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16년 08월 18일 |
---|---|
쪽수, 무게, 크기 | 396쪽 | 632g | 140*225*30mm |
ISBN13 | 9791159920257 |
ISBN10 | 1159920257 |
발행일 | 2016년 08월 18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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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96쪽 | 632g | 140*225*30mm |
ISBN13 | 9791159920257 |
ISBN10 | 1159920257 |
들어가는 글 1부 상실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길 잃은 뱃사람 몸이 없는 크리스티너 침대에서 떨어진 남자 매들린의 손 환각 수평으로 우향우! 대통령의 연설 2부 과잉 익살꾼 틱 레이 큐피드병 정체성의 문제 예, 신부님, 예, 간호사님 투렛 증후군에 사로잡힌 여자 3부 이행 회상 억누를 길 없는 향수 인도로 가는 길 내 안의 개 살인 힐데가르트의 환영 4부 단순함의 세계 시인 리베카 살아 있는 사전 쌍둥이 형제 자폐증을 가진 예술가 역자후기 참고문헌 장별 참고문헌 |
구름을 쓰고 있는 듯한 멋진 모자, 꿈꾸게 하는 파스텔 계열의 푸른 색 바탕 ― 신비로운 분위기의 책표지에 시선이 끌리는 것은 어찌할 수 없다. 책을 손에 쥔 이상, 그것을 놓아버리기는 더욱 쉽지 않다.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는 1985년 출판되자마자 대단한 호평을 받으며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당시 의학계와 일반 독서계에 미친 영향은 대단했다고 한다. 질병과 사람 모두에 똑같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신경과 의사 올리버 색스의 따뜻한 시선을 느끼며, 그가 이끄는 신경과라는 생소한 세계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된다.
‘~것이다’ 식의 번역투가 그대로 남아있고, ‘~뿐(만) 아니라’와 ‘다시 말해서’ 등의 어휘 등이 반복되어 저자의 이야기에 집중하는 마음이 흐트러지는 것을 느꼈다. ‘좀더’와 같은 구어체를 가급적 피하되, 문장의 연결이 매끄럽게 이뤄질 수 있게 수정했으면 좋겠다. 개정판이 나올 때는 글 전체의 흐름이 부드럽게 이어질 수 있도록 시간을 넉넉히 두고 검토해주기를 바란다.
본격적으로 올리버 색스의 이야기가 시작되기 전에 ‘환자를 치료하려면 환자의 인간적인 존재 전체를 근본적으로 문제 삼아야 하는’ 신경과 의사인 그의 마음을 대변하는 듯한, 다음과 같은 문구가 펼쳐진다.
의사는 자연학자와는 달리 다양한 생명체들이 환경에 적응하는 방식을
이론화하는 것보다는 단 하나의 생명체, 역경 속에서 자신의 주체성을
지키려고 애쓰는 하나의 개체, 즉 주체성을 지닌 한 인간에 마음을 둔다.
- 아이비 맥킨지
뇌신경에 이상이 생겨 기묘하고 이상한 동작과 상태를 보이는 이들의 이야기를 크게 네 부분 ― ‘상실’, ‘이행’, ‘과잉’, ‘단순함의 세계’로 구분하여 들려준다. 내용의 이해를 돕기 위해 글의 중간 중간에 친절한 주석이 달려 있다. 전문적인 지식을 전하는 이야기에 다소 지루해져 ‘여기서 멈춰야 하나?’라는 물음을 던질 때 즈음, 저자는 그동안 만나보지 못한 전혀 새로운 세계로 우리를 이끌면서 우리의 여행이 멈추지 않도록 도와준다.
저자가 들려주는 24편의 이야기 모두가 흥미롭고 놀라웠다. 제1부 상실에서는 ‘얼굴’이라는 것을 상상하거나 기억할 수도 없었던 극적인 시각인식불능증인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의 P선생, 알코올로 인해 일어난 유두체 변성(乳頭體變性) 즉 코르사코프 증후군 환자로 바로 전에 있었던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과거 속에 살고 있는 화석’과 같은 존재인 지미, 일종의 급성 다발신경염에 걸려서 중추 신경계통 전체에 걸쳐 척수신경과 뇌신경의 감각성 신경근이 기능을 잃었기 때문에 몸을 움직이려면 몸의 각 부위를 눈으로 잘 보면서 어떻게 움직이는가를 확인해야 하는 27세의 여성 크리스티너, 앞도 보지 못하고 마비 증상까지 있지만 조각가로 거듭난 의욕적이고 천부적인 자질이 풍부했던 60세의 매들린 등이 등장한다.
