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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월의 살인
김별아
해냄 2018.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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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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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서(序)

죽은 자의 말
바다의 도장
처음의 풍경
수사
뜨겁고 독하고 맑은
도깨비 자식
비밀과 거짓말
대군궁의 궁노
고통을 묻다
호홀지간
금을 얻다
십자 모양 칼자국
검은 강 붉은 놀
관노와 사노
살을 먹이다
지박령의 비밀
꽃의 순서

작가의 말

저자 소개1

1969년 강원도 강릉에서 태어났다.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후 1993년 실천문학에 「닫힌 문 밖의 바람소리」를 발표하며 등단하였다. 2005년 장편소설 『미실』로 제1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하였다. 데뷔 초기 사회변화와 함께 불어닥친 혼란을 개인적 감성으로 써내려간 『내 마음의 포르노그라피』, 『개인적 체험』을 발표해 젊은 작가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고, 이후 소재의 다각화에 몰두한 『축구전쟁』으로 호평을 받았다. 그의 대표작 『미실』은 '화랑세기'에 기록된 신비의 여인, 미실을 천오백 년의 시공을 뛰어넘어 현대에 되살린 소설이다. 타고난 미색으로 진흥제, 진지
1969년 강원도 강릉에서 태어났다.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후 1993년 실천문학에 「닫힌 문 밖의 바람소리」를 발표하며 등단하였다. 2005년 장편소설 『미실』로 제1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하였다. 데뷔 초기 사회변화와 함께 불어닥친 혼란을 개인적 감성으로 써내려간 『내 마음의 포르노그라피』, 『개인적 체험』을 발표해 젊은 작가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고, 이후 소재의 다각화에 몰두한 『축구전쟁』으로 호평을 받았다.

그의 대표작 『미실』은 '화랑세기'에 기록된 신비의 여인, 미실을 천오백 년의 시공을 뛰어넘어 현대에 되살린 소설이다. 타고난 미색으로 진흥제, 진지제, 진평제와 사다함 등 당대 영웅호걸들을 녹여내고 신라왕실의 권력을 장악해 간 미실의 일대기를 통해 현대와 같은 성모럴이 확립되기 전의 여성성에 대해 말하고 있다. 작가는 본능에 충실하면서도 요녀로 전락하지 않은 자유로운 혼의 여인과 그런 여인이 가능했던 신라를 그려낸다. 또한 가장 자연스러운 여성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묻고 있는 이 작품은 적극적인 탐구 정신, 작가적 상상력, 호방한 서사 구조를 바탕으로 그간 우리 문학에서 만나지 못했던 전혀 새롭고 개성적인 여성상을 그려 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예스럽고도 우아한 문체 속에 거침없는 성애 묘사가 소설과 역사를 읽는 묘미를 풍성하게 해준다.

『가족 판타지』에서 작가는 아이와 그녀의 사랑이, 그가 중심이 되어 이루고 있는 가족 관계가, 그리고 전통적 가족의 범위를 벗어난 확장된 관계로서의 가족이 인류애와 박애주의로 연대하는 것을 꿈꾸고 내일에 저당 잡히지 않은 오늘을 행복하게 살아가는 가족, 혼자서도 행복하고, 헤어져서도 행복하고, 다시 만나서도 행복하고, 상처와 장애와 실패와 절망 속에서마저 행복할 수 있는 것이 그가 희망하는 가족 판타지를 넘어선 가족의 참모습을 제시하였다.

‘일본 천황가 폭탄 투척 사건’의 주인공이었던 조선 청년 박열과 가네코 후미코의 치명적 사랑을 그린 『열애』에서 작가는 『미실』에 이어 다시 한 번 가열 차게 벼린 내공 풍부한 역사소설을 선보인다. 일본제국주의와 식민지 간의 관계, 일본 내의 식민지였던 가네다 후미코, 일본 사상사에서 후미코의 의미, 아나키스트이자 허무주의자이며, 테러리스트이자 시인인 박열의 투쟁 그리고 이들의 사랑을 버무려 그저 ‘조선인 독립운동가와 일본인 아내'라는 한 문장으로 일축되었던 이들을 생생하게 복원하였다. 국경, 이념, 죽음까지도 초월한 ‘인간의 인간에 대한 사랑’, 즉 인류의 숭고한 가치인 휴머니즘이 발로하는 순간을 마주하게 된다.

에세이집 『죽도록 사랑해도 괜찮아』에서는 상처와 시련이 바닥을 치는 고통 속에서도, 죽도록 사랑할 수 있는 지금이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고귀하고 감사한 일인지. 저자는 자신이 책과 시를 읽으며 삶과 사랑을 사유하고 길을 찾아간 경험을 토대로 눈물 흘리고 힘을 얻고 닫힌 마음을 열었던 그의 지난한 기억들을 글로 담아냈다.

