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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베라는 남자가 컴퓨터가 아닌 컴퓨터를 사러 가다 / 2 (3주 전) 오베라는 남자가 동네를 시찰하다 / 3 오베라는 남자가 트레일러를 후진시키다 / 4 오베라는 남자가 3크로나의 추가 요금을 내지 않는다 / 5 오베라는 남자 / 6 오베라는 남자와 있어야 할 곳에 있어야 했던 자전거 / 7 오베라는 남자가 고리를 걸 구멍을 뚫다 / 8 오베였던 남자와 아버지의 오래된 발자국 한 쌍 / 9 오베라는 남자가 라디에이터 증기를 빼다 / 10 오베였던 남자와 오베가 지은 집 / 11 오베라는 남자와 사다리에서 떨어지지 않고서는 창문도 못 여는 멀대 / 12 오베였던 남자와 그만하면 충분했던 어느 하루 / 13 오베라는 남자와 베포라는 광대 / 14 오베였던 남자와 기차에 탄 여자 / 15 오베라는 남자와 연착된 기차 / 16 오베였던 남자와 숲속의 트럭 / 17 오베라는 남자와 눈더미에 묻힌 골칫거리 고양이 / 18 오베였던 남자와 어니스트라는 고양이 / 19 오베라는 남자와 다친 채 찾아온 고양이 / 20 오베라는 남자와 불청객 / 21 오베였던 남자와 레스토랑에서 외국 음악을 연주하는 나라들 / 22 오베라는 남자와 차고에 갇힌 사람 / 23 오베였던 남자와 도착하지 못한 버스 / 24 오베라는 남자와 색칠하는 꼬마 녀석 / 25 오베라는 남자와 골함석 / 26 오베라는 남자와 더는 자전거 하나 못 고치는 세상 / 27 오베라는 남자와 운전교습 / 28 오베였던 남자와 루네였던 남자 / 29 오베라는 남자와 동성애자 / 30 오베라는 남자와 그가 없는 사회 / 31 오베라는 남자가 트레일러를 후진시키다, 또다시 / 32 오베라는 남자는 망할 놈의 호텔 주인이 아니다 / 33 오베라는 남자와 평소와는 다른 시찰 / 34 오베라는 남자와 이웃집 소년 / 35 오베라는 남자와 사회적 무능력자 / 36 오베라는 남자와 위스키 한 잔 / 37 오베라는 남자와 쓸데없이 참견해대는 수많은 놈들 / 38 오베라는 남자와 이야기의 끝 / 39 오베라는 남자 / 오베라는 남자와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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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베라는 남자, 오베(OVE)라는 이름
도서1팀 김성광(comma99@yes24.com)
2015.08.28.
『오베라는 남자』를 읽고 생각한 것은 역시 ‘오베’였다. 정확히 말하자면 OVE라는 이름이었다. 작명은 누구에게나 의미심장한 일이다. 이름을 지으면서 어떤 의미를 잘 담는 것도 어렵지만, 아무런 의미를 담지 않기는 더 어렵다. 사람이란 보통 그런 존재다.
OVE를 거꾸로 나열해보니 EVO가 되었다. EVO는 Evolution(진화)의 앞 세 글자를 연상시킨다. 국내에 『이보디보(EVO DEVO)』란 제목으로 출간된 유명한 진화(발생)생물학 책 때문인 것 같은데, 아무튼 Evolution은 EVO로 쓰이기도 한다는 사실이 바로 떠올랐다. 이 사실에 주목하는 이유는 OVE라는 알파벳 순서가 EVO라는 알파벳 순서의 반대인 것처럼, ‘오베’의 삶이 ‘진화’라는 개념과 반대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작가가 EVO를 뒤집어 OVE라 이름을 지었는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소설의 자랑거리인 오베라는 캐릭터를 살펴보면 이런 해석이 잘 들어맞는다. 우리는 세상이 변화하면 그에 적응하려 애를 쓴다. 컴퓨터가 보급되면 컴퓨터를 배우고, 어떤 자격증이 취업에 유리해지면 그 자격증을 따려고 한다. 상황의 변화에 따른 이 같은 적응을 ‘진화’라고 볼 때, 오베는 정반대다. 그는 40년 동안 한 집에서 살고, 한 세기의 3분의 1을 한 직장에서 일했으며, 오직 한 사람에게만 헌신한 남자다. 오래된 집을 부수어 새 집을 짓고, 평생 가는 직장이 사라지고, 법원에서 매일 이혼도장을 쾅쾅 찍어대는 세상이 못마땅하다. 또한 그는 행동하는 시대의 남자다. 차가 고장나면 바로 서비스센터로 전화해 손쉽게 해결하려 하거나, IT컨설턴트라 거들먹거리면서 자기 옷장도 고칠 줄 모르는 사람들이 못마땅하다. 그는 집도 직접 지은 남자이며, 무엇이든 자기 손으로 직접 해결하려 한다. 그는 세상의 흐름에 발맞추기 보다는 한 시대에 영원히 닻을 내려버린 남자다. 이 소설이 시종일관 유발하는 유쾌한 웃음과 마침내 가슴을 말캉말캉하게 만드는 감동은 모두 오베가 EVO를 뒤집어 만들어졌다는 사실에서 발생한다. 유료주차장에서 주차요금을 받는다는 당연한 사실에 폭발하며, BMW 운전자와는 상종도 하지 않고, 아이패드에 키보드가 없어서 분노하는 남자가 오베다. 오늘의 시각에서는 괴팍한 이유로 투덜대고 버럭하는 오베의 까칠함이 이 소설의 웃음포인트인데, 유심히 보면 분노의 포인트가 죄다 과거에 비해 현재의 세상 혹은 사람들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지점임을 알 수 있다. 