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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결이 바람 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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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결이 바람 될 때

: 서른여섯 젊은 의사의 마지막 순간

[ EPUB ]
리뷰 총점8.6 리뷰 43건 | 판매지수 2,0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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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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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6년 08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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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기기 크레마,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아이폰,아이패드,안드로이드폰,안드로이드패드,전자책단말기(일부 기기 사용 불가),PC(Mac)
파일/용량 EPUB(DRM) | 30.42MB ?
글자 수/ 페이지 수 약 11.6만자, 약 3.8만 단어, A4 약 73쪽?
ISBN13 97889659619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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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 차례

프롤로그
1부_ 나는 아주 건강하게 시작했다
2부_ 죽음이 올 때까지 멈추지 마라
에필로그 | 루시 칼라니티
추천의 글 | 에이브러햄 버기즈
감사의 글
옮긴이의 말

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폴 칼라니티
1977년 뉴욕에서 태어났다. 스탠퍼드 대학에서 영문학과 생물학을 공부했고, 영문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문학과 철학, 과학과 생물학에 깊은 관심을 보이던 그는 이 모든 학문의 교차점에 있는 의학을 공부하기로 마음먹고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과학과 의학의 역사와 철학 과정을 이수한 뒤 예일 의과 대학원에 진학해 의사의 길을 걸었다. 졸업 후에는 모교인 스탠퍼드 대학 병원으로 돌아와 신경외과 레지던트 생활을 하며 박사 후 연구원으로 일했다. 연구 업적을 인정받아 미국 신경외과 학회에서 수여하는 최우수 연구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최고의 의사로 손꼽히며 여러 대학에서 교수 자리를 제안받는 등 장밋빛 미래가 눈앞에 펼쳐질 무렵, 암이 찾아왔다. 환자들을 죽음의 문턱에서 구해 오던 서른여섯 살의 젊은 의사가 하루아침에 자신의 죽음과 맞닥뜨리게 된 것이다.

의사이자 환자의 입장에서 죽음에 대한 독특한 철학을 보인 그는 힘든 투병 생활 중에도 레지던트 과정을 마무리하는 등 삶에 대한 의지를 놓지 않았다. 약 2년간의 투병 기간 동안 ‘시간은 얼마나 남았는가(How Long Have I Got Left?)’, ‘떠나기 전에(Before I Go)’라는 제목의 에세이를 각각 [뉴욕타임스]와 [스탠퍼드메디슨]에 기고했고, 독자들의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2015년 3월, 아내 루시와 딸 엘리자베스 아카디아 등 사랑하는 많은 사람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역자 : 이종인
1954년 서울에서 태어나 고려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한국 브리태니커 편집국장, 성균관대학교 전문번역가 양성과정 겸임교수를 역임했다. 옮긴 책으로 《전쟁터로 간 책들》 《신의 사람들》 《중세의 가을》 《호모 루덴스》 《평생독서계획》 《폴 존슨의 예수 평전》 《신의 용광로》 《게리》 《정상회담》 《촘스키, 사상의 향연》 《폴 오스터의 뉴욕 통신》 《고전 읽기의 즐거움》 《폰더 씨의 위대한 하루》 《성서의 역사》 《축복받은 집》 《만약에》 《영어의 탄생》 등이 있고, 편역서로 《로마제국 쇠망사》가 있으며, 지은 책으로 《살면서 마주한 고전》 《번역은 글쓰기다》 《전문번역가로 가는 길》 《지하철 헌화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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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외과의는 정체성이라는 혹독한 용광로 속에서 일한다. 모든 뇌수술은 필연적으로 인간의 본질인 뇌를 조작하며, 뇌수술을 받는 환자와 대화할 때에는 정체성의 문제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거기에 더해 뇌수술은 대개는 환자와 그 가족에게 인생에서 가장 극적인 사건이며, 그래서 인생의 중대한 사건들이 그렇듯 커다란 영향을 끼친다. 이처럼 결정적인 전환점에서 요점은 단순히 사느냐 죽느냐가 아니라 어느 쪽이 살 만한 가치가 있는가이다. 가령 당신이나 당신의 어머니가 몇 달 더 연명하는 대가로 말을 못한다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치명적인 뇌출혈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낮은 가능성을 완전히 제거하기 위해 시력 손상을 감수해야 한다면? 발작을 멈추려고 하다가 오른손을 못 쓰게 된다면? 당신의 아이가 얼마만큼 극심한 고통을 받으면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고 말하게 될까? --- p.95

심각한 뇌 손상으로 인한 독특한 고통은 때로는 환자보다 가족에게 더 큰 아픔을 준다. 그래서 그 의미를 완전히 납득하지 못하는 건 의사뿐만이 아니다. 뇌를 다쳐 머리를 깎고 누워 있는 사랑하는 이의 주변에 모인 가족들 역시 그 의미를 완전히 깨닫지 못한다. 그들은 과거를 본다. 그동안 쌓아온 추억, 새삼 느껴지는 사랑의 감정, 이 모든 것을 그들 앞에 놓인 몸이 대변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앞으로 들이닥칠 미래를 본다. 외과 수술로 목에 뚫은 구멍을 통해 연결된 호흡보조기, 복부에 낸 구멍으로 한 방울씩 똑똑 떨어지는 투명한 액체, 장기간 지속되는 고통스러운 치료 과정과 불완전한 회복. 때로는 환자가 사람들이 기억하는 예전의 모습으로 되돌아가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 p.112

어느 날 밤, 옆에 누워 있던 루시가 물었다. “여보, 가장 무섭거나 슬픈 일이 뭐야?” “당신하고 헤어지는 거.” 나는 아기가 생기면 우리 가족에게 큰 기쁨이 되리라는 걸 알았다. 게다가 내가 죽은 뒤 루시에게 남편도 아기도 없을 거라고 생각하면 견딜 수가 없었다. 하지만 나는 최종적인 결정은 루시가 내려야 한다고 고집을 부렸다. 결국 그녀 혼자 아기를 키워야 할 텐데, 내 병이 악화되면 나까지 돌보느라 더 힘들 것이었다. “아기가 생기면 우리가 제대로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을까?” 루시가 물었다. “아기와 헤어져야 한다면 죽음이 더 고통스럽지 않을까?” “그렇다 해도 아기는 멋진 선물 아니겠어?” 내가 말했다. 루시와 나는 고통을 피하는 것만이 삶은 아니라고 느꼈다. --- p.173

