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우리도 한때 길들지 않은 동물이었다
인간의 빈터 너무도 영장류적인 인간과 늑대 사이에서 2. 나의 늑대가 되어 줄래? 인생, 야생을 초대해 버렸다 큰 개가 필요해 요 녀석, 귀엽지만 파괴적인 왜 복종해야 한단 말인가 목줄 풀고 나란히 걷기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 때로는 동생처럼, 때로는 형처럼 3. 강의실에서 하울링을 기상천외한 강의계획서 여심 사로잡는 법 놀이 본능 + 싸움 본능 말은 해도, 거짓말은 못 한다 사회적 지능의 핵심 사회적 정서의 착각 속임수 독심술 고의성 오직 인간만이 정의롭기에 충분하다 4. 너에게 길드니, 사람이 보인다 좀 거칠게 놀아 보자 아름다운 활주 감전의 추억 사악한 전기 왕복 상자 악은 의외로 평범하다 약한 것에서 악한 것으로 삶이 나를 물어뜯을 때 5. 늑대의 사전에 계약이란 없다 성자와 늑대 신과 늑대 구멍 난 사회계약 자연과 문명, 어느 쪽이 더 야만적인가? 레스토랑의 아비규환 늑대와 소와 참치의 계약 믿음으로 만든 구조선을 타고 6. 행복이란 게 토끼보다 좋은 거야? 누군가 네가 늑대란 사실을 알아챈다면 지구 한 귀퉁이, 우리들만의 은신처 이렇게 사는 게 행복하냐고? 행복에 중독된 세상 평생, 딱 한 번? 잡힐 듯 말 듯 너는 토끼를, 나는 생각을 쫓고 불편하지만 좋은 것 행복은 감정이 아니야 7. 아직은 너를 보낼 수 없어 알코올 중독자와 세 마리 동물의 런던 일기 프랑스 일기, 지옥에서 보낸 한 철 너의 사랑을 잃을까 두려워 이상한 지옥에서 바라본 이상한 천국 사랑의 얼굴들 8. 시간은 롤렉스 시계가 아니잖아 돌 유령 영원한 여름 너 없는 하늘 아래, 네가 잃은 것을 찾다가 미래는 명품 시계가 아니다 시간의 화살 니나의 시간은 둥글게 둥글게 9. 꿈속에서 다시 만나자 둘만의 산책길 시지프스를 바라보다 하루하루, 시지프스의 한 발자국 인생 최고의 순간 삶을 향해 으르렁거리다 최후의 나 나의 늑대 형제에게 감사의 글 옮긴이의 글 |
저마크 롤랜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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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는 전통적으로 인간의 어두운 면을 대표하는 것으로 오인되기도 한다. 이것은 여러 측면에서 모순적인데, 우선 어원만 보아도 그렇다. 그리스어로 lukos인 늑대는 빛light이라는 뜻의 그리스어 leukos에 매우 가깝다. 두 단어는 보통 동의어로 사용되었다.…아폴로는 태양의 신이자 늑대의 신으로 여겨져 왔다. --- p.15
우리는 늑대의 그림자 속에 서 있다. … 늑대의 그림자란 늑대가 드리우는 그림자가 아니라 늑대가 발하는 빛 때문에 인간이 드리우는 그림자를 말한다. 그리고 이 그림자 속에 서서 우리를 뒤돌아보고 있는 것이 바로 우리가 인정하기 싫어하는 인간의 본질이다. --- p.16 가끔 수다쟁이 영장류 대신 내 안의 과묵한 늑대의 소리를 들어야 한다.--- p.23 훈련을 시키는 주체는 내가 아닌 세상이다.--- p.46 간단히 말해 개는 늑대와 매우 다른 환경을 체화해 왔다. … 특히 개는 사람에게 의지하도록 강요되었다. 개는 거꾸로 인간을 이용해 다양한 인지 및 기타 문제들을 해결하는 능력을 고안했다. 