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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극의 문구

궁극의 문구

: 매일 매일 책상 위에서 고군분투하는 일상 문구 카탈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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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6년 06월 28일
쪽수, 무게, 크기 136쪽 | 290g | 148*210*9mm
ISBN13 9791156756545
ISBN10 1156756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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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즈음부터 문구 붐이 일어난 탓인지 문구에 관한 책이 많이 출판되었다. 문구 팬으로서 분명 환영할 만한 일인데, 막상 그 책들을 몇 권 읽고 책장에 꽂으며 기분이 복잡해졌다. 분명 그 책들은 문구에 대해 다루고 있다. 그러나 문구 팬이자 나름대로 문구를 사랑한다는 내가 그 책을 대충 읽고 말았다. 대체 왜 그랬을까. 아마도 그 책에서 소개한 문구들이 실제로 사용하는 문구와는 동떨어져 있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인 듯하다. 물론 수입 만년필은 훌륭하다. 문호의 서재나 대기업 임원이 쓰는 책상에는 그런 문구가 어울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문구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왠지 핸들이 반대편에 달린 외제차를 무리해서 모는 나와 다른 세계의 사람 같다.

분명 페라리는 좋은 차고, 누구든 한 번쯤은 몰아보고 싶으리라. 하지만 시골에서는 페라리보다 소형 트럭이 편리할 때가 있다. 그렇다고 소형 트럭이라면 뭐든 좋다는 뜻은 아니다. 어떤 트럭은 언덕을 잘 오르고 어떤 트럭은 화물을 내리기 편하다는 등 저마다 기능을 지녔다. 상황에 따라 “이 작업에는 이게 아니면 안 돼!” 하는 것들이 있다. 물론 나도 고급 만년필의 좋은 점을 모르지는 않는다. 하지만 일상에서 자주 쓰는 평범한 문구의 팬으로서 책상에서 매일 맹활약 중인 늠름한 문구들에 경의를 표한다. 그래서 평소 특별하게 언급되지 않는 그것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다.

물건을 고르는 기준은 다양하다. 대통령이 연설에 입고 나갈 옷을 고를 때, 등산가가 자일이나 카라비너를 고를 때, 심리 상담가가 안경을 고를 때, 스나이퍼가 총을 손에 쥘 때 각각 물건을 고르는 기준이 다를 것이다. 문구를 사용해 무엇을 표현하는가도 제각각이다. 그러니 다양한 기준에 따라 소개하고 싶은 것을 들면 끝이 없겠지만, 이 책에서는 나의 필수 아이템 중에서도 거의 매일 사용하고 있는 실용적인 문구에 초점을 맞췄다. 매일매일 사용하기 때문에 자신 있게 소개할 수 있다. 물론 이것들만 훌륭하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이외에도 미처 소개하지 못한 훌륭한 문구들이 산더미처럼 많음을 알리며 미리 양해를 구한다.

문구는 문자를 기록하는 것이 기본적인 기능이기 때문에 언어와 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예를 들어 이 책에서 ‘부드럽다’라고 표현한 필기구의 매끄러움이 다른 나라에서는 충분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내 기준은 일본어를 쓰기에 적합한 부드러움이다. 이어쓰기를 많이 하는 서양 필기구가 부드러운 호를 그리는 일이 많은 스케이트라고 치면, 한자를 쓸 일이 많은 일본 필기구는 농구화라고 할 수 있다. 갑자기 빨리 달리다가 멈춘 후에 다시 방향을 급하게 바꿔 뛰어야 한다. 종목이 다르므로 가장 적합한 도구도 다른 것이 당연하다. 너무 부드러운 필기구는 일본어나 한자를 쓰기에 적당하지 않다.

일본에 매우 가는 필기구가 많은 것도 획수가 많은 한자 탓이라고 생각한다. 도구에는 목적에 맞는 선택 기준이 있다. 고사양 물건이라 하더라도 쓰임에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어떤 것이 좋고 나쁜지 보다, 자신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선택할 수 있는 지식과 지혜가 필요하다. 따라서 이 책에서는 해당 문구를 추천하는 이유에 대해 최선을 다해 썼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참고 사항’으로 봐주었으면 한다. 일상의 친숙한 도구인 문구에 한번쯤 관심을 기울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문구는 오늘 퇴근하는 길에 살 수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만약 기억에 남는 문구가 있다면 문구점에 들러 당신에게 꼭 맞는 아이템은 무엇인지 찾아보길 바란다. 그 과정이 당신에게 무척 즐거운 시간이 되리라 확신한다. --- 「들어가며」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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