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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Chapter 1 ‘과학’을 알아야 ‘융합’이 보인다 과학다운 과학의 등장 | ‘좌 실험, 우 수학’의 근대과학 | Tip 새로운 ‘패러다임’을 연 [과학혁명의 구조] | 편견과 오해에서 벗어나야 과학이 보인다 | 동양의 과학은 통섭의 학문이었다 | 현대과학에서 과연 융합이 필요할까? Chapter 2 과학과 예술의 오랜 동반 관계 갈릴레오의 달 스케치 | Tip 갈릴레오는 달이 울퉁불퉁하다는 것을 어떻게 알아냈을까? | 우주의 음악을 찾는 물리학자들 | 영국의 신사, 프랑스의 장인: 사진술의 발명 | 예술과 상품의 절묘한 만남: 화가와 출판업자의 협력 관계 | 프랑켄슈타인의 진화를 통해 ‘과학자의 상’을 고민하다 | 셜록 홈즈의 과학 수사 Chapter 3 과학과 사회, 교감을 통해 진화하다 종교개혁의 일등공신, 인쇄술 | 증기기관, 산업화와 제국주의의 신호탄이 되다 | 케틀레의 인간, 맥스웰의 분자 | 과학기술, 여성에게 시간을 선물하다? | 자동차를 어떻게 사용할까? | 환경협약의 딜레마 ‘교토의정서’ | 혁명을 일으킨 아이폰, 혁명을 완성한 갤럭시폰 | Tip 경복궁을 밝힌 조선 최초의 ‘전기(電氣)’ Chapter 4 역사 속의 과학 순수한 원전을 찾아서: 번역이 발전시킨 과학 | 대항해시대를 가능케 한 과학기술: 조선술, 등각도법, 천문학 | 모두가 평등한 보편적 척도: 프랑스 혁명기에 탄생한 1m라는 단위 | Tip 라부아지에의 처형과 징세청부업자 | 막스 플랑크, “올곧은 과학자의 딜레마” | 세종 시대를 빛낸 과학 유산들 | 중국인들은 서양 과학을 어떻게 받아들였나?: 역법 문제와 서양 과학의 중국기원론 | 근대화로 향하는 갈림길: 한국와 일본의 서양 과학의 수용 | Tip 식민지 조선에서 과학을 배우다 | 조선인? 일본인? 한국인?: 우장춘을 논하다 Chapter 5 과학기술, 전쟁에 동원되다 무기만큼 중요한 방어술: 이탈리아식 성채의 유행 | 제국주의 팽창의 호위병이 된 과학기술 | 원자폭탄은 순수과학의 산물일까? | Tip 문학 속 원자폭탄이 현실이 되다 | 레이더, 발명과 사용 사이 | 암호, 승리를 부르는 공식 | Tip 전쟁의 영웅, 그러나 비극적으로 삶을 마감한 앨런 튜링 | 과학전쟁을 위한 일본의 선택, 731부대 Chapter 6 철학이 묻고 과학이 답하다 서양 과학의 토대가 된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자연철학 | 갈릴레오의 신, 뉴턴의 신 | 베이컨과 데카르트, 새로운 과학의 방법을 제안하다 | 법정에서 만난 진화론과 창조론 | Tip 다윈의 비글호 항해 | 과학으로 무장한 기독교: 마테오 리치의 선교와 과학 | 첨성대, 무엇을 위해 만들었나? Chapter 7 대중문화와 과학의 만남 과학 대중화를 이끈 여왕 가족의 과학 강연 나들이 | 전기쇼, 대중을 사로잡다 | 공룡, 자연사박물관의 주인공이 되다 | 해부를 구경시켜드립니다!: 17세기 네덜란드의 해부학 극장 | 상상력을 지탱하는 과학의 힘: 애니메이션 속 과학기술 | 현대물리학의 미적 구현: 영화 [인터스텔라] | Tip 상대성이론을 사이에 둔 두 과학자의 평행우주: 영국 드라마 [아인슈타인과 에딩턴] | 황우석과 한국의 매스미디어 주석 | 찾아보기 |
“아리스토텔레스는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면밀히 관찰해서 얻은 정보들을 바탕으로 왜 자연에서 그러한 일들이 일어나는지에 대한 원인을 규명하는 것을 가장 중시했다. (……) 자연은 조작의 대상이 아니고 인간의 손이 닿지 않았을 때에만 의미가 있는 대상이었다. 따라서 기구나 도구를 가지고 자연에 인공적인 조작을 가하는 실험적인 방법은 인정될 수 없었다. 원인 규명의 과정에서는 자연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변화를 가장 설득력 있게 말로써 설명하는 것이 중시되었다. 따라서 이 과정에서 수학은 큰 비중을 차지할 수 없었다.” ---「Chapter 1 ‘과학’을 알아야 ‘융합’이 보인다」중에서
