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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음사 세계문학전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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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1. 글짓기 벌
2. 창작 금지
3. 갈매기들
4. 생일 파티
5. 풍차, 나만의 은닉처
6. 천리안을 지닌 남자
7. 중단
8. 빨간 외투를 입은 남자
9. 클라스의 귀가
10. 제한된 시간

저자 소개1

지크프리트 렌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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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egfried Lenz

하인리히 뵐, 귄터 그라스 등과 함께 전후 독일문학을 대표하는 렌츠는 1926년 북부 독일의 마주렌 지방에서 태어났다. 김나지움에 다니던 17세 때 2차대전에 징집되어 해군으로 참전했으나 패망해가는 독일군의 실상에 환멸을 느끼고 탈영을 감행하다가 연합군의 포로가 되어 수용소 생활을 했다. 전쟁이 끝난 뒤 서독으로 귀환하여 함부르크 대학에서 영문학ㆍ철학ㆍ문학을 공부하고 『디벨트』(Die Welt)지의 문화ㆍ정치부 기자를 거쳐 문예란 책임 편집위원을 지냈다. 렌츠는 스스로도 인정하듯이 도스토예프스키, 포크너, 헤밍웨이의 영향 아래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1951년에 첫 장편소
하인리히 뵐, 귄터 그라스 등과 함께 전후 독일문학을 대표하는 렌츠는 1926년 북부 독일의 마주렌 지방에서 태어났다. 김나지움에 다니던 17세 때 2차대전에 징집되어 해군으로 참전했으나 패망해가는 독일군의 실상에 환멸을 느끼고 탈영을 감행하다가 연합군의 포로가 되어 수용소 생활을 했다. 전쟁이 끝난 뒤 서독으로 귀환하여 함부르크 대학에서 영문학ㆍ철학ㆍ문학을 공부하고 『디벨트』(Die Welt)지의 문화ㆍ정치부 기자를 거쳐 문예란 책임 편집위원을 지냈다.

렌츠는 스스로도 인정하듯이 도스토예프스키, 포크너, 헤밍웨이의 영향 아래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1951년에 첫 장편소설 『창공의 보라매』로 작가적 명성을 얻은 뒤 주로 극한 상황에 처한 고독한 인간의 운명, 사회 상황에 대한 개인의 적응 문제, 권력과 대립된 인간 문제 등 보기 드물게 폭넓은 사회 상황을 담은 작품을 발표해 왔다. 1968년에 발표한 『독일어 시간』은 권력과 예술의 갈등을 그린 소설로, 출간되자마자 독일 출판계를 뒤흔들었다.

렌츠는 비단 소설뿐 아니라 희곡과 방송극 영역에서도 문학적 성공을 거두었고, 그런 성과를 바탕으로 레싱 문학상, 브레멘 문학상, 게르하르트 하우프트만 상, 동독 문학상, 게오르크 마켄젠 문학상, 괴테 상 등을 수상했다. 국내에 소개된 작품으로는 『독일어 시간』을 비롯해 『아르네가 남긴 것』『줄라이켄 사람들』등이 있다.

지크프리트 렌츠의 다른 상품

역자 : 정서웅
서울대 독문학과 졸업. 고려대 문학박사. 현재 숙명여대 독문과 교수.
역서로 '파우스트' '콜린' '크눌프, 로스할데' '로마체류기' '테신, 스위스의 작은 마을' 외

품목정보

발행일
2000년 10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311쪽 | 426g | 132*225*30mm
ISBN13
9788937460401

책 속으로

나를 기다리고 있는 풍차 쪽을 나는 건너다보았다. 주머니속의 빵들은 점점 무게를 더해 가며 그것들의 존재를 알려주고 있었다. 나는 창틀 위에 놓아둔 푸른 깃발을 들고 아버지의 면전에 잠시 흔들어보았다. 일어나는 바람에, 그리고 계속되는 깃발 신호에 아버지는 머리를 들었다. 그리고 아버지가 나를 자신의 생각 속에 끌어넣고 있다는 사실을 곧 알게 되었다. 아버지는 짤막한 파이프 담배에 불을 붙였다. 오른쪽 눈에 난 다래끼를 어루만지며,작은 파열음과 함께 입술 사이로 담배 연기를 풀썩 내뿜었다. 그러곤 다시 그 의미심장한 정관의 자세, 나는 이렇듯 위압적으로 앉아 있는 그의 모습이 싫다. 저의가 깔려있는 이 침묵이 두렵고, 그 엄숙한 무언의 상태를 증오한다. 먼 곳을 바라봄으로써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제스처, 내면으로 귀를 기울이며 더 이상 말하지 않는 우리네의 습벽이 나는 진정으로 두렵다.

루크뷜의 파출소장은 담배 연기의 막을 통해 환각에라도 걸린 듯, 끊임없이 벽을 응시하고 있었다. 만일 거기에 얼룩점이 하나 생겨난다 해도, 또는 벽돌 한 장이 빠져나온다 해도, 나는 역시 놀라지 않았으리라.
--- p.141

'알고 있네'하고 화가는 말을 이었다. '이 미치광이들은 이것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모양이다. 창작 금지라니! 저들은 아마 방해를 하기 위해 갖가지 방법을 동원하겠지. 해보라지. 그러나 이 한 가지, 그림그리는 것을 막진 못할걸. 이건 이미 다른 사람들이 써먹었던 방법이야, 벌써 오래 전에. 하지만 저들은 이걸 알아야 될 거야. 원치 않는 그림에 대해 금지시킬 방법이 없다는 사실을. 국외로 추방을 한다거나, 또는 눈을 후벼 파버리는 한이 있더라도. 손이 잘리면 그들은 입으로 그렸으니까. 이 바보들은 또 눈에 보이지 않는 그림이 있다는걸 모르고 있단 말이야.'

