굉장히 재미있게 읽었다. 소위 영업이라는 걸 당해서 읽기 시작했는데, 내가 대체 뭐 때문에 영업을 당했더라...; 기억이 안 나는 게 황당하긴 해도 읽은 시간이 아깝지 않게 잘 읽었다.
초반은 조금 집중하기가 어려웠다. 별다른 설명도 없이 툭툭 튀어나오는 비원이니 뭐니 하는 게 영 머리에 안 들어와서.
하지만 그 부분을 지나고 나면 이야기는 아주 명쾌하게 흘러간다. 국민 전체에게 트라우마를 안겨줄 법한 거대한 비극과, 갑작스럽게 등장한 초능력자 집단, 미래를 보는 방향이 다른 초능력자들끼리의 다툼, 그들을 이간시켜 한꺼번에 소탕하려하는 국가.... 장르소설로서 소재 하나하나는 평범하다고 볼 수도 있는데, 구성이 교묘해서 재미있다.
내가 보고 있는 사건이 '첫번째'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을 때 어찌나 즐겁던지.
싱크홀에서 기어올라올 때 최주성과 이경선이 필요했듯, 앞으로 나아가는 데에도 최주성과 이경선이 필요하다는 거 참 인상적이었다. 죽음을 유예한 수많은 정여준이 안타깝고 윤소리가 견뎌야 했던 시간이 안쓰럽지만, 그럼에도 그들은 결국 '함께 나아가는 길'에 섰고 앞으로 전진하겠지.
하루하루 눈떴다가 감을 때에도 후회가 쌓이는 세상에서 '돌이킬 수 있는' 힘이라는 건 얼마나 매력적일까. 생존자들의 앞에 분명 악의도 선의도 넘치도록 쌓일 것이고 가보지 않은 길에 고통스럽기도 하겠지만, 분명 제대로 해낼 거라고 믿는다. 씽크홀에서도 기어 올라왔는데 아무렴!
- 인간의 선의를 굳건히 믿은 이경선이라는 인물이 굉장히 흥미로웠다. 사람들이 서로를 무참히 죽이는 꼴을 보고도 인간을 믿고 그 긴 계단을 팔 년이나 유지하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