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 관장실은?”
“여기야.”
“그럼 관장님은?”
“없어.”
“그럼 언제 돌아오시는데요?”
“내가 어떻게 알아. 나도 알고 싶은 일인데.”
여성 레슬러는 검게 그을린 손으로 거칠게 머리를 헝클어뜨렸다.
웃음소리가 났다.
“오니즈카(鬼塚) 씨, 제대로 설명하지 않으면 저기 청년이 곤란하잖아.”
창가에 초로의 남성이 있다. 일본 전통 예복에 삭발. 처음 만나는 게 분명할 텐데 어디서 본 것만 같다.
삭발 남성은 부채를 들고 있었다.
“잘 왔어요. 내가 설명하지. 실은 모체인 시 쪽에 조금 복잡한 일이 터졌어요. 관장은 휴직이라고 해야 하나, 장기 출장이라고 해야 하나, 어쨌든 당분간 여기에 없어요. 여기 무뚝뚝한 여성분은 오니즈카 씨. 사육 부문 총책임자로 지금은 관장 대행을 겸하고 있지요. 긴 말은 생략하고 오니 대행이라고 부른다네. 갑자기 관장 일까지 하게 되어 영 심기가 불편해. 잘 좀 봐주게.” --- p.14~15
치프는 머리를 긁으면서 울타리 쪽으로 왔다.
“이 오빠, 네 후배니까.”
“아니, 후배라니.”
“내가 후배라고 하면 당연히 돌고래 관 후배지. 카지가 없는 동안 돌고래 전임으로 있을 거니까. 잘 대해주라고.”
“저기 상냥할 것 같은 전직 직원이었던 누님은?”
“알고 있었나? 미안하네. 그 건은 취소되었어. 어쩔 수 없지. 축복할 일이니까.”
“축복하다니, 뭘?”
“쌍둥이를 임신했대. 쌍둥이의 경우 임신 전 휴가도 빨라지지. 계산해보면 와도 이주일 뒤에는 휴가에 들어가야 해. 인수인계를 끝내자마자 떠나야 한다고 하더라. 그러니까 잘 부탁해.”
머릿속에서 언니가 상냥하게 웃는 모습이 사라졌다. 미안해. 호, 호, 호.
“걱정하지 마. 이 오빠도 보통이 아니니까. 이름은 효도(兵藤)라고 했나. 반년 정도, 동물 관련 전문학교를 다녔다니 기본적인 것은 할 수 있을 거야. 다만 당분간 우리 규정상 심야 근무는 시킬 수 없어. 스무 살이 안 되었으니까.”
스무 살 미만? 남자아이 쪽을 본다. 남자아이는 고개를 숙이고 “지금, 열여덟입니다”라고 말했다.
“잘 가르쳐. 유카 트레이너.”
치프는 일부러 과장되게 “잘 부탁드립니다”라고 말하고 허리에 손을 얹고 큰소리로 웃는다. 그리고 웃으면서 돌고래 관 안쪽으로 사라졌다.
치프의 억지에도 어려운 과제에도 익숙해졌다. 하지만 이렇게 강렬한 펀치를 먹다니. 아니 경력 일 년인 사람에게 신입 교육을 맡기다니.
정말 제정신인걸까. 아쿠아파크.
유카는 모자를 안고 하늘을 올려다봤다. --- p.29~30
노크를 했다. 대답이 없다. 다시 한 번 노크.
“예!”
예?
문이 열렸다.
“선배님, 너무 이르긴 한데…….”
더 이상 말이 나오지 않는다. 선배가 아니다.
눈앞에 커다란 스웨트 셔츠를 입은 여자가 서 있다. 아무리 봐도 남자 옷이 아닌가.
“카지 씨, 손님이 오신 것 같은데요.”
스웨트 여자가 실내를 돌아봤다. 그 말을 듣고 누군가가 창가에서 나른하게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이쪽을 눈이 부신 듯 본다. ?선배. 그 머리 위에 있는 커튼레일에서 뭔가가 흔들린다.
옅은 핑크, 꽃무늬 팬티가 아닌가.
선배와 눈이 마주쳤다.
그 순간, 선배는 고개를 돌렸다. 서둘러 방구석으로 기어간다.
아, 도망쳤다. --- p.109
“니코리는 수족관에서 태어난 돌고래입니다. 인간이 있는 게 당연합니다. 오히려 점프를 하면 인간이 환호성을 지르는 게 당연합니다. 먹이를 주는 것도, 때로는 함께 노는 것도 당연합니
다. 야생 돌고래라면 겁을 먹을 일도 니코리에게는 태어날 때부터 있었던 겁니다. 그러므로 기이하다고 여겨질 정도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낼 수도 있죠. 시마 씨와 마찬가지예요. 하지만 매우 유감스러운 공통점도 있습니다. 당신도 니코리도 먼 바다에서 신나게 헤엄치는 진정한 모습을 모릅니다.”
바다는 어렴풋한 빛 속에 있다. 움직이는 옅은 그림자, 멀리 돌고래 무리가 가로지른다.
“영상 속 시마 씨를 보고 생각했습니다. 이 광경을, 이 드넓은 바다에서 헤엄치는 돌고래를 보여주고 싶다고. 그리고 돌고래 풀의 근본에 있는 게 무엇인지 알려주고 싶다고. 사실은 니코리에게도 보여주고 싶어요. 제 입장에서는 불가능하죠. 하지만 시마 씨라면 할 수 있습니다. 내해는 멀미가 가볍게 끝나겠지만 아무래도 여기가 볼 확률이 높아요. 이 시기 치고는 웬일로 날씨도 좋아서, 그래서 결국, 죄송합니다.”
--- p.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