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03년 08월 12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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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03쪽 | 480g | 153*224*30mm |
ISBN13 | 9788984311046 |
ISBN10 | 8984311049 |
발행일 | 2003년 08월 12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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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03쪽 | 480g | 153*224*30mm |
ISBN13 | 9788984311046 |
ISBN10 | 8984311049 |
우리 집은 숭의동에 있었다. 도원야구장으로부터 도보 10분 거리다. 집 근처에 전철역이 생겼다. 역이 생기기 전에는 전철을 타려면 제물포역 또는 동인천으로 갔다. 역이 생기며 운동장역으로 간판이 붙었다. 어느 순간 역 이름이 이상했는지 역명이 도원역으로 바뀌었다.
나는 집에서 15분 거리에 있는 광성고등학교를 다녔다. 우리 학교에서는 도원야구장이 다 보인다. 왜냐하면 학교가 도원야구장 바로 뒷산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야구경기가 있는 날 학교에는 몇명의 아저씨들이 야구 볼 돈이 없었는지, 아니면 운치있게 즐기고 싶어서인지 운동장에 운집해 있곤 했다.
고등학생 때 태평양 돌핀스가 인천 연고지 팀이었는데 우리 학교에는 인천 연고 야구팀의 성적과 고3의 대입성적과는 반비례 한다는 풍문이 있었다. 이게 상당히 일리 있는게 야간 자율학습을 하고 있을 때 도원구장에서 야구가 열리면 팬들의 응원소리가 바로 옆에서 하는 것처럼 크게 들렸다. 이러니 공부가 되겠는가? 어웨이 팀이 해태가 아닌 경우 대략 홈팀의 접수까지 맞출 수 있었다. 함성에는 규칙성이 있었다. 와~하고 길게 이어지면 홈런이고, 와~하다가 아~하는 탄식으로 바뀌면 외야로 날아간 타구가 잡힌 것이다. 대충 이런 일련의 소리를 갖고 점수를 계산하면 얼추 비슷하게 맞힐 수 있었다.
그러나 해태가 상대팀이면 얘기가 다르다. 어느 팀이 홈팀인지 헷갈렸다. 인천에 그만큼 전라도 출신 사람이 많이 산다는 걸 그 때는 몰랐다. 그 때는 그냥 해태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고만 생각했다.
내가 고3일 때 태평양 돌핀스는 아깝게 준우승을 했다. 정말 아까웠다. 그리고 내 수능성적은 적확히 돌핀스의 성적과 반비례했다.
간혹 지인들이 내게 어느 팀을 응원하냐며 묻는다. 나는 작년까지 넥센을 응원한다고 했다. 인천 사람인데 왜 SK를 응원하지 않냐고 물으면 그냥 왠지 넥센이 인천의 적자라는 느낌이 들어서라고 한다. 인천 사람 중엔 나처럼 넥센으로 간 사람이 있고 SK에 머문 사람이 있다.
98년도에 현대 유니콘스가 인천 연고지 팀으로는 사상 처음 우승을 했단다. 나는 그 때 군대에 있었다. 암튼 태평양은 현대로 넘어갔고, 현대는 우승을 했다. 그러더니 어느 날 서울로 가고 싶단다. KBO에서 허락을 안 해 줘서 그랬는지 수원으로 갔다. 그러다가 목동으로 갔다.
현대가 떠난 자리에 SK라는 팀이 들어왔다. '인천 SK'라며 구호를 외치는 데 뭔가 아닌 듯 싶더라. 쌍방울이 해체되면서 상당 수의 선수들이 SK로 왔던 기억이 난다. 몇년 후 인천의 아들이라며 현대에 있던 김경기 선수를 SK로 보내온 기억도 난다. 그런데 내 맘 속에는 좀 밉긴 해도 현대가 남아 있었다.
인고, 동산고, 제고 등 인천 출신 선수들이 현대에 꽤 있었던 기억이 있다. 난 그래서 현대를 응원했다. 넥센으로 넘어가면서 현대는 사라졌지만 다시 SK로 돌아올 마음은 별로 안 생겼다. 그래서 그냥 넥센을 응원했다.
작년 플레이오프에서 넥센과 SK가 만났다. 인천에 사는 친구들이 어렵사리 표를 구했다며 오라고 했다. 아내에게 양해를 구하고 문학구장으로 갔다. 홈팀인 SK측에 앉아 있었다. 친구들은 열광적으로 SK를 응원했다. 나는 겉으로 SK를 응원하는 척 했지만 마음은 속일 수 없었다. 넥센이 안타를 치면 기뻤다. 그리고 아웃되면 슬펐다. 친구들은 나를 놀렸다. 그래도 괜찮았다.
결국 SK에 패했다. 씁쓸했다.