개의 입장에서 보면 인간은 매우 유용한 정보 처리 장치이다.--- p.52 누군가를 기억하는 가장 중요한 방법은 그들이 형성하도록 도와준 나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p.72 끝까지 붙으면 상대 개는 곧 숨이 끊어질 것이다. 이런 투지에 찬 녀석이 아침마다 내 얼굴을 핥으며 모닝 키스를 하거나, 하루에도 여러 번 내 무릎에 올라와 쓰다듬어 달라고 한다는 게 믿기 어려울 지경이었다. 그러나 두 가지 모습의 브레닌 모두 내가 결코 잊을 수 없는 한 녀석이었다.--- p.86 늑대도 개도 사람에게 거짓말을 하지 못한다. 그래서 인간은 자신이 이들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 p.88 오랜 진화의 역사에서 우리는 늑대들이 가지 않은 길을 걸었다. --- p.93 화성에서 온 동물행동학자가 늑대와 인간의 성생활을 비교 연구한다고 가정해 보자. 섹스를 한다면 즐기겠지만, 그럴 수 없는 상황이라면 굳이 신경을 쓰지 않는 늑대의 태도가 여러 면에서 더 건전하고 절제되어 있다고 결론 내리지 않을까? --- p.106 내 안의 영장류는 약함을 다루는 심술궂고 우아하지 못한 생명체이다. 그것은 다른 존재를 조작하고 또 그 부작용으로 스스로도 고통받는 약함이며, 삶의 발판인 도덕적 악을 허용하는 약함이다. 하지만 늑대의 기술은 힘에 기반하고 있다. --- p.149 라그나뢰크가 오면 거대한 펜리스울프의 아래턱은 대지를 긁어 대고 위턱은 하늘의 천장에 닿을 것이다. 이때 늑대의 입에서 침이 흘러 강물을 이루었다고 전해지며, 그 강의 이름은 ‘희망’이다. 라그나뢰크가 올 때까지 펜리스울프를 결박할 끈의 이름은 글레입니르Gleipnir,위선자라는 뜻이다.--- p.164~165 홉스는 자연을 약육강식의 세계로 규정했다. 나에게 자연이란 집으로 막 데려왔던 새끼늑대를 연상시킨다. 꼭 껴안아 주고 싶을 정도로 사랑스러운 커다란 갈색 털북숭이 곰 인형, 그러나 파괴력을 겸비했던 브레닌 말이다. 왜냐하면 브레닌이 나의 문명 세계에 들어오기 전에 그런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자연은 우리가 문명이라고 부르는 것보다 더 야만스럽지는 않다.--- p.183 전부는 아니지만 최소한 우리 중 일부는 왜 개를 사랑하는가? … 곰곰 생각해 보니 이런 비유가 좋겠다. 개들이 우리 인간의 영혼 속에 오래도록 잊혀져 있던 깊은 구덩이를 파내기 때문이라고. 그 구덩이 속에는 영장류가 되기 이전의 우리가 살고 있다. 그것은 바로 한때 늑대였던 우리의 모습이다. --- p.186 행복이 무엇이든 그것은 감정이다. 영원토록, 부질없이, 감정을 추구하는 존재. 그것이 인간의 정의이다. --- p.208 인간과 달리 늑대는 감정을 좇지 않는다. 그들은 토끼를 쫓는다. --- p.212 때로는 삶에서 가장 불편한 순간이 가장 가치 있기도 하다. 가장 불편하다는 이유만으로도 가장 가치 있는 순간이 될 수 있다.--- p.221 영장류에게 소유는 매우 중요한 것이다. 영장류는 자신이 소유한 것을 기준으로 자신을 평가한다. 하지만 늑대에게 중요한 것은 소유의 사실이나 소유의 정도가 아니다. 늑대에게 중요한 것은 어떤 종류의 늑대가 되느냐는 것이다.--- p.318 나는 도덕적 문제에 있어서는 결과주의자이다. 행위는 순전히 결과에 따라 옳고 그름이 판단된다고 생각한다. 나는 지옥으로 가는 길이 좋은 의도로 포장되어 있다고 믿는 사람들 중 하나이다. --- 본문 중에서 |
