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23년 03월 09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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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452쪽 | 488g | 137*197*25mm |
ISBN13 | 9791130605210 |
ISBN10 | 1130605213 |
발행일 | 2023년 03월 09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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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452쪽 | 488g | 137*197*25mm |
ISBN13 | 9791130605210 |
ISBN10 | 1130605213 |
1 오베라는 남자가 컴퓨터가 아닌 컴퓨터를 사러 가다 / 2 (3주 전) 오베라는 남자가 동네를 시찰하다 / 3 오베라는 남자가 트레일러를 후진시키다 / 4 오베라는 남자가 3크로나의 추가 요금을 내지 않는다 / 5 오베라는 남자 / 6 오베라는 남자와 있어야 할 곳에 있어야 했던 자전거 / 7 오베라는 남자가 고리를 걸 구멍을 뚫다 / 8 오베였던 남자와 아버지의 오래된 발자국 한 쌍 / 9 오베라는 남자가 라디에이터 증기를 빼다 / 10 오베였던 남자와 오베가 지은 집 / 11 오베라는 남자와 사다리에서 떨어지지 않고서는 창문도 못 여는 멀대 / 12 오베였던 남자와 그만하면 충분했던 어느 하루 / 13 오베라는 남자와 베포라는 광대 / 14 오베였던 남자와 기차에 탄 여자 / 15 오베라는 남자와 연착된 기차 / 16 오베였던 남자와 숲속의 트럭 / 17 오베라는 남자와 눈더미에 묻힌 골칫거리 고양이 / 18 오베였던 남자와 어니스트라는 고양이 / 19 오베라는 남자와 다친 채 찾아온 고양이 / 20 오베라는 남자와 불청객 / 21 오베였던 남자와 레스토랑에서 외국 음악을 연주하는 나라들 / 22 오베라는 남자와 차고에 갇힌 사람 / 23 오베였던 남자와 도착하지 못한 버스 / 24 오베라는 남자와 색칠하는 꼬마 녀석 / 25 오베라는 남자와 골함석 / 26 오베라는 남자와 더는 자전거 하나 못 고치는 세상 / 27 오베라는 남자와 운전교습 / 28 오베였던 남자와 루네였던 남자 / 29 오베라는 남자와 동성애자 / 30 오베라는 남자와 그가 없는 사회 / 31 오베라는 남자가 트레일러를 후진시키다, 또다시 / 32 오베라는 남자는 망할 놈의 호텔 주인이 아니다 / 33 오베라는 남자와 평소와는 다른 시찰 / 34 오베라는 남자와 이웃집 소년 / 35 오베라는 남자와 사회적 무능력자 / 36 오베라는 남자와 위스키 한 잔 / 37 오베라는 남자와 쓸데없이 참견해대는 수많은 놈들 / 38 오베라는 남자와 이야기의 끝 / 39 오베라는 남자 / 오베라는 남자와 에필로그 |
책 표지부터 융통성이라고는 전혀 없어 보이는 까칠한 할아버지의 모습이 보이고, 첫 장부터 아이패드를 사러 가서 점원에게 화만 내는 ‘오베’를 보면서 이 책은 독자들에게 무엇을 느끼게 하고 싶은 것일까 싶었다. 그저 까칠한 남자가 살아가는 방법을 보여주는 것인가 생각했다. 그러나 읽으면 읽을수록 ‘오베’라는 할아버지에게 정(?)이 들기 시작했다. 아마도 ‘오베’가 원리원칙 데로 살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알고 나서부터였을 것이다.
P153 살다보면 자신이 어떤 종류의 인간이 될지 결정을 내릴 때가 오게 마련이다. 다른 사람이 기어오르게 놔두는 사람이 될 것인가, 그렇지 않은 사람인가 하는 때가.
P158 살다보면 자신이 어떤 남자가 될지를 결정하는 때가 온다. 다른 사람들이 자기를 짓밟게 놔두는 인간이 되느냐, 그렇지 않느냐를 결정하는 때가.