소설집으로 『꿈의 부족』, 장편소설 『미실』, 『열애』, 『내 마음의 포르노그라피』, 『개인적 체험』, 『축구전쟁』, 『영영이별 영이별』, 『논개1, 2』, 『백범』, 『열애』, 『가미가제 독고다이』, 『채홍』, 『불의 꽃』, 『어우동, 사랑으로 죽다』, 『탄실』, 『구월의 살인』, 산문집 『톨스토이처럼 죽고 싶다』, 『식구-우리가 사랑하는 이상한 사람들』, 『가족 판타지』, 『모욕의 매뉴얼을 준비하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삶은 홀수다』, 『괜찮다 우리는 꽃필 수 있다』, 『스무 살 아들에게』, 『빛나는 말 가만한 생각』, 어린이책 『김순남』, 『장화홍련전』, 『치마폭에 꿈을 그린 신사임당』, 『거짓말쟁이』, 그림책 『네가 아니었다면』, 청소년 평전 『찰리채플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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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06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304쪽 | 380g | 135*205*30mm
ISBN13
9788965746560

책 속으로

“범행을 현장에서 목격한 자가 있고, 게다가 그가 무관이라고? 그런데 어찌 강도들이 여주의 촌사람만 칼로 찔러 죽였단 말인가?”
“지금 대감마님께옵서 하신 말씀이 바로 저희 형제가 품은 의문입니다. 귀인과 비인(鄙人)이 한시에 품은 의문을 어찌 형조의 관원들만 무시하고 지나쳤는지 그 연유를 도무지 알 수 없습니다. 만취해 곤드라져 봉변을 면했다지만 김원위는 그때의 정황을 묻는 저희를 피하며 만나주지 아니하니, 속일을 명명백백히 드러내기 위해서라도 삼검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합니다!”
판서가 대기시켰던 사인교를 불렀다. 다음 달 초면 그는 사은사로 국경을 넘고 있을 것이다. 갑자기 물밀어 드는 피로에 관자놀이를 누르며 이립한 참의와 정랑에게 지시를 내렸다.
“사건을 원점으로부터 다시 엄밀하게 수사하도록 하라!”
---「서(序)」중에서

전방유는 어려서부터 그리 결기 있는 성정이 아니었다. 나무 타기 같은 흔한 놀이는 물론 나무칼 한번 잡아본 적 없었다. 다섯 살에 『논어』를 읽었으나 여덟 살까지 야뇨증을 앓았고, 열 살에도 밤에 한뎃뒷간을 혼자 가지 못했다. 귀신이 무서웠고 마누라도 무서웠고 자식들도 열다섯 살이 넘어가니 함부로 대할 수 없었다. 그러니 형조의 거칠고 사나운 선임들과 동료들에게 행여나 맞서 대거리할 수 있었겠는가?
전방유는 일 년 하고도 절반을 꼬박 얼뜨기 좌랑 취급을 받았다. 그런데 사람의 일이란 참으로 알 수 없었다. 형조의 외돌토리였기에 느닷없는 일을 맡았다. 그리고 엉뚱하게도 사십 년 가까이 살면서 까마득히 몰랐던 재능을 발견했다.
처음으로 죽은 사람과 만났던 순간을 잊지 못한다. 시체를 보았다든가 재로 덮어 봉인한 시신을 꺼냈다든가 하는 표현은 적합지 않다. 그를 만났다. 얼마 전까지 다른 이들과 다를 바 없이 먹고 마시고 웃고 화내며 살아있었던 한때의 사람을.
---「죽은 자의 말」중에서

돌이켜보건대 계집은 특별한 기술을 썼다기보다 상대의 약점을 정확히 파악해 공격했을 뿐이었다. 그야말로 저울로 가늠질할 수 없는 바람의 요사였다.
윤 선달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우련한 초저녁 달빛 아래서 뜯어보니 계집은 생각보다 앳되고 호릿하였다.
“더 이상의 시험은 없다. 네가 원하는 것을 말하라!”
거칠던 숨소리가 점차 잦아들었다. 계집은 성큼 발을 내딛어 윤 선달을 향해 다가왔다. 협기든 객기든 쓸개자루가 크기로 소문난 윤 선달이 일순 움찔했다. 계집의 몸에선 분내도 땀내도 아닌, 정체를 알 수 없는 쇳내 같은 것이 진하게 풍겨났다. 계집이 쉰 목소리로 나지막이, 그러나 또렷이 말했다.
“원수를 갚으려 하오. 도와주시오!”
---「바다의 도장」중에서

