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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공제 2003 제1회 올해의 책 후보도서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 제8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한겨레문학상 -08이동
리뷰 총점8.6 리뷰 267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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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본 도서의 개정판이 출간되었습니다.

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3년 08월 12일
쪽수, 무게, 크기 303쪽 | 480g | 153*224*30mm
ISBN13 9788984311046
ISBN10 898431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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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YES24 리뷰 YES24 리뷰 보이기/감추기

직장인 이야기, 야구 이야기, 직장인이 야구하는 이야기
--- 김병희(http://blog.yes24.com/cbang36)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은 직장인에 대한 소설이다. 아니지, 야구에 대한 소설이다. 그렇군, 야구 하는 직장인에 대한 소설이다. 소설 속 직장인들이 야구를 하는 데다가, 프로야구 선수 역시 어느 모로 보나, 직장인이다. 그들은 모두 정해진 시간에 출근해서, 정해진 시간에 퇴근하고, 한 달에 한 번쯤 성과에 따라 오르내리는 월급을 받는다. 그리고, 가끔 잘리기도 한다. 그들은 '프로'라고 불리며, 팀에 소속되어 있다.

프로야구 출범과 함께 냉큼 해태 타이거즈 팬클럽에 이름을 올렸던 나는 삼미 슈퍼스타즈에 대해 별 생각이 없었다. 프로야구 원년엔 김성한 아저씨도 10승대 투수였다는 것, 해태 타이거즈 등록 선수가 20명이 채 안 됐다는 것 정도가 원년의 낭만일 따름이다. 해태 타이거즈에 대해서는 원년의 낭만보다 중요하고도 또렷한 추억들이 많다.

무등산 폭격기가 메이저리그 가겠다고 버티다가 테러 위협에 시달려 국내 프로야구에 주저앉고, 바람의 아들은 '광주 물가가 서울 물가랑 같냐?'는 한 마디에 LG 선수들보다 턱없이 부족한 금액에 계약서 도장을 찍으면서, 삼손 이호성이 '야구는 돈 가지고 하는 게 아니란 걸 보여주겠다'고 다짐하며 이룬 V9의 신화가 그것이다.

삼미 슈퍼스타즈는 이 행복한 기억에 생뚱맞게 끼어있다. 아무래도 기억할 수밖에 없는 것은 어처구니를 한참 상실한, 슈퍼맨 판타롱에 방망이를 든 마스코트 때문인 듯 하다. 결국은 당나귀로 교체된 그 슈퍼맨 말이다. 소설 속에서 박민규는 조세희가 난쏘공에 도표 끼워넣듯, 삼미 슈퍼스타즈의 기록과 자료를 모아 보여주는 데에 열중한다.

한 시즌 승률 1할 2푼 5리, 특정 팀 상대 전패, 한 시즌 최소 승수 등 불멸의 기록으로 명명해 가며 몇 장에 걸쳐 연재하고, 후속편으로 한 시즌 400이닝 이상을 던져 30승을 거두고도 다음 시즌 태업을 일삼은 장명부, 그 한국 야구 역사상 가장 희한한 투수 얘기 역시 빼놓지 않는다. 이 말은 꼭 하고 싶은데, 전쟁이 나지 않는 한, 장명부 같은 투수는 앞으로 절대 없을 것이다.

해태 타이거즈 등 뭇 야구팀들이 프로페셔널의 멍에를 지고 힘겨운 싸움을 죽자고 하고 있을 때, 삼미 슈퍼스타즈는 잘 할 때나 못 할 때나 그들만이 할 수 있는 야구를 펼쳤다는 것이 박민규의 주장이다. '치기 힘든 공은 치지 않고, 받기 힘든 공은 받지 않는' 야구를 위해, 마치 일부러 뽑은 듯 선수 이름도 그 모양이었다는 대목을 읽은 곳이 마침 지하철이었다는 게 나는 못내 아쉽다. 감사용, 정구왕, 김바위, 금광옥 등은 과연 그의 지적이 아니더라도 입 안이 얼얼한 이름들이다.