제2부 과잉에서는 주중에 일할 때는 할돌을 투여하여 진지하고 차분한 시민으로 그리고 주말에는 할돌을 중단하고 자유롭게 ‘비상하기로’ 하여 ‘익살꾼 틱 레이’가 되어 경박하고 열광적이고 영감에 가득 찬 인물로 변신하는 투렛 증후군 환자 레이, 어떤 일이든 몇 초만 지나면 잊어버려서, 잊혀지고 사라지는 것들을 메우기 위해서 끊임없이 주위의 사물과 자신에 대해 이야기를 만드는 톰슨 등이 등장한다.
제3부 이행에서는 회상과 경험적 환각을 일으키는 관자엽 발작으로 어린 시절의 ‘신성하고 귀중한’ 기억을 되찾은 C부인, 약물 중독으로 인해 세계가 상상할 수 없는 만큼 다양한 냄새로 진동하는 꿈을 꾼 후 사람의 감정도 냄새로 알 수 있었던 22세의 스티븐, 편두통으로 인해 어릴 적부터 말년에 이르기까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환영’을 경험하면서 아름다운 글과 그림으로 그것을 남긴 수녀 힐데가르트 등이 등장한다.
제4부 단순함의 세계에서는 지능은 낮지만 바흐의 복잡한 기교를 거의 완벽하게 이해하는 음악적 지성을 가지고 있어서 음악에 몰두하는 순간 자신이 정신지체라는 것과 슬프고 비참한 존재라는 것 따위를 모두 잊고 어엿한 한 사람의 인간이자 신의 아들이라는 느낌까지 받는 61세의 마틴, 평균 지능지수는 60이하이지만 멋진 시적인 재능을 갖춘 19세의 리베카, 과거나 미래의 어느 날이 무슨 요일인지 또 현재를 기준으로 전후 4만 년씩 8만 년 동안 부활절이 몇 월 몇 일인가를 대답해 줄 수 있었던 쌍둥이 형제 존과 마이클, 사물을 보는 순간 강렬한 느낌을 받아 그것을 사실적으로 생생하게 그릴 수 있는 힘과 함께 우화적인 표현력도 지니고 있는 자폐증 환자이자 지능이 극도로 낮은 21세의 자연주의자이자 자연파 화가 호세 등이 등장한다.
“… 막상 후각을 잃고 보니, 눈이 보이지 않는 것과 똑같았어요. 인생의 맛을 꽤 많이 잃어버렸지요. 사람들은 모를 거예요. 냄새에 얼마나 많은 ‘맛’이 있는지를. 사람들 냄새를 맡고, 책 냄새를 맡고, 도시 냄새를 맡고, 봄 냄새를 맡지요. 물론 의식하지는 못할 거예요. 그래도 모든 것의 뒤에는 온갖 풍요로운 냄새가 있답니다. 그렇듯 풍요로운 세상이 어느 날 아주 빈곤한 세상으로 돌변해버린 거예요.”
재능이 뛰어난 남자였는데, 어느 날 머리 부상을 당해 후각로 부분을 다친 그. 사고 후 후각을 완전히 상실하게 된 그의 이야기를 듣노라면 후각이 우리 삶에 차지하는 비중을 느낄 수 있다.
머리가 움직이면 파편이 움직여 관자엽의 음악 영역을 압박하고, 그때마다 새로운 선율이 머릿속에 가득 차 그것을 작곡에 이용한 것으로 보이는 ‘쇼스타코비치’의 이야기를 들으며 인체의 신비를 느꼈다. 그리고 다리가 의족일 경우에 이미지 즉 환각[신체의 일부분을 잃었는데도 그 뒤 몇 달이나 몇 년 동안 그것이 끊임없이 느껴지는(혹은 기억나는) 현상]이 의족 부분과 정확하게 들어맞아 일체감을 느끼지 못하면, 절대로 만족스럽게 걸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서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해내는 우리의 몸을 떠올리는 시간도 가져본다.