--- 본문 중에서

출판사 리뷰

예술과 권력의 갈등

독일 표현주의를 대표하는 화가 에밀 놀데를 모델로 창조된 주인공 난젠은 그의 예술 세계가 퇴폐적이라는 이유로 창작을 금지당한다. 이 화가가 그리는 것들은 “경찰관의 모자를 쓰고, 십자 훈장을 어깻죽지에 달고 공격해 오는 갈매기들”, “푸른 얼굴들, 몽고인의 눈, 이상하게 생긴 몸뚱이, 괴상망측한 질병” 같은 그림이다. 난젠은 경멸적인 것으로 보이는 것을 불멸의 것으로 만듦으로써, 위대한 예술이 속된 세상에 대한 복수심을 품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 했다. 난젠에게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말을 하는 행위이다. 그에게 ‘금지’란 있을 수 없다. 손이 잘리면 입으로 그릴 것이며, 그림을 압수당한다면 “보이지 않는 그림”으로 저항할 것이기 때문이다. 난젠의 그림은 굴종과 체념에 대한 저항인 것이다.

무비판적인 맹목성에 대한 경고

오로지 의무를 수행하겠다는 일념으로 참을성 있게 화가를 감시하는 파출소장 옌스는 “자신의 의무를 다하는 사람은 비록 시대가 바뀌더라도 아무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의 의무에 대한 맹목성은 화가와의 대결 의식으로 그 성질이 변질되고, 마침내 나치 정권이 무너진 후에도 난젠의 그림을 계속 찾아서 불태워 버리는 우스꽝스러운 일이 벌어진다. 즉 자신이 복종하는 대상의 실체를 망각한 채 의무 그 자체만 남아 있을 뿐이다. 옌스에게는 [쓸모 있는 인간이란 순종할 줄 아는 사람]이고, 난젠에게는 옌스의 의무가 맹목적인 허세에 불과하다. 『독일어 시간』은 이러한 맹목성이 인간관계와 사회를 파괴해 나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소년의 눈을 통한 고발

『독일어 시간』은 소년 지기의 눈을 통해 보여 주는 고발이다. 지기는 아버지 옌스의 맹목적 의무와 화가의 도덕적 의무 사이에서 희생당한다. 그는 이 갈등 사이에서 그림이 불타는 환상을 보게 되고, 파출소장의 눈을 피해 그림을 지켜야만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화가의 그림들을 안전한 곳에 숨기게 된다. 결국 그림 절도범으로 소년원에 들어간 지기는, 자신은 “루크뷜의 파출소장을 대신해서 여기에 온 것”이라고 말한다. 이 소설에서는 이처럼 한 인간의 집요한 맹목성으로 인해 가족이 해체되는 과정이 나온다. 옌스 부부는 딸의 병든 애인을 몰아내고, 탈영한 아들을 당국에 고발하고 결국 막내 지기의 삶까지 일그러뜨리고 만다. 저자는 냉정하고 절제된 문체로 이 작품을 “가장 인상 깊고 생각에 잠기게 하는 독일 소설 중의 하나”로 탄생시켰다.

히틀러 집권 말기, 화가 난젠은 예술 세계가 퇴폐적이라는 이유로 창작을 금지당한다. 난젠은 경멸스럽게 보이는 것을 ‘불멸의 것’으로 만듦으로써 위대한 예술이 품고 있는, 속된 세상에 대한 복수심을 보여 주려 한다. 한편 의무를 수행한다는 일념으로 참을성 있게 화가를 감시하는 파출소장 옌스는 자신의 의무를 다하는 사람은 비록 시대가 바뀌더라도 아무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의무에 대한 옌스의 맹목성은 점차 화가와의 대결 의식으로 변질된다.

『독일어 시간』은 독일 표현주의를 대표하는 화가 에밀 놀데를 모델로 하여 권력과 예술의 갈등을 통해 표현의 자유와 예술 작품의 사회적 통제에 대해 이야기한다. 인간의 무비판적인 맹목성이 어디까지 타락할 수 있는가를 보여 주는 자화상이자 ‘편협성의 오만’에 대한 충고이기도 하다. 독일에서만 100만 부가 넘게 판매되면서 전후 독일 문학의 부흥을 이끌었으며, 가장 독일적이면서도 보편적인 소재로 세계 무대에서도 주목받았다. 의무감과 복종심, 개인의 자유가 상충하면서 한 인간을 점진적인 파멸로 이끄는 과정을 통해 전체주의를 강하게 비판한 전후 독일 문학의 대표작이다.

추천평

신랄할 정도로 재치 있고 절망적이며 열정적인 이 소설은 당대 독일에서 나온, 가장 시사하는 바가 큰 작품 중 하나다. - 《라이브러리 저널》
독보적이고 진지하며 중요한 소설. - 《더 네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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