“하지만 그렇게 객관적인 홈즈의 캐릭터에 한 가지 ‘오점’이 남았다. 바로 ‘골상학’을 추리 지식으로 이용했다는 점이다. 골상학은 뇌의 여러 부위가 담당하는 기능이 각각 따로 있으며, 특정 기능이 우수할수록 그 부위가 커지는데 그것이 두개골의 모양에 반영되므로 두개골의 형태와 크기를 측정하여 그 사람의 성격과 기능 특성을 알 수 있다고 주장하는 학문이다. 19세기 영국에서는 앵글로-색슨족의 우수성을 입증하기 위해 스코틀랜드인과 아일랜드인을 차별하는 수단으로 이 골상학을 이용했으며, 나아가 부르주아 계급과 제국주의 통치를 이해시키는 수단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는 사이비 과학으로 여겨져 과학계에서 완전히 폐기되었다.” ---「Chapter 2 과학과 예술의 오랜 동반 관계」중에서 “무엇보다 20세기 전반 영국에서는 자동차 산업에 포드주의 대량생산 방식을 도입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영국의 자동차 산업이 미국식 대량생산 방식을 따라가는 데 실패했다는 의견들이 있었는데, 이를 실패로 보기보다는 영국 자동차 소비 패턴이 미국과 달랐던 것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 영국에서는 계급·젠더에 따라 자동차를 소비하는 방식에 차이가 있었기 때문에, 동일한 모델의 자동차를 대량으로 만들어내는 것은 영국의 소비 패턴에 맞지 않았다.” ---「Chapter 3 과학과 사회, 교감을 통해 진화하다」중에서 “사실 세탁기로 인해 여성의 노동 시간이 줄어들었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그러나 코완은 세탁을 1회 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줄었을지 몰라도, 과거보다 더 자주 세탁을 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실제로 과거에는 입던 옷도 재착용하면서 주 1회 겨우 세탁을 했다면 지금은 특수한 겉옷이 아닌 이상 한 번 착용 후 세탁하고, 4인 이상 가족의 경우 하루에 1회 이상 세탁기를 돌리는 게 그리 드문 일이 아니다. 결국 세탁기의 편리함은 세탁의 양과 빈도를 늘리며 여성의 시간을 앗아갔다.” ---「Chapter 3 과학과 사회, 교감을 통해 진화하다」중에서 “플랑크의 위대성과 비극성은 자신이 소속된 세상의 전통을 보존하려는 성향이 강했던 인물이 그 세상의 전통과 문화를 깨는 데 일조했다는 바로 그 아이러니에 있다. 고전물리학의 세계관 속에 살던 물리학자가 의도치 않게 양자 개념을 도입하여 고전물리학의 세계관을 깼다는 데 그 첫 번째 아이러니가 놓여 있다.” ---「Chapter 4 역사 속의 과학」중에서 “이런 논리는 반쯤은 맞고 반쯤은 틀렸다. 원자폭탄은 원자핵분열 이론에서 시작된 것이 맞지만, 그 이론이 원자폭탄으로 실현되기까지는 해결되어야 할 것들이 많았다. 핵폭발이 가능한 우라늄의 최소 질량 계산과 같은 순수 물리학적인 문제, 우라늄 농축 및 핵폭탄 설계와 같은 공학적인 문제, 폭탄 개발에 드는 막대한 비용 문제 등, 과학적인 문제 외에도 공학적·재정적·산업적인 다양한 차원의 문제들이 해결되어야 했다.” ---「Chapter 5 과학기술, 전쟁에 동원되다」중에서 “사실 공룡의 뼈는 화석을 통해 부분적으로 발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공룡의 거대한 모양이 그 대로 보존된 형태의 화석은 존재하지 않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이렇게 부분적으로 존재하는 공룡 뼈는 관람객의 흥미를 끌 수가 없다. 관람객들은 전체적인 공룡의 모습을 원하지 뼛조각 몇 개를 보려고 박물관에 오지는 않기 때문이다.” ---「Chapter 7 대중문화와 과학의 만남」중에서 “재미있는 사실은 아톰이 나올 당시 이 원자력이 일본 정부가 가장 필요로 했던 에너지원이자 석유를 대체할 미래 청정 에너지로 각광을 받고 있었다는 점이다. 