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메뉴
주요메뉴


닫기
사이즈 비교
소득공제
천진 시절

천진 시절

[ 양장 ] 소설Q-04이동
금희 | 창비 | 2020년 01월 15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9.2 리뷰 23건 | 판매지수 24
정가
14,000
판매가
12,600 (10% 할인)
eBook이 출간되면 알려드립니다. eBook 출간 알림 신청

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1월 15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216쪽 | 288g | 128*194*18mm
ISBN13 9788936438081
ISBN10 8936438085

이 상품의 태그

죽은 시인의 사회

죽은 시인의 사회

13,500 (10%)

'죽은 시인의 사회' 상세페이지 이동

알로하, 나의 엄마들

알로하, 나의 엄마들

13,500 (10%)

'알로하, 나의 엄마들' 상세페이지 이동

너에게도 안녕이

너에게도 안녕이

9,900 (10%)

'너에게도 안녕이' 상세페이지 이동

목소리를 드릴게요

목소리를 드릴게요

13,320 (10%)

'목소리를 드릴게요' 상세페이지 이동

땡스 갓, 잇츠 프라이데이

땡스 갓, 잇츠 프라이데이

9,000 (10%)

'땡스 갓, 잇츠 프라이데이' 상세페이지 이동

심장에 수놓은 이야기

심장에 수놓은 이야기

9,000 (10%)

'심장에 수놓은 이야기' 상세페이지 이동

식스팩

식스팩

11,700 (10%)

'식스팩' 상세페이지 이동

붕대 감기

붕대 감기

10,800 (10%)

'붕대 감기' 상세페이지 이동

나의 스파링 파트너

나의 스파링 파트너

12,150 (10%)

'나의 스파링 파트너' 상세페이지 이동

난민 말고 친구

난민 말고 친구

10,800 (10%)

'난민 말고 친구' 상세페이지 이동

힌트 없음

힌트 없음

8,100 (10%)

'힌트 없음' 상세페이지 이동

아직 멀었다는 말

아직 멀었다는 말

12,150 (10%)

'아직 멀었다는 말' 상세페이지 이동

밤과 꿈의 뉘앙스

밤과 꿈의 뉘앙스

10,800 (10%)

'밤과 꿈의 뉘앙스' 상세페이지 이동

이렇게 한심한 시절의 아침에

이렇게 한심한 시절의 아침에

8,100 (10%)

'이렇게 한심한 시절의 아침에' 상세페이지 이동

불과 나의 자서전

불과 나의 자서전

11,700 (10%)

'불과 나의 자서전' 상세페이지 이동

수많은 당신들 앞에 또 다른 당신이 되어

수많은 당신들 앞에 또 다른 당신이 되어

8,100 (10%)

'수많은 당신들 앞에 또 다른 당신이 되어' 상세페이지 이동

침입자들

침입자들

12,600 (10%)

'침입자들' 상세페이지 이동

킬트, 그리고 퀼트

킬트, 그리고 퀼트

9,000 (10%)

'킬트, 그리고 퀼트' 상세페이지 이동

세계의 끝에서 우리는

세계의 끝에서 우리는

8,550 (10%)

'세계의 끝에서 우리는' 상세페이지 이동

검은 방

검은 방

9,000 (10%)

'검은 방' 상세페이지 이동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정숙과의 만남이 있기 전의 이틀, 그리고 그 뒤의 하루 동안 나는 까맣게 잊고 살았던 한 시절?1998년의 천진(天津), 무슬림들이 많이 모여 살던 북진구, ‘대외로는 개방하고 대내로는 개혁하자’는 등(등소평)의 이념이 유례없이 뜨겁고 처절한 가운데 심천을 필두로 한 연해 도시들이 외자 유치에 눈부신 성과를 보이던 그 혁명적인 시간 속에서 다시 사는 듯했다.
--- p.12

나는 그녀, 젊은 ‘상아’ 앞 점점 커져가는 해바라기씨 껍질 무지에 잔잔한 슬픔 같은 것을 느꼈다. 불과 몇시간 전에 고향을 떠났으며, 그로부터 아마 영원히 고향을 떠나게 될 그 시절의 내가 느끼는 흥분과 애틋함과 슬픔, 그리고 곧 도착할 낯선 도시에 대한 두려움과 설렘이 바로 그 해바라기씨 껍질 무지와 함께 자라나고 있었다. 젊고 단순하고 생명력 넘치는 열정의 시절이었다.
--- p.15

