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히스클리프야.” “나는 캐서린이야. 그녀가 우주에 없으면 나도 없는 거야.” “그들은 함께 들판으로 뛰어나가는 것이 주된 즐거움의 하나였다. 그들은 함께 있는 순간 모든 것을 잊었다.”--- p.126
말로 표현할 수 없지만, 틀림없이 너 나 할 것 없이 누구나 자기를 넘어선 자기가 있고 또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법이야. 나라는 존재가 오로지 나에게만 국한된다면 세상에 태어난 보람이 어디 있겠느냐 말야. 이 세상에서 나의 큰 비참함은 히스클리프의 비참함이었어. 나는 처음부터 그 불행의 각 품목을 지켜보고 느꼈어. 삶에서 내 머릿속을 전적으로 차지하고 있는 것은 히스클리프야. 다른 것이 모두 없어져도 히스클리프만 남는다면 나는 계속 살아갈 테지만, 다른 모든 것이 남고 그가 사라진다면 이 우주는 지독히 낯선 곳이 될 거야. 나는 우주의 일부로 보이지 않을 거고. ……넬리, 나는 히스클리프야. 그는 늘 내 마음속에 있어. 나 자신이 내게 늘 즐거운 존재가 아니듯 그가 즐거운 존재로서가 아니라 나 자신의 존재로서 내 마음속에 있는 거야. --- p. 125~126
린튼의 무덤을 파고 있던 묘지기더러 캐서린의 관 뚜껑 위에 덮인 흙을 치우라고 하고 나서 내가 직접 뚜껑을 열어봤는데, 그녀의 얼굴을 다시 보니…… 아직도 옛날 그대로였어. 거기 함께 누워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군. ……내가 거기 묻히게 되면 그녀의 관 한쪽을 뜯어버리고 내 것도 그렇게 해달라고 부탁해두었어. --- p. 427
가능하면 다른 사람이 보기 전에 그 무섭고 살아 있는 듯한 환희의 눈빛을 지워 없애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눈은 감기려 들지 않았습니다. 그의 눈은 제 노력을 비웃는 것 같았습니다. 또한 그의 벌어진 입술과 날카롭고 흰 이들도 저를 비웃는 것 같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