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에는 여러 가지 ‘통로’가 있다. 먼저 지갑. 지갑은 돈과 각종 카드가 분주히 드나드는 길이다. 그다음은 통장. 월급이 들어오고, 월세나 주택 관리비, 공공요금 등이 나간다. 그리고 냉장고. 언뜻 돈과는 무관할 것 같지만, 냉장고는 식비와 밀접하게 연관된다. 마트에서 구입한 식재료를 보관했다가 요리할 때 꺼내는 곳이니, 식비라는 돈이 드나드는 것이다. 이들 돈의 통로가 정리되어 있지 않으면 새로운 돈이 들어오지 않고, 쓸데없이 돈을 지출하게 된다. 또 너무 어질러진 탓에 원래 있던 돈의 존재조차 알지 못한다. 방이 지저분하면 정신이 산만해지듯, 돈의 통로가 어질러지면 돈이 사방으로 흩어진다. 이렇게 흐트러진 상태가 평소 상태가 되어서는 안 된다. 불필요한 것을 버리고 정리해서 돈의 흐름을 개선해야 한다. P17~18
지갑이 정말로 깨끗이 정리되어 있는 사람은 의외로 적다. 시험 삼아 자신의 지갑 상태를 떠올려보자. 돈이 얼마가 들어 있는지 정확히 말할 수 있는가? 신용카드가 몇 장인지, 포인트카드가 몇 장이며 어느 상점의 것인지대답할 수 있는가? 영수증이 대충 구겨진 채 들어 있지는 않은가? 이런 질문들에 막힘없이 대답할 수 없다면 지금 당장 지갑을 정리하자. 그것만으로도 낭비가 줄어 돈이 모이기 시작한다.
무질서하게 어질러진 지갑은 돈과 시간이라는 에너지를 낭비한다. 지갑을 열었을 때 현금이 없어 허둥지둥 ATM을 찾는다. 포인트를 4배나 적립해주는 특별한 날인데 정작 필요한 카드가 어디에 있는지 찾을 수 없다. 지갑 속 빈약한 현금 액수에 기분도 의기소침해진다. 이 모든 게 별 것 아닌 문제 같지만, 매일의 작은 혼란은 큰 문제를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오늘 먹은 음식이 수년 뒤의 신체에 영향을 주듯이, 오늘 지갑에 들어 있는 돈과 카드를 어떻게 사용하느냐가 수년 뒤의 경제 상황에 영향을 줄 수 있다. _P34
돈이 모이지 않는 사람의 가장 큰 문제는 돈의 상태를 ‘사용 후’에 파악하려 한다는 것이다.
“이달에 이렇게 많이 썼어? 저금할 돈이 없네.”
“카드명세서 보고 깜짝 놀랐어. 뭘 이렇게 많이 썼지?”
이럴 경우 후회만 하고 돈은 모을 수 없다. 반면에 돈이 모이는 사람은 돈 쓰는 순서를 중시한다. 다 쓰고 남은 돈을 저금하는 것이 아니라, 돈이 들어온 시점에서 먼저 자신을 위해 적립한다. 전체 지출 가운데 가장 먼저 자기 자신에게 지출하는 것이다. 적립 금액을 늘리는 것은 돈을 소중히 다루는 법을 배우는 기회이기도 하다. 돈을 모으려면 이런 여러 가지 규칙이 필요하다. 그 규칙을 지키는 것만으로도 자신감이 생기고, 돈이 ‘있다’, ‘생겨난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셀프 저금’으로 돈이 ‘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으면 자기 미래의 가능성이 느껴지기 시작한다. _P78, 82
돈을 정리하자고 결심해도 ‘시간’이라는 큰 벽을 넘어야 한다. 매일 생활하기도 벅찬데 돈에 대해 생각할 시간도 마음의 여유도 없기 때문이다. 돈이 없다, 그런데 바쁘다면? 돈과 시간에 쫓겨 인생의 핸들을 자신이 아닌 다른 누군가가 쥐고 있는 상태가 된다. ‘가계부를 쓰면 돈을 모을 수 있겠지’ 하며 시작했어도 결국은 바빠서 지속하지 못한다. 1년 동안 가계부 쓰기에 성공했더라도‘그래서 이걸로 뭘?’ 하고, 그다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다면 가계부 쓰기도 아무 의미가 없다. 이런 상태에서 벗어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이 바로 수첩이다.
수첩에는 미래의 일, ‘예정’을 메모한다. 과거의 일정을 기록하지 않는다. 앞으로 있을 일을 메모하고 그것이 현실이 되도록 행동한다. 한마디로 수첩은 ‘예언서’다. P119~120
“우리 집은 빚 없어요.”
그렇게 말하는 사람도 눈에 띄지 않는 빚을 얕잡아봐서는 안 된다. 주택담보대출은 물론, 카드비, 필요 이상으로 지출하는 휴대전화비, 보상 내용이 중복된 생명보험, 자주 시청하지 않는 케이블TV 가입 요금 등이 그것이다. “그게 빚인가?”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의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자동이체로 빠져나가는 돈은 5년 뒤, 10년 뒤의 돈을 강탈하는 존재가 될 수 있다. 이것은 곧 빚이다.
20년 뒤, 30년 뒤의 노후도 생각해야 하지만 지금의 빚 상태를 정확히 인지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이 ‘빚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을 자각하는 것만으로 극적인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한다. 이것이 빚을 정리하는 첫걸음이다. P137~138
돈과 생활을 정리하면서 나 자신이 무엇을 선택하고 무엇을 소중히 하고 싶어 하는지도 알게 되었다. 생활에 질서가 생기자 마음에도 질서가 생겼다. 지금도 돈이 없어 걱정하던 때가 가끔 생각난다. 그때 내게 없었던 것은 정말‘돈’이었을까. 지금 돌이켜보면 그때 내게 없었던 것은 돈이 아니라 ‘자신감’이었다. 그리고 그 자신감은 돈의 통로를 정리함으로써 생겨났다.
만일 지금 당신이 돈도 시간도 자신감도 없이 혼란한 매일을 살고 있다면 부디 돈의 통로를 정리해보기를 바란다. 불안감과 두려움이 밀려오면 어질러진 상태를 정리하면서 “괜찮다, 할 수 있다”고 말해보자. 자신의 작은 한 걸음을 과소평가하지 않고 스스로 선택한 길에 자신감을 갖는 것이다. 최종 목표는 돈을 정리한 이후 자신의 인생을 사는 것이다. ‘돈을 정리하는 것’은 ‘인생을 정리하는 것’이다.
---pp.205~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