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16년 08월 19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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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형 |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 284쪽 | 398g | 128*188*20mm |
ISBN13 | 9788965961956 |
ISBN10 | 8965961955 |
발행일 | 2016년 08월 19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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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형 |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 284쪽 | 398g | 128*188*20mm |
ISBN13 | 9788965961956 |
ISBN10 | 8965961955 |
? 차례 프롤로그 1부_ 나는 아주 건강하게 시작했다 2부_ 죽음이 올 때까지 멈추지 마라 에필로그 | 루시 칼라니티 추천의 글 | 에이브러햄 버기즈 감사의 글 옮긴이의 말 |
서른여섯 살 젊은 의사 폴이 암인 것 같다고 느끼는 예감하는 순간과 함께 암 선고를 받고 글을 쓰기 시작한 순간들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책이다. 화학요법으로 손끝이 갈라지는 아픔을 이겨가면서 장갑을 끼고 노트북으로 책 원고를 적어간 책이라는 사실을 떠올리게 한다. 문장 하나하나가 그의 손끝 통증을 참으면서 집필한 문장이라는 것이 크게 다가서게 한다. 책이 출간되기를 희망한 폴의 희망이 부각되면서 그 바램은 아내가 책을 마무리하면서 이루어지게 된다. 글을 적어내려간 그의 열정이 고스란히 전해진 도서이다. 그의 진지한 글, 유머, 따스함을 만나게 한다.
폴은 문학을 사랑했던 사람이었다. 영문학과 생물학을 전공한 그는 사명으로 받아들인 의사의 길을 늦게 선택하게 된다. 정신학을 선택할 줄 알았는데 그는 뇌의 매력에 빠져서 신경외과를 선택하게 된다. 원했던 일들이 눈앞에 일어나기 직전에 '폐암 말기'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암을 인정한 환자들의 두 가지 선택 중에 폴은 적극적인 삶을 선택하는 길을 택한 사람이다. 그는 가장 먼저 아버지의 길을 선택하게 된다.
남겨질 그녀를 위해 노력한 여러 준비과정들이 책에서 전해진다. 자신의 딸이 태어나 8개월이 되었을 때 그는 떠나게 된다. 그 마지막 순간까지 폴이 집필한 의도가 펼쳐지는 도서이다. 이 도서는 철학자 김진영의 <아침의 피아노>책과 사노 요코의 <죽는 게 뭐라고 > 책이 함께 생각나게 한다.
그는 자신의 죽음을 직접 바라보게 된다. 여러 선택이 그의 앞에 준비되어 있었으며 진정한 삶을 더욱 세밀하게 조명하게 된다. 그리고 그는 자발적인 죽음을 선택하게 된다. 그가 의사였고 또 다른 길을 선택하였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불행한 삶을 알기에 선택한 자발적인 죽음을 마주하게 하는 책이다. 누구에게나 유한한 삶이 주어진다. 죽음을 잊고 살 뿐, 죽음은 누구에게나 주어진 삶이다.
자발적인 죽음을 선택한 사노 요코의 이야기도 생각나게 된다. <소망 없는 불행>의 작가 어머니가 선택한 죽음도 이유를 함께 생각해 보게 된다. <달력 뒤에 쓴 유서> 장편소설도 다르지가 않았다. 실존인물인 작가의 아버지 죽음이 가지는 이유들이 점철된다. 이들이 선택하는 것은 삶과 죽음이라는 굵직한 생의 선택이 된다. 우리는 그 시간에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저자를 만나면서 무수히 선택이라는 갈림길 앞에 같은 마음으로 서게 한다. 그래서 이 도서는 더욱 묵직하게 책장을 넘기게 한다.
우리의 죽음은 어떠할지 진지해지는 순간이 되어준다. 그처럼 눈물도 흘리기도 하고 그의 아내가 되기도 하고 딸이 되기도 하면서 읽어가게 한다. 육체는 떠났지만 책은 영원히 많은 사람들이 읽어갈 것이다. 그리고 그의 딸도 언젠가 아빠의 삶과 선택들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가장 진솔하고 경건한 이야기가 되어 아빠를 만나게 해주는 책이 될 것이다.
마지막 페이지의 그의 가족이 웃고 있는 사진은 아프게 전해진다. 그가 떠나는 순간 딸아이의 볼을 그의 볼에 비벼주었던 그의 아내의 마음도 충분히 그려지는 순간이 된다. 그가 보여준 것은 사랑이었음을 다시금 짧게 정리해 보게 된다. 그가 선택한 사랑, 그의 인생에서 많은 시간이 허락된다고 생각하였기에 미루어왔던 것들을 차분히 선택한 사랑들도 떠올려보게 한다. 그의 시간들, 선택들, 시선들은 죽음을 이해한 사람의 이야기가 된다.