남산촌을 개척한 원로 촌장이자 가장 먼저 외화벌이를 나간 6소대 최갑부 집안 대봉이네 벽돌집이 우리 앞집이었다. 대봉이네와 어깨를 나란히 겨루고 선 벽돌집이 애화네였고 육계 수백마리를 기르던 조대장은 애화네 앞집, 7소대로 가는 길목의 동네 유일한 구멍가게는 봉금네 것이었다. 유치원 선생님인 어머니와 단둘이 살던 나의 단짝 연실이, 그리고 어린 나와 손잡고 새 신부를 보려고 달리던 말괄량이 복희가 생각난다. 그래, 그 황홀하게 아름다운 신부 이야기는 꼭 한번 해보고 싶다.
--- p.24

그러나 한편 이런 생각도 들었다. 이런 것도 사랑이라할 수 있을까? 에덴에 남겨진 단 한명의 남자와 단 한명의 여자 같은 경우. 다른 선택이란 있을 수 없고 절대적 외로움과 고독 속에서 유일하게 실재를 확인할 수 있는 낯익은 상대와 함께함으로 그에게서 느끼는 안정감과 친밀감, 의지하고 싶은 감정…… 이런 것도 사랑이라 할 수 있을까?
--- p.32

우리는 대체 몇년을 더 해야 미스 신만큼 받을 수 있단 말인가. 싸구려 옷가지들을 비닐봉지에 넣고 버스에 앉아 돌아오면서 나와 정숙은 그런 생각들을 했다.
--- p.141

나는 생각했다. 항상 그게 문제지. 상대방은 순간순간 흔들리고 생각이 변하는데, 그동안 아무것도 보지 못하고 느끼지 못한다는 것.
--- p.155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생동하는 시공간, 먼 곳에서 전해지는 보편
한국문학의 외연을 넓히는 강렬한 개성


중국 동북 지방 출신으로 한국에서 만난 남편과 살림을 꾸린 주인공 ‘상아’는 남동생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상해를 찾았다가 뜻밖에도 20년 전 가깝게 지낸 정숙 언니로부터 만나자는 연락을 받는다. 질풍노도의 시기였던 지난날을 묻어둔 채 평범하게 살고 있던 상아는 정숙 언니의 연락을 계기로 그 열정의 시기, 꿈과 포부로 가득해 대도시 천진으로 올라왔던 1998년의 한 시절을 돌이켜보게 된다. 상아는 어릴 적 동창 ‘무군’을 고향 마을에서 재회한 뒤 부지불식간에 그와 약혼 관계에까지 이른다. 그것은 일자리를 찾아 무군과 함께 천진으로 향하게 된 상아가 어쩔 수 없이 감당하게 된 선택이기도 하다. 상아는 ‘회사’라는 곳에 발을 디딘 기대감으로 무군과의 생활에 익숙해지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것이 사랑일까’를 계속해서 자문한다. 일상의 작은 행복을 알아가면서도 그보다 더 크게 다가드는 ‘더 나은 삶’에 대한 갈망은 상아의 존재를 점차 뒤흔든다.

작품은 중년에 이르러 삶의 관조를 얻게 된 현재의 상아와 대도시에서의 안락한 생활을 동경하게 되면서 진정한 사랑과 행복이 무엇인지 그 답이 보이지 않는 고민에 좌충우돌하는 청춘의 상아를 계속해서 교차해 보여주면서 흥미를 자아낸다. 작품의 제목이기도 한 ‘천진 시절’은 말 그대로 천진(天津)이라는 공간에서 보낸 한때를 가리키는 동시에 노동과 돈을 둘러싼 애환을 절감하고, 사랑의 의미 혹은 효능에 대해 고뇌하면서 통과하게 되는 보편적인 청춘의 시절을 상징하는 표현이기도 하다.

