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바바라 오코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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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광고전단지 하나가 어둠 속에서 어렴풋이 떠올랐다. 차창 바로 밖에 있는 공중전화 박스에 누군가가 테이프로 붙여둔 것이었다. 희미하게 바랜 글씨는 이렇게 속삭이고 있었다. ‘사례금 500달러’ 그 밑에는 두 눈이 툭 튀어나온 강아지가 혓바닥을 쑤욱 내밀고 있는 사진이 박혀 있었다.
그 아래에 다시 이런 글이 적혀 있었다. ‘저를 보신 적이 있나요? 제 이름은 미스티예요.’ 500달러라니! 세상에 어떤 사람이 저까짓 쪼끄만 개를 위해 500달러나 쓴단 말이야? “엄마?” 나는 비치타월 너머로 엄마를 불러보았다. 엄마가 앞좌석에서 부스럭거리며 인기척을 보였다. “500달러면, 우리가 살 만한 곳을 구할 수 있을까요?” 엄마는 한숨을 내쉬었다. “아마도……. 조지나, 이제 자야지. 내일 학교에 가야 하잖니.” 나는 미스티를 한 번 더 쳐다봤다. 머릿속이 온갖 생각으로 뒤엉키기 시작했다. --- pp.20-21 적당한 개를 찾기 위한 규칙들 1. 너무 시끄럽게 짖지 않아야 한다. 2. 물지 않아야 한다. 3. 가끔은 개 혼자 밖에 있어야 한다. 4. 주인의 사랑을 듬뿍 받는 개여야 한다. 아무도 관심 없는 늙어빠진 개는 안 된다. 5. 개 주인은 개를 돌려받기 위해 돈을 펑펑 쓸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예를 들어 큰 집에 살면서 리무진이나 그 비슷한 것을 타고 다니는 사람이면 좋다. --- pp.30-31 나는 가시덤불을 헤치고 길 쪽으로 나왔다. 하지만 윌리가 구슬프게 짖는 소리가 내 뒤통수를 잡아끌었다. “난 아무 소리도 못 들었어.” 혼자 중얼거려보았다. ‘난 나쁜 사람이 아니야’라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이건 멋진 계획이야. 결국은 모두 다 행복해질 거야.’ 머릿속으로 끊임없이 되뇌었다. 이렇게 생각하다 보면 다 진실이 될 거라고, 나는 그렇게 믿고 싶었다. --- p.139 “미안하다, 우리 아가. 정말이야. 매일 밤 기적을 바라며 간절히 기도하지만,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것 같구나.” “어떤 기적?” 간신히 묻는 내 목소리가 가여울 정도로 기어들어갔다. “글쎄……. 엄마도 잘 모르겠다.” 엄마의 목소리도 마찬가지였다. “뭐든 빈단다. 대개는 돈이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돈이야.’ 나는 조용히 생각했다. 결국, 나는 개를 훔칠 것이다. 그래야만 한다. 우리가 이 진창에서 벗어나 다시 보통 사람들과 똑같이 살기 위한 방법은 그것뿐이다. --- pp.83-84 |
“유머, 썰렁한 농담, 희망적인 기사 한 줄…
인생이 버거울수록 우리는 사소한 것에 의지한다” ‘약자의 생존법’을 유쾌하고 사랑스럽게 풀어낸 작가, 바바라 오코너 국내에서는 생소한 이름이다. 노벨문학상, 부커상, 퓰리처상 등 굵직한 수상이력을 주렁주렁 달고 있지도 않다. 하지만 그녀는 올해 자신의 이력에 아주 독특한 한 줄을 추가했다. ‘가족소설’이라는 타이틀로 패런츠 초이스 어워드, ALA 노터블 어워드 등 열네 개에 해당하는 문학상, 협회 선정작, 각종 부문 노미네이트라는 쾌거를 이룩해냈기 때문이다. 그것도 단 한 권으로 말이다. 그녀는 현재 영미권에서 새롭게 떠오르는 청소년작가로 주목받고 있다. 퍼블리셔스 위클리는 그녀를 이렇게 평했다. “오코너는 영리하다. 그녀는 어떻게 주제를 선택하고 어떻게 이야기를 이끌어가야 하는 줄 안다. 이번에 그녀는 또다시 ‘가난과 부서진 가족’이라는 도전적인 주제를 택했다. 물론 자신의 전매특허인 사랑스러운 유머도 잊지 않았다.” 그녀는 언제나 ‘강하고 재기발랄한 소녀’와 ‘그들을 압박하는 현실적 고난’을 작품 속에 대비시킨다. 그러나 그녀의 진정한 재능은 내용의 얼개보다는 다른 곳에서 더 빛을 발한다. 그녀는 우울한 인생을 지탱해주는 버팀목으로 ‘키득거리기’를 택했다. 박장대소는 아니다. 그보다는 소설 속 주인공들이 처한 현실적 고통을 ‘과하지 않은 유머러스함’으로 포장했다. 덕분에 더없이 리얼하지만 전혀 무겁거나 과장되지 않은 자신만의 성장소설 스타일을 창조해냈다. 그녀가 내세우는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이중적이다. 영악하면서 순진하고, 똑똑하면서 바보 같고, 강하면서도 연약하다. 그러한 이중성이 현실적인 문제와 부딪혀서 엉뚱한 사건의 시발점이 되고, 독자들은 그 모습을 보면서 심각하게 고민하다가도 어느 순간 킥킥거리며 웃게 되는 것이다. 그녀가 풀어내는 작품들은 에피소드처럼 소박하다. 하지만 ‘현실과 유머, 캐릭터’간의 적절한 균형점을 찾아냈기 때문에 즐겁고, 따뜻하고, 한없이 매력적이다. 이러한 특성은, 열네 개 문학부문 선정작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쥔 이 책에서 가장 잘 드러난다. 이번에도 그녀는 웃음기 어린 눈으로, 어린 소녀의 성장기, ‘한쪽 문이 닫히면 다른 쪽 문이 열린다’는 희망의 변주곡을 설득력 있게 연주하고 있다. ‘가난과 부서진 가족’이라는 도전적 주제, 열한 살 소녀의 눈을 통해 가족과 인생의 소중함을 재발견하는 유쾌한 소설 조지나는 최근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믿을 수가 없다. 어느 날 학교에서 돌아와 보니, 아빠는 감쪽같이 사라져버렸고 그가 남긴 거라고는 25센트 동전 꾸러미 세 개와 1달러짜리 지폐만 들어 있는 마요네즈 한통뿐. 게다가 집주인은 집세를 내지 않았다고 즉각 방을 빼라고 강요한다. 조지나는 아빠의 부재도 아프지만, 하루아침에 살 집이 없어졌다는 게 더 아프다. 결국 엄마는 ‘집세를 구할 동안만’이라는 단서를 붙여서 자동차에서의 생활을 제안하고, 그때부터 나머지 가족은 자동차에서 자고 맥도널드 화장실에서 씻는 생활을 반복한다. 하루하루 평범한 생활을 동경하던 조지나는 어느 날 아침, 마침내 가족을 위한 기상천외한 ‘생활전선 프로젝트’를 계획하게 된다. 그러나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을 구상하는 그 순간부터 조지나의 일상은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게 되는데……. 과연 인생이 조지나를 위해 준비해두고 있었던 마지막 선물은 무엇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