짧았던 삼미의 역사가 끝이 나면서, 직장인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대체 왜 유니셰프는 구호해줄 생각을 하지 않았는지 모를' 유년기를 보낸 주인공은 다시는 삼미 슈퍼스타즈 소속으로 살지 않으리라 결심한다. 1위 팀을 골라 응원해야 하는 것처럼 학교, 회사 모두 1위여야 한다는 굳은 신념은 과연 쓰라린 패배를 맛본 사람만이 굳게 지킬 수 있는 것이다. 삼미를 떠난 그는 행복했느냐고? 과연 그는 그의 그 생각대로 살았지만 결국 자유 계약, 혹은 웨이버 공시, 정확하게 퇴출되는 운명을 맞는다. 82년 요란하게 시작했던 프로페셔널의 세계는 음모로 밝혀진다.

어느 팀 팬인지는 모르겠지만, 회사를 그만두는 동료에게 '뭐, 누구는 한 10년 회사 다니나?'라고 뱉었지만, 그렇게 나가는 것이 어떤 것인지, 나가지 않는 난 사실 할 말이 없다. 덕아웃에서 선수들끼리 그렇듯, '파이팅'이나 한 번 외치기로 한다. 박민규가 말한 것처럼, 인생의 즐거움에 관한 한 프로페셔널 프랜차이즈란 쥐약이기 때문이다. 덩달아, 회사에서 글을 쓰고 있는 지금, 한 번 써본 사직서가 들어있는 책상 서랍 맨 아래 칸이 마치 내 허벅지라도 된 것처럼 근질근질하다.

줄거리 줄거리 보이기/감추기

1982년은 한국에서 프로야구가 탄생한 해였다. 각 도시를 연고로 6개의 프로야구팀이 탄생했고, 이중 <나>가 살고 있는 인천을 대표하는 팀이 다름 아닌 <삼미 슈퍼스타즈>였다.
생전 처음 접하는 <프로야구>에 대한 설렘으로 <나>와 친구들은 열광하고 국민학교 졸업을 앞두고 있던 <나>는 친구들과 함께 삼미 슈퍼스타즈의 어린이 회원이 된다. 그리고 그 해 3월 27일, 한국에서 최초의 <프로야구>가 시작된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삼미 슈퍼스타즈는 열 번을 싸워 아홉 번을 지는(1할 2푼 5리의 승률을 자랑하는) 최악의 팀이었다. 때문에 삼미의 어린이 회원이었던 <나>는 만년 꼴찌이자 상식을 초월한 이 야구팀의 회원이란 이유로 지워지지 않는 유년기의 상처를 안게 된다. 결국 함께 회원 가입을 했던 친구들도 배신을 하고 <나>는 삼미를 버리지 않은 유일한 친구 조성훈과 함께 눈물과 오열과 한으로 점철된 삼미 슈퍼스타즈의 팬클럽을 끝까지 지켜나간다. 그 결과 두 소년은 세상을 비관하고 자살을 꿈꾸는 시니컬 보이로 성장하고, 삼미 슈퍼스타즈는 패배에 관한 프로야구의 모든 기록을 쌓아올린 후(실로 금자탑이라 부를 수 있는) 매각된다.

삼미의 고별전을 보고 온 날, 고교생이 된 <나>는 결심한다. 모든 문제는 자신이 꼴찌팀 삼미의 소속인 데서 비롯되었다고 믿은 <나>는 - 소속에 대한 강한 콤플렉스로 공부에 매달리기 시작한다. 결국 <일류대>에 합격, 자신의 <소속>을 바꾸는 데 성공하는 <나>, 하지만 <나>의 대학생활은 지리멸렬하고, 우여곡절 끝에 유일한 친구인 조성훈은 일본으로 건너가고, 아버지의 건강악화로 집안의 몰락을 경험한 <나>는 <일류대>의 졸업장을 앞세워 대기업에 들어간다. 다시 한번 인간의 삶은 <소속>에 의해 결정된다고 굳게 믿는 <나>

그리고 세월이 흐른다.
1998년의 <나>는 대기업의 직원이고 이미 결혼을 해 가정을 꾸린 상태이다. 하지만 필요이상으로 바쁜 회사생활은 <나>의 결혼생활에 금이 가게 만든다. 결국 <나>는 이혼을 하게 되고 설상가상으로 IMF의 여파에 밀려 구조조정의 희생양이 된다.

그리고 실직의 쇼크에 시달리던 <나>의 앞에 조성훈이 나타난다. 일본에서 불법체류자 생활과 홈리스 생활을 하다 돌아온 그는 <나>에게 삼미 슈퍼스타즈의 팬클럽을 다시 결성하자는 황당한 주장을 하고 여러 가지 우여곡절 끝에 <나>는 - 이제는 지상에서 사라진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에 가입한다. 그들의 목표는 이 <프로>의 세계 속에서 다시 한번 삼미 슈퍼스타즈의 야구를 복원하는 것. 그것은 20년 전의 어느 날 - 갑자기 모든 국민이 <프로>가 되어야만 했던 우리의 삶을 복원하는 일이었다.

