇게 불안한 것은 사랑이나 인간의 본성 때문이 아니라 삶의 속성 때문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 살아 있기 때문이라고. 살아 있는 한 어쩔 수 없다고 역설하는 것 같다. 왜 그런가. 살아 있다는 건 시간 위에 있다는 것이다. 시간은 흐르고 변하고 움직인다. 시간은 시간 위에 있는 것들을 흔들고 요동치게 한다. 삶은 시간의 변덕을 감수해야 한다. 그러니 시간 위에 있는 한 완전한 평온과 고요는 기대할 수 없다. 그것은 영원에 속한 것이니까. 그러니까 그러려면 시간 너머로, 시간을 초월한 자리로 건너가야 한다.
---「영원에 속하지 않은 것」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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