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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제2장 제3장 제4장 제5장 제6장 제7장 제8장 제9장 제10장 제11장 제12장 제13장 제14장 해설 여인들의 욕망과 판타지가 넘실대는 곳에서 꽃핀 동화 같은 사랑 에밀 졸라 연보 부록 |
저에밀 졸라
관심작가 알림신청Emile Zola,Emile Edouard Charles Antoine Zo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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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박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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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5프랑 60상팀에 팔면 밑지고 파는 것과 마찬가집니다. 엄청난 여타 비용들은 전혀 포함되지 않은 거니까요. ……다른 데서는 모두 7프랑을 받고 있고요.”
그러자 무레는 벌컥 화를 내더니 손바닥으로 예의 실크를 두드리면서 신경질적으로 소리쳤다. “그건 나도 잘 알고 있네, 그래서 우리 고객들한테 선물을 하려는 거란 말일세. ……자네는 말이지 친구, 여자들을 너무 몰라. 여자들은 이 실크를 서로 차지하려고 머리채를 잡고 싸우게 될 거야!”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죠.” 무레의 동업자는 여전히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하지만 여자들이 서로 차지하려고 할수록 우린 더 손해를 보게 되는 거란 말입니다.” “제품 하나당 고작 몇 상팀 정도 손해를 보겠지, 그래. 그런데, 그다음을 생각해봤나? 그로 인해 수많은 여자들이 몰려와서는,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우리 제품 앞에서 넋을 잃고 정신없이 지갑을 열게 된다면, 그건 반대로 우리한테 축복이 되는 거라고. 결코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니란 말일세. 중요한 건, 친구, 여인들의 욕망에 불을 지펴야 하는 거라고. 그러기 위해서는, 고객들을 유혹하는 미끼 역할을 할 대박 상품이 필요하단 말일세. 그런 다음, 다른 제품들을 다른 데만큼 비싸게 받고 파는 거야. 그래도 고객들은 우리 백화점에서 더 좋은 가격으로 산다고 믿게 될 거라고. 그래, 우리의 주력 상품인 퀴르 도르를 보라고. 7프랑 50상팀짜리 이 태피터는 다른 데서도 다 이 가격에 팔리고 있지. 그런데도 고객들은 여기서 훨씬 더 싸게 산다고 믿게 되는 거지. 그럼 파리보뇌르로 인한 손실쯤은 거뜬히 메울 수 있는 거라고……. 두고 보게, 내 말이 옳다는 걸 곧 알게 될 테니까!” --- p.71~72 그가 창조해낸 것들은 새로운 종교를 일으켰다. 그의 백화점은 흔들리는 믿음으로 인해 신도들이 점차 빠져나간 교회 대신, 비어 있는 그들의 영혼 속으로 파고들었다. 여인들은 공허한 시간을 채우기 위해 그의 백화점을 찾았다. 그리하여 예전에는 예배당에서 보냈던 불안하고 두려운 시간들을 그곳에서 죽여나갔다. 백화점은 불안정한 열정의 유용한 배출구이자, 신과 남편이 지속적으로 싸워야 하는 곳이며, 아름다움의 신이 존재하는 내세에 대한 믿음과 육체에 대한 숭배가 끊임없이 다시 생겨나는 곳이었다. 그가 백화점 문을 닫는다면 거리에서 폭동이 일어날지도 모를 일이었다. 고해실과 제단을 박탈당한 독실한 신자들이 절망적으로 외치게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 p.707 |
스무 살 처녀 드니즈는 부모님이 세상을 떠나자 남동생들을 데리고 큰아버지를 찾아 파리로 상경한다. 직물 전문점을 하고 있는 큰아버지는 가게 맞은편에 백화점이 생긴 이후 장사가 잘 되지 않아 조카들을 맡아줄 수가 없고, 마침 드니즈는 백화점의 여성 기성복 매장에서 직원을 구한다는 소식을 듣는다. 화려한 천들 속에 탐욕을 감춘 우아한 여인들과 자본주의의 메커니즘 안에서 하루하루를 버티는 직원들이 공존하는 백화점에서 드니즈는 꿋꿋하게 자신의 길을 개척해나간다. 한편 정력과 야망이 넘치는 백화점 사장 무레는 순수하고 야성적인 드니즈의 매력에 끌리기 시작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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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대한 자료와 치밀한 현장 답사를 토대로 탄생한 제2의 주인공 ‘백화점’
