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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고, 친애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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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장 ] 현대문학 핀 시리즈-소설선 11이동
리뷰 총점9.1 리뷰 31건 | 판매지수 1,5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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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시/희곡 top100 2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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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tbc 〈멜로디책방〉 소개 도서

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02월 25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152쪽 | 230g | 104*182*20mm
ISBN13 9788972759706
ISBN10 8972759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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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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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두 살이 되었던 그해 봄, 내가 엄마의 전화를 받은 것은 미뤄두었던 설거지를 막 마치고 창밖을 잠시 내다보고 있을 때였다. 창밖 커다란 나무의 우듬지 위에 앉아 있던 작은 새들이 일제히 꽃송이처럼 떨어졌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요약하자면, 모처럼 시간이 난 김에 할머니네 집에 가서 혼자 지내는 할머니를 몇 달간 ‘돌봐드리라’는 이야기였다.
“어차피 넌 할 일도 없잖아.” --- p.10

할머니가 그렇게 갑자기 생각나는 밤이면 나는 이제, 내가 그러했듯이 할머니 역시 할머니의 한계 안에서 나를 사랑했을 것이라고, 그리고 그것은 인간이라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그러니 내가 그때 할머니의 상태를 조금도 눈치채지 못한 것이 그렇게 큰 잘못은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을 만큼의 나이를 먹었다. 하지만 어쩌다 출퇴근 시간의 지하철역에서 환승하기 위해 계단을 바삐 올라가는 수없이 많은 이들의 뒤통수를 보거나 8차선 도로의 횡단보도에서 보행자 신호가 바뀌어 내 쪽을 향해 걸어오는 인파를 보다가 가끔씩, 나는 지구상의 이토록 많은 사람 중 누구도 충분히 사랑할 줄 모르는 인간인 것은 아닌가 하는 공포에 사로잡힐 때가 있다. 우리가 타인을 사랑한다고 말할 때, 그것은 대체 어떤 의미인 걸까? --- p.25~26

“엄마를 실망시킬 때마다 엄마가 ‘너는 아빠를 닮아서 그 모양이냐?’라고 말을 하거든.” 언젠가 나는 홍대 인근 모텔의 침대 위에 누워 엑스 자 모양으로 생긴 형광등을 올려다보며 그렇게 말한 적이 있다. 나는 그것이 나보다는 아빠를, 그러니까 엄마보다 무능한 연구자일 뿐 아니라 내가 고등학생이었을 때 젊은 행정직원과 바람을 피운 아빠에 대한 경멸을 표현하는 한 방식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 말이 내게 상처가 되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나는 그날 결국 그 침대 위에서 “나는 이렇게 엄마를 실망시키는 사람으로 남을 거야”라고 말하며 울음을 터뜨렸다. --- p.47~48

사랑했던 여교사 대신 지적인 대화를 조금도 주고받을 수 없는 여자와 하는 수 없이 평생을 살게 된 할아버지에게 엄마는 유일한 자랑거리였다. (……) 엄마의 엄마는 그러는 대신 혼자 술을 마시며 작부처럼 노래를 불렀다. 그런 할머니의 모습에 화가 난 할아버지가 술상을 엎고, 할머니를 때릴 때, 엄마가 미웠던 것은 할아버지가 아니라 할머니였는데, 그 사실을 생각하면 사춘기 때의 엄마는 화가 났고, 커서는 슬펐다. --- p.71~73

할머니가 부두를 찾는 것은 가슴이 답답하거나 화가 날 때라는 사실을 내가 알아챈 것이 언제였는지는 모르겠다. 할머니는 부두에 도착하면 주변의 상점에 들어가거나 좌판의 주인들과 대화를 나누는 법 없이 그저 바다를 하염없이 바라보며 서 있기만 했다. 마치 뛰어들려는 사람처럼. 그러다가 지루해진 내가 보채기라도 하면 할머니는 덩치가 이미 커져버린 나를 업고 부두를 위에서 아래로 걸었다. 앙상하게 마른 사람이 어찌나 엄청난 기세로 걷는지 거친 호흡이 업힌 내 볼 위에 고스란히 전해졌다.
“그러니까 그건 울음을 참는 사람의 등이었어.” --- p.82