결국 이 시기에 내게 활기를 되찾아준 건 문학이었다. 너무나 불확실한 미래가 나를 무력하게 만들고 있었다. 돌아보는 곳마다 죽음의 그늘이 너무 짙어서 모든 행동이 무의미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나를 짓누르던 근심이 사라지고, 도저히 지나갈 수 없을 것 같던 불안감의 바다가 갈라지던 순간을 기억한다. 여느 때처럼 나는 통증을 느끼며 깨어났고, 아침을 먹은 다음엔 할 일이 아무것도 없었다. ‘나는 계속 나아갈 수 없어.’라고 생각하는 순간, 그에 대한 응답이 떠올랐다. 그건 내가 오래전 학부 시절 배웠던 사뮈엘 베케트의 구절이기도 했다. “그래도 계속 나아갈 거야.” 나는 침대에서 나와 한 걸음 앞으로 내딛고는 그 구절을 몇 번이고 반복했다. “나는 계속 나아갈 수 없어, 그래도 계속 나아갈 거야--- p.I can’t go on. I’ll go on).” --- p.179~180

중병에 걸리면 삶의 윤곽이 아주 분명해진다. 나는 내가 죽으리라는 걸 알았다. 하지만 그건 전부터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이었다. 내가 갖고 있는 지식은 그대로였지만 인생 계획을 짜는 능력은 완전히 엉망진창이 됐다. 내게 남은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알기만 하면 앞으로 할 일은 명백해진다. 만약 석 달이 남았다면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낼 것이다. 1년이라면 책을 쓸 것이다. 10년이라면 사람들의 질병을 치료하는 삶으로 복귀할 것이다. 우리는 한 번에 하루씩 살 수 있을 뿐이라는 진리도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 하루를 가지고 난 대체 뭘 해야 할까? --- p.193

“아버님, 따님을 한번 안아보시겠어요?” 간호사가 내게 물었다. “글쎄요, 내 몸이 너무 차가워서.” 이가 딱딱 부딪치는 소리가 났다. “그래도 안아보고 싶어요.”그들은 내 딸을 이불로 감싸서 내게 건네주었다. 한쪽 팔로 아이의 무게를 느끼고 다른 팔로 루시의 손을 잡고 있으니 삶의 가능성이 우리 앞에 펼쳐지는 듯했다. 내 몸의 암세포는 여전히 죽어가거나 아니면 다시 자라고 있을 것이다. 내 앞에 펼쳐진 넓은 지평선에서 나는 공허한 황무지가 아니라 그보다 더 단순한 어떤 것을 보았다. 그것은 내가 계속 글을 써내려가야 할 빈 페이지였다.
--- p.229~230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뉴욕타임스> 12주 연속 1위, 2016년 상반기 최고의 화제작
세계를 감동시킨 서른여섯 젊은 의사의 마지막 기록

서른여섯, 전문의를 앞둔 신경외과 레지던트 마지막 해. 하루 열네 시간씩 이어지는 혹독한 수련 생활 끝에 원하는 삶이 손에 잡힐 것 같던 바로 그때 맞닥뜨린 폐암 4기 판정은 폴 칼라니티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다. 의사로서 치명적인 뇌 손상 환자들을 치료하며 죽음과 싸우다가 자신도 환자가 되어 죽음과 마주친 그의 마지막 2년의 기록이 지적이고 유려한 언어로 펼쳐진다.

2013년 처음 암 선고를 받고 8개월이 지난 2014년 1월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칼럼 ‘시간은 얼마나 남았는가(How Long Have I Got Left?)’는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여기서 그는 죽음을 선고받았지만, 정확히 언제 죽을지는 모르는 불치병 환자의 딜레마를 절실하게 표현했다.

앞으로 몇 달 혹은 몇 년이 남았는지 명확하다면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은 분명할 것이다. 석 달이라면 나는 가족과 함께 그 시간을 보내리라. 1년이 남았다면 늘 쓰고 싶었던 책을 쓰리라. 10년이라면 병원으로 복귀하여 환자들을 치료할 것이다.
내 담당의는 이렇게 말할 뿐이다. “나는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 말해줄 수 없어요. 당신 스스로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찾아내야 해요.”(본문 중에서)

그는 언제 죽을지 정확히 알 수 없다면, 계속 살아갈 수밖에 없음을 통감한다. 그는 수술실로 복귀하여 최고참 레지던트로서 엄청난 업무량을 소화했고, 인공수정으로 그의 아내 루시는 임신에 성공한다. 그러나 레지던트 수료를 앞두고 암이 급속도로 악화되어 의사의 길을 포기하게 되고 만삭의 아내 곁에서 사경을 헤맨다. 결국 딸 케이디가 태어난 지 8개월 후 그는 소생 치료를 거부하고 맑은 정신으로 사랑하는 가족들 품에서 숨을 거두었다. 2015년 3월 폴 칼라니티가 사망한 후, 그가 사력을 다해 써내려갔으나 미처 완성하지 못한 이 책의 에필로그는 아내 루시가 집필했다.