철없는 독신남, 속 깊은 늑대를 만나 길들여지다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들보다도 나이가 어린 27살 철학 교수, 허구한 날 술 마시고 파티를 즐기며 화려한 솔로로 살던 어느 날, 삶에 난 작은 구멍 하나를 발견한다. 어릴 때부터 큰 개들과 어울려 지낸 그는 ‘개’가 필요했다. 그때 마침 신문에 난 광고, “96% 새끼 늑대 판매!” 속는 셈 치고 구경을 간 철학자는 이성을 잃고 만다. 보송보송한 털, 꿀처럼 노란 눈, 모난 데 하나 없이 동글동글한 새끼 늑대에게 한눈에 반했다. 농장주는 철학자에게 혼혈종 늑대개가 아니라 100% 늑대라고 속삭이지만, 이미 마음은 엎질러진 물. 즉석에서 입양하고 만다! 그것은 철학자의 인생을 결정짓고 세계관을 뒤흔드는 만남이었다. 그들의 동거 제1원칙이 (혼자 두면 집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버리기에) 어디를 가든 동행한다는 것이었기 때문. 줄도 묶지 않고, 앞서지도 뒤서지도 않고 나란히. 그게 가능하냐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늑대 ‘브레닌’은 그 어떤 인간보다 의연하고, 우아했으며, “누구보다 존경하고 본받고 싶은” 철학자의 ‘늑대 형제’로 성장했다. 늑대, 개의 가면을 쓰고 인간의 위선을 바라보다 저자는 뒷마당에 개를 묶어 두는 사람들에게 호언한다. 전형적인 먹이를 무시하도록 늑대를 훈련하는 것이 가능하다면, 오라고 부르면 오도록 개를 훈련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본말이 전도된 것 같지만 근거 없는 자신감은 아니다. 물론 개와 늑대는 다르다. 학자들은 전 세계 500여 견종 모두 15,000년 전 늑대의 후손이라고 추정한다. “늑대가 인간 집단에 애착을 느껴 개가 된 시점”(62쪽)이 있다는 것. 그 후 15,000년간 개는 마법의 세계에 길들여졌다. 반면 늑대는 여전히 역학적 세계에 살고 있다. 그들의 몸속엔 서로 다른 역사가 흐르고 있다. 인간이 지배하는 마법 세계에서는 스위치를 누르면 불이 켜진다. 반면 늑대가 살아온 자연 세계는 부러져 덜렁거리는 나뭇가지 밑으로 지나면 위험하다는 역학적 질서가 지배한다. 이 역학적 지능을 힘이 아닌 논리로 이해시킨다면, 소통도 훈련도 가능하다.(49~51쪽) 브레닌은 4일 만에 목줄 없이 나란히 걷기를 터득해 문밖으로 나섰다. 강의실에서는 길게 하울링하고, 파티장에서는 여심을 사로잡고, 어디를 가나 인기 만점이지만, 브레닌이 늑대란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숨겨야 하는 상황에서는 철저히 ‘개’(말라뮤트)라고 사람들을 속였기 때문이다. 1990년대 말 미국은 치밀한 남획 정책 끝에 야생 늑대가 절멸해 가던 시점이었다. 사실상 늑대를 키우는 건 불법. 이런 상황 속에서 늑대는 개의 가면을 쓰고 인간 세계에 어울려 살면서 거꾸로 인간의 가면을 되비추기 시작한다. 대표적인 인간의 가면은 ‘행복 추구’였다. 지금까지 엄청난 크기의 숲이 희생되어 행복의 비결을 알려 주는 책들이 만들어졌지만 왜 우리는 행복하지 않을까? 저자는 쾌/불쾌와 같은 감각에 의존하여 만족스런 감정 상태를 행복하다고 착각하는 게 인간이라는 데 착안하여, 인류를 ‘행복중독자’라 칭한다. “요컨대 인류의 가장 명확하고 단순한 특징은 감정을 숭배하는 동물이라는 사실일 것이다.”