나는 아랫배를 노크하는 것 같은 규칙적인 태동을 느끼며 할머니가 기억하는 (……) 여름을 상상했다. 그런 완벽한 여름의 어떤 날, 연노란색 태양이 아직 머리 꼭대기에 있었을 때, 달궈진 모래를 맨발로 밟고 걷다가 무언가에 이끌린 듯 옷을 벗고 바닷물로 뛰어드는 알몸의 여자와 그 옆에 서 있던, 세월이 좀 더 흐르고 나면 그런 엄마가 부끄러워지겠지만 그 순간만큼은 수평선을 향해 달려가는 엄마의 뒷모습을 황홀한 눈으로 바라보는 어린 여자아이를.
--- p.126~.127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당대 한국 문학의 가장 현대적이면서도 첨예한 작가들과 함께하는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열 번째 책 출간!


당대 한국 문학의 가장 현대적이면서도 첨예한 작가들을 선정, 신작 시와 소설을 수록하는 월간 『현대문학』의 특집 지면 [현대문학 핀 시리즈]의 열한 번째 소설선, 백수린의 『친애하고, 친애하는』이 출간되었다. ‘사랑한다’는 고백으로 충분히 전달되지 않는 엄마에 대한 마음을 ‘친애하는’에 담은, 누군가의 엄마이거나 혹은 딸로 살아왔고, 또 살아가는 모든 여성들의 이야기를 그린 소설이다. [문지문학상] [이해조소설문학상]을 연달아 수상하며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젊은 작가 백수린이 내놓은 이번 작품은 2018년 6월호 『현대문학』에 발표한 소설을 퇴고해 발표한 것이다.

누군가의 엄마로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처음 엄마가 된 여성들은 자신의 엄마를 통해 그 삶을 짐작할 뿐이다. 그러나 내가 기준으로 삼은 나의 엄마 역시 엄마로서의 삶은 낯선 것이었다. 그러하기에 세상의 모든 엄마들은 치열하게 자신의 닥친 지금의 삶을 살아냄과 동시에 체념과 헛된 포부들로 삶들을 채운다. 동시에 나의 딸은 나와 같은 삶을 살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반복되는 이런 여성들의 비극은 이 모든 것이 엄마가 된 이후에 비로소 깨달아진다는 데서 시작된다.

스물두 살, 공대 휴학 중인 나는 할머니 댁으로 가서 할머니를 돌봐드리라는 엄마의 전화를 받는다. 출산 직후 나를 할머니에게 맡기고 미국 유학을 다녀온 지방대 토목공학과 교수인 엄마는 지금도 여전히 집보다는 일을 중시하는 사람이다. 매사에 철두철미한 엄마와 달리 나는 학사경고를 받은 전력에, 아직 미래에 대한 고민이 많아 휴학까지 한, 늘 엄마 앞에 부족한 딸일 뿐이다. 그런 내게 엄마의 갑작스런 부탁은 마치 나를 할머니 댁으로 또다시 ‘유배 보내려’는 것처럼 느껴져 서럽기만 하다.
어린 시절 홀로 남겨진 나의 결핍을 채워준 건 할머니였다. 할머니는 늘 나를 살뜰히 챙겼다. 건강과 일상을 염려하고 살피고 배려하는 게 모녀 관계라면 차라리 나에게는 할머니가 엄마였다. 그런 할머니와 다시금 지내게 된 이후 나는 무시와 폭력을 견디며 사랑 없는 결혼생활을 하고 힘들게 낳은 아들을 사고로 잃은, 그리고 그 아픔을 딸을 통해 이겨내고 싶었던 할머니의 삶을 새롭게 알게 된다. 그리고 그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꿈을 대신 살아내기 위해 갓난아이인 나를 홀로 남겨두고 유학을 떠나야 했던 엄마의 비정한 삶을 이해하게 된다. 그 이후 점차 나는 엄마에 대한 서운함을 씻어내고 엄마에게 버려진 듯 느껴졌던, 하찮게만 보였던 나의 삶을 있는 조금씩 긍정하게 된다.
그러나 부족하다고 느끼는 모든 부분에서 엄마를 비교 대상으로 삼는 나는 여전히 엄마를 완벽히 이해하지 못하고, 이런 거리감을 극복하지 못하는 모녀의 관계는 할머니와 엄마 사이에서도 반복된다. 표현하고 수용하는 방식이 다른 데서 빚어지는 이 간극은 서로에게 인정받기 위한 남모를 노력에도 불구하고 쉽사리 좁혀지지 않는다. 할머니와 매번 마찰을 빚는 엄마의 태도가 모순적이라고 느끼지만 그런 엄마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나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던 차, ‘강’과의 사이에서 예상치 못한 임신을 하게 되고, 그렇게 얻어진 아이는 내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는다. 준비 없이 맞은 엄마로서의 삶은 자식으로부터 남편으로부터 인정받고 싶어 했던 엄마와 할머니의 삶을 다시 사는 것이었고, 그런 과정을 통해 나는 비로소 나의 삶이자 할머니로까지 이어지는 어머니의 삶을 온전히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된다.