이 책은 원고가 나오기 전인 2014년 12월 뉴욕 출판계에서 출판기획이 공개되자마자 미국 랜덤하우스를 비롯, 독일, 이탈리아, 브라질 등에서 하루 만에 계약이 성사된 화제작으로 2016년 1월 원서 출간과 동시에 미국 아마존과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으며 12주 연속으로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 자리를 지켰고, 현재 30주 연속으로 뉴욕타임스 논픽션 베스트셀러 상위 20위 안에 랭크되어 있다. 전 세계 38개 국가에 판권이 수출되었으며, 이미 출간된 영국, 독일, 이탈리아, 캐나다에서도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문학, 철학, 의학을 넘나들며 삶의 의미를 묻다
체험과 사색, 감성과 지성을 결합한 유례없는 에세이

저자는 청소년기 문학에 매료되었다. 그는 무엇이 삶을 의미 있게 하는가라는 주제에 매혹되었고, 문학은 삶의 의미를 이야기의 형태로 전달해 주었다. 그러다가 그는 인간의 정신은 뇌의 작용이라는 것을 알게 되어 스탠포드 대학에서 영문학과 생물학을 전공한다. 생리적 존재이며 동시에 영적 존재인 인간을 탐구하면서 그는 결국 의사가 되기로 결심한다. 그것은 “고통받는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육체의 쇠락과 죽음 앞에서도 인간의 삶을 의미 있게 만들어주는 것은 무엇인가 하는 문제를 계속 고민할 수 있는 기회였다.”

폴 칼라니티는 바로 그런 소명의식에서 전문 분야를 선택했다. “신경외과는 가장 도전적으로 또한 가장 직접적으로 의미, 정체성, 죽음과 대면하게 해줄 것 같았다.” 이처럼 인문학적 통찰로부터 의사라는 직업을 선택하고, 치명적인 뇌손상 환자들을 치료하며 그들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끊임없이 고민해온 저자의 삶은 의학이, 과학이 인간의 삶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좋은 의사란 어떤 것인지 우리 사회에 화두를 던진다.

신경외과의는 정체성이라는 혹독한 용광로 속에서 일한다. 모든 뇌수술은 필연적으로 인간의 본질인 뇌를 조작하며, 뇌수술을 받는 환자와 대화할 때에는 정체성의 문제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요점은 단순히 사느냐 죽느냐가 아니라 어느 쪽이 살 만한 가치가 있는가이다. 몇 달 더 연명하는 대가로 말을 못한다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발작을 멈추려고 하다가 오른손을 못 쓰게 된다면? 당신의 아이가 얼마나 극심한 고통을 받으면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고 말하게 될까? (본문 중에서)

그리고 마침내 저자는 서른여섯의 나이에 죽음을 선고받고 자신의 환자들이 처했던 입장에 서게 된다. 그는 암에 걸리기 전에도 언제 죽을지 몰랐듯, 폐암 4기 진단이 나온 후에도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사실에 절망한다. 언제 죽을지 모른다면 계속 살아갈 수밖에 없다. 전보다 훨씬 가까워진 죽음을 강렬하게 자각하면서. 그는 사뮈엘 베케트의 대사를 되뇌인다. “나는 계속 나아갈 수 없어. 그래도 나는 계속 나아갈 거야(I can’t go on. I’ll go on). 설사 내가 죽어가고 있더라도 실제로 죽기 전까지는 나는 여전히 살아 있다. 나는 죽어가는 대신 계속 살아가기로 다짐했다.”

죽음을 향해 육체가 무너져 가는 순간에도 미래를 빼앗기지 않을 확실한 희망이 있었다. 화학치료로 손끝이 갈라지는 고통 속에서 힘겹게 자판을 누르며 폴 칼라니티는 마지막으로 딸에게 이렇게 편지를 남겼다.

네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무슨 일을 했는지, 세상에 어떤 의미 있는 일을 했는지 설명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면, 바라건대 네가 죽어가는 아빠의 나날을 충만한 기쁨으로 채워줬음을 빼놓지 말았으면 좋겠구나. 아빠가 평생 느껴보지 못한 기쁨이었고, 그로 인해 아빠는 이제 더 많은 것을 바라지 않고 만족하며 편히 쉴 수 있게 되었단다. 지금 이 순간, 그건 내게 정말로 엄청난 일이란다. (본문 중에서)

이 책에 쏟아진 추천의 글

감동적이고 슬프고 너무나 아름다운 책이다. 너무 젊은 칼라니티 의사의 회고록은 죽어가는 사람들이야말로 우리에게 삶에 대하여 가장 많이 가르쳐준다는 것을 증명한다.
- 아툴 가완디(《어떻게 죽을 것인가》 저자)

습관적으로 속독을 하는 나는 이 책만은 도저히 빨리 읽을 수가 없었다. 인용된 문학작품의 예문들이 빛나서도 아니고 의사 수련 과정의 에피소드가 내가 경험했던 젊은 날의 수련과 같아서만도 아니었다. 시간을 아껴 좋은 작품만 골라 읽는 사려 깊은 분에게 나는 이 책을 조용히, 그러나 정성스럽게 추천한다.
- 마종기(시인, 의사)

우리 모두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죽음을 피하지 않고 귀한 손님으로 예를 갖추어 겸손하게 받아들일 준비를 하도록 도와주는 젊은 의사의 이 간절한 고백록을 그냥 한 번 읽는 것만으로도, 슬프지만 아름다운 영혼의 학교에 입학한 듯한 감동에 먹먹한 행복을 느낀다. 문장 하나 하나가 어찌 그리도 간결하게 시적이며 애틋하고도 현실적인 아름다움으로 빛나는가.
- 이해인(수녀, 시인)

이 책의 저자를 정말 만나고 싶다. 같은 동료 외과계 의사이자 생각의 바닥조차 가늠이 안 될 정도로 성숙된 정신세계를 가진 이 사람과 같이 수술을 하면서 얼마나 수술을 잘하는지 보고도 싶고 저녁 늦게 당직실에서 매운 겨자가 듬뿍 뿌려진 샌드위치를 먹으며 세상 얘기를 하고 싶다. 그러기에 너무 늦은 것 같아 가슴이 아프다. 정말 멋있는 신경외과 의사다.
- 이국종(아주대학교 의과대학 외과 교수)