이 과정에서 1998년 무렵의 천진이라는 시공간은 단순한 배경을 넘어 소설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1990년대 개혁개방시대를 맞이한 중국의 당시 생활상, 그리고 그 속에서 고유한 정체성을 유지해가는 조선족 청년들의 모습이 핍진하게 그려진다. 우리 소설에서는 보기 드물었던 장면인바, 그 자체로 흥미롭고 귀한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그 속에서 상아에게 크고 작은 영향을 끼치는 인물들의 다양한 개성 또한 유별나다. 그런가 하면 문화혁명기부터 개혁개방 시기를 맞이하기까지 상아가 나고 자란 중국 동북부 ‘남산촌’의 풍경은 우리에게도 공감될 고풍스러움을 간직한 동시에 중국 특유의 정취를 뿜어냄으로써 대도시 천진의 이야기와는 전혀 다른 흥미를 선사한다. 요컨대 이 소설은 중국에 앞서 급격한 산업화를 경험한 우리에게 익숙함과 신선함을 함께 느끼게 해준다.

돌아서서 사람들의 머리 위로 높이 솟은 ‘천진역’이란 글자를 올려다본다. 로켓 모양의 짧은 원기둥 사면으로 까만색 시계가 붙어 있는 조형물이었다. 마중을 나온 무군의 큰누나는 두 사람을 이끌고 천진역 광장에 있는 영안백화점 안으로 질러간다. 낮은 천장, 우아하고 여성스러운 정장을 입은 마네킹들, 은은한 음악이 흐르는 편안한 분위기…… 무군의 누나를 따라 영안백화점 뒷문을 빠져나올 때 나는 내가 그곳을 생각보다 쉽게 사랑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83면)

“한번도 사랑을 해본 적이 없었지만, 나는 이제 안다.”
사랑의 의미를 묻는 이들, 시대와 역사의 표정을 닮다


일상에 안주하며 누리는 소박한 행복에 만족하지 못한 채 고뇌하던 상아는 끝내 어떤 결단을 내린다. 그로부터 20여년, 상아는 가슴속에 묻어두었던 천진 시절을 다시 꺼내게 만든 정숙과 재회한다. 상아에게 그 시절은 어떤 의미였을까. 그는 묻는다. “만약이라는 게 없다는 거 아는데, 그래도 다시 한번 그 시간이 주어진다면 어떨 것 같아요?”(175면)

“미래를 향해 흐르는 삶의 물결에서 봉인된 과거의 기억이 불현듯 떠오를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의 인생이라는 걸”(한영인 해설) 이 소설은 말해준다. 시대 현실과 인물들이 함께 호흡하는 가운데 사랑과 인생을 강물 같은 이야기로 풀어낸 『천진 시절』은 격동하는 청춘의 시절을 담아낸 또 하나의 아름답고 깊이 있는 이야기로 남을 것이다.

그토록 붐비는 광장에서 나의 귓가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누군가의 심장이 툭툭 뛰고 있다는 것만 느껴졌다. 그것은 끝난 사랑에 예의를 표하는 진실한 고백이었다. 한번도 사랑을 해본 적이 없었지만, 나는 이제 안다. (191면)

작가의 말

허황한 야망으로 가득 찬, 인과와 맥락과 가치 순위가 뒤바뀐, 하나 마나 아무 쓸모에 없는…… 그런 말. 내가 사는 고장의 현실도 이런 ‘말’들의 세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말’은 어느 때보다 더 현란하고 복잡하고 알차게 진화하는 것 같지만 그것으로 사람의 진정을 나타내기는 왜 이렇게 어려워진 건가.
한동안 책을 놓고 삶에만 열중했다. 삶이라면 좀더 진실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서였다. 그것도 녹록지 않은 일이었다. 사실은 그게 가장 어려웠다.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그것답게 살아내지 못하는 탓에 모든 게 혼란스럽고 뒤바뀌고 희미하게 변해버린 것이다. 다시 나의 ‘말’을 본다. 나는 대체 얼마나 그 앞에서 당당할 수 있을까. 나의 ‘말’의 이유와 그것이 실제로 닿는 물리적 현실에 대해 얼마나 확실히 알고 있었던가. (일부 발췌)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여성들의 ‘탈향 서사’는 한 사회의 정치경제적 변동과 긴밀하게 연동된다는 점에서 당대 리얼리즘 문학의 성취를 가늠하는 데 있어서도 관건적 위치를 점하게 된다. 금희의 『천진 시절』은 그와 같은 맥락 속에서 주목을 요하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미래를 향해 흐르는 삶의 물결에서 봉인된 과거의 기억이 불현듯 떠오를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의 인생이라는 걸 보여준다. 그 영겁회귀하는 사랑과 배신, 상승과 추락의 기억은 소시민적 삶과 무관하게 흘러가는 듯 보이는 시대와 역사의 표정을 닮아 있다.
- 한영인 (문학평론가)