필요 이상으로 바쁘고, 필요 이상으로 벌어야 하고, 필요 이상으로 일해야 하는 - 또 그것을 당연하게 생각해야만 하는 이 세계의 한 복판에서, 이제 <나>는 생각한다. 왜 우리가 <프로>로 살아야 하는가?
그리고 <나>를 비롯한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회원들의 "치기 힘든 공은 치지 않고, 잡기 힘든 공은 잡지 않는" <야구>가 시작된다.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후일담 소설의 단골메뉴로 등장하던 "1980년대"라는 유령이 다시 돌아왔다.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이라는 조금은 생소한, 그러나 유쾌한 버전으로.

주인공은 프로야구단이 창설된 1982년을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다.

"37년 만에 야간통행금지가 해제되고, 중·고생의 두발과 교복자율화가 확정됨은 물론, 경남 의령군 궁유지서의 우범곤 순경이 카빈과 수류탄을 들고 인근 4개 마을의 주민 56명을 사살, 세상에 충격을 준 한해였다. 또 건국 이후 최고경제사범이라는 이철희·장영자 부부의 거액어음사기사건과 부산미문화원 방화사건이 일어난 것도, 이스라엘이 레바논을 침공하고, 팔레스타인 난민학살이 자행되고, 소련의 브레즈네프가 사망하고, 미국의 우주왕복선 콜롬비아호가 발사되고, 끝으로 비운의 복서 김득구가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벌어진 레이 '붐붐' 맨시니와의 WBA 라이트급 타이틀전에서 사망한 것도 바로 그해의 일이었다."

여기에 엘리트 학생복지와 국풍81, 댄스그룹 둘리스, 민병철 생활영어 같은 세세한 소품들이 더해져 소설은 마치 영화 <친구>나 <품행제로> <해적, 디스코왕되다>를 보는 듯한 복고적 스타일을 연출하고 있다. 그리고 소설은 이러한 현실적 배경을 뒤로한 채 곧바로 <삼미 슈퍼스타즈>라는, 실재했던 괴짜구단으로 시선을 옮겨간다. 이 소설이 삼미 슈퍼스타즈를 주목하는 이유는 단순명료해 보인다. 늘 패배만 하고 살아온 우리 시대의 자화상과 닮아 있기 때문이다.

주변인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 그리고 경쟁사회에 대한 유쾌한 풍자
팀 최다 실점, 시즌 최소 득점, 1게임 최다 피안타, 팀 최다 홈런 허용, 최다 사사구 허용, 시즌 최다병살타 등을 기록으로 갖고 있는 삼미 슈퍼스타즈는 1985년 청보 핀토스로 매각되기까지 1983년 한해를 제외하고는 만년 꼴찌였다. 등장인물들 역시 삼미 슈퍼스타즈의 전적 만큼이나 화려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일류대학에 진학해 대기업에 입사했으나 IMF의 여파로 구조조정의 대상이 된 주인공. 주인공의 곁에서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을 결성하기까지 수많은 조언들을 해준 조성훈-그는 후에 프라모델 숍의 주인이 된다. 분식집 주인이 된 직장 동료, 3명의 애인과 7명의 섹스파트너를 갖고 있는 '그녀', 홍대 앞 카페 주인 조르바와 PC방에서 만난 친구들…

이런 "주변인들"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은 경쟁과 죽음을 부추기는 현대 자본주의에 대한 풍자와 만나 색다른 소설적 감흥을 준다.

조성훈의 입을 통해 작가는 말한다.

