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스트. 여행 중독자이며 초긍정주의자다. 《엄마의 주례사》라는 책을 출간한 이후, 글 쓰고 강의하며 살고 있다. 검소하지만 누추하지 않게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게 살고 싶다. 저서로는 《엄마의 주례사》, 《엄마, 나 결혼해도 괜찮을까》, 《마흔, 시간은 갈수록 내 편이다(공저)》, 《행복의 민낯(공저)》이 있다.
꽃처럼 살고 싶었다. 척박한 땅일지라도 땅을 탓하지 않고 피어나 향기를 뿜는 꽃. 그런데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남편은 집안일에 통 관심이 없고, 나는 연년생 아이들 돌보랴, 시집살이하랴 혼을 빼고 살았다. 이게 아닌데, 이렇게 살고 싶었던 건 아닌데…. 두루두루 견딜 만하다가도 더는 참을 수 없는 날에는 꽃집으로 갔다. 계절에 상관없이 꽃을 볼 수 있는 곳으로 가는 설렘의 시간이 좋았고, 꽃 한 다발을 사서 집으로 돌아오는 그 순간만큼은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여자가 된 것 같았다. ---「감성이 메마르면 삶도 메마른다. 때로는 밥심보다 꽃심이어야 한다.」중에서
사람마다 모성 총량도 다르고 써야 하는 시기도 다르다. 다른 엄마들과 비교하면서 의기소침해질 필요도 엄마 노릇 제대로 못 한다고 죄책감에 시달릴 필요도 없다. 모성 마일리지는 없어지지 않으니까 시간적 여유가 생길 때 두고두고 쓰면 된다. 엄마 노릇은 졸업도 정년도 없이 죽을 때까지 해야 하는 거니까. 좋은 엄마가 되어 주지 못한다는 죄책감에 시달릴 게 아니라 차라리 여유로운 마음을 갖고 잘 웃는 엄마가 되어 주는 게 어떨까. ---「나는 요즘 젊었을 때 쓰지 못했던 지극한 모성애를 발휘하고 있다. 모성에도 총량의 법칙이 있다.」중에서
매년 한 번씩 종합 검진을 받으러 간다. 검진 받으러 갈 때마다 가슴 촬영은 나를 긴장하게 한다. 가슴을 촬영 기계에 밀착시키고 두부 짜듯 누를 때 저절로 터져 나오는 비명. 생각만 해도 온몸이 굳어지고 고개가 절레절레 저어진다. 그런데 웬걸, 이번에는 그리 아프지 않았다. 같은 병원에서 같은 기계로 검사받는 건데 웬일이지? 가만 보니 내 가슴의 탄력이 떨어진 거였다. ---「세상에는 다 좋고 다 나쁜 건 없다. 갱년기 증후군도 좋은 게 있다.」중에서
쉰이 다 되어 가도록 남편의 아침밥 한 번 거른 적 없었고, 남편이 퇴근하기 전에 집을 비우는 일도 없었다. 딸을 품에서 떼어놓기가 싫어서 고등학생이 될 때까지 엉덩이 두드려주며 데리고 잤다. 그런데 남편은 누가 그렇게 희생적으로 살아달라고 요구한 적 있느냐며 비난하고, 금지옥엽 키운 딸은 사사건건 반발했다. 자신이 옳다고 생각해온 것들이 별안간 돌팔매가 되어 날아든 현실에 그녀는 망연자실했다. ---「헌신했으면 행복해져야 하는데 헌신짝이 되어 버린다. 나 자신도 보살피며 살아야 한다.」중에서
“쨍그랑!” 접시가 강한 파열음을 내며 박살이 났다. 큰소리를 내며 부부싸움을 하다 남편이 등을 보이며 현관문을 향해 가는 순간, 고무장갑 낀 손에 들려 있던 접시를 바닥으로 내던졌다. 그것도 팔에 온 힘을 실어서. 측은지심도 이해라는 감정도 임계점이 지나면 다 소용없는 일이었다. 내가 참으면 되지, 하며 억눌러왔던 마음이 더는 못 참겠다며 온몸으로 항거하고 있었다. 세상에 남자의 아집만큼 단단한 벽이 또 있을까. 자기 생각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믿는 남편 앞에서 난 그만 폭발하고 말았다.
---「늙으면 부부밖에 남지 않는다는 건 이제 옛말이다. 나는 가끔 해혼을 꿈꾼다.」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