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천하 p. 240~241
윤 직원 영감은 잠이 깨자 맨 먼저 머리맡의 놋요강을 집어 들고, 밤사이 피에서 걸러놓은 독소를 뽑습니다. 신진대사라니, 새날이 새것을 들여다가 새 생명을 떨치기 위하여 묵은 것을 버리는 것입니다. 묵은 것의 배설! 그것은 참으로 좋은 일입니다.
절절 절절, 쏟아져 나오는 액체를 윤 직원 영감은 연방 손바닥으로 받아 올려다가는 눈을 씻고, 받아 올려다가는 눈을 씻고 합니다. 매일 아침 소변으로 눈을 씻으면 안력이 쇠하지 않는다는 것은 전부터 일러오던 말인데, 윤 직원 영감은 시방 그 보안법保眼法을 행하고 있는 것입니다.
삼십 년을 두고 해 내려오는 것인데, 만일 꼬노리야라도 앓았다면 장님이 되었기 십상이겠지만, 요행 그렇진 않았고, 소변 보안법의 덕인지 어떤지는 모르겠으나, 미상불 안력이 아직도 좋아서 원체 잔글씨만 아니면 그대로 처억척 보는 건 사실입니다.
누구, 의학박사의 학위 논문거리에 궁한 이가 있거들랑 이걸 연구해서〈뇨尿에 의한 시신경의 노쇠 방지와 및 그 원리에 관하여〉라는 것을 한번 완성시킨다면 박사 하나는 받아논 밥상일 겝니다.
윤 직원 영감은 이윽고 안약 장수를 울릴 그 보안법을 행하고 나서는, 자리옷을 여느 옷으로 갈아입은 뒤에, 담뱃대에 담배를 붙여 뭅니다.
푸욱푹 피어오르는 담배 연기가 아직도 한밤중인 듯 전등불이 환히 켜져 있는 방 안으로 자욱이 찹니다. 말도 없고 소리도 없고, 인간이란 단 하나뿐, 사람이 심심하다기보다도 전등과 방 안의 정물들이 도리어 무료할 지경입니다.
담배가 반 대나 탔음 직해서는 삼남이가 부룩송아지 같은 대가리를 모로 둘러, 사팔눈의 시점을 맞추면서 방으로 들어섭니다. 손에는 빨병을 조심조심 들고…….
아침마다 하는 일과라, 삼남이는 들고 들어온 빨병을 말없이 내바치고, 윤 직원 영감 또한 말없이 그걸 받아놓더니, 물었던 담뱃대를 뽑고 연상 서랍에서 소라 껍데기로 만든 잔을 꺼냅니다.
졸졸 졸졸, 놀면한 게, 또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게, 어쩌면 마침 데운 정종 비슷한 것을 잔에다가 그득 따릅니다.
이것이 역시 오줌입니다. 하나, 여느 오줌은 아니고 동변童便이라고, 음양을 알기 전의 어린애들의 오줌입니다.
동변을 받아 먹으면 몸에 좋다는 것도, 오줌으로 보안을 하는 것과 한가지로 옛날부터 일러 내려오던 말입니다. 그걸 보면 요새 그, 오줌에서 호르몬이라든지 무어라든지 하는 약을 뽑는다는 것도 노상 허황한 소리는 아닌 듯싶고, 만일 그게 사실이라고 하면 오줌에 들어 있는 호르몬을 발견해낸 명예는 아무리 해도 우리네 조선 사람의 조상이 차지를 해야 하겠습니다.
윤 직원 영감은 오줌을 그처럼 두루 이용하는데, 일찍이 삼십 년 전 오줌 보안법으로 더불어 이 오줌 장복도 시작했던 것입니다.
냉동어 p. 398~399
“거, 대체 누가 그대지 요란스런 사람이 떠나길래, 이 밤중에 부둥부둥 전송만 나가야 한다는 게요? 여보 형님!”
“애인이래두!”
“허어! 아냐…… 우리 형님이 이뭉해 놔서, 정말 애인이면 애인이라구 하덜 않지!”
“허허실실虛虛實實 모르나?”
“아냐 아냐……! 아뭏던지 꼭 도루 오시지? 두 시간 안에…….”
“아무렴……! 내가 선량한 자넬 저바릴 택이 있나!”
제 입으로 말을 해놓고 보아도 어쩐지 마음이 좀 언짢았다.
‘그러면 오늘 저녁은 작파하나?’
‘쯧! 그래도 좋지…….’
‘기왕이니 떠나도 좋고…….’
덤덤히 기다리기가 갑갑하여, 판은 헤식으나따나, 가야금 병창을 한 대문 듣고, 그리고 나서 이럭저럭 두 시 반이 된 것을 보고는 병수와 김, 박 세 사람을 상 앞으로 모이게 한 후 (마지막 작별인 양) 쓰렁둥 술잔을 나누었다.
이윽고, 차가 대령이 되었다는 전갈을 한다.
몸을 일으키다가, 넉넉하니 오 분만 지체하도록 일러두고서, 또 한 순 술을 돌렸다.
그리고는, 정말 인젠 동경으로 떠나느니라고 벌떡 일어서는 것을, 옆에서 병수가 팔을 붙잡아 앉히더니, 형님 눈치가 아무래도 좀 수상하다면서 꼭 도로 온다는 명세로 큰 잔에 한 잔을 먹인다.
그다음에는 또 제가 제풀에 주저앉으면서 (안 떠나도 그만이라고) 술잔을 들었다.
그러나 이내 일어섰다.
그러나 다시 또 앉았다.
또다시 일어섰다.
또다시 주저앉았다.
이렇게 연해 앉았다가는 일어서고, 일어섰다가는 주저앉고, 그러면서 줄곧 시계는 꺼내 보았다, 집어넣었다 하면서 하는 동안에 어언간 세 시가 되고, 이어서 오 분, 연달아 십 분, 마침내 십오 분…… 십오 분이자 드디어 최후의 시간은 완전히 지나버리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