‘오베’는 원리원칙 데로 살 수 밖에 없는, 까칠해 질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다. 자신의 아버지가 물려주신 집을 잃었을 때, ‘톰’이 객차에서 도둑질을 했다는 오해를 비난 했을 때 ‘오베’는 다른 사람이 기어오르게 놔두는 사람이 되지 않았고, 다른 사람들이 자기를 짓밟게 놔두지 않기로 결정되었다. 분명 그는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살았지만 피해는 항상 그가 받게 되었다. 어째서 착한 사람은 착하게 살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 걸까? 도대체 정의가 이기는, 정직함이 이기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는 것일까?
그토록 까칠한 ‘오베’도 한 여자를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되었는데 그녀의 이름은 ‘소냐’. 그들이 만나게 되는 순간부터 내 마음은 두근두근 거렸다. 1 또는 0 뿐인 흑백인 남자와 감수성으로 무장한 칼라풀한 여자의 만남. 아무도 이해하지 못했지만 그녀는 그를 사랑하게 되었다.
P206 그는 아버지가 입던 갈색 정장이 살짝 꽉 끼는 널찍하고 슬픈 어깨였다. 그는 정의와, 페어플레이와, 근면한 노동과, 옳은 것이 옳은 것이 되어야 하는 세계를 확고하게 믿는 남자였다. 훈장이나 학위나 칭찬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그래야 마땅하기 때문이었다. 이런 종류의 남자들은 이제 더 이상 그리 많이 나오지 않는다는 걸 소냐는 알았다. 그래서 그녀는 이 남자를 꼭 잡았다. 아마 그는 그녀에게 시도 써주지 않을 테고 사랑의 세레나데도 부르지 않을 것이며 비싼 선물을 들고 집에 찾아오지도 않을 테다. 하지만 다른 어떤 소년도 그녀가 말하는 동안 옆에 가만히 앉아 있는 게 좋다는 이유로 매일 몇 시간 동안 다른 방향으로 가지는 않았다.
이 글귀에서 그녀가 다르게 보였던 점은, 주변 사람들은 그녀의 선택을 잘못된 선택이라고 말했지만 그녀는 자신의 감정을 믿고 행동했기 때문이다. 요즘 같은 시대에는 외모, 학벌 등 조건을 우선시하며 사람을 만나는데 그 이유를 가만히 살펴보면,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기 때문인 것이다. 그래서 감정에 충실한 ‘소냐’의 모습은 나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끔 만든 부분이다. 나에게도 진정한 것을 볼 줄 아는 눈, 그런 안목이 생기길 바래본다.
‘소냐’가 죽은 뒤 ‘오베’는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고 자살을 결심하게 되는데 그의 이웃들 덕분(?)에 그는 쉽게 죽지 못한다. 그 중 이웃집에 임신한 부인으로 ‘파르바네’가 자주 등장하는데, 읽는 동안 나도 ‘오베’처럼 그녀가 너무나 못마땅했고, 꼴보기 싫었다. 그러나 언제 그랬냐는 듯이 ‘오베’가 ‘파르바네’를 대하는 게 조금씩 달라지는 것처럼 나도 조금씩 변해갔고 책 마지막에는 ‘오베’를 향한 그녀의 눈물이 고스란히 전해져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모든 사람은 항상 싫어하는 사람이 있기 마련인데 왜 싫어하냐 하면 자신이 경험하여 싫은 이유가 있기 때문에, 자신과 맞지 않기 때문에, 나쁜 사람이라고 단정지어 버리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처음에는 ‘오베’를 그저 까칠한 남자라고 생각했지만 마지막에는 그를 좋아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그를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가 까칠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겉으로 보이는 까칠함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경험으로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결국은 우리가 미워하고 싫어하는 감정들은 단지 그(그녀)를 잘 알지 못함으로써 나오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후줄근한 츄리닝 차림으로 매일 같이 옥상에 담배꽁초를 버리는 옆집 아저씨도, 술만 마시면 소리를 지르는 2층 아저씨도 그리 나쁜 사람은 아닐지도 모른다.
