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아는 처음부터 그 일이 마음에 들었다. 팀원들의 지지. 영특하고 재주 많은 사람들. 뭔가에 헌신한다는 느낌. 이 모든 비참함에 맞서 방패가 된다는 것. 하지만 그것은 양날의 검으로 밝혀졌다. 그녀는 매우 강한 동시에 매우 약했다. --- p.31
“알아요, 그렇더라도 뭔가 있어야 해요. 그 흔한 멍도 없잖아요? 상처도 없고요. 분명 저항한 흔적이 약간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제 말은, 그녀처럼 멀쩡한 젊은 여자라면요.” “우리는 피해자가 사건현장에 스스로 걸어갔을 거라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뭉크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요?” 룬드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 p.89
“누구나 조금씩 도움이 필요하죠, 그렇지 않나요? 당뇨병 환자에겐 인슐린이 필요하고, 아이들에겐 불소 알약이 필요하죠. 자연이 우리에게 주지 않았거든요, 그렇지 않습니까?” 리테르는 안경 너머로 두 사람을 찬찬히 살폈다. “비비안 베르그는 소위 해리성 정체장애를 갖고 있었습니다.” 그가 한참 만에 입을 뗐다. “그녀를 돌볼 수 없었던 어머니 때문에 생긴 질환이죠. 어린 시절에 발병했어요. 어릴수록 자신이 처한 현실에 대처하기 어렵기 때문에 영혼이 다른 사람의 의식으로 숨으려는 욕구가 생기거든요. 당신들이 듣고 싶은 말이 이거죠?” 그는 거의 알아차릴 수 없게 고개를 저으며 경멸하듯 미아를 쳐다보았다. --- p.131
“저기 저 벽에 쓴 글은 원래 없던 거겠죠?” 골리가 침대 위쪽 꽃무늬 벽지에 검정 펠프팁 펜으로 쓴 문장을 가리켰다. 내가 어떻게 하는지 잘 봐. “틀림없어요.” 미아가 냉정을 찾으며 말했다. 지금까지 미아는 차마 침대를 볼 수 없었다. 생명이 없는 몸뚱이를 봤을 때 자신에게 끼칠 여파가 두려웠다. 하지만 이제 미아는 피해자에게 눈길을 보냈다. --- p.141
시간이 흐르면서 기억은 무뎌졌다. 그리고 점차 지워졌다. 서서히 정상으로 돌아왔다. 그것이 전형적인 노르웨이인이었다. 우리는 용서한다. 우리는 선량함을 믿기로 했다. 하지만 그 어둠이 돌아왔다. 그는 지난밤 사이 팀원들 모두에게서 그것을 보았다. --- p.194
“그러니까 당신이 아는 바로는,” 미아가 말했다. “동일인이라는 거죠?” 이스마엘이 그림들을 다시 살폈다. “저는 그렇다고 봐요. 보세요, 이 라인들. 여기. 여기. 만약 초상화가에게 그의 생김새를 말해준 사람들이 제대로 설명했다면 이목구비에서 이 부분들은 가장 감추기 힘들죠.” --- p.268
“계속하세요.” 말리 신부가 다독였다. 검은 사제복 안에서 심박동이 조금씩 빨라졌다. “아니, 어쩌면 사슴요.” 젊은이가 웅얼거렸다. “잘 모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