오베가 세상의 흐름을 뒤쫓는 캐릭터라면 웃음이 발생하는 양상은 완전히 달라졌을 것이다. 작가는 여기서 더 나아가 오베를 굉장히 성실한 캐릭터로 만드는데, 자신만이라도 세상이 제대로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는 책임감에 매일 동네를 순찰하도록 만든 것이다. 이 까칠한 남자가 성실하기까지 하니 그의 이웃들은 마땅히 불행하다. 이 모든 소동에서 피식 피식 웃음이 피어 오르는데, 오베의 지적질은 끝날 줄을 모르니 도무지 웃음을 멈출 도리가 없다. 신기한 것은 그렇게 웃는 와중에 점점 오베의 말이 그리 터무니없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도 드는 것이다. 돈으로 사는 것 외에 아무 것도 할 줄 모르는 우리보다, 오베가 더 훌륭해 보이는 것이다. 세상 모든 것에 까칠한 이 남자도 존중하는 것이 있으니 바로 ‘아내의 잔소리’다. 주변 모든 사람들에게 버럭버럭 화를 내는 오베의 모습에 웃음이 나오다가도, 아내에 대한 오베의 모습은 코끝, 가슴 끝을 찡하게 만든다.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고 나서는 따뜻해진 마음을 어찌할 줄 몰라 옆 사람에게 오베의 매력에 대해 말하게 된다. 출간 초 출판사는 ‘웃음’을 홍보했지만, 독자리뷰는 그야말로 ‘감동’의 물결이다. 오베에게 마음을 허락하지 않기란 힘든 일이다. 우리에게 감동을 주는 아내를 향한 사랑 역시 현대적이기 보다는 고전적인 순애보의 형태다. 이 역시 (EVO를 뒤집은) ‘OVE’스러운 감동이다. 그래서 ‘오베라는 남자’의 인기에는 ‘지나간 시대’에 호응하는 우리 안의 무엇이 연관되어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물론 이 옛스럽게 설정된 캐릭터의 매력에 우리가 이토록 빠져든다고 해서 지금보다 과거가 더 매력적이라는 의미는 아닐 것이다. 다만 세상이 흘러가고 우리가 거기에 발을 맞출 때, 마처 짐꾸러미에 챙겨 넣지 못한 것이 있을 수 있다는 것. 그것이 때론 굉장히 아름다울 수도 있다는 것을 오베가 상기해주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앞에서 미래를 찾을 것만은 아니고, 뒤에서 미래를 ‘발견’할 수도 있다는 것을 늘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발견의 장소는 행동하는 시대, 헌신하는 시대에 대한 아련함을 담은 『오베라는 남자』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
아내가 죽은 지 6개월이 지났다. 하지만 오베는 하루에 두 번, 라디에이터에 손을 얹어 온도를 확인하며 집 전체를 점검했다. 그녀가 온도를 몰래 올렸을까 봐.
--- p.55 그는 흑백으로 이루어진 남자였다. 그녀는 색깔이었다. 그녀는 그가 가진 색깔의 전부였다. --- p.57 누군가를 잃게 되면 정말 별난 것들이 그리워진다. 아주 사소한 것들이. 미소, 잘 때 돌아눕는 방식, 심지어는 방을 새로 칠하는 것까지도. --- p.83 그는 그녀가 왜 자기를 택했는지 결코 이해하지 못했다. 그녀는 음악이나 책이나 이상한 단어 같은 추상적인 것들을 사랑했다. 오베는 손에 쥘 수 있는 것들로만 채워진 남자였다. 그는 드라이버와 기름 여과기를 좋아했다. 그는 손을 주머니에 찔러 넣은 채 인생을 살아갔다. 그녀는 춤을 췄다. “모든 어둠을 쫓아버리는 데는 빛줄기 하나면 돼요.” 언젠가 그가 어째서 늘 그렇게 명랑하게 살아가려 하느냐고 그녀에게 물었을 때, 그녀는 그렇게 말했다. --- pp.162~163 세상 사람 모두가 그녀가 무엇을 위해 싸우는지 알아야 한다. 그게 사람들이 했던 얘기였다. 그녀는 선을 위해 싸웠다. 결코 가져본 적 없는 아이들을 위해 싸웠다. 그리고 오베는 그녀를 위해 싸웠다. 왜냐하면 그녀를 위해 싸우는 것이야말로 그가 이 세상에서 제대로 아는 유일한 것이었으니까. --- p.280 “다른 집 아내들은 자기가 머리를 새로 한 걸 남편들이 못 알아본다는 이유로 짜증을 내잖아요. 제가 머리를 하니까 우리 남편은 내가 달라졌다고 며칠 동안 짜증을 내더라고요.” 소냐는 그렇게 말하곤 했다. 그게 오베가 무엇보다 그리워하는 것이다. 모든 것이 늘 같은 것. 오베는 사람들은 제 역할이 필요하다고 믿었다. 그는 언제나 제 역할을 했다. 누구도 그에게서 그걸 빼앗아갈 수 없었다. --- p.353 사람이란 근본적으로 시간에 대해 낙관적인 태도를 갖고 있다. 우리는 언제나 다른 사람들과 무언가 할 시간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그들에게 말할 시간이 넘쳐난다고 생각한다. 그러다 무슨 일인가가 일어나고 나면, 우리는 그 자리에 서서 ‘만약’과 같은 말들을 곱씹는다. --- p.360 자기가 틀렸다는 사실을 인정하기란 어렵다. 특히나 무척 오랫동안 틀린 채로 살아왔을 때는. --- p.410 |
“인생 최악의 순간, 최고의 이웃을 만나다!”