급성 패혈증으로 검사 도중 죽음을 맞은 이웃의 부고를 전해 듣고 문상을 다녀오는 길 일흔 둘의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영정 사진 속 주인공은 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나이 쉰을 바라보는 나이 살아갈 날보다 살아온 날이 더 많다고 여길 때면 하루하루 죽음을 향해 나아가고 있음을 새롭게 발견한다. 죽음이 자신을 비껴가 지인들은 모두 떠나고 홀로 남아 추억 속 그들을 불러내어 반추하며 살아가는 일은 절대 고독의 심연 속으로 끌어가고 말 것이다. 친구들은 우스갯소리로 먼저 묵게 되면 무덤에 와서 술 한 잔 따르며 말도 좀 걸어주라는 말을 들을 때면 처연해지고 만다.
말수가 적은데다 원칙적인 삶을 고수하며 타협하기를 거부하던 오베의 황량한 삶에 소통의 빛으로 자리했던 소냐의 죽음은 그의 삶에 품위를 앗아 가버렸다. 논리 정연한 문제해결로 정답을 찾아가는 수학을 좋아했던 소년 오베에게 일상성이 깨지는 일은 달갑지 않은 일이었지만 불가항력적인 혈육의 죽음은 세상에 홀로 남은 이가 감내하며 살아야 할 몫으로 남았다. 세상사에는 질서가 있어야 하고 반복되는 일상이 있어 안정감을 찾을 수 있는 생활이 지속되길 바랐던 이에게 일상성의 균열은 스스로를 고립된 섬에 유폐하는 일로 이어졌다.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주는 일에 적극적이었던 오베는 자동차 엔진을 이해하고 그것을 능숙하게 부릴 줄 알았다. 엄마를 여의고 떠나버린 엄마의 소소한 기억들을 가슴에 묻고 살면서 부자지간은 침묵 속에 추억 속 인물을 불러내며 지냈다.
학교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아버지였지만 엔진을 정밀하게 이해하여 그는 고장 난 차를 완전하게 고쳐 전문성을 겸비한 이로 능력을 인정받으며 기능장으로서 품위를 갖춰 갔다. 말보다는 행동으로 실천하는 아버지의 성향을 닮은 아베는 아버지마저 여의고 열여섯에 아버지가 일하던 곳에서 현장 일을 도우며 기술자의 자질을 길러가던 중 불미스런 일로 누명을 썼을 때도 의연하게 대처하며 품위를 지킬 줄 알았다. 말문을 닫고 지내던 오베에게 누구도 쉽게 말을 붙이지 않았을 때 친절함 이면에 자리한 잇속을 드러내며 접근한 남자에게 보험사기를 당하였을 때도 그는 크게 맞서지 않았다. 물건들은 저마다 쓰일 곳이 정해져 있게 마련이지만 사람들이 소유하고 있는 것들은 과욕이 낳은 똥 덩어리에 지나지 않는다고 푸념하며 오베는 물건의 올바른 기능을 존중하였을 뿐이다.
목적지를 오가는 열차 안에서 책과 고양이 아버지를 좋아하였던 소냐를 만남으로써 웃음을 잃고 지낸 오베는 웃을 줄 알았고 그녀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유일한 존재로 각인되어갔다. 오베는 소냐를 만나기 전까지는 삶을 지속하였지만 진정으로 살았던 게 아니었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성실함으로 무장한 그는 주택 회사에 고용되어 장기근속하며 의무를 다하였고 소냐와 결혼하여 비로소 가족을 떠나보낸 절대 고독의 심연에서 조금씩 벗어날 수 있었다. 정해진 시간에 눈을 뜨고 일과를 시작하던 안정적인 일상이 지속될 때는 평범한 일상의 반복이 소중한 줄을 모른다. 하지만 돌연한 사고로 치명적인 화를 입고 재앙에서 헤어나기 힘들 때면 일상의 리듬이 지속된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할 줄 알게 된다.
