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첨 : 물론 유감스럽게도 내 말이 옳아.
세상은 가난하고, 인간은 악해.
누가 이 땅이 천국이길 원치 않을까?
하지만 사정이, 허용치 않잖아?
그래, 사정이 허용치 않아.
너에게 매달리는 형제라도
두 사람이 나누기엔 고기가 부족하면
너의 얼굴을 발길로 차버리는데.
정조를 지키는 것, 그래 누가 이를 싫어할까?
너에게 매달리는 아내라도
너의 사랑이 충분치 않거든
너의 얼굴을 발로 차버리는데.
그래, 감사해 하는 것, 누가 이를 싫어할까?
그러나 너에게 매달리는 너의 아이라도
늘그막의 밥벌이가 시원치 않으면
너의 얼굴을 발로 차버리는데.
그래, 인간답게 사는 것, 누가 싫어할까?
폴리와 피첨 부인 : 그래요, 그것은 정말 유감이에요.
그것은 너무나 힘 빠지는 일이죠.
세상은 가난하고, 인간은 악해요.
유감이지만 이분의 말은 옳아요.
피첨 : 물론 유감스럽게도 내 말이 옳아.
세상은 가난하고, 인간은 악해.
우리도 그렇게 거칠지 않고, 선해지고 싶어.
하지만 사정이, 그렇지 않아.
- p187 (첫 번째 서푼짜리 피날레: 인간관계의 불안정성에 관하여 중)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에 기초를 둔 전통극이 관객의 몰입과 이로 인한 수동적 태도를 강요하여 비판적인 사유를 못하게 한다는 점을 내세우며, 브레히트는 관객의 능동적인 사유를 자극함으로써 현실의 모순을 더욱 분명하게 발견해 낼 수 있음을 강조한다.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 전통극과는 다른 새로운 유형의 연극이 만들어지는데, 작가는 이를 서사극이라고 불렀다. 서사극이라는 개념의 원형은 이미 학습극 시절에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전술했듯이 학습극이 틀에 박힌 사고, 곧 이데올로기에 침윤된 사유의 타파를 추구했다는 점은 학습극에 이미 서사극적 요소가 살아 있음을 보여 준다. 이 책은 브레히트의 중후기 연극 원형의 뿌리를 잘 보여 주는 두 작품, 즉 『남자는 남자다』와 『서푼짜리 오페라』에 주목하였다. 『남자는 남자다』는 개인이 집단 속에서 재탄생한다는 주제를 두드러지게 보여 주고 있고, 『서푼짜리 오페라』는 경찰이 강도와 내통해 있음을 보여 주어 경찰과 강도라는 이분법적 사고를 비판하고, 변증법적 사고를 보여 준다. - 해설 중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