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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o하나, 나물 뜯기o둘, 찔레와 장미o셋, 뚱딴지o넷, 거름자리o다섯, 며느리밥풀꽃o여섯, 호드기o일곱, 물두멍o여덟, 별이 내려오는 마당o아홉, 닭벼슬꽃o열, 감꽃 목걸이o열하나, 봉숭아 꽃물o열둘, 잔디 잔디 금잔디o열셋, 앵두가 익을 무렵o열넷, 호박벌o열다섯, 뱀딸기o열여섯, 심봤다o열일곱, 콩마당질o열여덟, 문 바르기o열아홉, 알밤 줍기o스물, 여섯 그루 밤나무o스물하나, 귀여운 도둑o스물둘, 향나무o스물셋, 겨울 손님o스물넷, 군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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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홍종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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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째 캐 버리면 안 된단다. 머잖아 꽃대가 오르고 꽃이 필 텐데."
그렇습니다. 냉이는 고갱이 가득 꽃대를 품고 있습니다. 비가 한소끔 오고 나면 바로 꽃대를 뽑아 올릴 생각입니다. 그 꽃대에 참깨 알 같은 꽃을 다닥다닥 매달 꿈, 냉이는 생각만으로도 숨이 가쁩니다. "그래도 냉이는 뿌리 맛이잖아요." 아들은 양보를 하지 않습니다. 금방이라도 호미를 들이댈 것 같습니다. 할머니가 아들과 눈을 맞춥니다. 다 큰 어른이 되었어도 투정을 부리는 아들이 철부지 같습니다. 할머니의 입가에 살그머니 웃음이 번집니다. "욕심을 부리지 말거라. 나물은 캐는 것이 아니라 뜯는 것이란다." ---p.14, 나물 뜯기 중에서 가을이면 콩마당질을 합니다. 콩이 탱글탱글 영글면 콩밭에서 콩대를 뽑아다 마당에 깝니다. 한나절 가을 햇볕이 콩꼬투리를 간질입니다. 콩꼬투리는 간지럼을 견디지 못하고 톡톡 콩알을 튕겨 냅니다. 콩꼬투리가 다 터지는 것은 아닙니다. 간지럼을 타지 않는 아이가 있듯이 입을 꼭 다물고 있는 것도 많습니다. 그렇다고 콩꼬투리가 터지기를 마냥 기다릴 수는 없습니다. 가을날은 노루귀처럼 너무 짧습니다.---p.110, 콩마당질 중에서 요즘 고욤을 누가 먹느냐 타박을 했습니다. 낙엽 쓸기도 어려운데 베어 버리자 했습니다. "그냥 둬라. 다 쓸모가 있단다." 어머니가 말린 이유가 이제 눈에 보입니다. 추운 겨울, 어머니는 손님들 몫으로 고욤나무를 남겨 둡니다. 까치, 까마귀, 참새, 멧새 그리고 너구리. 길짐승 날짐승의 배 주림을 걱정합니다. 작년에 온 너구리가 올해도 오고 올해에 온 너구리가 내년에 옵니다. 그렇게 시간이 순하게 흐릅니다. 어머니의 시간이 그렇습니다. 결코 성내지 않고 조용하게, 물이 아래로 흐르듯 합니다. ---pp.147~148, 겨울 손님 중에서 |
어머니란 모천으로 회귀하는 연어들처럼
우리가 돌아가야 할 마음자리이다. 엄마, 우리의 영원한 생명 자리 꽃과 들풀이 수런대고, 바람이 기웃대는 순연하고 참된 세계. '엄마의 마당'은 동심을 잃고 방황하는 이들을 위한 보금자리이다. 지금 당신은 어떠한가? 어머니 품의 따뜻한 온기와 자장가 소리, 그리고 풀벌레와 대화를 나누던 동심을 잃어버리고 삿된 욕망의 노예가 되어 살지는 않는가? 마당 가득 채송화를 심은 어머니는 채송화를 마당에 내려온 별이라고 말한다. 그 말 한마디는 사는 것의 신산함을 물리치고 따뜻한 동심을 취하게 만든다. 별이 내려오는 마당, 즉 엄마의 마당은 동심으로부터 너무나 멀리 떠난 당신이 꼭 돌아가야 하는 보금자리이자 우리의 영원한 생명 자리이다.