무엇이 인간의 삶을 의미있게 하는가. 몸과 마음, 생사의 접경에서 치열하게 묻고 끝내 자신을 완전연소했던 구도자의 기록. 시간과 싸우며 죽음을 응시한 장면장면이 감동적이다.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맘 속에서 한줄기 바람이 인다. 짧지만 뜨겁게 살다 간 진실한 영혼의 숨결이다. 일말의 주저없이 권한다
- 전병근(북클럽 오리진 운영자)

이 책을 읽고 나서 잊어버리기란 불가능할 것이라고 단언한다. 그는 친구에게 이렇게 썼다. “이건 단지 충분히 비극적이고 충분히 상상할 수 있는 일이지.” 그리고 충분히 이 책은 놓칠 수 없는 중요성을 지닌 책이다.
- <뉴욕타임스>

이 책 덕분에, 폴 칼라니티를 만나보지 못했던 사람들은 그의 죽음을 애도하고 그의 삶으로부터 혜택을 얻게 될 것이다. 이 책은 O형 혈액처럼 누구에게나 생명의 피를 나누어줄 수 있는 몇 안 되는 책들 중 하나이다. 나는 이 책을 모든 사람에게 권하고 싶다.
- 앤 패체트(소설가)


? 저자 및 역자 소개

지은이 폴 칼라니티 (Paul Kalanithi)
1977년 뉴욕에서 태어났다. 스탠퍼드 대학에서 영문학과 생물학을 공부했고, 영문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문학과 철학, 과학과 생물학에 깊은 관심을 보이던 그는 이 모든 학문의 교차점에 있는 의학을 공부하기로 마음먹고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과학과 의학의 역사와 철학 과정을 이수한 뒤 예일 의과 대학원에 진학해 의사의 길을 걸었다. 졸업 후에는 모교인 스탠퍼드 대학 병원으로 돌아와 신경외과 레지던트 생활을 하며 박사 후 연구원으로 일했다. 연구 업적을 인정받아 미국 신경외과 학회에서 수여하는 최우수 연구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최고의 의사로 손꼽히며 여러 대학에서 교수 자리를 제안받는 등 장밋빛 미래가 눈앞에 펼쳐질 무렵, 암이 찾아왔다. 환자들을 죽음의 문턱에서 구해 오던 서른여섯 살의 젊은 의사가 하루아침에 자신의 죽음과 맞닥뜨리게 된 것이다.
의사이자 환자의 입장에서 죽음에 대한 독특한 철학을 보인 그는 힘든 투병 생활 중에도 레지던트 과정을 마무리하는 등 삶에 대한 의지를 놓지 않았다. 약 2년간의 투병 기간 동안 ‘시간은 얼마나 남았는가(How Long Have I Got Left?)’, ‘떠나기 전에(Before I Go)’라는 제목의 에세이를 각각 <뉴욕타임스>와 <스탠퍼드메디슨>에 기고했고, 독자들의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2015년 3월, 아내 루시와 딸 엘리자베스 아카디아 등 사랑하는 많은 사람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옮긴이 이종인
1954년 서울에서 태어나 고려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한국 브리태니커 편집국장, 성균관대학교 전문번역가 양성과정 겸임교수를 역임했다. 옮긴 책으로 《전쟁터로 간 책들》 《신의 사람들》 《중세의 가을》 《호모 루덴스》 《평생독서계획》 《폴 존슨의 예수 평전》 《신의 용광로》 《게리》 《정상회담》 《촘스키, 사상의 향연》 《폴 오스터의 뉴욕 통신》 《고전 읽기의 즐거움》 《폰더 씨의 위대한 하루》 《성서의 역사》 《축복받은 집》 《만약에》 《영어의 탄생》 등이 있고, 편역서로 《로마제국 쇠망사》가 있으며, 지은 책으로 《살면서 마주한 고전》 《번역은 글쓰기다》 《전문번역가로 가는 길》 《지하철 헌화가》 등이 있다.



? 본문 중에서

신경외과의는 정체성이라는 혹독한 용광로 속에서 일한다. 모든 뇌수술은 필연적으로 인간의 본질인 뇌를 조작하며, 뇌수술을 받는 환자와 대화할 때에는 정체성의 문제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거기에 더해 뇌수술은 대개는 환자와 그 가족에게 인생에서 가장 극적인 사건이며, 그래서 인생의 중대한 사건들이 그렇듯 커다란 영향을 끼친다. 이처럼 결정적인 전환점에서 요점은 단순히 사느냐 죽느냐가 아니라 어느 쪽이 살 만한 가치가 있는가이다. 가령 당신이나 당신의 어머니가 몇 달 더 연명하는 대가로 말을 못한다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치명적인 뇌출혈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낮은 가능성을 완전히 제거하기 위해 시력 손상을 감수해야 한다면? 발작을 멈추려고 하다가 오른손을 못 쓰게 된다면? 당신의 아이가 얼마만큼 극심한 고통을 받으면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고 말하게 될까? (95쪽)

심각한 뇌 손상으로 인한 독특한 고통은 때로는 환자보다 가족에게 더 큰 아픔을 준다. 그래서 그 의미를 완전히 납득하지 못하는 건 의사뿐만이 아니다. 뇌를 다쳐 머리를 깎고 누워 있는 사랑하는 이의 주변에 모인 가족들 역시 그 의미를 완전히 깨닫지 못한다. 그들은 과거를 본다. 그동안 쌓아온 추억, 새삼 느껴지는 사랑의 감정, 이 모든 것을 그들 앞에 놓인 몸이 대변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앞으로 들이닥칠 미래를 본다. 외과 수술로 목에 뚫은 구멍을 통해 연결된 호흡보조기, 복부에 낸 구멍으로 한 방울씩 똑똑 떨어지는 투명한 액체, 장기간 지속되는 고통스러운 치료 과정과 불완전한 회복. 때로는 환자가 사람들이 기억하는 예전의 모습으로 되돌아가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112쪽)