회원리뷰 (23건) 리뷰 총점9.2

혜택 및 유의사항?
젊은 시절 그녀들이 꿈꾸었던 욕망..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초* | 2020.03.09 | 추천15 | 댓글6 리뷰제목
20년쯤 전에 천진에 가본 적이 있다. 중국이 문호를 개방하고 외자기업을 유치하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이다. 회사일로 중국 내 마땅한 투자처를 물색하기 위해 이곳저곳 방문하면서 그 중 한곳으로 천진의 투자여건과 그곳에 이미 진출해있던 국내기업들의 경험담을 듣기 위해서였다. 알고 싶은 것은 여러 가지였지만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과 그곳에서 일하는 조선족사이의;
리뷰제목

20년쯤 전에 천진에 가본 적이 있다. 중국이 문호를 개방하고 외자기업을 유치하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이다. 회사일로 중국 내 마땅한 투자처를 물색하기 위해 이곳저곳 방문하면서 그 중 한곳으로 천진의 투자여건과 그곳에 이미 진출해있던 국내기업들의 경험담을 듣기 위해서였다. 알고 싶은 것은 여러 가지였지만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과 그곳에서 일하는 조선족사이의 관계도 주관심사 중의 하나이기도 했다. 당시는 개방초기라 언어에 문제가 많았었고 그래서 처음 투자하는 기업의 입장에선 조선족에게 관심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한 기억이 이 책 [천진 시절]에 관심을 가진 이유이기도 했다. 조선족 작가의 작품이라는 것도 그러했지만, 작품이 다루는 시기와 내용도 내가 천진을 방문했던 즈음인 1998년 무렵의 한국인기업에서 일했던 조선족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었기 때문이다.

 

동생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상해에 온 상아는 우연히 정숙언니와 연락이 된다. 정숙과 만나기로 한 날이 다가오자 상아는 20년만의 재회를 앞두고 자신이 까맣게 잊고 살았던 1998년의 천진시절을 떠올린다. 소설은 한국인과 결혼하여 지금은 고향인 Z시에서 살고 있는 상아가 20년 전 꿈과 포부가 가득했던 천진시절을 회상하는 내용이다. 현재의 삶과 천진 시절의 삶이 교차하며 그녀가 꿈꾸었던 삶의 욕망을 그려내고 있다.

 

상아는 중국 동북부의 습지에 새로이 개척된 조선족 마을에서 소학교와 중학교를 다니고 근처의 2년제 대학까지 졸업했지만 일자리를 찾지 못해 고향을 떠나지 못했다. 그런 상아가 천진으로 나오게 된 것은 동창 무군과 재회하고서이다. 중학교를 다니다 때려치우고 외지로 나갔던 무군이 고향으로 돌아오면서, 고향을 떠나고 싶었던 상아는 얼떨결에 무군과 연인이 되어 약혼식을 치르고 천진으로 나온다. 두 사람은 천진에서 무군의 누나가 부공장장으로 있는 덕광전자에 취직을 하고 함께 생활한다. 그리고 상아는 덕광에서 창고자재 관리원으로 있는 고등학교 선배 정숙을 만난다. 정숙이 고등학교 때부터 사귀던 첫사랑 희철은 그들이 근무하던 곳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는 금형회사 직원이었다. 주말마다 넷은 어울리며 친하게 지낸다. 무군은 천진에서의 생활이 2년 가까이 지났지만 변함없이 일상에 만족한다. 그러나 상아는 무군과의 생활이 익숙해질수록 그것이 사랑인지 의문이 들었고,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알아갈수록 더 나은 삶에 대한 욕망이 고개를 들었다. 정숙 또한 어려운 가정형편에 월급을 고스란히 집에 송금해야만 했고, 그런 자신의 생활에 고민을 하는 듯 했지만 별로 내색을 하지 않는다.