빈센트 고흐 < 보내는 이, 빈센트 > 책을 읽었다. 화가의 편지글에서도 그가 보여준 삶에 대한 예찬, 사랑, 희망이 전해졌다. 폴이 보여준 사랑도 고흐와도 다르지 않았다. 이들은 삶의 마지막까지도 사랑을 보여주면서 떠난다.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보여준 사랑을 기억나게 하는 만남이었다.
우리는 시간과 공간에 따라 서로 다른 자아로 살아간다. 257-258
남편에서 아버지가 되었으며, 물론 마지막에는 삶에서 죽음으로 나아갔다.(이는 결국 우리 모두가 겪게 될 변화이다.)... 마치 섬세한 연금술이라도 부리는 것처럼 마지막까지 유려하게 글을 써내려갔다. 259
평생 죽음에 대해, 그리고 자신이 죽음을 진실하게 마주할 수 있을지에 대해 깊이 고민했다. 264
자신이 치료하는 환자들의 고통을 온몸으로 체험한 완벽한 의사의 짧은 인생 이야기. 갑자기 찾아온 암은 전도유망한 저자의 찬란한 미래를 빼앗아 갔지만 그가 남긴 삶의 의미와 가치, 그리고 불굴의 열정은 결코 앗아가지 못했다. 그가 살아남았다면 수많은 환자들의 생물학적 목숨을 구했겠지만 그가 세상에 없는 지금, 그의 기록은 죽음을 앞둔 자, 곧 살아있는 모든 사람들의 이정표가 되어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다. 그리고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의 나는 그 빛나고 아름다운 기록을 책의 형태로 그와 마주하고 있다.
폴 칼라니티. 문학과 생물학을 전공한 신경외과 의사라는 특이한 이력만으로도 충분히 주목받을 수 있겠지만 그의 이름을 기억하는 진정한 이유는 비록 짧은 인생이더라도 죽음이 올 때까지 멈추지 않았던 삶의 의지에 있다. 그는 명예나 금전적 보상을 바라고 의사의 길을 선택한 것이 아니었다. 인간의 의미, 정신적인 삶을 끊임없이 천착하고 ‘생물학, 도덕, 문학, 철학이 교차하는 곳은 어디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자 의학의 세계로 들어섰다.
“이 길은, 책에는 나오지 않는 답을 찾고 전혀 다른 종류의 숭고함을 발견하며, 고통받는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육체의 쇠락과 죽음 앞에서도 인간의 삶을 의미 있게 만들어주는 것은 무엇인가 하는 문제를 계속 고민할 수 있는 기회였다.” (p.64)
삶과 죽음의 문제에 관하여 도덕적인 견해를 세우려면 그 문제와 관련된 직접적인 경험을 더 많이 쌓아야 한다고 주장한 저자는 아이러니하고 드라마틱하게도 레지던트 마지막 해에 폐암 진단이 확정됨으로써 자신의 환자들이 대면했던 실존적 문제를 스스로 맞이하게 됐다. 겨우 서른여섯. 운명이라면 잔인하고 신의 섭리라면 가혹하다. 나약하기 짝이 없는 그 나이의 나라면 실체적 죽음 앞에 추상적인 삶의 의미 따위 더 흐려졌을 텐데, 저자는 삶 속의 죽음, 죽음 속의 삶을 함께 추구하는, 마치 구도(求道)하는 수도자 같은 길을 걸었다.
“그가 희망한 것은 가능성 없는 완치가 아니라, 목적과 의미로 가득한 날들이었다.” (p.257)
역자와 마찬가지로 가장 감동 받은 부분은 불치병에 직면하고도 계속 나아가겠다며 신경외과 수술실로 들어가는 장면이었다. 나는... 그럴 수 있을까? 죽음 앞에서, 극심한 고통을 안고, 인생을 걸겠다고 서원(誓願)했던 교실로, 교육의 현장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저자는 도망치지 말라고도, 돌아가라고도 하지 않았다. 그저 어떤 마무리가 가능하고 또 옳은지에 관한 한 가지 길을 자신의 삶을 통해 보여주었다. 진심으로 감사하다. 이렇게 또 배웠다. 다음 세상에서 만나면 꼭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리라.
“‘그런 처지가 되면 이런 기분이구나……. 조만간 나도 저런 입장이 되겠지.’ 내 목표는 바로 그 정도라고 생각해. 죽음을 선정적으로 그리려는 것도 아니고, 할 수 있을 때 인생을 즐기라고 훈계하려는 것도 아니야. 그저 우리가 걸어가는 이 길 앞에 무엇이 있는지 보여주고 싶을 뿐이지.” (p.2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