이러한 일본 내의 상황은 아톰의 세계관에 그대로 반영됐다. 10만 마일의 원자력에너지를 품고 세상을 활보하는 아톰의 위험성은 그다지 염려하지 않고 ‘마음씨 착한 과학의 아이’로 설정했는데, 이는 원자력발전소가 안전하다고 믿었던 일본의 사회 분위기와 그 원자력이 최첨단 기술이라는 인식이 반영된 설정이었다.” ---「Chapter 7 대중문화와 과학의 만남」중에서 “아인슈타인에 따르면 중력이란 질량을 가진 물체가 서로 끌어당기는 힘이 있기 때문이 아니라, 이들 물체의 무게가 시공간을 눌러 휘게 만들어서 생긴 현상이다. 즉 뉴턴 법칙에서 사과가 지구로 떨어지는 것은 지구와 사과 사이에 서로 잡아당기는 힘이 존재하기 때문이지만, 아인슈타인은 사과가 지구를 중심으로 휘어져 있는 시공간의 장에서 중심을 향해 굴러가기 때문이라고 본 것이다. [인터스텔라]에서는 이러한 일반상대성의 원리를 가장 중요한 과학적 설정으로 차용하여 우주를 시공간으로 촘촘히 짜인 공간으로 표현했다.” ---「Chapter 7 대중문화와 과학의 만남」중에서 |
융합의 시선으로 과학의 본질을 꿰뚫다
사전적 의미로 ‘과학’은 자연(인간)과 사물의 성질 및 구조, 법칙 등을 연구하고 탐구하는 학문이다. 따라서 ‘과학이란 무엇인가’ 하는 질문은 그 탐구 방법 및 태도가 무엇인지 묻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오늘날 ‘과학’이라 불리는 학문의 특정한 탐구 방법과 태도는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 서양 대부분의 학문과 마찬가지로 과학의 기원 또한 고대 그리스까지 올라갈 수 있다. 자연현상을 합리적으로 설명하려는 시도, 다시 말해서 신의 분노를 끌어들이지 않은 채 번개를 설명하고, 사랑과 증오 같은 감정을 끌어들이지 않은 채 자석의 인력과 척력을 설명하려는 시도는 고대 그리스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이렇듯 합리성, 객관성, 정확함을 중요시하는 특성으로 인해 과학은 딱딱하고 인간적이지 못하다는 인상을 준다. 그러나 이는 편견이자 오해다. 이전의 과학이 종교나 철학으로부터 스스로를 구분짓기 위해 객관적인 탐구법을 주요 특징으로 정립하기는 했지만, 과학의 본모습은 그보다 훨씬 다채롭다. 객관적이고 정확한 방법론도 중요하지만, 원인으로부터 결과를 예상하는 데 필요한 무한한 상상력, 인간과 자연에 대한 공감 같은 요소도 포함하고 있는 것이다. 즉 과학이라는 학문 자체가 다양한 아이디어와 능력을 요구하는 융합적 활동으로, 과학에서 융합은 부가적 요소가 아닌 본질적 특성이다. 『과학, 인문으로 탐구하다』는 과학이 본래 융합적인 학문이라는 데 초점을 맞추고, 다양하고 흥미로운 사례를 통해 예술·철학·사상·문화 등 다양한 분야와 과학의 관계를 살펴본다. 그럼으로써 과학의 진면목을 이해하고, 현대과학과 다른 학문 간 융합의 필요성을 이해하고자 한다. 세 명의 저자가 공동으로 집필한 만큼 과학과 관련한 매우 다채로운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역사 속의 과학 및 그 안에 담긴 철학적 의미와 관련된 내용은 박민아 교수가 주로 맡아 썼고, 과학의 역사에서 일어난 구체적인 사건이 사회에 미친 영향과 관련된 글은 정원 교수가 썼으며, 선유정 교수는 한국을 비롯한 동양의 과학, 첨단과학기술, 최근 문화 콘텐츠에 접목된 과학 이야기를 맡았다. Chapter 1 ‘과학’을 알아야 ‘융합’이 보인다 최근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과학에서의 융합은 그동안 과학 연구가 너무 좁고 깊게만 이루어진 데 대한 반작용인지도 모른다. 우물 안 개구리 신세를 피하기 위해 타 분야의 관심사에 귀를 기울이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받아들이려는 것이다. 하지만 피상적이지 않은, 진정한 융합을 하려면 ‘과학’이 무엇인지부터 알아야 한다. 