“엄마에게. 이 네 글자를 적은 뒤 다음에 쓸 말을 고르느라 머뭇거려본 이들을 위한 소설이다. 세상의 어떤 말로도 엄마를 향한 마음의 깊이와 넓이를 형언할 수 없을 것 같을 때 이 소설은 적절한 해답 하나를 건네주는 것처럼 보인다. 엄마를 떠올리면 자연스레 마음속에 차오르는 이중적이고 모순된 감정들, 애정과 미움, 고마움과 서운함, 동경과 연민의 파고를 감당하면서 이 소설은 엄마에게 해야 할 말, 하지 않으면 후회할 그 한마디 말을 빚어내기 위해 진지하게 나아간다. 그리하여 백수린은 ‘사랑한다’는 고백으로는 충분히 전달되지 않는 엄마에 대한 그 마음을 ‘친애하는’이라는 표현에 담기로 하였고, 이 소설을 다 읽고 나면 우리는 그 말이 엄마에게 선사하기에 맞춤한 바로 그 한 단어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게 된다.”(신샛별)

월간 『현대문학』이 펴내는 월간 [핀 소설], 그 열한 번째 책!

[현대문학 핀 시리즈]는 당대 한국 문학의 가장 현대적이면서도 첨예한 작가들을 선정, 월간 『현대문학』 지면에 선보이고 이것을 다시 단행본 발간으로 이어가는 프로젝트이다. 여기에 선보이는 단행본들은 개별 작품임과 동시에 여섯 명이 ‘한 시리즈’로 큐레이션된 것이다. 현대문학은 이 시리즈의 진지함이 ‘핀’이라는 단어의 섬세한 경쾌함과 아이러니하게 결합되기를 바란다.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은 월간 현대문학이 매월 내놓는 월간 핀이기도 하다. 매월 25일 발간할 예정이 후속 편들은 내로라하는 국내 최고 작가들의 신작을 정해진 날짜에 만나볼 수 있게 기획되어 있다. 한국 출판 사상 최초로 도입되는 일종의 ‘샐러리북’ 개념이다.

001부터 006은 1971년에서 1973년 사이 출생하고, 1990년 후반부터 2000년 사이 등단한, 현재 한국 소설의 든든한 허리를 담당하고 있는 작가들의 작품으로 꾸렸다.
007부터 012는 1970년대 후반에서 1980년대 초반 출생하고, 2000년대 중후반 등단한, 현재 한국 소설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작가들의 작품으로 꾸려질 예정이다.

회원리뷰 (31건) 리뷰 총점9.1

혜택 및 유의사항?
파워문화리뷰 당신의 이름을 가만히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YES마니아 : 로얄 스타블로거 : 골드스타 자*련 | 2019.08.30 | 추천6 | 댓글4 리뷰제목
엄마가 환하게 웃는 모습이 생각나지 않는다. 엄마가 언제 웃었을까? 어린 동생을 앞에 두고 나와 함께 동네 어귀에서 찍은 사진에서 엄마는 웃고 있었다. 앳되고 수줍은 미소였다. 몇 장 남지 않는 사진을 보면서 엄마의 이름을 한 번 불러보았다. 돌아가신 엄마는 누군가 자신의 이름을 불렀을 때 어떻게 반응했을까? 할머니와 엄마, 그리고 딸로 이어지는 여성 삼대의 이야기 백수린의;
리뷰제목