어느 날 밤, 옆에 누워 있던 루시가 물었다. “여보, 가장 무섭거나 슬픈 일이 뭐야?” “당신하고 헤어지는 거.” 나는 아기가 생기면 우리 가족에게 큰 기쁨이 되리라는 걸 알았다. 게다가 내가 죽은 뒤 루시에게 남편도 아기도 없을 거라고 생각하면 견딜 수가 없었다. 하지만 나는 최종적인 결정은 루시가 내려야 한다고 고집을 부렸다. 결국 그녀 혼자 아기를 키워야 할 텐데, 내 병이 악화되면 나까지 돌보느라 더 힘들 것이었다. “아기가 생기면 우리가 제대로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을까?” 루시가 물었다. “아기와 헤어져야 한다면 죽음이 더 고통스럽지 않을까?” “그렇다 해도 아기는 멋진 선물 아니겠어?” 내가 말했다. 루시와 나는 고통을 피하는 것만이 삶은 아니라고 느꼈다. (173쪽)

결국 이 시기에 내게 활기를 되찾아준 건 문학이었다. 너무나 불확실한 미래가 나를 무력하게 만들고 있었다. 돌아보는 곳마다 죽음의 그늘이 너무 짙어서 모든 행동이 무의미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나를 짓누르던 근심이 사라지고, 도저히 지나갈 수 없을 것 같던 불안감의 바다가 갈라지던 순간을 기억한다. 여느 때처럼 나는 통증을 느끼며 깨어났고, 아침을 먹은 다음엔 할 일이 아무것도 없었다. ‘나는 계속 나아갈 수 없어.’라고 생각하는 순간, 그에 대한 응답이 떠올랐다. 그건 내가 오래전 학부 시절 배웠던 사뮈엘 베케트의 구절이기도 했다. “그래도 계속 나아갈 거야.” 나는 침대에서 나와 한 걸음 앞으로 내딛고는 그 구절을 몇 번이고 반복했다. “나는 계속 나아갈 수 없어, 그래도 계속 나아갈 거야(I can’t go on. I’ll go on).” (179~180쪽)

중병에 걸리면 삶의 윤곽이 아주 분명해진다. 나는 내가 죽으리라는 걸 알았다. 하지만 그건 전부터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이었다. 내가 갖고 있는 지식은 그대로였지만 인생 계획을 짜는 능력은 완전히 엉망진창이 됐다. 내게 남은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알기만 하면 앞으로 할 일은 명백해진다. 만약 석 달이 남았다면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낼 것이다. 1년이라면 책을 쓸 것이다. 10년이라면 사람들의 질병을 치료하는 삶으로 복귀할 것이다. 우리는 한 번에 하루씩 살 수 있을 뿐이라는 진리도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 하루를 가지고 난 대체 뭘 해야 할까? (193쪽)

“아버님, 따님을 한번 안아보시겠어요?” 간호사가 내게 물었다. “글쎄요, 내 몸이 너무 차가워서.” 이가 딱딱 부딪치는 소리가 났다. “그래도 안아보고 싶어요.”그들은 내 딸을 이불로 감싸서 내게 건네주었다. 한쪽 팔로 아이의 무게를 느끼고 다른 팔로 루시의 손을 잡고 있으니 삶의 가능성이 우리 앞에 펼쳐지는 듯했다. 내 몸의 암세포는 여전히 죽어가거나 아니면 다시 자라고 있을 것이다. 내 앞에 펼쳐진 넓은 지평선에서 나는 공허한 황무지가 아니라 그보다 더 단순한 어떤 것을 보았다. 그것은 내가 계속 글을 써내려가야 할 빈 페이지였다. (229~230쪽)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감동적이고 슬프고 너무나 아름다운 책이다. 너무 젊은 칼라니티 의사의 회고록은 죽어가는 사람들이야말로 우리에게 삶에 대하여 가장 많이 가르쳐준다는 것을 증명한다.
- 아툴 가완디 (《어떻게 죽을 것인가》 저자)

습관적으로 속독을 하는 나는 이 책만은 도저히 빨리 읽을 수가 없었다. 인용된 문학작품의 예문들이 빛나서도 아니고 의사 수련 과정의 에피소드가 내가 경험했던 젊은 날의 수련과 같아서만도 아니었다. 시간을 아껴 좋은 작품만 골라 읽는 사려 깊은 분에게 나는 이 책을 조용히, 그러나 정성스럽게 추천한다.
- 마종기 (시인, 의사)

우리 모두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죽음을 피하지 않고 귀한 손님으로 예를 갖추어 겸손하게 받아들일 준비를 하도록 도와주는 젊은 의사의 이 간절한 고백록을 그냥 한 번 읽는 것만으로도, 슬프지만 아름다운 영혼의 학교에 입학한 듯한 감동에 먹먹한 행복을 느낀다. 문장 하나 하나가 어찌 그리도 간결하게 시적이며 애틋하고도 현실적인 아름다움으로 빛나는가.
- 이해인 (수녀, 시인)

이 책의 저자를 정말 만나고 싶다. 같은 동료 외과계 의사이자 생각의 바닥조차 가늠이 안 될 정도로 성숙된 정신세계를 가진 이 사람과 같이 수술을 하면서 얼마나 수술을 잘하는지 보고도 싶고 저녁 늦게 당직실에서 매운 겨자가 듬뿍 뿌려진 샌드위치를 먹으며 세상 얘기를 하고 싶다. 그러기에 너무 늦은 것 같아 가슴이 아프다. 정말 멋있는 신경외과 의사다.
- 이국종 (아주대학교 의과대학 외과 교수)

무엇이 인간의 삶을 의미있게 하는가. 몸과 마음, 생사의 접경에서 치열하게 묻고 끝내 자신을 완전연소했던 구도자의 기록. 시간과 싸우며 죽음을 응시한 장면장면이 감동적이다.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맘 속에서 한줄기 바람이 인다. 짧지만 뜨겁게 살다 간 진실한 영혼의 숨결이다. 일말의 주저없이 권한다
- 전병근 (북클럽 오리진 운영자)

