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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엔젤의 마지막 토요일

[ EPU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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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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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9년 12월 19일
이용안내 ?
지원기기 크레마,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아이폰,아이패드,안드로이드폰,안드로이드패드,전자책단말기(일부 기기 사용 불가),PC(Mac)
파일/용량 EPUB(DRM) | 29.62MB ?
글자 수/ 페이지 수 약 22.1만자, 약 7.1만 단어, A4 약 139쪽?
ISBN13 97911306276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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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 뉴스로 보는 책

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빅 엔젤은 결코 늦는 법이 없었다. 지금까지는 말이다. 그는 가족들이 ‘멕시칸 타임’이라고 말하며 느릿하게 구는 꼴을 두고 수없이 싸워왔다. 가족들 때문에 미칠 지경이었다. 6시에 저녁을 먹자고 말을 해봤자, 저녁 식사는 9시까지 시작도 못할 게 뻔했다. 느지막이 모인 식구들은 오히려 자기네들이 일찍 온 것처럼 굴었다. 더 심하게는, 마치 이쪽이 문제라는 듯 “뭐가요?”라고 반문하곤 했다. 멕시코 사람이면서 왜 이러세요. 점심 먹자 하면 보통 다들 밤 10시쯤 모이는 거 아시면서.
--- p.14

처음에는 그의 방광에서 시작됐다. 그는 소변에 피가 섞여 나온다는 말을 아무에게도 하지 않았다. 만약 어느 날 아침 그만 기절하지 않았더라면, 사람들은 그 종양을 발견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아직 죽지 않았다. 간단한 수술을 받아 포도처럼 퍼진 그 조그마한 개자식 종양을 야금야금 잘라냈다. 긴 탐침을 요도에 찔러 넣기도 했다. 아버지는 그에게 초연한 자세를 가지라고 가르쳤다. 남자는 고통을 참아냄으로써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는 법이기에, 그는 요도에 관을 넣을 때도 미동하지 않았고, 나머지 치료에서는 잠이 들었다. 그러자 순식간에 자그마한 포도송이 같은 종양 더미들이 사라졌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것들이 이제는 배 속에서 자라나고 있었다. 엑스레이와 MRI를 찍었고, 팔에는 바늘을 꽂아 독성 물질을 주입했다. 독에 이어 썩은 생선 냄새가 나는 온갖 약을 줄줄이 복용했고 방사선 치료도 했다. 그런데 그 보답이 뭔가. 바로 폐에 얼룩까지 보이다니.
--- p.79

“보지 마라.”
그는 딸에게 말했다.
“안 봐요. 난 아빠 겨드랑이 닦느라 정신없어.”
그는 물속에 등을 대고 누워 눈을 꾹 감았다.
“멋지고 깨끗하게. 멋진 남자처럼.”
빅 엔젤은 축 처진 자기의 가슴을 거뭇거뭇한 손으로 가렸다.
“얘야.”
“아빠, 왜요?”
“날 용서해주겠니?”
“뭘요?”
그는 허공에 손을 저었다.
“미안하다.”
“그러니까 뭐가요, 아빠?”
“다 미안해.”
그는 눈을 뜨고 딸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네가 아기였을 적에, 내가 널 씻겨주었는데.”
미니는 눈이 따갑지 않은 베이비 샴푸를 짜느라 정신이 없었다.
“나는 네 아버지였어. 그런데 지금은 네 아기가 되었구나.”
빅 엔젤은 훌쩍였다. 물론 딱 한 번뿐이었다.
그녀는 눈을 빠르게 깜박이고는 손바닥에 샴푸를 짰다.
“괜찮아요. 모두 다 괜찮다고요.”
그는 눈을 감고 딸의 손에 머리카락을 맡겼다.
--- pp.310-311

줄거리 줄거리 보이기/감추기

데 라 크루스 집안의 사랑받는 가장인 미겔 엔젤. 가족은 애정을 담아 그를 ‘빅 엔젤’이라 부른다. 그는 인생의 마지막을 앞두고 가문에 길이 남을 생일 파티를 준비하며 온 가족을 불러 모은다. 그런데 100세가 된 빅 엔젤의 어머니가 그만 돌아가시는 바람에 주말에 벌어질 생일 파티는 장례식까지 겸하게 되었다. 재혼한 어머니 아래에서 태어나 소외감을 느끼는 동생, 두 번 이혼하고 세 번째 결혼을 한 동생, 데드메탈에 빠져 소리만 질러대는 손주, 미군에게 속아 불법체류자가 되어버린 아들 등 가족들은 각자 자신의 문제를 떠안고 있다. 4대를 아우르는 대가족은 빅 엔젤의 집에서 보내는 달콤 쌉싸름하고 시끌벅적한 이틀 동안, 빅 엔젤과 그의 어머니를 기리면서 소중한 추억을 다시금 떠올린다.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왜 가족 이야기는 늘 이렇게 두꺼운 걸까? 가족만큼 지긋지긋한 존재도 없는데 그럼에도, 어쩌면 바로 그래서 우리는 가족에 대해 할 이야기가 아주 많다. 웃고, 울고, 짜증 내고, 분노하고, 상심하고, 절망하고, 다시 웃고... 그렇게 한 사이클을 돌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다. 밤을 새워도 부족하다. 처음엔 멕시코 가족도 한국 가족이랑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게 신기하고 재밌었다. 나중에는 빅 엔젤 가족이 우리 가족이랑 너무 똑같다고 생각했다. 비슷한 점이 하나도 없는데 똑같아서 소름이 돋았다. 500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책을 앉은 자리에서 읽었다. 웃고 울고 짜증내고 소리치다가 결국 다시 웃으면서 마지막 책장을 덮었다. 그러자 다가올 설이 조금은 덜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 금정연 (서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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