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제목을 ‘주주금석朱註今釋 ’이라 했다. 주주는 주자의 집주이고, 금석은 다산의 관점에 입각한 선생의 해석을 뜻한다. 먼저 주자의 풀이를 충실하게 보여준 후 다시 한 번 쉬운 풀이로 설명했는데 주자의 해석과 생각이 다를 경우 다산을 중심에 두고 선생의 관점을 포함시켰다. 이것이 이 책이 여타의 다른 《논어》 주석서와 구분되는 차별점이다. 특별히 주석 부분에 공력을 많이 쏟아 다산을 포함한 제가諸家의 풀이를 아울렀다. _ 《주주금석 논어》를 새로 펴내며(4쪽)
그 책은 하도 읽어 책장이 나달나달해지고 표지가 떨어져 나갔다. 여러 번 헤지고 낡은 것을 깁고 새 표지를 씌워 소중하게 간직해왔다며 내게 보여주셨다. 책의 여백마다 선생의 메모가 빼곡했다. (...) 선생은 그때 해주신 아버님의 말씀을 잊지 못해 ‘이 《논어》를 기필코 만 냥짜리 책으로 만들어야지 ’ 하는 다짐을 숱하게 했다. 그로부터 47년이 지난 1990년에야 그 꿈을 이루었다. 이 책은 이제껏 수백 종의 《논어》 번역서가 간행되었지만 안목 있는 분들이 최고의 번역서로 꼽았던 책이기도 하다. _ 《주주금석 논어》를 새로 펴내며(7쪽)
이 책을 읽어가면서 역자가 단순히 다산의 《논어고금주》를 답습하고 있는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그것은 역자가 비록 다산의 영향을 받아 비슷한 점이 많다고 해도 주석에 대한 견해는 역자 나름의 학문의 결과이며, 그것을 토대로 하여 다산의 주석과 해석을 취사선택하고 또 다산뿐 아니라 역자가 타당하다고 생각하는 다른 학자들의 견해를 참고하면서 의견을 가미한 것이기 때문이다. _ 책머리에(13쪽)
爲仁之本(위인지본)을 《주주》에서는 “仁인을 행하는 근본이다”라고 보았는데, 다산은 “仁인의 근본이 된다”고 보았다. 주자와 다산의 仁觀(인관)이 기본적으로 달랐기 때문이다. 다산은 “인의예지라는 것은 일을 행하는 데서 이루어지는 것이지, 마음속에 있는 이치가 아니다(仁義禮智之名, 成於行事, 非在心之理)”라고 했다. _ [학이學而 02] 풀이(31쪽)(상권)
다산은 고증학적 태도를 바탕으로, 인仁에 관한 탈脫주자학적 성향을 뚜렷하게 보였다. (...) 다산에게 인仁은 ‘인간관계에서 자신의 본분을 다한 상태(人與人之相接而盡其本分)’를 의미한다. 다산이 《논어》, 《맹자》의 여러 군데의 주석에서 인仁을 풀이한 것을 보면, 그 해석도 여러 가지이고 말의 뜻도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이러한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다산이 인륜의 의미로서 인仁을 크게 부각시킨 이유는 무엇일까. _ 《논어》의 핵심사상으로서의 인(576쪽)(하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