엄마가 환하게 웃는 모습이 생각나지 않는다. 엄마가 언제 웃었을까? 어린 동생을 앞에 두고 나와 함께 동네 어귀에서 찍은 사진에서 엄마는 웃고 있었다. 앳되고 수줍은 미소였다. 몇 장 남지 않는 사진을 보면서 엄마의 이름을 한 번 불러보았다. 돌아가신 엄마는 누군가 자신의 이름을 불렀을 때 어떻게 반응했을까? 할머니와 엄마, 그리고 딸로 이어지는 여성 삼대의 이야기 백수린의 『친애하고, 친애하는』를 읽으면서 나는 엄마의 이름을 중얼거렸다. 소설 속 어느 엄마와도 닮지 않는 엄마가 자꾸만 생각났다.

 

젖먹이를 떼어놓고 유학길에 오른 엄마 현옥 대신 인아를 키운 건 할머니였다. 인아에게 세상의 시작은 할머니였고 엄마는 조금 먼 거리에 있었다. 자신의 삶에 대한 확고한 목표를 설정하고 그것을 완벽하게 이룬 엄마에게 기계공학을 전공하는 스물두 살의 휴학생 인아는 할 일도 없는 그런 존재였다. 그래서 엄마의 전화 한 통으로 아무것도 모르고 두 계절을 할머니와 함께 보내는 건 당연했다. 유년의 기억을 떠올리며 할머니와 친구분들과 밥을 먹고 잠을 자는 일은 즐겁기만 하다. 지방대 교수인 엄마 현옥이 주말마다 할머니를 찾아와서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게 이상할 뿐이다. 할머니가 폐암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인아는 알지 못했고 그래서 슬프거나 우울하지 않은 채로 하루하루 보통의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인아는 잘 알지 못하는 할머니의 젊은 시절과 엄마의 어린 시절에 대해서 들을 수 있었고 상상할 수 있었다. 할머니가 할아버지를 사랑했던 마음과 할아버지가 할머니를 대했던 사랑이 달랐다는 것, 할머니가 어린 아들을 사고로 잃고 힘들어했다는 사실, 할아버지와 할머니보다는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유학을 선택한 엄마, 그러면서도 엄마 현옥과 할머니 사이에 묘하게 흐르는 애증 같은 것에 대해 인아는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자신과 현옥의 관계에 대해서 말이다. 여성의 삶이 남성의 울타리 안에 있었던 할머니와 할머니와는 다른 세상을 향해 나갔던 당당하면서도 모질었던 엄마 현옥. 그런 엄마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딸이었던 인아는 언제나 엄마가 어렵고 부담스러웠다. 인아의 여린 마음을 할머니는 가장 먼저 알아보고 가만히 안아주었다. 소설에서 할머니와 인아가 빈대떡을 부치는 장면을 읽노라면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포옹의 온기가 전해진다.

 

“세상엔 다른 것보다 더 쉽게 부서지는 것도 있어. 하지만 그것은 누구의 잘못도 아니야. 그저, 녹두처럼 끈기가 없어서 잘 부서지는 걸 다룰 땐 이렇게, 이렇게 귀중한 것을 만지듯이 다독거리며 부쳐주기만 하면 돼.” (99쪽)

 

혼전 임신으로 어린 나이에 대학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결혼을 선택했을 때 현옥에게 미안하다고 말하는 인아에게 결혼해서 아이를 키우는 것도 좋은 삶이라 말하는 엄마의 마음은 진심이었을 것이다. 자신이 인아를 키우지 못한 미안함 때문이 아니라 인생의 선택지는 많다는 걸 말하고 싶었을 테니까. 같은 여자로서 인생의 선배로서. 인아가 아이를 키우고 안정이 된 후 공부를 다시 하겠다고 말했을 때 서른셋의 나이가 젊고 예쁘다고 말해준 유일한 사람이 엄마 현옥이었던 것처럼. 가장 든든한 후원자가 엄마라는 걸 우리가 늦게 아는 것처럼 인아도 마찬가지였다.