소냐가 떠나고 그녀가 남긴 사진 속 추억들을 끄집어내어 지난날을 반추하지만 그녀가 남기고 간 빈자리는 채워지지 않았을 것이다. 오베 역시 그녀의 뒤를 따라 죽음을 결심하지만 이웃의 기습적인 방문과 누군가의 도움 요청은 인위적으로 목숨을 끊기로 한 날을 유예하게 만들었다. 평화를 사랑하고 상대에게 해를 끼치는 언행을 삼가는 원칙을 고수하며 살아온 오베는 정신을 잃고 선로에 떨어진 남자의 목숨을 구하고 영웅으로 떠올라 일간지 기자의 인터뷰 요청에도 그는 으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는 태도로 일관하였다. 행동하는 남자로 소통하며 지냈던 루네가 기억을 잃고 의존적으로 숨을 쉬며 사는 그를 마음대로 처분해도 되는 짐짝처럼 말했을 때도 오베는 그의 존엄성을 지켜주기 위해 노력했다. 무언가 해야 할 일이 잇달아 생겨나 유예해두었던 죽음에 임박하였을 때 그는 사후의 일을 문서화하여 변호사에게 일임하였고 인연을 맺고 지낸 이웃에게 짧은 편지를 전하였다.
한 사람이 어떻게 살았는지는 그 사람이 죽고 난 뒤 살아남은 자들의 평가를 보면 알 수 있다고 했다.
‘조문객 금지. 시간 낭비 금지!’
라는 오베의 유언이 무색할 정도로 그의 장례식에 조문객은 많았다. 사랑하는 이를 먼저 떠나보내고 그들을 추억하며 오랫동안 홀로 살아야 하는 이의 고통은 커 보인다. 소냐가 곁에 있던 세상과 그녀가 유택(幽宅)에 갇혀 불러도 대답 없는 메아리로 허공 속에 흩어져 버리는 씁쓸함은 죽음으로 결별한 이들의 고통 속에 자리한다. 행동으로 보이며 진정성 있는 실천력으로 그만의 사랑 방식으로 이웃을 배려하며 지냈던 오베는 죽어가면서도 지켜야 할 품위를 잃지 않았다. 융통성 없는 남자라는 말을 들을 때도 화를 내지 않고 넘길 수 있는 아량은 소냐를 향한 오베의 깊은 사랑에서 발현되었으리라.
도서 리뷰 [오베라는 남자] 어찌 보면 내 삶은 내 삶이 아닐지도
"주변 모든 사람들에게 까칠하고 버럭버럭 화를 내는 오베의 모습에 웃음이 나오다가도, 아내를 그리워하며 자살을 준비하는 모습에 코끝이 찡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자살을 하기 위해 필요한 장비를 챙기며 ‘물건 하나 제대로 못 만드는 세상’이라며 투덜대는 모습은 또다시 배꼽을 잡게 만든다."
- 책 소개글이다.
맞다. 위의 설명 그대로 소설의 내용이 전개된다. 그야말로 오베의 자살하려는 행동과 그 과정을 보다 보면 '저 사람 죽으려는 사람 맞아?'하는 의문이 절로 생긴다. 몇 번의 자살 시도와 실패를 보면서, '이 사람은 자신의 (애정어린) 동네와 성가시다 여기는 이웃 사람들에게조차 잔소리하느라, 사소하지만 꼭 해야 할 일들이 너무너무 많아서, 결코 죽을 수 없을거야'라는 확신감마저 든다.
결국 인생은 싫거나 좋거나 알거나 모르거나 나와 상관이 있는 모든 관계들 때문에 맘대로 쉽게 죽을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그 관계가 내 마지막을 또한 외롭지 않게 할 수도 있는 것이다.
암으로 5년 정도 투병 생활을 하던 아내를 먼저 보낸 59세 남자 오베의 홀로 된 삶. 아내의 코트를 만지며 그녀를 회상하는 장면들이 있고, 그의 여생은 딱 봐도 외로워 보이다. 그런데 이 작품은 '외롭다'라는 직설적인 화법 대신에 끊임없이 상관하고 잔소리 하는 화법으로 타인들과 (의도치 않은 듯 하지만) 깊은 관계 맺기를 유지하고 있는 '오베'라는 남자의 다소 특별한 삶을 조명해 주고 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 외롭고 특별한 삶이 우리에게 따뜻한 위로와 감동을 선사하기까지 한다. 참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까칠하고 불편한 이웃이 결국은 우리에게 꼭 필요한 사람이라는 것이.
