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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온 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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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10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352쪽 | 478g | 146*206*30mm
ISBN13 9791196038663
ISBN10 119603866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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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문지기가 차 문 주머니에서 자동 권총을 꺼낸 순간부터 내 손에 들린 장전된 45구경이 세구라의 뇌를 차 안 구석구석까지 흩뜨렸던 10초간을 머릿속에서 지울 수 없었다. 우리가 다루는 불운하고 불쌍한 사람들과 달리 세구라는 진정한 악마였지만, 인간을 총으로 쏴 본 사람이라면, 순간적으로 느끼는 전능한 힘과 오만을 일깨우는 끔찍한 아드레날린이 샘솟는다는 사실과 자신에게 부여된 기회를 받아들이는 비밀스러운 즐거움을 인지한다는 사실을 나는 확신했다. 나는 베트남에서 그런 경험을 했었다. 경찰이 된 후 두 번의 그런 경험이 있었고, 우리의 조상인 원숭이가 내 야수성 안에 살아 있다는 것을 알았다. --- p.132~133

그들이 고무 깔때기 주둥이가 목구멍에 닿도록 그것을 억지로 내 잇새에 밀어 넣었다. 구역질이 났고, 기침이 터져 나오면서 눈에 눈물이 찼다. 나는 그들이 움켜쥔 가슴에서 경련이 이는 것을 느꼈다. 그때 그들이 내 코를 잡고 맥주, 피마자유, 위스키와 퀘일루드 혼합물을 목구멍에 들이부었다. 4년간 금주해 왔던 내 몸에 갑작스러운 알코올의 생생한 맛은 뇌성과 같았다. 알코올은 빈 위장에 휴대용 연료처럼 흡수됐고, 고환과 성기에 무겁게 자리 잡은 뒤 내 머릿속에서 위협하듯 으르렁대더니 바이킹이 자신의 치명상을 웃어넘기며 마셨던 산패한 맛이 나는 주스처럼 내 심장을 채웠다.
마음속의 불이 꺼지고 난 뒤 순간적으로 나는 다시 밤새도록 바를 누비는 취몽의 세계에 빠져들었고, 택시 운전사들은 섬망증에 걸려 헛된 기대를 품은 땀범벅의 나를 우리 집 현관문으로 데려다주었다. 거미와 죽은 베트남인들로 가득한 내 주거용 보트로. --- p.150~151

사람들이 무언가에 질리게 되면 그게 뭐든 끝나기 마련이다. 데이브 로비쇼가 아무리 고군분투한다고 해도 사회는 변하지 않는다. 동생 지미는 그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세상과 싸우지 않았다. 동생은 슬롯머신과 사설 경마를 취급했고, 나는 동생이 납세필증 없이 아일랜드에서 들여온 위스키와 럼을 판다고 의심했다. 하지만 그는 늘 신사였고, 모두가 동생을 좋아했다. 경찰들은 그의 레스토랑에서 공짜로 아침을 먹었다. 주 의원들은 그의 바에서 눈이 게슴츠레해지도록 술을 마셨다. 판사들은 동생을 자신들의 아내에게 스스럼없이 소개했다. 동생은 자신이 허가되지 않은 일을 하고 있지만 도덕적으로 나쁜 일은 아니라는 말을 내게 하곤 했다.
“사람들이 도박과 음주를 원치 않는 날이 우리 둘 다 실직하는 날이야. 우린 그럭저럭 흐르는 대로 따라가는 거지, 형.”
“미안하다.” 나는 대답했었다. “‘흐르는 대로’라는 건 나에겐 ‘구정물’을 시사하는 거야. 난 좀 상상력이 풍부한가 보다.”
“아니, 형은 존재하는 세상보다 그렇게 돼야 하는 세상을 믿을 뿐이야. 그래서 형이 늘 궁지에 몰리는 거지.”
“그게 나쁘냐?”
“내가 어떻게 알아? 난 레스토랑 주인일 뿐이라고. 형은 전쟁터에 나갔지만.” --- p.248~249

나는 왜 흑인만이 그들의 예술 속에 죽음을 현실적으로 취급하는 것처럼 보이는지 궁금했다. 백인들은 죽음을 추상적으로 표현했고, 시적 기능으로 이용했으며, 신경을 쓰는 것은 죽음이 멀리 있을 때뿐이었다. 죽음에 관한 셰익스피어와 프로스트의 시 대부분은 그들이 젊었을 때 쓰였다. 빌리 홀리데이, 블라인드 레몬 제퍼슨, 혹은 레드벨리가 죽음에 관한 노래를 부를 때면 교도관이 당기는 라이플의 공이치기 소리가 들렸고, 지는 붉은 태양을 배경으로 나무에 목이 걸린 흑인의 실루엣이 보였으며, 자신이 평생 경작해 온 미시시피 땅에 묻히는 소작인의 갓 만든 소나무 관 냄새가 났다. --- p.305~306

15년 전 처음 [뉴스위크]지에서 본 이래 나는 이 사진들 중 한 장에서 도망칠 수 없었다. 무리지어 있는 마을 사람들 앞에 선, M-16을 든 한 미군 병사에게 어떤 여자가 양손을 모으고 애원하고 있었다. 그녀의 뒤에는 이해할 수 없는 공포를 얼굴에 드러낸, 다섯 살이 채 되지 않은 아들이 엄마의 치맛자락을 움켜쥐고 미군을 쳐다보고 있었다. 입을 벌리고 있는 아이의 얼굴은 공포로 팽팽했고, 이제 일어날 일에서 자신을 지켜 줄 수 없다는 엄마의 말을 알아들은 것처럼 눈은 커다래져 있었다.
이어진 마이크로필름이 처형된 마을 사람들이 버려진 도랑의 모습을 보여 주었다. 죽은 어른들의 시체가 엉켜 있는 가운데에는 사진에서 본 아이와 똑같은 반바지와 티셔츠 차림의 사내아이가 있었다. 이것이 미국 대통령이 ‘성전(聖戰)’이라고 부른 전쟁이었다.
나는 나 역시 그 렌즈에 영원히 남았다는 것을 알았다. 어느 누구도 처리할 수 없는 필름의 프레임 안에 갇혀 버렸다. 아무도 이 사진을 처리할 수 없는 것은 처리하려면 책임을 인정해야 하지만 책임을 인정하면 온 국민이 망연자실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 p.315~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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