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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해리포터가 삶을 바꿀 수 있다면

만일 해리포터가 삶을 바꿀 수 있다면

: 지혜에 이르는 글 읽기, 삶 읽기

이제월 | 항해 | 2017년 10월 18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8.8 리뷰 16건 | 판매지수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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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10월 18일
쪽수, 무게, 크기 264쪽 | 344g | 140*205*20mm
ISBN13 9791196075729
ISBN10 1196075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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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라는 행위는 아무런 글도 없고 어떤 말로도 변환되지 않은 세계 자체, 즉 태초의 말씀으로 지어진 세계 자체를 경험하는 일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하늘을 나는 새도 언젠가는 튼튼한 다리로 가지에 내려와 앉아야 하는 것처럼, 메마른 대지에 잎과 가지를 덮어 둥지를 짓는 행위가 바로 독서입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올바른 독서를 한다면 맨 처음 여러분은 ‘경험할 것’이고, 그다음 ‘생각할 것’이고, 그다음 ‘살아갈 것’입니다. 독서는 행위와 앎 사이에 생각이 끼어들 여지를 만들어줍니다. --- p.14~15

우리의 말에는 마음대로 지어낼 수 있는 것과 마음대로 지어낼 수 없는 것, 두 가지가 있습니다. 앞의 것은 ‘상상의 이야기’이고, 뒤의 것은 ‘사실의 이야기’입니다. 사실의 이야기는 살짝 꾸미는 순간 거짓이 탄로 납니다. 그런데 재미난 건 마음대로 지어낼 수 있다고 한 상상의 이야기에도 실은 제약이 있다는 것입니다. 한 번 말해지고 마는 것으로서야 무슨 말이든 할 수 있겠지만, 그렇게 발화된 말은 더는 퍼지지 않고 듣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할 뿐 아니라, 말한 사람조차도 얼마 지나지 않아 잊게 됩니다. 이상한 일 아닌가요? 우리는 그 이야기가 어떤 이야기인지에 따라 마음으로 받아들이기도 하고 내치기도 합니다. 이처럼 이야기를 선별하는 행위는 일부러 할 것도 없이 저절로 일어나는 일 같습니다. 사람마다 방법은 조금씩 달라도 다들 이런 행위를 하고 있는 듯 보입니다. --- p.22~23

헌사 읽기를 생략하면, 우리는 어디서 시작해서 어디까지 가는지도 모른 채 글 읽기를 시작하게 됩니다. 그러면 쉽게 긴장하거나 방심해서 길을 잃기 십상이지요. 반면 헌사를 읽으면 책의 내용을 미리 상상해볼 수도 있고, 이야기 진행에 중요한 사항을 처음부터 눈여겨보며 나아갈 수 있습니다. 글에 대한 선택과 집중을 돕고, 방향성을 설정하게 해줍니다. 나침반이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게 항해에 좋겠지요? 차례가 지도라면, 헌사는 이야기를 타고 갈 때 손에 들 나침반 같습니다. --- p.42~43

해리는 두 개의 가능성을 지닌 아이로 묘사됩니다. 이런 점은 어쩐지 우리들과도 닮지 않았나요? 어쩌면 우리 모두가 그러함에도 순간순간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서 ‘나는 외향적이야’, ‘나는 내성적이야’, ‘나는 친구를 사귀고 싶어’, ‘나는 혼자 있는 게 좋아’, ‘나는 좀 부지런한 것 같아’, ‘나는 정말 게으른 것 같아’ 하고 오락가락하고 있지요. 우리가 스스로를 규정 내리는 것과 별개로, 우리 안에는 늘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있는 상반된 가능성이 함께 머물지 않던가요? --- p.56~57

해리가 블랙과 같이 살고 싶다고 할 때, 우리는 해리가 아버지 제임스 포터를 막연하게 그리워하고 있으며 어느 정도 아버지를 닮기를 바랐다는 것, 만날 수는 없어도 그를 닮음으로써 자기 안에 아버지를 머물게 하고자 했다는 점을 상기해야 합니다. 그래서 해리는 블랙을 닮고 싶어 합니다. 아니, 그래야만 하지요. 그렇게 닮으려고 하면서도 닮기 싫어하고, 마침내 그와 자신이 닮은 점도 다른 점도 있는데, 그저 자기 자신으로 성장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 해리는 진짜 어른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 p.120

한번 자기 안에 하나의 이야기가 자리 잡으면 그 이야기에서 어지간해서는 벗어날 수 없습니다. 내가 이야기를 들으나 듣지 않으나 이야기는 자기대로 흐릅니다. 다른 이야기를 찾거나 만들 때까지, 하나의 이야기는 연달아 사건을 일으킵니다. 드러나는 것은 사건의 연쇄지만 사건끼리 인과관계를 갖지 않습니다. 그저 물밑에서 사건을 연결하고 있는 필연성에 따라 이야기가 흘러가는 것입니다.
여러분이 집착하는 완전성은 무엇인가요? 우리는 자기와 이웃을 어떤 이야기에 가두고 있을까요? 편견이나 선입견이라는 말로는 부족합니다. 이 흘러가는 탈 것(이야기)에 우리는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태웁니다. 배가 부서져서 가라앉을 때까지, 밖으로 어떤 것도 내보내지 않고 말이지요. --- p.170~171

해리포터 연작은 삶과 세상이 ‘결정된 것이 아니라 결정하는 것’이라고 줄기차게 이야기합니다. 또 우리가 ‘위대한 사랑’의 신비 아래서 살아가야 한다고, 우정과 신뢰로 강하게 결속해야 한다고 일러줍니다. 그렇게 사는 것은 우리 자신이고, 그렇게 살기 때문에 우리가 사람인 것이지요. 해리포터는 한 사람의 서사로 보편을 이야기합니다. 정말 고전의 방식입니다.
--- p.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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