(209쪽) 감정 생산에서 감정 점검으로 초점이 옮겨지는 순간, ‘노이로제’가 발생한다고 한다.(208쪽)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는 어떤 감정을 좇다 못해, 좇기고 있지는 않은가? 반면 다른 동물들, 말하자면 늑대는 감정이 아닌 실체, ‘토끼’를 쫓는다. 늑대는 먹이를 쫓아 30km를 달릴 수 있는 지구력을 가지고 있다. 저자는 브레닌이 토끼의 움직임을 따라 15분까지 숨죽인 채 기다리는 모습을 본 일이 있다. 온몸을 경직시켜 다음 순간을 위해 참고 견디는 일, 그것은 분명 유쾌하거나 즐거운 감정을 선사하진 않을 터. 그러나 브레닌은 토끼를 잡건, 못 잡건, 사냥 시간이 끝나면 눈을 반짝이며 환희에 젖었다. 저자는 그로부터 즐거움과 불편함이 하나 될 때 비로소 행복이 완성된다는 야성의 철학을 발견한다. 지금처럼 길들여지기 전에 나는 누구였을까? 늑대는 아주 오랫동안, 특히 유럽의 동화 속에 등장했고, 대부분 악역을 맡았다. 종종 반인반수 히어로로 변장해 로맨스의 주인공이 되기도 하지만 이 역시 판타지라는 데는 다르지 않다. 우리는 판타지 밖으로 나와서는 단 한 번도 늑대를 만난 적이 없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이 책은 아주 새롭다. 보다시피 이 책은 실화다. 옆집에 사는 개 이름이 사실은 늑대인 걸 당신만 몰랐다고 상상해 보자. 도로 위에, 쇼핑센터에, 비행기에, 페리의 갑판 위에, 파티장에, 함께 있었지만 그 존재를 미처 깨닫지 못했다고 말이다. 여기 인간의 세계에 동참해 상상 초월의 세상살이를 했던 한 마리 늑대의 삶이 펼쳐진다. 둘째, 극과 극의 만남 속에서 극과 극의 실체를 말한다. 우리는 미녀와 야수처럼 특이한 만남에 솔깃해 하곤 한다. 책 속의 두 주인공은 완벽한 극과 극의 만남을 보여 준다. 세상을 지배하는 종과 멸종 위기에 처한 종의 만남이자, 지성과 야성의 만남이다. 인간의 색안경을 벗고 이 만남을 들여다보면 늑대뿐 아니라 늑대라는 거울에 비친 인간의 진실 또한 볼 수 있다. 셋째, 이 책은 늑대를 판타지 속에 구겨 넣었던 우리들, 늑대를 야만과 절대 악의 상징 속에 가두었던 우리도 한때는 늑대였다고 말한다. 야만도 사악함도 아닌 야성 그 자체로서의 늑대 말이다. 귀가 닳도록 들었던, 머리는 내려 두고 가슴은 열라는 말, 그것은 이미 거세된 야성에 귀를 기울이라는 헛된 외침이었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이미 길들여진 짐승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떤 인간이라도 날 때부터 길든 것은 아니었다. 이 책은 바로 세상에 길들여진 채 자신의 참모습을, 삶의 참모습을 잃어버린 사람들 내면에 잠든 야성의 눈을 일깨운다. 즉, 우리 내면에서 멸종 위기에 처한 늑대를 찾는 모험이다. 살짝 훔쳐보는 그들의 동거 일기 훈련 일기 / 일단 줄을 잡고 걷는 법을 익히고 나자 줄을 풀고 브레닌을 걷게 하는 것은 놀랄 만큼 쉬웠다. … 하루 30분씩 훈련해서 4일 만에 목줄 없이도 나란히 걷기에 성공했다. 여름이 끝날 무렵 브레닌은 완전히는 아니지만 거의 기본 언어와 비언어 신호에 익숙해졌다. … 이 훈련은 내가 브레닌에게 준 최고의 선물이었고 내 생애 최고의 업적 중 하나이다. _57~59쪽 여행 일기 / 정처 없이 표류하는 지식인이었던 나와 함께 살면서 브레닌은 자연스럽게 미국, 아일랜드, 영국, 프랑스까지 전 세계를 돌아다녔다. _13쪽 모텔은 몰래 녀석을 데리고 들어가기가 쉬웠다. 