『여인들의 행복 백화점』을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제2의 주인공이라고 할 만한 소설 속의 백화점 ‘오 보뇌르 데 담’(‘여인들의 행복 속에서’라는 뜻)이다. 누구보다도 자신이 살아가는 시대의 삶과 그 혁신에 많은 관심을 기울였던 작가 졸라는 19세기 중반 무렵부터 하나둘씩 생겨나기 시작한 백화점에서 당시의 상업과 소비문화는 물론 라이프스타일까지 바꿔놓을 수 있는 요소들을 발견하고는 예의 주시했다. 그리하여 백화점을 배경으로 한, 전무후무한 장편소설이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이다. 루공-마카르 총서의 『목로주점』, 『제르미날(Germinal)』(1885), 『인간 짐승(La Bete Humaine)』(1890) 등에서 각각 파리 변두리 노동자들, 프랑스 북부 탄광촌 노동자들, 초창기 철도 노동자들의 삶을 생생하게 그린 바 있는 졸라는 『여인들의 행복 백화점』 집필을 앞두고는 그의 부인이 단골로 다니는 ‘봉 마르셰’나 ‘루브르’ 그리고 ‘플라스 클리시’ 백화점에서 한 달 내내 하루에 대여섯 시간씩 머무르며 자료를 수집했다. 그렇게 작가 노트에 모인 자료는 무려 384쪽에 달했으며, 그 정보들은 고스란히 대작가 졸라의 손을 거쳐 『여인들의 행복 백화점』이라는 값지고 흥미로운 소설로 탄생되었다. 본서에서도 말미에 『여인들의 행복 백화점』과 관련된 컬러 자료들을 실어 더욱 풍부한 독서가 되도록 했다. “여자들의 마음을 얻을 줄 알아야 합니다. 그럴 수만 있다면 세상을 팔아치울 수도 있다니까요!“ ‘소비의 신전’, ‘현대 상업의 대성당’, 졸라의 백화점이 보여주는 마케팅 기법의 원형 정가제, 바겐세일, 미끼 상품, 반품 제도, 카탈로그 통신판매, 직원 성과급제, 고객 음료 서비스, 신문 광고, 포스터 광고, 비수기 전략인 백색 대전시회, 아동 마케팅, 경품 증정……. 오늘날 우리가 익숙하게 받아들이는 백화점의 전략들은 실제로 봉 마르셰 백화점의 창업자인 아리스티드 부시코가 처음 도입한 것들로서 봉 마르셰를 모델로 한 『여인들의 행복 백화점』에서 자세히 묘사된다. 빅토리아 시크릿, 코카콜라, 맥도널드, 도미노 피자, 니만 마커스, 이케아, 반스&노블, 페덱스, 월마트, 프라다 등 유명 기업들의 마케팅 기법의 원형이 이 소설 안에 모두 담겨 있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이뿐만 아니라 졸라는 계절과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백화점 안팎의 모습, 백화점의 혁신적인 건축양식과 실내장식, 매장들의 분위기와 판매원들 간의 관계, 다양한 쇼핑객들의 모습과 고객과 판매원과의 관계 등도 상세히 묘사했다. 소설의 이런 다큐멘터리적인 면모로 인해 독자들은 19세기 파리로 시간 여행을 떠난 것처럼 그 시대 사람들의 삶을 생생하게 그려볼 수 있다. 거대 자본과 소상인의 갈등, 노동 문제, 쇼핑 중독으로 인한 가정과 사회의 문제 등 지금 우리 사회를 비추는 거울과도 같은 소설 졸라는 『여인들의 행복 백화점』에서 백화점의 눈부신 발전상만을 그리지 않았다. 드레퓌스 사건에서도 알 수 있듯, 진보 지식인으로서 그는 백화점이라는 ‘화려함’ 뒤의 그늘에도 공평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무슈 보뒤, 부라 영감 등으로 대표되는 백화점 주변 영세 상인들의 몰락은, 대형 마트가 들어선 이후 동네 상권이 붕괴하고 있는 2012년 우리 사회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하다. 그들을 보듬고 감싸는 것은 이상적인 여성으로 그려지는 여주인공 드니즈다. 수습 직원에서 사장의 파트너로서 백화점 여주인의 위치에까지 오르는 그녀는 백화점 편에 서 있지만 백화점의 이익만을 대변하지는 않는다. 그녀는 또한 백화점 근로자들의 지위 향상이나 노동 환경의 개선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590~593쪽 참고). 이런 점들 덕분에 이 소설은 현재 우리에게 단순한 문학적 고전을 넘어 더욱 큰 의미로 다가올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