…전부가 속았던 거야. '어린이에겐 꿈을! 젊은이에겐 낭만을!'이란 구호는 사실 '어린이에겐 경쟁을! 젊은이에겐 더 많은 일을! 시키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보면 돼. 우리도 마찬가지였지. 참으로 운 좋게 삼미슈퍼스타즈를 만나지 못했다면 아마 우리의 삶은 구원받지 못했을 거야. 삼미는 우리에게 예수 그리스도와도 같은 존재지. 그리고 그 프로의 세계에 적응하지 못한 모든 아마추어들을 대표해 그 모진 핍박과 박해를 받았던 거야. 이제 세상을 박해하는 것은 총과 칼이 아니야. 바로 프로지! 그런 의미에서 만약 지금의 세상을 구원하기 위해 다시 한번 예수가 재림한다면 그것은 분명 삼미슈퍼스타즈와 같은 모습일 것이라고, 나는 생각해…

<삼미 슈퍼스타즈>를 둘러싼 화자와 "주변인들"간의 대화, 아무런 의미도 없고 논리적 연관성도 없어보이는 수사들 속에는 엄혹한 현실에 대한 풍자와 이런 현실 속에서도 자신들만의 가치를 지켜가려는 이들에 대한 연민이 숨어 있다.

다양한 문화적 코드와 유니크한 어조를 기반으로 한 문장의 강력한 힘
이러한 서사들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박민규만의 독특한 문체가 가지는 힘이라고 할 수 있다. 인터넷 게시판 글쓰기와도 같은 속도감있고 밀도 있는 문장, 만화적 상상력과 하루키를 연상케하는 낭만적 모티브는 소설이 줄 수 있는 모든 재미를 한꺼번에 선사하고 있다.

90년대 쏟아지기 시작해 지금은 그 흔적이 묘연한 소위 "신세대문학" 그리고 기성작가들의 고전적 글쓰기와 일정한 선을 긋고 있으면서도 그 진중함과 소설적 가치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새로운 작가의 탄생을 예감할 수 있는 지점이다.

그런 의미에서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이 80년대를 주무대로 하고 있으나 80년대의 그것들과는 또 다른 소설미학을 보여주고 있다는 사실이 결코 우연은 아닐 것이다.

기발하고 유쾌한 상상력, 현실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 결코 가볍지 않은 주제의식 이들이 어우러져 빚은 독특한 빗깔의 소설. 제8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이다.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은 처음에는 응모작 가운데서 눈에 잘 띄는 작품은 아니었다. 그러나 일단 잡게 되면 단숨에 읽어치우게 되는 재미와 설득력을 가지고 있었다. 심사위원들 사이에 ‘가벼움’이 잠깐 문제로 떠올랐지만 그 가벼움은 이 소설의 주제이기도 했다. ‘하잘것없는 인생’에 대한 서술이면서도 팬클럽 결성과 야구 시합의 결미 부분에 가서 전망은 경쾌하게 열리고 있다. 임시직 노동자, 청년 실업자, 신용 불량자가 수백만씩 되는 무한경쟁 사회에서 이 소설은 개그 같은 말 솜씨로 일상의 소중함을 일깨운다. --- 황석영(소설가)

자본주의 세계권력에 대한 통렬한 비판의식은 결코 가벼운 주제가 아니다. 그런데도 이 소설이 가볍고 재미있게 읽히는 것은, 소설을 드는 순간, 다양한 문화적 코드와 유니크한 어조를 기반으로 한 문장의 강력한 힘에 의해 우리가 ‘박민규식 에스컬레이터’에 자연스럽게 태워지기 때문이다. 가벼운 것과 무거운 것을 자유자재 섞어 향기로운 이야기로 빚어낼 수 있는 신인 작가를 만나는 일은 분명히 우리 소설 작단의 축복이자 희망이다.
--- 박범신(소설가)

현대 젊은 세대의 경쾌하면서도 치열한 삶의 자세를 스포츠 열기로 상징화한 감각성이 돋보였다. 실재했던 삼미 슈퍼스타즈 야구팀을 매개로 한 등장 인물들의 운명의 부침은 곧 현대인 모두가 피해갈 수 없는 삶의 실체이기도 하다. 특히 감각적인 문체와 스포츠를 통한 인생론이 탁월하다.
--- 임헌영(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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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리뷰 (267건) 리뷰 총점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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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내용 평점3점   편집/디자인 평점3점 바*남 | 2019.07.31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우리 집은 숭의동에 있었다. 도원야구장으로부터 도보 10분 거리다. 집 근처에 전철역이 생겼다. 역이 생기기 전에는 전철을 타려면 제물포역 또는 동인천으로 갔다. 역이 생기며 운동장역으로 간판이 붙었다. 어느 순간 역 이름이 이상했는지 역명이 도원역으로 바뀌었다.  나는 집에서 15분 거리에 있는 광성고등학교를 다녔다. 우리 학교에서는 도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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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집은 숭의동에 있었다. 도원야구장으로부터 도보 10분 거리다. 집 근처에 전철역이 생겼다. 역이 생기기 전에는 전철을 타려면 제물포역 또는 동인천으로 갔다. 역이 생기며 운동장역으로 간판이 붙었다. 어느 순간 역 이름이 이상했는지 역명이 도원역으로 바뀌었다.