 

엄마로의 삶은 고단하고 힘들다. 일하는 엄마, 전업주부인 엄마, 엄마라 불리는 모든 존재의 삶은 그러하다. 하지만 그것을 알기까지 쉽게 인정을 하지 않는다. 소설에서 인아가 엄마 현옥의 삶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했던 것도 당연하다. 아픈 할머니를 보러 주말마다 오는 현옥이 할머니에게 엄마라 부르는 모습이 친근하면서도 낯설게 느껴지는 이유도 그렇다. 엄마는 언제나 엄마로만 존재했을 것 같은 어리석음, 내가 엄마처럼 살지 않겠다는 모진 외침이 소설 속에서 돌고 돈다. 

 

기존의 여성 서사를 다룬 소설과 다르게 백수린의 소설이 특별한 건 남녀의 대립이나 갈등을 다루면서도 그것이 전부가 아닌 삼대 모녀를 통해 그들에게 이어진 섬세한 감성으로 어루만진다는 점이다. 여성의 결혼과 일, 그리고 육아에 대해 저마다의 다른 목소리로 의견을 제시하는 것도 그런 맥락으로 이어진다. 할머니의 죽음과 동시에 화자인 인아에게 온 생명에게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듯 말이다. 인아 역시 생명을 품고 키우고 세상에 내놓고서야 엄마가 어떤 존재인지 어렴풋이 알게 된다. 자연스럽게 서로를 더 생각하고 그리워하며 사랑하는 마음이라고 할까. 연약하지만 가장 소중하고 가까운 타인인 아이를 향한 엄마의 마음. 그 사랑이 행간에서 느껴진다.

 

그러니 내가 그때 할머니의 상태를 조금도 눈치채지 못한 것이 그렇게 큰 잘못은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을 만큼의 나이를 먹었다. 하지만 어쩌다 출퇴근 시간의 지하철역에서 환승하기 위해 계단을 바삐 올라가는 수없이 많은 이들의 뒤통수를 보거나 8차선 도로의 횡단보도에서 보행자 신호가 바뀌어 내 쪽을 향해 걸어오는 인파를 보다가 가끔씩, 나는 지구상의 이토록 많은 사람 중 누구도 충분히 사랑할 줄 모르는 인간인 것은 아닌가 하는 공포에 사로잡힐 때가 있다. 우리가 타인을 사랑한다고 말할 때, 그것은 대체 어떤 의미인 걸까? (26쪽)

 

엄마와 딸이라는 관계는 완벽한 사랑이 전제되어야 할 것 같지만 아니다. 우리의 일상생활에서의 경험만 봐도 다르다. 엄마라서 무조건 믿어주고 지지하고 이해해주는 건 아니다. 엄마와 나의 사고가 다를 수 있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백수 린이 소설에서 할머니 세대의 엄마들이 무시와 폭력을 참고 희생하는 것을 선택하면서 자신의 삶을 포기하는 것을 온전히 이해해할 수 없듯 현옥이 자신의 딸 인아의 삶을 처음부터 받아들일 수는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 감정을 알 것 같은 시기와 맞나는 것이다. 친애하고, 친애하는 사이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때로 다투고, 미워하고, 애틋해하면서 말이다.

 