“나리! 이것 좀 보십시오!”
오작의 흥분한 목소리가 홀로 탄식하는 전방유의 귓전을 때렸다. 재미든 흥미든 호기심이든 정의감이든, 연유야 어쨌거나 그들은 죽은 자의 말을 끝내 듣고자 하는 마지막 산 자였다.
“이 모양은……!”
전방유가 낮은 신음을 흘렸다.
“강도라고요? 어느 강도가 이런 솜씨를 돈푼을 뺏는 데 쓴답니까?”
“왜 그러는가? 무슨 특별한 점이라도 있느냐?”
오작이 눈을 희번덕이고 율생은 답답한지 가슴을 치며 오작을 다그쳤다.
“시형도를 다시 그려라. 시신의 머리끝부터 발끝까지를 꼼꼼히 살펴 칼자국을 헤아리고, 팔목과 손바닥의 상처를 확인하고, 상처 하나하나의 길이와 너비와 둘레와 빛깔과 부어오른 정도를 세세히 기록하라!”
모든 것이 처음부터 다시 시작이었다. 자상은 일곱이 아니라 여덟이었다.
---「수사」중에서

“성상의 교지가 아래의 정황을 헤아려 살피지 못하신 듯합니다.”
사헌부 집의가 카랑카랑한 목소리를 돋웠다. 이대로라면 대군을 비호하는 임금의 의지에 밀려 사건은 미제가 되어버릴 터였다.
“대낮에 도성 한가운데에서 사람을 죽이는 일을 어찌 여인이 홀로 벌일 수 있겠습니까? 듣기로 궁노들은 여럿이서 도당을 짓는다고 합니다. 그런 까닭에 무관인 간증조차 친구가 죽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면서도 두려워 겁을 낼 뿐 감히 구하려 들지 못한 것입니다. 잔악한 범인에게 아무리 무리를 캐묻는대도 순순히 사실을 토설할 리 있겠습니까? 대군궁의 수노에게 듣고자 하는 것은 수노가 무슨 죄를 지었는지가 아니라, 단지 그로 하여금 고발케 하여 살인을 공모한 죄인을 얻고자 할 따름입니다!”
간곡히 그리고 강경히 주청해도 임금은 끝내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 사건은 다시 형장으로 돌아갔다.

---「대군궁의 궁노」중에서

줄거리

어둠이 내리기 전 한양의 거리, 도성 한복판에서 살인 사건이 벌어졌다. 범행을 현장에서 목격한 자가 있음에도 사건은 강도의 소행으로 어설피 결론이 났고 피해자의 자식들은 억울함을 호소하며 형조 판서의 가마에 뛰어들기에 이른다. 석연치 않은 정황에 원점으로 돌아간 살인 사건은 미제 사건을 해결하는 데 정평이 나 있던 전방유의 손에 맡겨진 뒤 완전히 새로운 양상을 띤다. 시신을 확인하자마자 죽음에 결정적인 원인이 된 자상이 아직 밝혀지지 않았음을 간파한 전방유는 왼쪽 가슴 아래에 십자[十] 모양의 기이한 상흔을 발견한다. 그는 범인의 수법이 예사 솜씨가 아님을 깨닫고 사건이 벌어진 그날 피해자가 걸었을 길을 되짚어보며 수사망을 좁혀 나간다. 마침내 입을 연 목격자의 진술, 피해자 자식들의 심증, 핏자국이 어려있는 쇠자루칼까지 모든 증거는 단 한 사람을 지목하지만 어쩐지 전방유는 진실이 먼발치에서 잡힐 듯 말 듯 도망치고 있다는 느낌을 뿌리칠 수 없는데…….

등장인물 소개

전방유 전도유망했던 소년 시절의 기대와는 달리 거듭 과거에 낙방하여 뒤늦게 문음을 통해 형조의 좌랑이 된다. 거칠고 하찮은 일로 여겨지는 형조 일에서 빼어난 소질을 발견하고 미제로 남았던 사건들을 처리해 나간다.

김태길 탐욕스러운 성격으로 이익이라면 인륜도 무시하는 처세로 ‘각다귀’로 불리는 여주의 토호. 길거리에서 처참한 죽음을 맞는다.

구월 사랑하는 이와 함께 속량을 통한 면천을 꿈꾸었으나 주인인 김태길의 변덕으로 연인이 억울하고 잔혹한 죽음을 당하며 좌절을 겪는다.

노장 계의 수장. 본래 궐 안에서 음식을 만드는 일을 하다가 원인 모를 병에 걸렸다는 이유로 쫓겨난다. 자신의 동생이 죽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고, 술도장을 운영하며 저마다 복수를 위해 모인 사람들로 구성된 계의 자금을 댄다.

윤 선달 노장의 오른팔이자 계의 일원. 주인 양반에게 겁간을 당해 자신을 낳고 애티증을 앓다가 억울한 죽음을 맞은 어머니의 복수를 다짐하며 계에 몸을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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