이 책을 읽고 나서 잊어버리기란 불가능할 것이라고 단언한다. 그는 친구에게 이렇게 썼다. “이건 단지 충분히 비극적이고 충분히 상상할 수 있는 일이지.” 그리고 충분히 이 책은 놓칠 수 없는 중요성을 지닌 책이다.
- [뉴욕타임스]

이 책 덕분에, 폴 칼라니티를 만나보지 못했던 사람들은 그의 죽음을 애도하고 그의 삶으로부터 혜택을 얻게 될 것이다. 이 책은 O형 혈액처럼 누구에게나 생명의 피를 나누어줄 수 있는 몇 안 되는 책들 중 하나이다. 나는 이 책을 모든 사람에게 권하고 싶다.
앤 패체트 (소설가)

eBook 회원리뷰 (43건) 리뷰 총점8.6

혜택 및 유의사항?
파워문화리뷰 죽음과 함께 사는 오늘... 『숨결이 바람 될 때』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YES마니아 : 로얄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뻑* | 2016.10.02 | 추천2 | 댓글4 리뷰제목
죽음은 우리 모두에게 찾아온다. 우리 의사에게도 환자에게도. 살고, 숨 쉬고, 대사 작용을 하는 유기체로서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죽음을 향해 속수무책으로 살아간다. 죽음은 당신에게도, 주변 사람들에게도 일어나는 일이다. (본문 중에서) 죽음을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생각한다고 해서 죽음을 다 아는 건 아닐 텐데 자꾸만 죽음을 떠올리는 횟수가 빈;
리뷰제목

죽음은 우리 모두에게 찾아온다. 우리 의사에게도 환자에게도. 살고, 숨 쉬고, 대사 작용을 하는 유기체로서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죽음을 향해 속수무책으로 살아간다. 죽음은 당신에게도, 주변 사람들에게도 일어나는 일이다. (본문 중에서)

 

죽음을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생각한다고 해서 죽음을 다 아는 건 아닐 텐데 자꾸만 죽음을 떠올리는 횟수가 빈번해진다. 경험할 수도 없으니 그 무엇도 죽음을 잘 알게 해주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생각할수록 더 궁금해지는 게 죽음이었다. 올해 장례식에 다녀와야 할 일이 많아서였는지도 모르겠다. 가까운 사람들의 죽음 소식을 많이 들었던 반년을 보냈다. 아이러니하게도, 사는 것도 흐름이 있는 듯하다. 한때 누군가의 결혼 소식과 아이 탄생 소식이 자주 들려왔는데, 요즘은 누군가의 죽음을 듣는 일이 잦다. 나이를 먹었다는 뜻일 테다. 자주 잊고 사는 내 나이를 이렇게 확인시켜 준다. 아마 내 주변의 사람들도 그런 흐름을 걷고 있겠지. 그들에게 들려오는 죽음도 비슷할 거다. 점점 더 많이 들려오겠지. 부모님, 친척, 친구, 지인... 아무리 많은 죽음을 접한다고 해도 적응되지 않는다. 여전히, 잘 모르겠다. 죽음을 겪고 슬픔도 그리움도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옅어지기는 하겠지만, 그때마다 쌓여갈 뿐이지 소멸하지 않는다. 죽음은 그렇게 항상 우리 곁에 있었는데, 너무 자주 잊고 살았다.

 

죽음을 두고 '때'가 있는 것일까. 없다고 생각하지만, 나이를 놓고 사람들은 대개 그 '때'를 말하곤 한다. 나도 그렇다. 노인이 죽었을 때는 살아온 시간을 계산하며 그럴 수 있다고 여기면서도, 젊은 사람의 죽음 앞에서는 안타까움을 드러낸다. 그럴 나이가 아닌데, 이럴 수는 없는데, 아직 살아갈 날이 창창한데... 폴의 죽음을 두고 나도 모르게 또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이제까지 힘든 시간 보내왔는데, 지금 막 정상에 올라 인생 2막을 시작하려고 했는데 이럴 수는 없다며 한탄했다. 날벼락 같은 암 소식에 그의 삶 몇십 년이 뚝 떨어져 나갔다. 혹독하다고 여기던 레지던트 생활도 버텼는데... 그의 말처럼 20년을 의사로 보내고 나머지 20년을 글을 쓰며 살고 싶다고 했는데, 그의 의사 인생 20년 다 채우지도 못하고 글을 쓰며 살아가려 했던 시간마저 사라졌다. 이제 그에게 남은 건 무엇이란 말인가. 앞으로 그의 시간이 어떻게 흘러갈까.

 

서른여섯. 폐암 4기. 인생의 절정에서 추락하는 사람의 마음을 떠올렸다. 모든 게 탄탄대로일 것 같은 순간에, 건져 올릴 수 없는 깊이의 싱크홀을 만난 것 같다. 올라오려 허우적대도 오를 수 없는 벽만 손톱으로 긁고 있는 듯하다. 치료가 생명을 연장할 수도 있다. 임상시험으로 또 다른 도전을 할 수도 있지만, 그의 목숨이 시한부라는 건 변함없다. 사랑하는 아내, 자기를 아껴주는 가족들, 남은 레지던트 생활, 그동안 쌓아온 커리어가 가져다줄 긍정의 미래. 무엇하나 놓고 싶지 않은 것들뿐인데, 남은 시간을 무엇으로 채워야 할지 모르겠다. 그때 밀려오는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며 폴이 하는 말을 듣고 있자니 가슴이 꽉 막혀온다. 소설이나 영화에서 보던 설정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이건 폴의 오늘이고, 죽음은 폴의 내일이다. 무엇 하나 허투루 들을 수가 없더라. 그 중심에서 그의 진심을 듣는다는 건, 지금 내게 필요한 일이었다. 3년 동안 병원에 드나들며 힘들게 하는 아버지, 꾸준히 병원에 다니며 당신 몸을 체크해야만 하는 엄마. 이제는 나도 그 병원의 응급실을 찾는 횟수가 늘어간다. 사는 모든 순간에 죽음이 가까이 있었는데 이제야 그걸 깨닫는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서 있다고 하면 내 앞의 많은 것이 다르게 보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하던 요즘이었다. 답답해서 죽을 것 같은 마음도 다른 것을 보고 싶어질 것 같았다. 누구보다 죽음에 가까운 오늘을 사는 폴의 시선에서 보이는 것에 공감하고 싶었다. 그의 눈에 비친 많은 것이 진심일 테니까.