낡은 사진 속에서 젊고 어린 엄마가 웃고 있다. 엄마에게 기댄 나는 그때 엄마의 나이를 지났다. 깜짝깜짝 놀랄 일에 절로 나오는 엄마라는 외침을 빼놓고는 엄마를 부르는 일이 없다. 엄마가 곁에 없다는 사실이 나를 아프게 한다. 짜증을 내고 화를 내어도 괜찮다고 여겼던 엄마의 자리를 채우는 건 그리움뿐이다. 친애하고, 친애하는 사이가 되지 못한 채 서둘러 나와 이별을 한 엄마가 보고 싶다. 친애하고, 친애하는 나의 엄마. 당신의 이름을 가만히 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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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파워문화리뷰 친애하고, 친애하는 나의 내일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플래티넘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돼**스 | 2019.05.21 | 추천4 | 댓글2 리뷰제목
그러니 내가 그때 할머니의 상태를 조금도 눈치채지 못한 것이 그렇게 큰 잘못은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을 만큼의 나이를 먹었다. 하지만 어쩌다 출퇴근 시간의 지하철역에서 환승하기 위해 계단을 바삐 올라가는 수없이 많은 이들의 뒤통수를 보거나 8차선 도로의 횡단보도에서 보행자 신호가 바뀌어 내 쪽을 향해 걸어오는 인파를 보다가 가끔씩, 나는 지구상의 이토록 많은 사람 중 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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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내가 그때 할머니의 상태를 조금도 눈치채지 못한 것이 그렇게 큰 잘못은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을 만큼의 나이를 먹었다. 하지만 어쩌다 출퇴근 시간의 지하철역에서 환승하기 위해 계단을 바삐 올라가는 수없이 많은 이들의 뒤통수를 보거나 8차선 도로의 횡단보도에서 보행자 신호가 바뀌어 내 쪽을 향해 걸어오는 인파를 보다가 가끔씩, 나는 지구상의 이토록 많은 사람 중 누구도 충분히 사랑할 줄 모르는 인간인 것은 아닌가 하는 공포에 사로잡힐 때가 있다. 우리가 타인을 사랑한다고 말할 때, 그것은 대체 어떤 의미인 것일까?
(백수린, 『친애하고, 친애하는』中에서)

백수린의 소설 『친애하고, 친애하는』에서 나는 저 부분을 읽으며 감동받았다. 소설은 병에 걸린 할머니와 두 계절을 보내는 '나'의 시점으로 흘러간다. 기계공학을 전공하지만 갈 길을 잃어버린 듯한 느낌에 휴학을 하고 집에 있을 때였다. 지방 대학에서 교수로 있는 엄마의 전화로 '나'는 할머니 집으로 들어가게 된다. 소설은 할머니와 엄마, 나라는 여성의 서사를 보여준다. 누구라도 짐작할 수 있겠지만 한 집안의 여성들의 삶은 녹록하지 않았다. 꿈의 좌절과 빈번한 남성과의 갈등이 있었다. 그렇지만 『친애하고, 친애하는』은 다른 태도를 취한다.

소설은 할머니와 엄마의 인생의 공통점을 보여주면서 그 안에 담긴 한 인간으로서 가진 꿋꿋한 삶의 신념을 말한다. 여성과 남성이라는 삶의 대결을 클리셰로 사용하지 않는다. 할머니의 남편인 할아버지와 엄마의 남편인 아버지는 한국 사회의 전형적인 남성상으로 그려지지만 그것을 이용해 그녀들의 삶이 고통스러웠다고 말하지 않는다. 우리가 누군가를 사랑한다고 말할 때 그것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가를 질문하는 소설이다. 할머니의 병을 모른 채 함께 지냈던 두 계절의 기억을 반추하면서 '나'의 서사는 시작된다.

세계의 어느 시간에서는 죽음과 탄생이 동시에 다발적으로 일어난다. 할머니가 죽어가는 시점에 '나'의 뱃속에 아이가 생긴 것은 죽음과 삶이 특별한 것이 아님을 보여주기 위한 장치이다. 『친애하고, 친애하는』에서 할머니와 엄마가 '나'를 대하는 태도는 기존의 여성들을 다룬 서사에서 그려진 것과는 다르다. 그녀들의 삶은 갈등과 고통을 감내해야 했지만 다른 이에게 책임을 전가하지 않고 상처를 주지 않는 것으로 자신들의 서사를 완성해 간다. 대학교수로서 살아가는 엄마는 미묘한 뉘앙스의 말로 나의 우유부단한 가치관을 비판하지만 '나'는 그럼에도 사랑이라는 불완전함에 기댄다. '나'는 상처 받지만 사랑과 친애의 감정으로 극복해 나간다.

