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현대극을 자연스러운 우리 말로 번역해서 알린 선구자로 ‘번역을 창작의 경지로 승화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해방 이후부터 극단에서 직간접적으로 활동하며 번역 대본을 무대에 올리는 데 힘썼으며, 한국영어문학회 회장, 한국셰익스피어협회 이사 등을 지내며 학술 연구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또한 음악에도 상당히 조예가 깊어서 각종 매체에 음악평론을 발표하기도 했다. 유진 오닐의 『밤으로의 긴 여로』, 손튼 와일더의 『우리 읍내』, 테네시 윌리엄스의 『유리동물원』과 『뜨거운 양철지붕 위의 고양이』, 아서 밀러의 『세일즈맨의 죽음』 등의 작품을 우리 말로 번역했다.
아버지, 저한테는 두 가지 의무가 있습니다. 저를 낳아주신 은혜, 길러주신 은혜, 아버지는 제 의무의 주인이십니다. 그러니까 첫째로 아버지를 존경합니다. 이건 딸이 응당 할 일이죠. 하지만 지금은 남편이 여기 있습니다. --- 『오셀로』 1막 3장 데스데모나의 대사』 중에서
정말 내가 뭣에 홀렸나? 아내는 행실이 단정한 것 같기도 하고, 부정한 것 같기도 하고, 네 말이 옳은 것도 같고, 거짓말인 것도 같다. 지금 당장 증거를 내놓아라. 달의 여신 다이안의 얼굴같이 깨끗하던 아내의 이름을 더럽혔어. --- 『오셀로』 3막 3장 오셀로의 대사』 중에서
갈 곳이 어딘가? 오셀로는 어디로 간단 말인가? 어디 그 얼굴을! 가엾은 아내. 창백한 그 모습! 저 최후 심판 날, 같이 만나면 그 얼굴빛이 내 혼을 하늘에서 떨어뜨려 아귀들의 밥을 만들 테지. 아, 차디차구나! 그대의 정조와 같이 식어버렸어! 천하에 극악무도한 놈! 악마들이여! 이 천사의 모습을 보지 못하도록 날 채찍질해 쫓아다오! --- 『오셀로』 5막 2장 오셀로의 대사』 중에서
아버지, 아버지의 마법으로 이렇게 바다를 성나게 하셨으면 이번엔 다시 달래세요. 파도가 치솟아 하늘의 뺨을 치고, 저 불을 꺼버리지 않는다면 지금이라도 악취 나는 검은 찌끼 같은 비를 퍼부을 것만 같군요. 남들이 고통을 받는 걸 보고 저도 괴로웠어요. --- 『템페스트』 1막 2장 미란다의 대사』 중에서
천지신명이시여, 제가 말씀드리려는 말의 증인이 되어주시고, 진실을 말하게 될 때 더욱 은총을 내려주소서. 만일 거짓이라면, 저에게 내리신 은총을 재앙으로 바꿔놓으셔도 좋습니다. 나는 이 세상 만물을 초월해서 그대를 사랑하고 귀중히 여기고 존경하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