코리안시리즈 표를 어렵게 구했다며 친구에게 연락이 왔지만 크게 가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아 못 간다고 사과를 하고 가지 않았다.
인천을 연고지로 한 팀들은 자주 바뀌었다. 그럴 때마다 속상했다. 삼미 슈퍼스타즈, 청보 핀토스, 태평양 돌핀스, 현대 유니콘스... 모두 내 유년 시절을 함께 한 팀이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 어린이 회원에 가입하지 못했지만 야구가 열리는 날이면 자주 도원 구장에 갔다. 주차장에서 넘어오는 파울볼을 주으려고 기다리는 재미가 쏠쏠했다. 그 때 어린이 입장료가 500원이었는데 내게는 정말 큰 돈이었다. 그래서 정식 입장은 거의 못하고 8회가 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마지막 열기를 느끼러 들어가곤 했다.
책을 통해 삼미 슈퍼스타즈의 역사를 알 수 있었다. 이런 훌륭한 팀이 인천을 연고로 했었다는 게 자랑스럽다. 그리고 그립다. 그 시절이 그리운 것 같다. 철 모르던 어린 시절 야구장에 친구들과 삼촌과 가곤 했던 그 때 생각이 난다.
프로라는 말은 참 잔혹한 말이다. '프로는 성적으로 말한다'는데 무슨 수를 써서라도 성적이 잘 나와야 한다는 얘기처럼 들린다. 결국 남을 짓밟고 이겨야 내가 살아남는다는 말과 같다. 함께 잘 살기는 어려운 일이다.
같은 프로팀에서도 연봉차가 꽤 나는 걸로 알고 있다. 내가 만약 연봉을 적게 버는 선수라면 어떤 생각이 들까? 물론 잘하는 만큼 많은 돈을 받을 수는 있겠지만 그게 너무 많은 차이가 난다면 나도 열심히 노력해서 저 선수처럼 많은 돈을 벌고 싶다는 마음 보다, 지금 내 옆의 선수가 그 많은 돈을 받는 것에 질투심이 더 강하게 들 것 같다. 미워하는 마음도 생기지 않을까? 겉으로는 팀플레이를 강조하지만 속으로는 개인 성적에만 치중하지 않을까? 계량화된 지표에서 팀 기여도를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프로...무서운 말이다. 난 그래서 그냥 아마추어로 산다. 프로가 되는 건 좀... 그렇다. 물론 되고 싶다고 되는 것도 아니구.
최근 몇 년간 야구에 대한 관심을 거의 끊었었는데 이 책을 통해 내가 한 때는 야구에 미쳤었구나 하는 걸 상기했다. 그런데 어쩌지. 나는 이제 2~3시간 씩 프로야구를 보는 것 보다 내 건강을 위해 2~30분 걷는 사람으로 바뀌었는 걸^^
꿈보다 해몽이 좋다는 말은 이럴때 쓰나보다.
승률 0.125의 팀을 자본주의의 음모에 빠지지 않은 품격있는 팀으로 탈바꿈시키다니.
두서없이 생각나는대로 써내려간 듯한 말들은 일관성 있게 어떤 메세지를 전달한다. 내가 느끼기에 그 메세지는 잃어버린 꿈이나 인간성 같은 것이다.
소설의 말미에 이르러 그 메세지는 명확해진다. '프로'로서 행동하기를 강요당하는 사회분위기 속에서 삼미슈터스타즈는 전혀 프로답지 못한 프로 팀이었지만, 사실은 잃어버린 꿈과 같은 존재였다는 것. 그 팀을 추억하고 '치기힘든 공은 치지 않고, 잡기힘든 공은 잡지 않음'으로써 인간성을 회복하게 된다는 것.
'그녀는 프로다. 프로는 아름답다'는 광고 유행어의 뒷배경에는 늦은 밤까지, 성과를 낼때까지, 집에서 기다리는 가족의 저녁밥을 희생시켜 여성의 노동력을 착취하려는 시장경제의 비인간성이 있다고 해석한다. 농담처럼 했던 '왜 이래 아마추어처럼'... 이 말도 그렇게 따지고 보면 알게모르게 학습된 자본주의의 결과물인 것이다.
과장되지만 그럴지도 모르겠다고 고개를 끄덕이며 읽어가는 것이 이 책의 매력이다. 무엇보다 재미있게 읽었다.
알겠는데...그럼 어떡하란 말인가. 이미 너무 깊숙이 빠져들어 삼미슈퍼스타즈를 그리워하기에는 늦었다는 생각이들고, 더구나 나는 OB베어스 팬이었는데.
짬짬이 활짝핀 목련, 벚꽃 사이로 따라 들어오는 파란하늘을 고개들어 바라볼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