장황한 이야기로 독자를 압도하지 않는다. 기억에서 출발한 이야기는 그리움과 추억을 지나 회한이라는 결말로 나아간다. 문장은 평이하고 소설의 분위기는 따뜻하다. 『친애하고, 친애하는』은 사랑보다 더 애틋한 친애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기를 바라며 쓰였을 소설이다. 우리들의 삶은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닌 내일로 향해갈 것임을 믿는다. 모두 죽지만 그전에 우리는 삶을 사는 자들이었음을 생각하면 슬프지 않다. '나'가 할머니의 병을 몰랐다고 하더라도 자책이 아닌 기억과 추억을 반복하며 생을 살아가면 되는 것이다.

할머니의 삶을 친애하고 엄마의 오늘을 친애하는 '나'의 내일은 찬란할 것임을 믿는다. 누군가를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은 그 사람의 삶을 긍정하고 이해하는 것이다. 우리는 서로를 믿어주기 위해 살아간다. 소설 속 엄마는 결코 다정한 사람은 아니었지만 지금의 '나'를 믿기 위한 최선의 몸짓을 보여준다. 그것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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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고, 친애하는]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엄**끼 | 2019.03.12 | 추천2 | 댓글0 리뷰제목
친애하는 엄마와 친애하는 할머니, 그 모두를 잇는 흐름에 대한 이야기다. 할아버지는 '부잣집에서 나고 자란 사람만이 가진 당당함과 허영이 채취처럼 묻어나는' 할머니를 견딜 수 없어했고, 배움에 대한 열망이 있었으나 교육의 기회를 얻지 못한 할머니는 고학력의 딸을 자랑이자 자부심으로 여긴다. 할머니는 음식 욕심이 그다지 없지만 그녀에게 주어진 일상들 중 가장 창의적이라는;
리뷰제목

애하는 엄마와 친애하는 할머니, 그 모두를 잇는 흐름에 대한 이야기다. 할아버지는 '부잣집에서 나고 자란 사람만이 가진 당당함과 허영이 채취처럼 묻어나는' 할머니를 견딜 수 없어했고, 배움에 대한 열망이 있었으나 교육의 기회를 얻지 못한 할머니는 고학력의 딸을 자랑이자 자부심으로 여긴다. 할머니는 음식 욕심이 그다지 없지만 그녀에게 주어진 일상들 중 가장 창의적이라는 이유로 요리를 즐기며 그 긴 세월을 산다.

 

그런데 할머니가 지지한 엄마의 길 때문에 막상 '나'는, '아우성치는 공백과 부재'를 무서워하며 마음 한 켠에 외로움과 쓸쓸함을 함께 키우며 자란다. '사람이 살기 위해서는 좋은 날 같이 보낼 한 사람만 있으면 된다'는 할머니의 말처럼 따뜻하고 오랜 관계를 지속하기도 하지만, 어쩐지 '엄마'라는 존재는 숙제처럼 남는다. 중요하지도 않은 대화를 이어가는 것이 엄마 나름의 다정함을 표현하는 서툰 방식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이내 그것이 자신의 기대와 바람에 불과함을 깨달으면서. 충분하지 않은 관계의 질과 양은 '정해진 일상이 있는 사람들, 자신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명확히 아는 사람들을 반복해 만날 때마다 누구나 속해 있는 현재라는 국가의 불법체류자가 된 것 같은 과장된 감정'에 사로잡히게 만들기도 한다.

 

그러던 '나'는 할머니와 마지막 시간을 보내고 할머니를 자주 방문하러 오는 엄마를 만나며, 셋을 잇는 견고하고 가느다란 역사를 만난다. '나는 이제, 내가 그러했듯이 할머니 역시 할머니의 한계 안에서 나를 사랑했을 것이라고, 그것은 인간이라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받아들인다.

 

작품해설에서는 '표면적으로는 할머니를 돌보는 모양새여도 심층에서는 내가 할머니로부터 돌봄을 받게 되는 상호부조의 역전'이라고 표현했다. 모녀 관계에서 일방적인 돌봄은 있을 수 없다는 것, 형태는 다를지언정 그들 사이의 돌봄은 언제나 쌍방향적이라는 것, 나 역시 일상에서 순간순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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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요 할머니 엄마 이야기 신파 없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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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0 | 2021.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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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백하고 깔끔한 소설~여운이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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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골드 여***이 | 2019.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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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덮고 이런 책을 만났다는 기쁨에 저절로 발을 동동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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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 | 2019.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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