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16년 12월 07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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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480쪽 | 514g | 127*188*30mm |
ISBN13 | 9791130610375 |
ISBN10 | 1130610373 |
발행일 | 2016년 12월 07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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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480쪽 | 514g | 127*188*30mm |
ISBN13 | 9791130610375 |
ISBN10 | 1130610373 |
브릿마리 여기 있다 11 / 감사의 말 474 / 옮긴이의 말 477 |
"추워지면 사람들이 서로 단절되고 세상이 무음의 공간으로 바뀌니 겨울은 고요한 계절이기도 하다." (p.137:1~3)
"가끔은 내 현재 위치가 어딘지만 정확히 알고 있으면 내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더라도 훨씬 수월하게 살아갈 수 있다." (p. 187:5~6)
"인간의 뇌에 내재한, 기억을 생생하게 재현하는 어마어마한 능력 앞에서 신체의 다른 모든 부분은 시간 감각을 잊는다." (p.190: 5~7)
이 구절들은 내가 책을 읽으면서 너무 맘에 들어 밑줄 친 부분을 발췌한 것이다.
30대 중반의 스웨덴 작가 프레드릭 베크만은 그렇게 많지 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삶의 농후함이 무르익은 철학적인 글들을 어떻게 그렇게나 많이 쏟아내는 것일까?
베크만이 쓴 작품들은 거의 섭렵하다싶이 읽었다. 한 두권의 책들만 빼고 말이다.
한 소설을 다 읽으면, 또 다른 그의 작품이 궁금해지고, 그래서 또 다른 소설을 읽어보면 역시나 또다른 감동이 기다리고 있다보니, 베크만의 열혈 팬이 된 듯 싶다.
[불안한 사람들]을 시작으로 [오베, 할미전]을 읽고 [베어타운]과 [우리와 당신들]에 이어서 [브릿마리 여기 있다]까지 읽게 되었다. 그렇게까지 많은 소설을 읽어보지 않았는데, 배크만으로 인해 나의 취향도 바뀌었다고 해야 하나,
허구성 짙은 소설이 주는 가공의 세계가 싫었기에 그동안 소설을 멀리했었는데, 배크만의 소설을 읽고 나서 조금씩 소설을 읽기가 편해졌다. 배크만이 만든 소설 속에는 인물들의 삶이 생생하게 살아있고 그 속에 철학이 있고, 깨달음이 있었기에 이렇게까지 배크만의 매력에 빠져든게 아닌가 싶다.
인간의 깊은 내면 속의 숱한 고뇌와 갈등속에서 빠른 길이 아닌 올바른 길로 인도하는
작가의 서술방식이 맘에 든다.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 에서 너무나도 깐깐하고 진상인 60대 가정주부로 나왔던 그 브릿마리가 주인공이라니 그 설정부터가 배크만다웠다.
누구나 주인공이 아닌 배경 인물일때는 그 사람의 진면목을 잘 모르듯 이제야 주인공으로 주목받게 되니 브릿마리라는 인물이 왜 그렇게 살아왔는지에 대한 이해가 되는 것을 보면, 주인공이 갖는 힘이 실로 대단한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래서 사람들이 주변인으로 살아가기 보다는 주인공으로 주목받고 싶고, 관심받기 위해 그렇게도 무던히도 애쓰는 것 같다는 씁쓸한 생각도 해보게 된다.
60평생 집안 일만 해오던 브릿마리가 믿었던 남편 캔트에게 상간녀가 있다는 사실에 심한 배신감을 느끼고, 어느 날 갑자기 짐을 챙겨 집을 떠나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아무런 경력도 없이 직업을 구하기란 하늘의 별따기지만 우리의 주인공 브릿마리는 아랑곳 하지 않고 꿋꿋하게 헤쳐 나가는 모습이 참 멋져 보였다. 나같으면 저럴 수 있을까? 저렇게 당당할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책을 읽는 내내 숱하게 해보았다.
그렇게해서 브릿마리는 브로그에서 첫 직장을 구했다. 브로그란 마을은 도로를 따라 건설된 지역이고 가상의 공간이다. 레크레이션 센터에서 3주짜리 단기 아르바이트로 일하게 되었지만, 브릿마리는 최선을 다해 일했고, 브로그에 사는 주변 사람들과 지내면서 많은 것들을 알아가고 배우면서, 그녀는 그렇게 차츰차츰 변화하기 시작한다. 브릿마리는 그동안 남을 위한 삶을 살았 왔지만 정작 자신을 위해서는 살아보지못한 주변인이었다. 그런 브릿마리가 자신의 삶을 되짚어 보기 시작했고, 당당하게 자신의 삶을 위해 재도약하는 것으로 소설은 마무리 짓는다.
브로그 사람들은 축구를 열렬히 사랑한다. 브로그에서는 축구를 좋아하는 어린 아이들이 있다. 그들의 축구 코치로 브릿마리는 3주간 살아간다. 비록 처음에는 어린 아이들의 부탁을 거절했지만, 우리의 주인공 브릿마리는 한번 마음의 문을 열면 사랑이라는 폭포수가 흘러 넘치는 인물이기에 모두들 브릿마리를 인정해 주고 좋아하게 된다.
브로그에서 지내면서 얻은 깨달음으로 자신의 가치를 새롭게 알게 된 브릿마리, 그녀를 따르던 소년 가장인 베가와 오마르의 오빠이자 형인 새미의 안타까운 죽음으로 브로그는 잠시 침울한 분위기를 이어 가지만, 혹독한 절망속에서도 새로운 희망을 찾아가려는 마을 사람들의 굳은 의지가 있어서 보기 좋았다. 아픔을 삶의 의지로 승화시키는 소설 속 인물들, 특히 베가와 오마르의 어리지만 당찬 모습이 나를 부끄럽게 만들었다. 브릿마리가 어린 남매를 보살피려고 하자 베가와 오마르는 이제부터라도 브릿마리가 원하는 삶을 살도록 도와주는 장면에서 가슴이 뭉클했다.
프레드릭 배크만은 소설 속 인물들의 안타까운 죽음을 통해 삶의 의미를 되짚어 볼 수 있도록 삶과 죽음을 내용으로 하는 모티브를 많이 다룬다.
그래서 이 작가의 책을 읽을땐 항상 수건과 휴지가 필요하다. 적당한 위트와 함께 하모니를 이루는 잔잔한 감동들이 꽤 멋스럽다.
프레드릭 배크만은 소설속의 작은 철학관을 세운 듯 간간히 울려 퍼지는 삶의 고요한 외침들이 가슴의 울림으로 전해진다. 그래서 배크만의 소설은 읽으면 읽을수록 빠져드는 묘한 매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