이 장에서는 과학의 정의 및 기원과 더불어 동양과 서양에서 과학이 갖는 의미를 고찰하고 과학에 얽힌 오해를 풀면서, 현대과학에서의 융합이 나아갈 길을 제시하고 있다. Chapter 2 과학과 예술의 오랜 동반 관계 과학과 타 분야의 융합을 강조하는 요즘, 유독 눈길을 끄는 것이 과학기술과 예술의 융합이다. 최근 과학기술과 예술의 접목이 새로이 각광받고 있지만, 사실 둘은 오랫동안 함께해온 동반자였다. 갈릴레오 등 여러 과학자들이 지녔던 ‘예술적’ 재능, 일상과 가장 밀접한 예술인 ‘사진술’이 탄생한 배경, 문학작품에 깃든 과학의 의미 등을 살펴보면서, 과학과 예술이 앞으로 어떤 동반 관계를 이어가야 할지 함께 고민해볼 수 있을 것이다. Chapter 3 과학과 사회, 교감을 통해 진화하다 오늘날 중요한 사회 변화를 이끌어내는 원동력으로서 과학기술의 역할은 점점 커지고 있다. 실제로 스마트폰이나 인터넷, 퍼스널컴퓨터 등의 IT 기술과 첨단기술을 통해 이러한 경향을 직접 느낄 수 있다. 이 장에서는 증기기관이나 자동차, 휴대폰 같은 기술, 경제학 등 사회과학 이론과 접목한 과학, 과학 이슈를 둘러싼 국제관계 등이 우리 사회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에 초점을 맞췄다. Chapter 4 역사 속의 과학 과학기술은 역사상의 큰 변화가 일어나는 데서 정치적·경제적인 요인만큼 중요한 역할을 했다. 즉 역사 속에서 과학기술은 정치적·경제적 목적을 달성하는 데 필요한 수단 정도에 머무르지 않았다. 이 장에서는 대항해시대를 가능케 한 여러 기술과, 한 명의 과학자 또는 한 국가의 운명을 결정지은 사건 등, 역사 속 중요한 변환기를 함께한 과학기술에 관련된 이야기를 펼쳐 보인다. Chapter 5 과학기술, 전쟁에 동원되다 과학기술과 전쟁의 협력 관계는 그 역사가 길다. 기원전 3세기에 아르키메데스가 전쟁에 활용할 다양한 기계를 만들었다고 전해지며, 20세기에 와서는 양차 세계대전에서 레이더, 원자폭탄 등 첨단 과학기술이 이용되었다. 전쟁에 동원된 과학에 관한 다채로운 이야기를 통해, 과거에서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과학기술이 갖는 의미와 위치를 알 수 있어 흥미롭다. Chapter 6 철학이 묻고 과학이 답하다 자연의 본질은 무엇이고, 어떻게 그 본질에 접근할 수 있을지 고민했던 자연철학자들의 사상은 과학이 막다른 길에 도달할 때마다 중요한 돌파구가 되어주었다. 철학뿐만 아니라 신학 또한 다양한 접점을 통해 과학과 대립하며 서로를 자극했는데, 신이 만든 자연을 통해 신을 이해하고자 하는 생각은 서구 과학자들의 연구를 이끈 중요한 동기가 되었다. 이 장에서는 철학을 비롯한 인간의 사상이 던진 질문을 과학이 어떻게 받아들이고 변화하는지 살펴보았다. Chapter 7 대중문화와 과학의 만남 현대과학이 탄생한 서구 사회에서 과학은 오래전부터 문화의 일부로 존재해왔다. 반면 한국에서 과학은 진지하거나 실용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짙어서, [인터스텔라]와 같이 과학을 담은 뛰어난 문화콘텐츠가 만들어질 만한 과학적 토양이 부족하다고 할 수 있다. 대중에게 인기 있는 공룡의 모습을 복원하기 위해 생물학자와 함께 예술가들을 동원하거나, 음악회나 미술관에 가듯 인체 해부를 관람한 사례 등을 통해 과학과 대중이 어떤 만남을 가졌는지를 확인하고 과학 대중화의 의미를 숙고해볼 수 있을 것이다. 과학과 인문학, ‘두 문화’의 진정한 융합을 위하여 영국의 과학자이자 소설가인 찰스 스노는 1959년 한 강연에서 과학자와 인문학자들 사이의 간극을 지적했다. 스노의 비판은 “셰익스피어의 소네트는 알면서 열역학 제2법칙은 모르는”, 기초적인 과학 지식에 무지한 당시 영국의 인문 지식인들을 향한 것이었다. 이후 책으로 출판된 스노의 『두 문화와 과학혁명』은 과학과 인문학, 과학자와 인문 지식인 사이의 간극을 문제시할 때 인용되었고, 우리나라에서는 고등학교에서부터 문·이과를 가르는 교육제도를 비판하는 자리에서 자주 언급되었다. 