 

 나는 집에서 15분 거리에 있는 광성고등학교를 다녔다. 우리 학교에서는 도원야구장이 다 보인다. 왜냐하면 학교가 도원야구장 바로 뒷산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야구경기가 있는 날 학교에는 몇명의 아저씨들이 야구 볼 돈이 없었는지, 아니면 운치있게 즐기고 싶어서인지 운동장에 운집해 있곤 했다.

 

 고등학생 때 태평양 돌핀스가 인천 연고지 팀이었는데 우리 학교에는 인천 연고 야구팀의 성적과 고3의 대입성적과는 반비례 한다는 풍문이 있었다. 이게 상당히 일리 있는게 야간 자율학습을 하고 있을 때 도원구장에서 야구가 열리면 팬들의 응원소리가 바로 옆에서 하는 것처럼 크게 들렸다. 이러니 공부가 되겠는가? 어웨이 팀이 해태가 아닌 경우 대략 홈팀의 접수까지 맞출 수 있었다. 함성에는 규칙성이 있었다. 와~하고 길게 이어지면 홈런이고, 와~하다가 아~하는 탄식으로 바뀌면 외야로 날아간 타구가 잡힌 것이다. 대충 이런 일련의 소리를 갖고 점수를 계산하면 얼추 비슷하게 맞힐 수 있었다.

 그러나 해태가 상대팀이면 얘기가 다르다. 어느 팀이 홈팀인지 헷갈렸다. 인천에 그만큼 전라도 출신 사람이 많이 산다는 걸 그 때는 몰랐다. 그 때는 그냥 해태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고만 생각했다.

 

 내가 고3일 때 태평양 돌핀스는 아깝게 준우승을 했다. 정말 아까웠다. 그리고 내 수능성적은 적확히 돌핀스의 성적과 반비례했다.

 

간혹 지인들이 내게 어느 팀을 응원하냐며 묻는다. 나는 작년까지 넥센을 응원한다고 했다. 인천 사람인데 왜 SK를 응원하지 않냐고 물으면 그냥 왠지 넥센이 인천의 적자라는 느낌이 들어서라고 한다. 인천 사람 중엔 나처럼 넥센으로 간 사람이 있고 SK에 머문 사람이 있다.

 

 98년도에 현대 유니콘스가 인천 연고지 팀으로는 사상 처음 우승을 했단다. 나는 그 때 군대에 있었다. 암튼 태평양은 현대로 넘어갔고, 현대는 우승을 했다. 그러더니 어느 날 서울로 가고 싶단다. KBO에서 허락을 안 해 줘서 그랬는지 수원으로 갔다. 그러다가 목동으로 갔다.

 현대가 떠난 자리에 SK라는 팀이 들어왔다. '인천 SK'라며 구호를 외치는 데 뭔가 아닌 듯 싶더라. 쌍방울이 해체되면서 상당 수의 선수들이 SK로 왔던 기억이 난다. 몇년 후 인천의 아들이라며 현대에 있던 김경기 선수를 SK로 보내온 기억도 난다. 그런데 내 맘 속에는 좀 밉긴 해도 현대가 남아 있었다.

 인고, 동산고, 제고 등 인천 출신 선수들이 현대에 꽤 있었던 기억이 있다. 난 그래서 현대를 응원했다. 넥센으로 넘어가면서 현대는 사라졌지만 다시 SK로 돌아올 마음은 별로 안 생겼다. 그래서 그냥 넥센을 응원했다.

 

 작년 플레이오프에서 넥센과 SK가 만났다. 인천에 사는 친구들이 어렵사리 표를 구했다며 오라고 했다. 아내에게 양해를 구하고 문학구장으로 갔다. 홈팀인 SK측에 앉아 있었다. 친구들은 열광적으로 SK를 응원했다. 나는 겉으로 SK를 응원하는 척 했지만 마음은 속일 수 없었다. 넥센이 안타를 치면 기뻤다. 그리고 아웃되면 슬펐다. 친구들은 나를 놀렸다. 그래도 괜찮았다.

 결국 SK에 패했다. 씁쓸했다.