 

무군이 이른 아침 사장이 사는 아파트에 심부름을 갔다가 그곳에서 잠옷차림으로 있는 미스신을 보았다고 한다. 상아는 통관 일을 하는 미스신의 예쁜 옷이며 매혹적인 향수 냄새를 떠올리며 분노를 느낀다. 그러던 어느 날 식당에서 회식을 하던 중 소학교 때부터 학교를 같이 다니던 춘란을 만난다. 춘란은 한국인 사장을 스폰서로 두고 있고 서로가 필요에 의해서 만난다며 상아에게 모호하지 않은 단도직입적인 말로 권유한다. 상아는 춘란의 제안을 거절했지만 질적으로 더 나은 삶을 꿈꾸는 자신의 욕망이 정당하다고 생각한다. 상아는 자신의 생각을 조심스레 정숙에게 말하자 정숙 또한 수긍을 한다. 그 무렵 정숙이 희철의 아이를 유산해버리고 둘은 헤어진다. 상아도 무군과 무군 누나 몰래 의류회사에 이력서를 넣고 그 회사에 합격하자 무군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덕광을 떠난다. 희철은 정숙과 살기위해 기숙사를 나와 방을 얻는 등 노력하지만 정숙은 냉담했고, 어느 날 술에 취해 잠들었던 희철은 아파트에 침입한 강도의 칼에 찔려 죽는다. 상아는 의류회사로 옮긴지 반년 만에 천진을 떠나 고향으로 돌아온다.

 

동생의 결혼식 날 정숙은 급한 일이 생겼다며 오지 못했다. 상아는 다음날 동생부부의 안내로 부모님과 함께 상해구경을 하던 중 시간을 내어 정숙을 만나러 갔다. 정숙은 무책임한 남편과 헤어져 혼자 산다고 했다. 상아가 정숙에게 ‘다시한번 그 시절이 주어진다면 어떨 것 같아요?’ 하고 묻자 정숙은 지나온 삶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한다. 상아와 정숙은 서로 옛날의 아픔은 잊고 좋은 것만 생각하며 살자고 격려한 후 헤어진다. 헤어지기 전 정숙이 묻는다. 넌 혹시 후회하지 않느냐고?

 

이 소설의 무대인 1998년의 중국은 외자기업 유치와 함께 중국이 본격적인 개방에 나선 시기이다. 우리의 산업화시절과 마찬가지로 농촌의 많은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몰려나왔다. 도시로 나온 그들이 구할 수 있는 일자리는 외자기업의 노동자가 되는 것이었지만, 그 일자리를 누구나가 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나마 조선족의 경우는 언어가 통한다는 이유로 인해 많은 한국기업에서 선호했다. 1979년 중국 길림성에서 태어났다는 작가는 그래서 한국기업에 취직한 조선족들의 이야기를 통해 당시의 생활을 묘사하고 있지 싶다. 상아와 정숙, 그녀들은 젊은 시절 강력한 상승욕망에 사로잡혀 있었다. 오늘의 확실한 사랑보다는 미래의 불확실한 욕망을 좇았다. 그녀들이 그려내는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에게도 매우 익숙하다는 느낌이 든다. 농촌과 도시에서의 삶의 형태, 그리고 농촌을 떠나 도시로 향하는 그녀들의 이야기를 통해 아마 우리는 산업화시절 우리들의 어머니 혹은 누이들이 꿈꾸었던 삶과 욕망을 떠올릴 수 있어서 일게다.

15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15 댓글 6
주간우수작 천진시절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로얄 L*******e | 2021.10.22 | 추천13 | 댓글14 리뷰제목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무작정 집어든 책은 호기심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천진 시절이라니…. 천진난만했던 어린 시절에 관련된 이야기일까? 도대체 어떤 내용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짐작할 수 없었다. 책 표지를 봐도 도무지 어떤 내용이 들어있을지 상상이 되지 않았었다. 200페이지 남짓한 이 소설은 굉장히 흡입력 있고, 재미있었고, 그리고 가슴 아팠다.   소설은 1998년;
리뷰제목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무작정 집어든 책은 호기심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천진 시절이라니. 천진난만했던 어린 시절에 관련된 이야기일까? 도대체 어떤 내용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짐작할 수 없었다. 책 표지를 봐도 도무지 어떤 내용이 들어있을지 상상이 되지 않았었다. 200페이지 남짓한 이 소설은 굉장히 흡입력 있고, 재미있었고, 그리고 가슴 아팠다.

