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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응의 정치학

감응의 정치학

: 코뮨주의와 혁명

트랜스 소시올로지-023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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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04월 01일
쪽수, 무게, 크기 472쪽 | 673g | 152*224*23mm
ISBN13 9788976824837
ISBN10 8976824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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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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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응의 문제의식은 무의식적 욕망의 연장선에 놓여 있다. 비인간적인 힘의 유동으로서 감응은 무의식의 흐름 속에서 포착되는 까닭이다. 그럼에도 왜 감응인가? 무의식과 욕망이라는 단어가 이제 ‘한물간’ 것이기에 다른 유사한 물건으로 재포장해 내놓는 상술은 아닌가? 실제로 그렇게 묻는 사람도 있었고, 나 역시 자주 던져 본 질문이었다. 정말 그럴지도 모른다. 생뚱맞게 등장한 낯선 개념을 이전과 다르게 변주하고, 그럼으로써 애초의 개념이 놓여 있던 지형을 바꾸지 못한다면, 거기서 어떤 새로운 사유가 생겨나겠는가? --- pp.9~10

지금 한국의 지식사회에는 하나의 유령이 떠돌고 있다. 감응(affect)이라는 유령이. 정동(情動), 정서(情緖), 혹은 또 다른 단어들로 다양하게 번역되던 이 말은 언제부터인가 조심스레 회자되기 시작하더니 이제 철학은 물론이요, 사회비판과 문화분석, 경제와 과학, 예술창작의 영역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이론적이고 실천적인 분야에서 빼놓지 않고 모습을 드러내면서 뭇사람들을 당황하게 만들고 있다. 이를 테면 인식론적 논제로부터 정치학과 사회학, 경제학과 문화연구, 문학이론과 예술비평, 역사와 인지과학, 생명공학과 포스트휴머니즘 그리고 페미니즘에 이르기까지 전 분야에 걸쳐 감응은 담론의 중심에 놓여 있는 듯하다. 말 그대로 감응은 도처에서 흘러넘치고 있다. 하지만 도대체 감응이란 무엇인가? --- pp.22

기쁨과 슬픔, 동경과 멸시, 분노와 질투, 호의와 적의, 후회와 선망… 언어적으로 명확하게 분절되어 표명되는 감정은 타인과의 소통을 ‘자연스럽게’ 이끌지만, 삶에서 실제로 겪게 되는 온갖 분란과 갈등은 실상 그 같은 소통이 오해와 불통의 과정임을 반증해 준다. 외국어를 번역할 때처럼 일 대 일로 대응되는 투명한 감정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같은 ‘분노’라는 단어를 써도 길을 걷다 취객의 행패에 놀라고 다쳤을 때 느끼는 분노와 공적 정의가 무시되고 탄압당해서 솟아나는 분노는 같을 수 없다. 동일한 상대에게 느끼는 사랑의 감정이어도 처음 그것이 싹틀 때의 설렘과 어느 정도 안정기에 접어들어 평상의 마음에서 우러나는 기분은 같은 듯 다를 것이다. 더 나아가 흔히 ‘웃(기고 슬)프다’라고 말하는 착종된 감각 역시 단순명료하게 정의되는 감정이란 존재하지 않음을 증거한다. --- pp.46~47

그리하여, 한 남자와 그의 누이를 닮은 어떤 여자가 한 몸처럼 함께 들어와, 안티고네 혹은 엘렉트라의 정념으로 국가의 법과 가족의 법을 맞붙였던 고대비극처럼, 흡사 끝나면 큰일 나는 의례적 코미디의 한 정경처럼, 앓는 백치와 간호사의 역할을 나누는 것이다. 근친상간의 금기에 아슬아슬하게 두 다리를 내려뜨리고 앉아 구덩이 속 오레스테스, 제 오라비를 걷어찼었나, 세상에서 가장 보이지 않는 여자의 형상을 한 채 해묵은 기억의 지하무덤으로 데려가 봉인된 가족의 폭력을 헤치곤(그런데 그 기원의 사건은 정말로 있었던 것일까) 기어이 죽은 아비의 환영을 끌고 올라오는 저 망할 누이인지 붉은 누더기인지를 닮은 여자가, 참으로 물색없는 사랑과 돌봄, 심지어 경배(adoration)의 맹세로서, 망각과 깨어남과 열광과 발작을 거듭하는 남자의 따귀를 때리고, 침을 뱉고, 욕을 퍼붓고, 아무도 봐서는 안 될 참지 못할 진실을 제가 유일하게 보았다고 우기며 마침내 총구를 겨눠 쏠 때에, 반복 속 변주를 통해 단속(斷續)되는 이 낮은 방향의 소란은, 여자가 열쇠처럼 쥔 총은, 과연 무엇을 주나.
--- pp.436~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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