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우리네 감성의 밑그림은 항상 동심이다. 자의든 타의든 간에 우리는 그 밑그림 위에 덧칠을 한다. 그리고 그것을 삶이라고 귀결 짓는다. 글을 쓰면서 내내 아린 가슴이었다. 어머니에게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었다. 그러나 멀어진 것은 나 자신이었다. 이후 나는 차근차근 삶의 덧칠을 벗겨 냈다. 비로소 동화를 쓰기 시작했다. 덧칠을 벗겨 낼 때마다 그 밑그림은 항상 어머니였다. 어머니는 내게 생명을 주셨듯이 온갖 사물들에게 생명을 주시며 거기에서 마당을 가꾸고 계셨다. ---「작가의 말」 중에서 생명의 자리를 밝히는 꽃등 보통의 에세이들은 산문적인 현실감과 서사성을 통어하는 간접적 기술을 통해 에세이가 가지고 있는 일정한 산문적 형식을 구축하고 있는데, 이 책은 에세이 본연의 엄정한 산문성과 함께 동화 장르가 가지고 있는 서사성과 극적인 성질을 동시에 보여 준다. 표지에 '어른을 위한 동화 에세이'라는 카피를 넣은 것도 다 그런 이유에서이다. 에세이가 보여 주는 유려한 문장과 감수성, 그리고 동화가 보여 주는 구성의 묘를 통해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작가 또래의 성인들이 오래 전에 떠나 온 그래서 기억 속에서 유실된 고향과 어머니의 아늑한 품이 가진 따뜻함에 대한 동경과 향수이다. 작가는 고향과 어머니의 품은 동심을 잃지 않을 때 비로소 자신에게 살아서 다가오는 것임을 역설한다. 작가는 스물네 개의 짤막한 이야기를 통해, 어머니와 고향을 떠나서 살아오는 동안 자신의 내면 속에서 소담스럽게 간직해 온 동심을 일깨운다. 이 책 속에 담긴 내용은 모두가 작가의 어머니와 고향집에 대한 사실적인 기억을 바탕으로 꾸며진 것이다. 작가는 이를 우화적인 형식을 통해 감동적으로 제시한다. 이를테면 텍스트 속에서 텃밭에 심어진 꽃들과 나무, 심지어는 바람이 서로 대화를 하고, 어머니 역시 자유자재로 자연과 소통을 하는 것이 그것이다. 작가에게 있어 어머니와 고향은 살아 있는 동심, 살아 있는 자연이다. 작가는 사람의 마음자리에는 모두 동심이 있는데, 각박한 사회 속에서 생존 경쟁을 벌이는 동안 사람들이 시나브로 동심을 잃어버리고 있음을 지적한다. 『엄마의 마당』을 보면 사실 산업사회가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우리는 많은 것을 잃고 산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도시 속 생존경쟁에 치여서 풀과 나무들을 한 번쯤 마주할 여유도 없이 바쁘게 산다. 이 책 속에서 홍종의는 찔레나무, 모과나무, 돼지감자, 개망초, 앵두꽃, 뱀딸기 등 친근감 있는 식물들의 생태, 인간과 함께 숨쉬며 조화롭게 세상을 꾸미고 있는 자연의 세계를 담백하게 되살려 놓고 있다. 책 속에 나오는 인물들은 이 작은 생명들과 대화를 나누며 생명들에 대한 사랑의 눈뜸, 생명들의 연대를 모색한다. 즉 식물들의 오붓한 사생활을 존중하면서 그들을 동등한 생명체로서 대우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작가는 환경과 자연의 가치와 중요성에 대한 일관된 옹호를 보여 준다. 그리고 할머니, 할아버지, 어머니 등 가족에 대한 깊은 애정과 고향에 대한 향수를 통해 가족붕괴 사회의 허실을 풍자적으로 꼬집기도 한다. 이 작품의 매력은 간결하면서도 시적인 문장과 흡인력 있는 구성에서도 나타난다. 동화적인 구성 속에 에세이의 메시지를 담고 있는 독특한 형식은 아마도 전례가 없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