 

소설은 1998년 중국을 배경으로 조선족 사회와 사람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진행된다. 이러한 주제는 평소 접할 수 없는 부분이라 굉장히 신선하게 느껴졌다. 격변기의 조선족 청년의 시선으로 당대 중국사회의 변동 속에서 조선족 농촌사회, 젊은이들이 직면했던 문제를 구체적으로 그리고 생동감 있게 반영하였다. 주인공 상아의 시점에서 펼쳐지는 1998년도 중국 천진으로 떠나 생활하게 된 젊은 시절 추억과 이야기는 흡사 얼마 전 유행했던 드라마 '응답하라 19**'의 소설 버전 같기도 하고, 70~80년대 우리나라 노동자들에 대한 소설도 떠올리게 했다. 또한 중국 대륙을 떠나 홍콩으로 돈을 벌러 떠났던 청춘들의 군상을 그린 영화 첨밀밀같기도 했다. 그만큼 부담 없고 재미있게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 수 있었다. 이 소설은 90년대 중국 산업화 시기, 도시 이주 노동자의 정체성 상실과 소외 문제라는 무거우면 무겁다 할 수 있는 주제를 한 개인의 삶을 통해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어 돋보이는 작가의 역량을 엿볼 수 있었다.

 

주인공 상아는 천진에서 살던 시절 친하게 지내던 정숙이라는 인물과 우연히 연락이 닿아 만나게 되면서 잊고 지냈던, 어쩌면 잊고 싶었던 젊은 시절을 추억하게 된다. 고향을 떠나 펼쳐질 미래에 대한 기대감과 동시에 고향에 안주하고 싶은 마음이 공존하는 조선족 처녀 상아는 어릴 적 친구인 무군과 어찌하다 보니 엮여서 같이 천진으로 떠나게 된다.

 

상아와 무군이 천진으로 떠났던 1998년이란 시절을 되돌아보면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하던 시기였다. 그 당시 우리나라는 다가오는 2000년대에 대한 기대와 우려와 함께 IMF 직전으로 경제가 흔들리고, 사회적으로도 불안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 역시도 TV를 틀면 나오는 부도 소식과 가계부를 작성하며 깊은 한숨이 늘어가던 엄마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게 떠오른다. 모든 것이 무너져가던 우리나라와 달리 그 당시 중국은 자고 일어나면 고층빌딩이 우후죽순 대나무처럼 세워지고, 경제가 발전하며 이촌 향도 현상이 두드러지던 시기였다. 활기찬 미래에 대한 기대감과 혼돈의 시기 속에서 무군은 상아를 구슬처럼 아껴주며 천진에서의 삶을 시작한다. 상아는 얼떨결에 무군과 사귀게 되고, 떠밀리듯 무군의 약혼자 신분으로 천진에서 일하면서 이런 게 사랑인지, 원래 다 이런 건지 혼란스러웠다. 그래도 나름 천진 생활에 즐겁게 적응한다. 그러다 어릴 적 친구와 같은 회사에서 일하는 미스 신을 만나게 되고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다.

 

 

나는 삶의 어떤 변화, 질적으로 더 나은 변화를 원하고 있었다.

내 욕망이 정당하다고 나는 생각했다. 욕망은 꿈이 아니었지만 최소한 그때는

두 가지가 결국 같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걸 위해서 사는 삶이라면 오히려 춘란이나

미스 신이 나보다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소한 그녀들은 욕망 앞에서 정직하고 그것을 위해 최선을 다하지 않는가

 

 

상아는 다른 이들이 '평소 여자라면 그래서는 안 된다'는 부모님 세대가 바라던 모습과 다른, 욕망과 성공을 위해 기존의 도덕 관념을 저버리는 모습을 보게 된다. 자신의 인생에 나름의 최선을 다할 뿐이라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깊은 고민에 빠진다. 야망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자신의 약혼자를 보며, 그리고 현재 자신의 모습을 보며 영원히 이 자리에서 밑바닥 노동자 신세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이 엄습해오기 시작한다.

 

황금만능주의가 극을 향해 치닫는 시절, 일해도일해도 끝이 보이지 않는 가난과 지긋지긋한 가족들, 나아질 게 없는 살림살이는 더 나은 생활을 영위하고자 하는 그녀들의 욕망에 불을 지핀다. 성공하고자 해도 받을 수 있는 교육은 소수만을 위해 존재하고, 여자라는 존재는 도시에 나가려면 남자와 결혼을 하거나 약혼을 해야만 가능했던 시절. 억압받던 시절 그녀들 나름의 성공을 위해, 더 나은 삶을 위해 각자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 선택을 하게 된다. 선택의 성공 여부와는 상관없이 상아는 혼자 육아를 하며, 한국에서 일하는 남편을 기다리고 정숙은 도박과 여자 문제를 일으켰던 남편과 이혼하고 다시 생활전선에 뛰어드는 더 나아질 것 없는 삶의 결과를 맞이했지만, 다시 젊은 시절의 상아와 정숙으로 돌아간다 해도 언제라도 그 선택을 했을 것이라고 한다.