오베는 바로 이웃집에 이사 온 30세 부부와 어린 딸들에게도 역시 까칠한 이웃 아저씨이지만, 점점 마음을 열어가며 무심한 듯 챙겨주는 모습에 문득 어린 시절 할아버지의 모습을 떠올리게도 하고. 그 '츤데레'라는 이미지도 찐하게 가지고 있다. 그리고 40년 가까운 세월 동안 거의 매일 티격태격하며 지내온 친구 루네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은 소중한 사람을 진국으로 아낄 줄 아는 ‘상남자’를 떠올리게도 한다.
결국 이웃집에 이사 온 ‘이상한’ 가족들 때문에 자살도 마음대로 못하는 오베. 그런데 그만 모른 척 하고 죽으려는 시도를 마저 하면 될 일. 그런데 꼭 다시 그들의 문제를 해결해 주고 만다. 또한 희한한 이웃들과 성가신 고양이의 기상천외한 방해공작, 관료제의 로봇처럼 일하는 공무원들 일명 '하얀 셔츠들'의 도발을 물리치고 친구 '루네'를 지켜내려고 하는 오베. 그렇게 '해결사'다운 면모도 멋지게 소화하는 오베는 정말 별난 캐릭터이다. 그런데 과연 이런 인물이 이렇게 소설 속에만 등장할까.
우리 가족 중에서도, 그리고 가까운 우리 사회에서도 '오베'라는 인물은 종종 눈에 띈다.
고지식하고 융통성 없고 책임감 강한, 동네와 사회의 사람들에게 잘못된 것들을 지적하는. 결코 나쁜 짓은 아닌데 꽤 '불편한 상황'을 만들어내고 마는 사람들. 그들은 정직하지 못하고 책임감이 없는 것, 쉽게 변하는 것을 결코 용납하지 못한다.
요즘 사람들이 얼마나 '쉽게' 변하고, 물건을 '자주' 바꾸는가! 이런 삶의 방식과 세상의 변화에 대한 유쾌한 한방들을 날리는 것 같다. 그렇게 끝까지 의리와 우정을 간직하며 지켜내려는 친구 루네를 '적'이라 간주하는 이유도 그가 차종을 변경했기 때문이라니. 이 얼마나 황당하면서도 이해되는 마음인가!!
그런데 나는 소설 속에 나오는 여러 캐릭터 중에 '소냐'와 이웃집에 이사온 젊은 부부의 '아내' 캐릭터가 유독 맘에 들었다. 밝고 명량하고 유쾌한 그녀들. 오베를 사려 깊은 마음으로 대하는 그들이, 조금은 나를 '닮은' 것 같아서 좋았다. 무뚝뚝하고 까칠하고 불평불만 많지만 사랑하는 아내에 대한 마음이 깊은 오베라는 남자를 끔찍하게 사랑하는 아내. 오베라는 이웃을 거리낌없이 솔직하게 대하면서 마땅한 조언을 아낌없이 해 주는 이웃의 '그녀'가 아주 맘에 들었다.
소냐에게 보인 오베의 하염없는 사랑. 아, 아내를 위해 학교에 장애인 휠체어가 다닐 수 있는 다리를 직접 만드는 모습이라니.(물론 하얀 셔츠의 사람들이 그 일을 쉽게 처리해 주지 않았기 때문이지만)
또한 이웃집의 그녀 덕분에 아이들에게 마음을 열고 다가가는 오베의 따뜻한 미소를 볼 수 있게 된다.
오베는 결국 외롭지 않은 마지막 여생을 맞이할 수 있게 된다. 왜냐면 그가 나쁜 사람도 아니며 결코 해를 끼친 일을 한 적이 없기 때문에. 그의 주변으로 따뜻하고 사랑스런 사람들(심지어 고양이까지)까지 남게 되는 것이다.
오베의 첫번 째 스승은 아버지였던 것 같다. 아버지를 회상하는 장면에서, '우리는 언제나 정직하게 행동해야 하지만, 그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그 어려운 일을 선택했다는 것은, 아주 용감한 행동을 했다는 것이다.'라는 말을 떠올린다. 결국 아버지의 가르침대로 정직하게 행동하며 책임감 있게 성실한 삶을 살아 낸 오베는 '용감한' 사람이며, 이웃의 귀감이 되는 것이다.
오베는 정말 훌륭한 생애를 살아 낸 용감한 '시민'이었다, 라는 말로 이 책을 추천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