 코리안시리즈 표를 어렵게 구했다며 친구에게 연락이 왔지만 크게 가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아 못 간다고 사과를 하고 가지 않았다.

 

 인천을 연고지로 한 팀들은 자주 바뀌었다. 그럴 때마다 속상했다. 삼미 슈퍼스타즈, 청보 핀토스, 태평양 돌핀스, 현대 유니콘스... 모두 내 유년 시절을 함께 한 팀이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 어린이 회원에 가입하지 못했지만 야구가 열리는 날이면 자주 도원 구장에 갔다. 주차장에서 넘어오는 파울볼을 주으려고 기다리는 재미가 쏠쏠했다. 그 때 어린이 입장료가 500원이었는데 내게는 정말 큰 돈이었다. 그래서 정식 입장은 거의 못하고 8회가 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마지막 열기를 느끼러 들어가곤 했다.

 

 책을 통해 삼미 슈퍼스타즈의 역사를 알 수 있었다. 이런 훌륭한 팀이 인천을 연고로 했었다는 게 자랑스럽다. 그리고 그립다. 그 시절이 그리운 것 같다. 철 모르던 어린 시절 야구장에 친구들과 삼촌과 가곤 했던 그 때 생각이 난다.

 

 프로라는 말은 참 잔혹한 말이다. '프로는 성적으로 말한다'는데 무슨 수를 써서라도 성적이 잘 나와야 한다는 얘기처럼 들린다. 결국 남을 짓밟고 이겨야 내가 살아남는다는 말과 같다. 함께 잘 살기는 어려운 일이다.

 같은 프로팀에서도 연봉차가 꽤 나는 걸로 알고 있다. 내가 만약 연봉을 적게 버는 선수라면 어떤 생각이 들까? 물론 잘하는 만큼 많은 돈을 받을 수는 있겠지만 그게 너무 많은 차이가 난다면 나도 열심히 노력해서 저 선수처럼 많은 돈을 벌고 싶다는 마음 보다, 지금 내 옆의 선수가 그 많은 돈을 받는 것에 질투심이 더 강하게 들 것 같다. 미워하는 마음도 생기지 않을까? 겉으로는 팀플레이를 강조하지만 속으로는 개인 성적에만 치중하지 않을까? 계량화된 지표에서 팀 기여도를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프로...무서운 말이다. 난 그래서 그냥 아마추어로 산다. 프로가 되는 건 좀... 그렇다. 물론 되고 싶다고 되는 것도 아니구.

 

 최근 몇 년간 야구에 대한 관심을 거의 끊었었는데 이 책을 통해 내가 한 때는 야구에 미쳤었구나 하는 걸 상기했다. 그런데 어쩌지. 나는 이제  2~3시간 씩 프로야구를 보는 것 보다 내 건강을 위해 2~30분 걷는 사람으로 바뀌었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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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리뷰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어른들의 슬픈 동화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YES마니아 : 골드 C***e | 2017.09.17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처음으로 2번 산 책이고, 십여 년 전 만에 다시 완독한 소설책이다. 이 소설이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책을 구매해 읽었었는데 그 당시의 감상은 '특이한 루저들의 유쾌한 이야기' 정도였다. 당시 내가 고등학생이었고 나 역시 주인공처럼 좋은 고등학교에서 똑똑한 학생이었으니 그런 감상은 내가 느낄 수 있는 최대치였을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은 자꾸 생각이 났다. 치;
리뷰제목

처음으로 2번 산 책이고, 십여 년 전 만에 다시 완독한 소설책이다. 이 소설이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책을 구매해 읽었었는데 그 당시의 감상은 '특이한 루저들의 유쾌한 이야기' 정도였다. 당시 내가 고등학생이었고 나 역시 주인공처럼 좋은 고등학교에서 똑똑한 학생이었으니 그런 감상은 내가 느낄 수 있는 최대치였을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은 자꾸 생각이 났다. 


치기 힘든 공은 치지 않고 잡기 힘든 공은 잡지 않는다.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것이 다 담긴 이 문장은 치기 힘든 공을 애써 치려고, 잡기 힘든 공을 어떻게든 잡아보려고 노력에 노력을 더하는 사람들에겐 미친 소리로 들릴 말이다. 우리는 허리가 부러져 못 일어날 만큼의 노력을 해야 잘했다는 말을 듣고, 눈코 뜰 새 없이 노력하는 삶을 살면 평범하다는 뜻의 중산층의 이름을 가지는 사회에 살고 있으니깐...