우리 몸의 감각은 시각, 평형기관(진정계), 고유감각 이렇게 세 개로 이루어져 있고 이 세 가지가 모두 협조해서 기능을 하는데, 하나가 기능을 상실하면 나머지 두 개가 그것을 어느 정도 보충하거나 대신 기능을 하기도 한단다. 우리 몸의 위치, 긴장, 움직임은 제육감(第六感)[근육, 힘줄, 관절 등 우리 몸의 움직이는 부분에 전달되는, 연속적이면서도 의식되지 않는 감각의 흐름]을 통해서 끊임없이 감지되고 수정되는데, 무의식중에 자동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우리는 그것을 느끼지 못할 뿐이라고 한다. ‘고유감각’이 있기 때문에 비로소 몸이 자기 고유의 것, 자기의 것임을 느낄 수 있어서 고유감각을 완전히 상실하면 신체는 자기가 내는 신호를 ‘보지’도 ‘듣지’도 못하게 되고, 글자 그대로 자신을 ‘소유’하는 것 즉 자신을 자신으로 느끼는 것이 중지된다고 하니 우리의 ‘고유감각’이 얼마나 감사한 감각인지 실감했다.
기억을 조금이라도 잃어버려봐야만
우리의 삶을 구성하고 있는 것이 기억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기억이 없는 인생은 인생이라고조차 할 수 없다는 것을.
우리의 통일성과 이성과 감정 심지어는 우리의 행동까지도
기억이 있기 때문에 존재한다는 것을.
기억이 없다면, 우리는 아무것도 아니다.
- 루이스 부뉴엘
우리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는, 우리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기억이 곧 지금의 ‘나’를 있게 함을 느낀다.
셔링턴은 <인간의 성질(1940년)>에서 정신을 가리켜 ‘신기한 직물기’에 비유했다고 한다. 인간의 정신을 끊임없이 변화하면서도 항상 의미가 있는 패턴을 짜나가는 직물기라고 한, 그의 말에 깊이 공감한다.
이 책을 읽은 지 불과 1년 남짓 흘렀을 뿐인데 너무나 새롭다. 내 놀라운 기억력에 다시 한 번 경의를 표하며.
자칫 신기한 신경질환 사례 모음집 정도로 치부될 수도 있는 글이었다. 행여나 그렇게 되었다면 환자에게도 환자 가족들에게도 정말 몹쓸 짓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작가의 폭넓은 소양과 뛰어난 글 솜씨로 인해, 그리고 무엇보다 환자 한명 한명을 존중하고 진심으로 다가가는 인간에 대한 애정으로 인해 이렇게 좋은 작품으로 탄생했다. 읽는 우리도 덩달아 그들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게 만들었고 우리 마음속에 감동과 더불어 깊은 의문들을 남겼다.
읽는 내내 인간의 뇌와 신경계의 신비로움에 감탄 하였고 작가의 의사로서의 노력에 응원과 존경의 박수를 보내기도 하였다. 그와 동시에 안타까움과 무력감도 함께 느껴야만 했다. 상투적인 말일지 모르나 조금씩 실마리를 찾아가는 모습에서 희망도 느꼈다, 아니 그냥 그러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인간은 참 위태로운 존재다. 조금의 선천적 장애, 혹은 외상이나 질병에 의한 손상에 의해서 인간은 쉽게 균형을 잃어버린다. 작은 상실이나 과잉에도 우리는 본래의 모습을 잃어버리고 신경과 의사조차도 이해하기 힘든 존재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죽음 앞에서만 겸손해 질 것이 아니라 이 위태로운 균형 앞에서도 늘 겸손과 감사를 느껴야 할 것이다.
돌아가신 분한테 실례가 되겠지만, 요즘 무슨 책을 들었냐는 아내의 물음에 '올리버 색스'라는 저자 이름을 댔고 아내는 이름이 야하다고 실소를 하였다. 하긴 실제 내가 책을 접한 것도 어느 이웃님의 소개였고 이름 때문에 먼저 뚫어져라 보았던 건 사실이다. 아내나 나나 참 예외 없이 배움이 없었다.
저자는 신경과 의사다. 세상에 없으신 분이다. 돌아가셨으니. 의사였다가 맞나. 아무튼, 책은 저자가 진료를 담당했던 환자의 기적과 같은 얘기와 저자의 통찰을 엮은 책이다. 24명의 환자가 소개되어있다. 그 중 첫 번째 환자의 얘기가 책의 제목이다. '시각인식 불능증' 이라는 의학적 병명인데 굳이 병명은 연구자가 아니라면 독서에는 큰 의미는 없어 보인다. 일반 독자라면 '이런 증상도 있구나' '정신병이 아니라 어느 특정 뇌 신경에 이상이 있어 그렇구나' 정도로 읽는 거다. 기적 같은 환자 24명은 모두가 평소 접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접하기 힘들다는 건 적어도 일반적이라는 얘기이지 혹, 주위에 신경 관련 질병을 겪거나 겪고 있는 분들에게는 실례되는 말이기도 하겠다.