최근 융합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스노가 언급한 ‘과학과 인문학’뿐 아니라 ‘과학과 예술’, ‘과학과 문화’, ‘과학과 철학’, 그리고 과학 내 서로 다른 분야들 간의 협력과 융합이 강조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최근의 융합 촉진 정책들은 의도와는 다르게 반발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이는 관련 연구자들로 하여금 융합이 필요한 문제에 자연스럽게 모이게 하기보다, 융합 그 자체를 하기 위해 사람들을 모으기 때문이다. 진정한 융합이 아닌 겉보기 융합이 이루어지는 셈이다. 새로운 색을 만들어내려는 화가들의 노력이 빛과 색에 대한 뉴턴의 연구로 이어지고, 다윈이 경제학자 맬서스의 통찰에서 영감을 얻어 자연선택 이론을 정리한 것처럼, 요점은 융합 그 자체보다 그것이 갖는 의미와 연구자 개개인의 융합적 안목이다. 어떤 분야의 문제든 그것이 다른 분야와 연결되는 복합적인 것임을 인식하고 타 분야와의 협력 가능성을 모색하는 열린 사고가 정책적·제도적 융합 이전에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이 책은 단순히 과학과 타 분야 간의 융합을 보여주기보다 융합이 왜 필요한지를 설명한다. 그러기 위해 먼저 과학이란 학문의 본질을 논하고, 과학의 본모습이 갖는 특성에서 융합의 필요성을 찾는다. 이를 통해 과학의 실용적·경제적 가치에만 몰두하는 경향에서 벗어나 순수과학의 필요성을 일깨우고, 오늘날의 과학, 그리고 현대과학이 앞으로 나아갈 길을 함께 고민해볼 수 있을 것이다. 추천사 긴 역사를 살펴보는 것은 지금의 상황이 영원히 지속될 것이라는 관념에 해독제 역할을 할 수 있다. 지금의 과학은 전문화되고 세분화되어 다른 문화와 상호작용 없이 독자적으로 발전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 책 『과학, 인문으로 탐구하다』는 고대 플라톤과 산해경에서 셜록 홈즈와 자연사박물관을 거쳐 최신 영화 [인터스텔라]에 이르기까지 과학이 철학·예술·문화와 밀접한 연관을 맺었던 오랜 역사를 매우 흥미롭게 복원하고 있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전문화된 과학이 극히 최근의 모습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고, 무엇보다 다른 과학사 책에서 접하지 못했던 흥미진진한 과학의 문화사에 흠뻑 취해볼 수 있을 것이다. ―홍성욱(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교수) 지식도 진화한다. 그 진화를 추동하는 힘은 내적 변이와 외적 환경이다. 과학 지식도 예외는 아니다. 플라톤의 자연철학에서 시작된 과학은 내적으로는 새로운 생각들을 만들었고, 외적으로는 이질적 환경에 끊임없이 적응해왔다. 순혈주의에 익숙한 우리는 과학을 하나의 정제된 지식 체계로 보려 하지만, 지식의 거대한 나무에 ‘정제’라는 단어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과학도 다양한 가지들이 분기하고 교차하는 과정에서 진화해온 ‘역사적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 가지들의 목록에는 정치와 종교뿐만이 아니라 마술·미술·음악·전쟁, 그리고 심지어 쇼도 있다. 즉 과학은 그 모든 이질적 환경들에 적응하며 살아남았고 지금도 여전히 비슷한 환경에 놓여 있다. 따라서 과학만 알아서는 과학이 무엇인지, 과학이 왜 융합의 산물이며 동시에 추동력인지를 이해할 수 없다. 물론 요즘 ‘과학과 융합’에 대해 몇 마디 하는 것쯤은 별로 어렵지 않다. 하지만 그것을 생생하고 설득력 있게, 그리고 무엇보다 적확하게 보여주는 것은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다. 탄탄한 전문성에 탁월한 소통 능력까지 겸비한 소장 과학기술학자들이 이 일을 멋지게 해냈다. 재미는 디저트! ―장대익(과학철학자/진화학자, 서울대학교 자유전공학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