 

그의 삶은 변했다. 의사에서 환자가 됐다. 서 있는 자리가 변하니 마음도 변한다. 새로운 것들이 보인다. '죽음을 뒤쫓아 붙잡고, 그 정체를 드러낸 뒤 눈 한 번 깜빡이지 않고 똑바로 마주보기 위해서'(본문 중에서) 의사가 되었던 그는, 이제 같은 이유로 자기 목숨을 건 싸움을 한다. 그의 말처럼, 죽음을 떠올리며 불안함을 안고 살아가겠지만, 죽음을 의사와 환자 모두의 처지에서 보기 시작했다. 서 있는 자리가 바뀌었다. 그가 자기 죽음을 마주하면서, 언제 죽을지 모르는 불치병 환자의 고뇌를 절실하게 말한다. 다른 세상을 직접 부딪쳐 알게 되는 또 하나의 삶. 그 순간 남은 시간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그 시간을 명확하게 알 수 있다면 하고 싶은 일의 계획을 다시 쓸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담당의는 말할 수 없는, 그 스스로 찾아내야 할 시간의 의미였다. 그러니 살아갈 수밖에 없다. 남겨진 시간이 얼마만큼인지 알 수 없어도 분명한 거 하나는 있다. 살아가야 한다는 거. 그래서 썼다. 그가 살아온 시간, 그가 걸어온 순간마다 부여했던 삶의 의미, 남겨질 아내에게 보내는 진심을... 그렇게 기록하는 일만이 남은 시간 그가 살아가는 이유, 그의 인생 계획을 마무리하는 일이 되었다.

 

한 사람의 인생이 책 한 권으로 다 정리될 수는 없겠지만, 그의 성장 시기와 현재가 고스란히 녹아있다. 청소년기에 관심 두던 문학을 시작으로 그가 신경외과 의사가 되기까지의 과정이 의미 있다. 삶의 의미를 문학에서 보던 그는 영문학과 생물학을 전공하면서 인간을 탐구하다가 결국 의사가 되기로 한다. 육체의 쇠락과 죽음 앞에서도 인간의 삶이 의미 있을 수 있는 건 무엇인지 고민하는 시간을 그렇게 열었다. 우리 뇌의 역할과 기능, 삶을 어떻게 만드는 지까지 파고들며 의학과 과학이 우리 삶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끊임없이 묻는다. 그 모든 게 좋은 의사가 되려는 마음으로 귀결된다. 투병 중에도 수술실로 복귀해야만 했던 그의 마음이 읽힌다. 그 자신이 살아야 하는 의미이기도 했지만, 병과 싸우는 환자를 향한 또 다른 응원처럼 보인다. 언제 죽을지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는 건 계속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니, 그 의미대로 오늘을 살았다. 최고참 레지던트의 업무를 봤고, 아내 루시에게 딸 케이디를 남겼다. 자기 자리에서 잘 살아내고 떠났다. 폴이 기록하고 그가 미처 다하지 못한 말은 그의 아내 루시가 마무리한 이 글에서, 생생하게 죽음을 마주한 긴장감이 보인다. 내가 경험하지 못할 감정의 한 자락을 엿본 기분이다. (내가 이미 그 경험을 했다면 나는 이렇게 쓰고 있을 수가 없을 테니...)

 

죽음에 직면한 순간 어떻게 할 수 있는지 듣고 싶었다. 나에게 닥친 일이라는 가정으로 보게 되는 많은 일 중에 하나가 죽음이었다. 그 죽음을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알 수 없어 혼란스러웠는데, 폴이 고통과 슬픔의 시간을 거쳐 얻은 답을 들려준다. 남겨진 시간을 알 수 없어 답답하고 자기 맘과 다르게 남겨진 듯한 인생에 화가 나기도 했을 테지만 중심을 잡은 그의 의지가 놀라웠다. 그가 맡았던 환자들처럼, 그는 죽음과 마주한 채 그의 삶을 가치 있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 이해하려 애썼다. 사는 방식이 변해야 했다.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죽음은, 죽어가기 전까지 살아야 한다는 것과 같은 말이다. '죽음 없는 삶이란 없다'는 그의 말 그대로다. 죽음을 마주한 하루하루를 살며 열심히 글을 쓰고, 가족을 사랑했다. 환자가 된 시간의 가치를 자기만의 바람으로 썼다. 갑자기 인생에서 몇십 년이 사라졌지만, 받아들였다. 죽음의 이르기까지 그가 살아야 하는 게 삶의 이치이므로...

 