홀로 외로운 시간을 견디고 있을 당신을 위한 ‘성가신 이웃’의 ‘따뜻한 오지랖’ 매일 아침 6시 15분 전, 알람도 없이 한 남자가 일어난다. 항상 같은 시간, 같은 양의 커피를 내려 마신다. 커피포트에 남는 커피의 양도 언제나 일정하다. 그러고는 마을 시찰을 나선다. 시설물들이 고장 난 것은 없는지,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누군가 ‘고장 낸’ 것은 없는지 확인하러. 40년 동안 한집에서 살고, 같은 일과를 보내고, 한 세기의 3분의 1을 한 직장에서 일한 59세 남자 오베. 그에게 31세 젊은 관리자들은 말했다. ‘이제 좀 느긋하게 살면 좋지 않겠느냐’고. 이 한 마디와 함께 오베는 자신의 일생을 바친 직장에서 쫓겨난다. 그저 ‘이전 세대’가 되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이렇게 된 상황에 반년 전 떠난 아내의 빈자리가 유난히 크다. 하지만 아내가 없다는 이유로, 그래서 자신이 힘들다는 이유로 모두들 자리를 비운다면 세상은 어떻게 돌아가겠는가? 그렇기에 오베는 단 한 번도 결근하지 않았다. 늘 같은 일상을 반복해왔다. 하지만 이제는 책임져야 할 사람도, 일자리도 없다. 살아가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한 오베는 다짐한다. 아내 뒤를 따라가기로. 튼튼한 고리와 밧줄도 준비해 두었다. 그런데 어떤 성가신 가족이 이사를 와서 그를 방해한다. 오베가 딱 싫어하는 타입의 인간들이다. 트레일러도 후진 못 시키는 멍청한 남자와 만삭의 임신부, 그리고 되바라진 꼬맹이들까지 아주 엉망진창이다. 게다가 이웃이랍시고 자꾸 오베 인생에 참견을 하기에 이르는데……. 아, 왜 조용히 죽는 것도 맘대로 하게 놔두질 않는 거냐고! “함께 살아간다는 건, 아무도 모르게 매일 일어나는 기적이었다!” ‘사람’을 살아가게 하는 힘은, 결국 ‘사람’ 한 사람의 인생이 끝나기도 전에 그 사람이 구식이 되어버리는 세상과 키보드도 없는 아이패드를 사용하면서 자기 손으로 타이어 하나 갈아 끼우지 못하는 바보 같은 사람들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어 외톨이가 되기를 자처하는 남자 오베. 그러나 그는 도움을 청하는 이웃들의 손길을 차마 내치지 못해 마을의 해결사 노릇을 하게 된다. 소설은 모든 일에는 정도가 필요하다고 믿으며 질서에서 벗어나는 건 참을 수 없는 융통성 제로인 지독한 원칙주의자가 이웃들을 통해 점차 변화해 가는 모습을 감동적으로 그려낸다. 나와는 너무 다르다고 생각했던 타인과 가까워지고 우정을 나누게 되는 과정은 고립과 소외, 무관심의 시대를 지나고 있는 우리에게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저자 프레드릭 배크만은 이번 리커버판을 통해 “서로 다른 인간과 함께 살아간다는 건 지독히 힘든 일임을, 그러나 그들 없이 살아가기란 참으로 버겁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이 책은 온기가 필요한 이들에겐 따뜻한 위로를, 일상에 지친 이들에겐 편안한 웃음을, 삶의 방향성을 잃어버린 이들에겐 이정표가 되어줄 것이다. 무엇보다 사회가 각박하고 삭막할지라도 우리는 관계 안에서 함께 울고 웃어야 함을, 사람을 살아가게 하는 힘은 결국 사람임을 깨닫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