주인공은 삼미 슈퍼스타즈란 야구단 팬클럽에 가입했다가 평범하게 살면 치욕을 겪는 삶이라는 것을 어린 나이에 벌써 경험한다. 그리고선 허리가 부러질 것 같은 삶을 20년 가까이 살아내지만 퇴사를 당한다. 일류대를 나오고, 하루 4시간도 못 자고 회사에 노력해도 일개 개인의 힘이 얼마나 보잘것없는지를 덤덤하지만 슬프지 않게 보여준다.

이 책이 이렇게나 어른들의 슬픈 동화일 줄은 몰랐다. 루저가 아니라 그저 노력을 성실하게 하는 사람들인데 그것이 너무 당연한 것이기에 지랄에 가까운 노력을 하라고 채근하고, 그러지 못하면 낙오자라고 비난한다. 이건 웃긴 이야기가 아니라 2000년대부터 지금까지 일상을 버티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20년의 기간을 두고 읽은 책이 이렇게나 다른 감상을 줄 것은 기대하지 않았는데, 다 읽고 나니 먹먹하고 나 역시 긴 잠을 자야 할 것만 같다.

이제 이 책은 10년 전 주목받던 신인작가의 재기 발랄한 책에서 한국 소설의 유명한 책이 되었다. 이 책은 10년 후에 다시 사서 다시 읽어보고  싶다. 그때는 어떤 감정이 들지 무척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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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YES마니아 : 로얄 s*****l | 2017.04.22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꿈보다 해몽이 좋다는 말은 이럴때 쓰나보다. 승률 0.125의 팀을 자본주의의 음모에 빠지지 않은 품격있는 팀으로 탈바꿈시키다니. ​ 두서없이 생각나는대로 써내려간 듯한 말들은 일관성 있게 어떤 메세지를 전달한다. 내가 느끼기에 그 메세지는 잃어버린 꿈이나 인간성 같은 것이다. ​ ​소설의 말미에 이르러 그 메세지는 명확해진다. '프로'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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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보다 해몽이 좋다는 말은 이럴때 쓰나보다.

승률 0.125의 팀을 자본주의의 음모에 빠지지 않은 품격있는 팀으로 탈바꿈시키다니.

두서없이 생각나는대로 써내려간 듯한 말들은 일관성 있게 어떤 메세지를 전달한다. 내가 느끼기에 그 메세지는 잃어버린 꿈이나 인간성 같은 것이다.

​소설의 말미에 이르러 그 메세지는 명확해진다. '프로'로서 행동하기를 강요당하는 사회분위기 속에서 삼미슈터스타즈는 전혀 프로답지 못한 프로 팀이었지만, 사실은 잃어버린 꿈과 같은 존재였다는 것. 그 팀을 추억하고 '치기힘든 공은 치지 않고, 잡기힘든 공은 잡지 않음'으로써 인간성을 회복하게 된다는 것.

 ​'그녀는 프로다. 프로는 아름답다'는 광고 유행어의 뒷배경에는 늦은 밤까지, 성과를 낼때까지, 집에서 기다리는 가족의 저녁밥을 희생시켜 여성의 노동력을 착취하려는 시장경제의 비인간성이 있다고 해석한다. 농담처럼 했던 '왜 이래 아마추어처럼'... 이 말도 그렇게 따지고 보면 알게모르게 학습된 자본주의의 결과물인 것이다.

과장되지만 그럴지도 모르겠다고 고개를 끄덕이며 읽어가는 것이 이 책의 매력이다. 무엇보다 재미있게 읽었다.

알겠는데...그럼 어떡하란 말인가. 이미 너무 깊숙이 빠져들어 삼미슈퍼스타즈를 그리워하기에는 늦었다는 생각이들고, 더구나 나는 OB베어스 팬이었는데.

짬짬이 활짝핀 목련, 벚꽃 사이로 따라 들어오는 파란하늘을 고개들어 바라볼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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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6건) 한줄평 총점 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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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점5점
너무 재밌어서 순식간에 읽었던 책. 박민규 작가의 신작을 기대하고 기다리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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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 | 2017.11.15
평점5점
학교 수행평가 때문에 사게됬지만 작가의 문체나 비유방식이 너무 좋아 계속 찾게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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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플래티넘 j*****5 | 2017.08.04
평점4점
낭만적인 느낌적인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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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2 | 2017.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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