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일맥상통하는 두 가지 이야기를 다룬다. 첫째, 우리는 어쩌다 항생제를 사용하기에 이르렀고 또 거기에 의문을 품게 되었는가, 그리고 어쩌다 산업형 닭고기를 생산하기에 이르렀고 또 그를 재고해보게 되었는가? 둘째, 저간의 인류 역사는 식량 생산 방법을 결정하면서 이해득실을 저울질하는 우리에게 어떤 시사점을 주는가? 나는 여남은 주와 여러 나라로 멀리 여행을 다니면서 농부를 비롯해, 화학자, 법조인, 역사가, 미생물학자, 관료, 질병 조사관, 정치인, 요리사, 멋진 프랑스의 가금 판매상 들을 두루 만나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 p.15
내약제 감염은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 스포츠 선수, 피어싱하는 10대, 헬스장에서 운동하는 사람 등 일반인들이 나날의 온갖 부분에서 흔히 겪을 수 있다. 내약제균은 흔하긴 하지만 악화 일로를 걷는 심각한 위협이다. 그 세균은 매년 적어도 70만 명 - 특히 미국 2만 3000명, 유럽 2만 5000명, 인도 6만 3000명의 아기들 - 을 죽음으로 몰아가는 원인이다. 그뿐만 아니라 내항생제균은 수백 만 건의 질병 - 미국에서만 매년 200만 건 - 을 일으키며, 수십 억 달러의 의료비를 지출하도록 만들고, 임금을 줄이고, 국가 생산성을 떨어뜨리기도 한다. 2050년이 되면 항생제 내성은 세계적으로 매년 100조에 이르는 비용을 발생시키고, 1000만 명에 달하는 엄청난 사망자를 낼 것으로 추정된다. --- p.27
항생제 시대 초기부터 이 약물은 그와는 다른 또 하나의 용도로 쓰이고 있었다. 식용으로 사육되는 동물에게 투여된 것이다. 미국에서 시판되는 항생제의 80퍼센트, 전 세계에서 판매되는 항생제의 절반 이상을 인간이 아니라 동물이 소비하고 있다. 고기로 팔려나갈 운명인 동물은 상시적으로 사료와 식수를 통해 항생제를 제공받는데, 그 대부분은 인간에게 사용될 때와 달리 질병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게 아니다. 항생제는 식용 동물이 그것을 사용하지 않을 때보다 더 빨리 무게를 늘리도록 하거나 밀집된 축산 환경에 취약한 질병에 걸리지 않게끔 예방하는 데 쓰이고 있다. 이런 목적으로 소비되는 항생제의 약 3분의 2는 인간 질병 치료에 쓰이기도 하는 화합물이다. 이는 가축 사육에 쓰인 약물에 내성이 생기면 결국 인간이 그 약물을 사용할 때의 유용성마저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 p.29
그것은 육류가 상하지 않도록 막아주는 저장법으로, 어느 지역에서 오직 몇 개의 도계장만 사용이 허락된 특수 인증을 보장하는 독점적 공정이었다. 그것은 현대적이고 과학적이었으며 육류의 판매 방식을 바꿔가고 있었다.
기실 비밀은 바로 항생제였다. 애크러나이징은 레덜리의 모기업 아메리칸사이안아미드의 발명품이었다. 그것은 성장 촉진제, 우리에 퍼지는 질병으로부터 동물을 보호하는 예방적 용도에 더한 클로르테트라사이클린 (그 기업이 오레오마이신이라는 이름으로 시장에 내놓은 약물)의 또 다른 용법이었다. 애크러나이징은 그 약물을 살아 있는 닭에게 투여하는 대신 닭을 도살하고 내장을 빼낸 다음 사용하는 방식이었다. 애크러나이징 했다고 광고하는 닭은 (나중에는 생선도) 도살되는 동안 희석한 항생제 용액에 담근 것이었다. 그 용액에는 육류에 얇은 막을 씌울 정도의 약물이 들어 있었다. 그 막은 닭이 판매용으로 포장되고 소매점의 냉장고에 진열되고 그리고 마침내 각 가정의 주방에 닿을 때까지 남아서, 계육을 상하게 만들 소지가 있는 세균이 표면에서 자라지 못하도록 막아주었다. 이 같은 처리법이 노리는 목적은 날고기의 유통기한을 며칠이 아니라 자연적인 것에서 한참 벗어난 몇 주, 혹은 최대 한 달까지 늘리겠다는 것이었다. --- p.86
동물건강연구소는 농업에 - 즉 성장 촉진제로, 혹은 질병의 예방 및 치료 목적으로 - 사용한 항생제는 모두 1780만 파운드인데, 그중 성장 촉진제로 쓰인 것은 300만 파운드에 그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걱정하는과학자모임이 작성한 문서는 더 자세했다. 그에 따르면, 매년 항생제를 소는 인간에게 쓰는 것보다 많은 370만 파운드를 투여받는다. 돼지는 1040만 파운드, 그리고 수효가 가장 많지만 수명이 가장 짧은 동물인 닭은 1050만 파운드를 투여받고 있었다. 만약 인간용 약물이 이 정도 용량으로 사용되었다면 그것은 위법으로 간주되고도 남았을 것이다. 오로지 성장 촉진이나 질병 예방을 위해 쓰였다 뿐 질병 치료에는 전혀 사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항생제 내성을 일으키는 위험을 감수할지 말지와 관련한 비용-이익 분석에서 그 용량은 이익은 없으면서 오로지 비용만 발생시켰다. --- p.170
FDA 규정이 강제성을 띠고 기업들이 자기네가 한 약속을 지킨다면 육류 생산에서 항생제를 배제함으로써 항생제 사용이 농장 작업자와 농장 주변에 사는 이웃들에게 가하는 위협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내성균을 계속 환경에 보태주는 일13이며 대사 작용으로 변형되지 않은 항생제들이 강 유역에 흘러드는 일, 훼손되지 않은 화합물이 세균의 진화를 부추기고 인간의 미생물군유전체에 영향을 미칠지도 모를 일을 줄여줄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육류 생산에 항생제를 사용하지 않으면 내성을 지닌 식품매개 질환의 발생 건수, 그리고 그만큼 내성 유전자 - 그를 보유한 식품매개 병원균에서 벗어나 플라스미드에 의해 여기저기 이동해 본래 살아가던 농장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에서 내약제 감염을 일으킨다 - 가 제기하는 소리 없는 위협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다. --- p.354
만약 항생제 포기가 진정으로 성공한다면 그로써 도모해야 할 결과는 바로 닭 생산에 다양성을 부여하는 일이다. 닭의 유전적 특성뿐 아니라 농장의 크기며 지속가능성, 가격, 맛 등에서도 저마다 다채로움을 추구하는 일 말이다. 자문위원의 보고서에나 적혀 있을 법한 정말이지 근사하고 훌륭한 가치다. 하지만 닭은 산업화한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육류고 머잖아 전 세계인이 가장 많이 찾는 육류로 자리 잡을 것이다. 닭 산업을 바꾸는 노력은 지구의 육류 경제와 그것이 영향을 끼치는 모든 것 - 토지 이용, 물 이용, 쓰레기 처리, 자원 소비, 노동의 역할, 동물권리의 개념, 그리고 지상에 살아가는 수십 억 인구의 식생활 - 을 바꾸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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