 

 

"언니, 언니는 후회 같은 거 해본 적 있어요? 만약이라는 게 없다는 거 아는데,

그래도 다시 한번 그 시간이 주어진다면 어떨 것 같아요?"

 

그 말을 하면서 나는 얼굴이 좀 붉어졌다. 정숙은 잠깐 내 손을 바라보았다.

 

"글쎄, 생각해본 적 없는데. 아니, 후회하지 않을 거 같아.

다시 한 번 선택하라고 해도 그렇게 살았을 거야.“

 

부질없는 질문이었다. 소박한 고향 마을을 떠나 처음으로 시작한 개방 도시의 현란한 삶 속에서 사랑하는 희철을, 무군을 떠나기로 결단한 그녀들이 바로 정숙이었고 나였다.

다른 구실을 필요 없었다.

 

"언니, 그냥 그렇게 된 거잖아요. 그렇게 생각해요, 우리.“

 

 

도시로의 이동은 여자의 몸으로는 자유롭지 못했던 고향에서의 삶을 벗어날 수 있는, 새롭고 의미 있는 삶을 추구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였다. 그러나 현실은 도시에서 살아내기 위해 자신을 그저 상품으로 전락시킬 수밖에 없었다. 상아와 같은 청년들은 꿈을 가지고 도시로 이주했으나, 모든 노동자들이 그러하듯 기계의 부품과 같은 삶을 살 수밖에 없었다. 천진에서의 생활은 상아와 같은 시골 출신의 노동자들의 자아정체성이 상실되는 과정이면서 동시에 도시인으로서의 새로운 정체성을 성립하는 과정이었다. 각각의 유형에 속한 인물들이 저마다의 방법으로 빈곤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한다. 그 시도는 처절하고 지독해서 돈을 위해서라면 사랑도 버리고 자기 자신을 상품과 같이 제물로 내어줄 수도 있다. 그러나 성공을 위한 선택은 그들의 기대를 반영하지 못했다. 밑바닥에서 발버둥 치지만 정작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는 주어지지 못한다. 쳇바퀴 돌 듯 계속 끊임없이 그 자리에서 맴돌며 겨우 생계만 유지하게 될 뿐이다.

 

누군가의 두 번째가 되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게 된 모습을 보면서 상황이 절박하고 간절할수록 근로 빈곤층 여성에게 가해지는 사회적 요구는 야비하고 강압적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자발적인 선택이라기보다는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러한 성적인 요구에 순응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밑바닥에 몰린 여성들은 여자의 몸이 다른 자본재에 비해 비교우위에 있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게 된다. 처음에는 비참하고 슬프지만, 자신의 몸과 젊음이 상품으로 팔릴 수 있을 때 최대한 수익을 올려 빈곤에서 벗어나는 것이 나쁘지 않다 위로하게 된다. 이런 과정에서 인간성은 상실되고, 자신의 몸과 마음이 황폐해지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이러한 모습은 중국뿐만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삶 속에서도 변함없이 진행된다. 신자유주의하에서 모든 것은 상품이 되어 팔리고, 이윤 추구를 위해 점유된다. 이러한 논리는 평등, 정의, 사랑과 같은 이념을 무능력한 것으로 만들면서 구조적 불평등에 의해 초래되는 차별과 배제의 문제를 개인의 탓으로 축소, 환원시킨다. 절대적인 고독 속에서 유일하게 실재를 확인할 수 있는 방파제 같던 상아에 대한 무군의 사랑도, 순수하게 희망을 품었던 정숙을 향한 희철의 사랑도 거대한 신자유주의 앞에서는 모두 일장춘몽으로 사그라들 수밖에 없었다.