계속 생각한다. 나라면? 나에게 닥친 순간이라면 나는 어떤 자세로 오늘을 살아가야 하는 걸까 계속 묻는 이야기다. 정해져 있는 답이었다. 오늘을 살던 그대로, 바라던 것의 우선순위를 고민하면서, 사랑하는 사람을 더 사랑하면서 보내야 한다는 것. 폴이 이뤄낸 것도 그런 것이겠지. 여전히 사랑하는 사람들을 곁에 두고, 쓰고 싶었던 글을 쓰며 보냈던 마지막이 더 길지 못한 게 안타까울 뿐이다. 그래서 더 붙잡고 싶은, 그 가치를 찾고 싶은 시간이다. 더 사랑하고, 더 간절해지는 것을 떠올리며 붙잡듯이 살아가야 할 오늘이다. 아직 죽지 않은 우리는, 지금 살아가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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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결이 바람 될 때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로얄 r****a | 2017.09.18 | 추천1 | 댓글0 리뷰제목
서른 여섯의 유망한 신경외과 의사가 폐암 말기 진단을 받은 후 남은 삶의 여정을 글로 풀어낸 책이에요. 아프기 전이었다면 아마 이런 종류의 책은 읽어볼 생각도 안했을 텐데 똑같진 않지만 비슷한 과정을 겪은 입장에서 다른 이는 그 과정을 어떻게 겪어냈는지가 궁금했거든요. 저자는 애초에 인간의 존재와 관계에 대해 무한한 관심을 지녔던 인물이었어요. 삶과 죽음의 의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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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여섯의 유망한 신경외과 의사가 폐암 말기 진단을 받은 후 남은 삶의 여정을 글로 풀어낸 책이에요. 아프기 전이었다면 아마 이런 종류의 책은 읽어볼 생각도 안했을 텐데 똑같진 않지만 비슷한 과정을 겪은 입장에서 다른 이는 그 과정을 어떻게 겪어냈는지가 궁금했거든요. 저자는 애초에 인간의 존재와 관계에 대해 무한한 관심을 지녔던 인물이었어요. 삶과 죽음의 의미에 대해 끊임없이 고찰하고 고민했고 그것이 그의 진로를 결정하게 되죠. 그가 의과대학원을 거치고 레지던트로 근무하며 겪은 기록은 굉장히 인상적이었어요. 시신을 해부하면서 그들이 느끼게 되는 여러 교차 감정들, 그 사이를 비집고 나오는 죄책감, 담당교수의 직언, 죽음과 삶이 쳇바퀴처럼 연결되는 실습현장 등등. 또 기계적인 진료가 아니라 환자의 정체성을 고민하며 단순한 생명연장보다 삶의 의미를 우선하는 부분은 더 깊이 다가왔던 것 같아요. 병동에서 수많은 삶과 죽음을 마주하며 얻은 깨달음과 더불어 그는 도덕적 사명감을 잊지 않고 의사로서 인간으로서 자질을 착실하게 쌓아나가 그 결과로 훌륭한 성과도 거두게 되죠. 죽음의 정체를 밝히고 생사의 본질을 꿰뚫고 싶어했던 그에게 그래서 말기암선고는 더욱 잔인하게 느껴졌어요. 아무리 겉으로 죽음을 많이 경험했어도 그게 나의 현실이 되는 순간 그 공포는 이루 말할 수 없는 것이고 그토록 죽음의 실체와 대면하고 싶어했던 저자에게 정말로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져버린 현실이 너무 기막혔어요. 시종일관 담담한 문체를 유지하고 있지만 한없이 인간적인 고뇌와 심경들은 그로인해 오히려 더 절절하게 다가욌어요. 의사로서 마지막 수술을 마친 그에게 마지막이라는 것을 모르고 다음 수술일정을 해맑게 묻는 간호사의 물음에 아마도 앞으로 그럴 일 없을 거라고 속으로 읊조리는 모습, 병원에서 짐을 정리하고 나와 차에서 끝내 눈물을 흘리는 모습은 과거 비슷한 경험이 오버랩돼서 정말 정말 너무 슬펐어요. 보통 큰 병을 앓고 나면 인생에 대해서 큰 깨달음을 얻을 것 같지만 저같은 경우는 반대로 더 염세적으로 변해버린 경우라 이 책으로부터도 뭘 얻고자 한건 아니에요. 갈수록 시작이나 새로움이 아니라 끝과 마지막, 상실에 더 익숙해질 수 밖에 없다는 무력한 생각이 더 지배적이긴 한데 이 책이 좋았던건 저자도 말했지만 할 수 있을때 인생을 즐기라고 훈계하는 게 아니라 인간이라면 유기체라면 피할 수 없는 죽음을 마주하는 모습을 자신의 경험을 통해 가감없이 보여줬기 때문이에요. 어떤 깨달음보다 그저 공감할 수 있었다는 것 하나만으로 많은 위로가 됐던 것 같아요. 책을 읽으면서 이렇게 눈물을 쏟을 거라곤 생각 못했는데, 지금이나마 이 책을 읽을 수 있어서 다행이에요. '계속 살아갈 만큼 인생을 의미있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그 답을 저도 언젠가 찾을 수 있기를 바라며 저자의 영면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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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eBook] 숨결이 바람 될 때 내용 평점3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골드 오****기 | 2020.08.06 | 추천1 | 댓글0 리뷰제목
나에겐 그다지 감명깊지도, 특별하지도 않은 책이었다.하지만 읽은 지 시간이 많이 지났는데도 기억에 남는 한 장면이 있다.마지막에 주인공이 가족들과 함께 죽음을 맞이하는 장면! 참 좋았다.다들 이 책을 좋아하고 칭찬하니 나는 마음에 안드는 부분을 써야지!주인공이 아이를 낳는 것이 아주 불만이다! 함께 해줄 수 있는 시간이 얼마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그런 선택을 한다는 게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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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겐 그다지 감명깊지도, 특별하지도 않은 책이었다.

하지만 읽은 지 시간이 많이 지났는데도 기억에 남는 한 장면이 있다.

마지막에 주인공이 가족들과 함께 죽음을 맞이하는 장면! 참 좋았다.

다들 이 책을 좋아하고 칭찬하니 나는 마음에 안드는 부분을 써야지!

주인공이 아이를 낳는 것이 아주 불만이다! 함께 해줄 수 있는 시간이 얼마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런 선택을 한다는 게 이해도 되지 않고 분노를 불러왔다ㅋㅋㅋ

그래도 다른 따뜻한 가족들이 있으니 아이는 행복할 수 있겠지...? 있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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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101건) 한줄평 총점 9.4

혜택 및 유의사항 ?
평점5점
죽음의 실체를 느낄 수 있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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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1 | 2023.09.11
평점5점
환자의 마음을 가장 이해했던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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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쥬 | 2023.09.09
평점5점
삶과 죽음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들게 해주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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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6 | 2023.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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