저자는 기적 같은 이야기를 크게 네 부분으로 나누었는데.....
상 실 - 뇌 신경 어느 부위가 기능을 상실한 이야기다. 기억상실, 인식불능 등
과 잉 - 반대로 특정 뇌 신경이 도드라져 넘치는 이야기다. 기억과다, 인식과다, 과다운동증 등
이 행 - 과거의 기억에서 머무르거나 붙잡고 있는 이야기기다. '과거로의 이행' '몽환상태'
단순함 - 쉽게 지적장애, 지능발달이 지체된 이야기다.
하나하나의 사례와 그 뒷얘기를 하는데 끊김없이 유기적이고 연결되어 있다. 가령 앞에 누구는 이러이러했는데 누구는 이렇다는, 앞선 사례가 구체성을 잃은 것이라면 이것은 구체성의 과잉'이라는. 제목의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의 'P 환자'는 책을 마칠 때까지 얘기가 되는 사례로 저자도 처음 접한다 할 정도로 특수한 경우라고 한다. 인식함에 있어 감정, 구체성, 개인적인 것, 현실적인 것을 잃어버리고 단순화 추상적인 것만 남았던 환자라고..... 'P 환자'는 아내를 볼 수 있다. 모자로 보고 찾는다. 아내를 보면 머리에 쓰는 행동을 한다.
책을 접하면서 느낌은 저자가 환자를 대하는 접근법에 과학적이다. 뭐 직업이고 증상의 원인을 밝혀서 호전되도록 할 의무가 있어 그렇기도 하다. 그래도 적어도 일반인으로 보는 나는 소위 '정신병'이라고 받아들일 것을 책을 통해 뇌 신경의 변화 여부에 따라 이런 증상이 있다는 과학적 접근을 깨달았다. 또 한 가지 저자가 환자를 대하는 접근법이 따뜻하다. 환자의 사례에 호기심과 흥미를 보고 싶다면 다른 책을 찾아야 한다. 저자는 비록 정상으로 돌아올 수 없고 평생을 병마와 싸우며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하는 환자들에게서 인간을 찾으려고 한다. 글 속에서 애정과 가슴 찡함을 느낀다.
즉 병이란 결코 상실이나 과잉만이 아니라, 병에 걸린 생명체, 다시 말해서 개인은 항상 반발하고 다시 일어서고 원래대로 돌아가려고 하고 주체성을 지키려고 한다. 혹은 잃어버린 주체성을 되찾으려고 하고 아주 기묘한 수단을 동원하면서 반드시 반응한다. 이러한 수단을 조절하거나 유도하는 것은 의사인 우리들의 기본적인 의무이다. ( 24쪽 1부 상실에서 인용)
책은 1985년 첫 출간 되었다. 지금 책은 개정 1판으로 84쇄 찍었다. 오래전부터 많이 사랑받은 책이고 방송에서 소개도 되었다. 내가 실제 책을 접하게 된 이유는 어느 블친님의 저자의 다른 책을 소개한 글에서 이력에 호기심(이름이 먼저 눈에 들어왔고)이 나서였다. 동성애자였으며 유대인 집안에서 어릴 때 밝힌 커밍아웃으로 많은 고초를 겪었다고 한다. 이 책이 주는 저자의 인간애가 아마 이런 이력에서 시작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마지막 '간질'환자 사례 이야기에서 한참 머무르기도 했다. 돌아가신 어머니가 평생 고생했던 병마가 '간질'이었기 때문이다. 1985년이라는 첫 출간, 이 나라에 번역서는 1993년이었다. 내 나이 고3 때. 책 읽기를 어려서 많이 했다라면 어쩌면 이 책을 만났을테고 그래서 어머니를 더 이해했을 것이고 고치지 못할 병이 아니라는 생각을 오래전 하지 않았을까. 그리고 어떠한 시도라도 하지 않았을까.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내게 이 책은 과거의 뉘우침이요, 불효에 대한 용서요, 내일의 의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