단순히 부()가 인생의 목적이 아니라, 힘든 현실 속에서도 꿈이 있고, 이루고 싶은 것이 있는 다양한 인생의 목적이 존재하던 시대가 있었다. 그리고 성실히 살아가면 그런 인생의 목적이 어느 정도 충족될 수 있다는 희망이 있던 시대가 있었다. 그러나 현재 신자유주의 체제가 중요한 경제적 관념으로 받아들여지고 경쟁이 더욱더 치열해지면서, ()가 최고의 가치로 받아들여지는 세상이 되었다. 노동의 상품화를 통해 최대한의 이익을 얻는 것이 정당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인간의 존엄성은 파괴되고 도덕성은 상실되었다. 사회에서 가장 낮은 집단에 속한, 이방인과 같은 삶을 사는 이러한 상황에서 내가 상아나 정숙의 입장이었으면 과연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었을까? 생각하게 된다.

 

한편으로는 90년대 도시라는 공간이 과연 상아와 다른 청년들에게 희망을 주는 공간이었을까?‘하는 의문이 문득 든다. 주류 사회로의 편입과정은 예나 지금이나 어려운 것이다. 해방 후 어느 날 갑자기 중국 조선족으로 편입된 그들의 조상이 빠르고 민첩하게 중국 공산당 정책에 반응하며 적응했던 것처럼 새로운 자본주의 물결에 휩쓸린 상아와 청년들 또한 살아남기 위해 적응해야 했다. 여성, 그리고 소수민족, 노동자라는 지위를 가진 그녀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 그것은 그들의 인생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자 그들 삶에 대한 뜨거운 사랑의 한 표현이었다. 후회하지 않는다는 그들의 말은 어쩔 수 없이 일어난 일이니까하는 체념이 아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비록 그것이 자신의 선택이라는 껍질을 뒤집어쓴 강압이었다 하더라도, 그리고 선택의 옳고 그름을 따지기 이전에 기존의 질서에서 벗어나 처음으로 그녀들 스스로 결정한, 자신의 인생을 위한 선택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천진으로의 이동도 얼떨결에 휩쓸려 이루어진 것이므로 상아의 생각대로, 온전한 한 주체로서의 선택은 이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을지도 모른다. 기존의 상식이 더 이상 상식이 되지 못하고, 새로운 가치관을 알려줄 길잡이의 부재 속에서 아무것도 없이 맨몸으로 던져진 그들이 살아남기 위해 처절하게 노력한 그 시절, 그 누가 그들에게 돌을 던질 수 있을까?

 

천진 시절, 그들의 그 시절은 말 그대로 천진(天眞)했던 시절이며, 젊고 무모했고 배신과 아픔으로 얼룩졌던 시절인 반면 가장 찬란하고, 가슴 뜨거웠던 시절이었을 것이다.

13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13 댓글 14
포토리뷰 39. 천진 시절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네**리 | 2020.01.23 | 추천2 | 댓글0 리뷰제목
더 나은 삶을 찾아, 그러나 반쯤은 떼밀리듯이 고향을 떠난 여성들의 이야기,,,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다.확실한 오늘의 사랑보다 불확실한 욕망을 좇았고 그 선택을 고스란히 자신의 것으로 감당해낸다.                시간은 속도가 붙여진 팽이처럼 점점 빨리 돌아간다.다만 나는 내 시간에 쫓;
리뷰제목

더 나은 삶을 찾아, 그러나 반쯤은 떼밀리듯이 고향을 떠난 여성들의 이야기,,,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다.

확실한 오늘의 사랑보다 불확실한 욕망을 좇았고 그 선택을 고스란히 자신의 것으로 감당해낸다.

 

 

 

 

 

 

 

 

 

 

 

 

 

 

 

 

시간은 속도가 붙여진 팽이처럼 점점 빨리 돌아간다.

다만 나는 내 시간에 쫓겨 허둥지둥 반사하는 빛이 되고 싶지 않다. 

 

추천합니다.

 

※ 이 리뷰는 도서출판 "창비"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2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2 댓글 0

한줄평 (1건) 한줄평 총점 10.0

혜택 및 유의사항 ?
평점5점
나에게도 열정의 시절이 있었다. 천진시절이 천진난만인 줄 알았다는 거 안 비밀^^
이 한줄평이 도움이 되었나요? 공감 0
YES마니아 : 로얄 글***재 | 2020.01.30
  •  쿠폰은 결제 시 적용해 주세요.
1   12,600
뒤로 앞으로 맨위로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