방 바로 앞에 차를 세우니까, 사무실에서 주차장을 내다보지만 않으면 늑대 한 마리 몰래 들여 넣기야 식은 죽 먹기였다. 브레닌은 앨라배마, 조지아, 플로리다, 루이지애나, 사우스캐롤라이나, 테네시 등 온갖 대학 캠퍼스의 럭비 경기는 말할 것도 없고 뒤풀이까지 다 참석했다. _79쪽 강의 일기 / 출근 전에 오랜 시간 산책을 했고 사람들이 많은 강의실에 익숙해진 다음에는 강의실 앞쪽 책상 아래 엎드려 잠을 잤다. 데카르트의 ‘외부 세계의 존재에 대한 의심’ 부분을 강의할 때쯤이면 일어나 내 샌들을 물기 시작했다. … 몇 주가 지나자, 녀석은 강의가 반쯤 진행되었을 때 낮잠에서 깨어나 지루하다는 듯 목을 빼고 길게 울곤 했다. 이때 학생들을 흘긋 보면 다들 공감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_76~77쪽 사냥 일기 / 대부분의 시간을 땅에 엎드려 있었고, 근육을 긴장시켜 앞으로 뛰쳐나갈 준비를 한 채 주둥이와 앞발은 토끼에게 향해 있었다. … 브레닌이 15분 동안 기다리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 사냥을 보며 떠오른 것은 다름 아닌 내 인생의 한 부분인 철학이었다. … 브레닌은 가끔씩 녀석이 잡기 너무 벅찬 토끼를 쫓아다녔다. 그리고 나는 내가 생각해 내기 너무 벅찬 생각을 쫓아다녔다. _214~215쪽 놀이 일기 / 브레닌이 어렸을 때 가장 좋아했던 놀이는 소파나 안락의자 쿠션 물고 도망가기였다. … 놀 때는 몰랐다. 그처럼 녀석과 대치하면서 사이드스텝을 연습한 것이 내 럭비 기술 향상에 그토록 도움이 될지.… 브레닌과의 강훈련 덕분에 나는 발끝으로 빠르게 사이드스텝을 밟는 미국 남동부의 날쌘돌이로 등극하게 되었다. _115~116쪽 운동 일기 / 늑대는 앞으로 나아가는 추진력을 발목과 두툼한 발에서 얻는다. 그 결과 다리의 움직임이 훨씬 적으며, 다리는 곧게 뻗은 채로 앞뒤로만 움직이지 아래위로는 움직이지 않는다. … 기본적인 동작은 활주였다. 브레닌은 이제 없지만 녀석을 생각할 때마다 섬세하고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그 본질적 이미지가 내 기억 속에 남아 있다. 이른 아침 앨라배마의 안개 속을 헤치며 땅 위를 가볍고 조용하며 우아한 모습으로 유연하게 미끄러지듯 달리던 늑대의 환영 말이다. _120쪽 산책 일기 / 거칠고 무지막지한 싸움은 항상 자기만큼 크고 공격적이며 폭력적 성향도 비슷한 개와의 사이에서만 일어났다. … 누가 보아도 자기보다 약한 개들에게 브레닌은 무관심하거나 이상할 정도로 친근하게 대했다. 6개월 된 수컷 래브라도 한 마리가 멀리서 브레닌을 향해 달려오고 그 뒤로는 견주가 미친 듯이 달려오던 것이 기억난다. … 결국 래브라도의 머리 전체를 입에 넣고 저항하지 못하도록 저지했다. 그때 래브라도 주인의 표정은 혼자 보기 아까웠다. _140~141쪽 식단표 / 결국 우리는 절충하기로 했다. 나는 채식을 하고, 브레닌은 페스카테리언을 하기로 말이다. … 새로운 식단을 브레닌이 정말 좋아했는지, 특히 치즈를 더해 준 식단은 더 맘에 들었는지 궁금하다. 별로 맘에 안 들었다면, 아마 그래서 내 차를 뜯어 먹었나 보다. _181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