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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 쓰여지지 않은 글

민이언 | 다반 | 2020년 02월 2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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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2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192쪽 | 260g | 128*188*20mm
ISBN13 9791185264400
ISBN10 118526440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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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글쟁이는 외로움을 각오하는 것이란 박완서 작가의 말, 글쓰기라는 게 어차피 종국엔 각개전투다. 어느 정도의 외로움은 등에 지고서 몰두해야 하는 일상, 그런 결핍까지가 작가로서의 조건인지도 모른다. 오로지 스스로에게 전념하는 동안 자신에 관한 것들이 보다 선명해지기도 하고….
--- p.16

길은 두 가지이다. 처절히 겪든가, 철저히 연구하든가. 그러나 역사 속의 거장들은 대개 처절히 겪으면서 철저히 연구하는 하나의 길을 택했다.
--- p.21

한정된 범주 내에서의 변주만을 꾀할 것이 아니라, 범주의 경계 자체를 열어 놓는 것. 그런데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라는 사실은, 당신의 책장에 꽂혀 있는 책들의 일관성으로 증명되기도 한다. 그렇듯 지평이란 게, 나의 지금으로선 기껍지만은 않은 결에 대해서도 진득하니 살필 줄 아는 성실도에 따른 결과이다. 그로부터 우리에게 다가오는 내일의 성격도 바뀌는 것이고….
--- p.37

전지적 시점도 1인칭의 시점에서 비롯되는, 결국엔 작가 자신의 삶을 경유하는 타자화이다. 그러니 책으로만 읽을 것이 아니요, 들어앉아 상상만 하고 있을 것이 아니다. 차라리 책의 바깥에서 사랑하고 이별하는 순간에 다 주워 담을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문장들이 난데없이 쏟아져 나오지 않던가. 그렇듯 ‘쓰기’를 위한 최적의 조건은 ‘살기’를 통해 성립된다.
--- p.108

프루스트가 글쓰기에 있어 강조하는 것은, 그것이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관점의 문제라는 사실이다. 그 관점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그가 겪은 시간이다. 그것은 존재의 방식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무엇을 보고 있는가, 어디까지 볼 수 있는가의 문제는, 당신이 살아가고 있는 삶의 속성과 당신이 가닿을 수 있는 세계의 범주를 대변하기도 하다.
--- p.126

요즘에 그런 작가정신을 지닌 작가들이 얼마나 될까? 실상 그런 주제로 써 내리는 이 글도 너무 쉽게 쓰여지고 있다. 이 또한 클리셰이다. 가끔씩은 스스로에 대한 회의감이 몰려드는 이유가 그런 것이기도 하다. 그저 글을 위한 글을 쓰고 있다는 느낌. 잘 써지는 경우엔 의심, 잘 안 써지는 경우엔 고심인 글쟁이의 굴레.
--- p.165

허구의 타자를 이해해 보는 간접 경험은, 나의 바깥을 통해 나의 안을 확장시킨다. 그렇게 넓혀지는 지평 속에 내 안이 보다 풍요로워진다는, ‘바깥’으로서의 문학이 지닌 순기능. 그런데 작가 자신도 소설을 쓰려면 그런 바깥을 많이 체험해야 한다는 점에서, 블랑쇼는 ‘바깥’의 성격을 문학의 기원으로 보고 있다.
--- p.169

그 남자와 그 여자를 향한 사랑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문학과 철학과 예술을 향한 사랑 안에서도…. 사랑하지 않았던들 내게 아무것도 아닐 그것 앞에서, 그것을 소유하고 싶어 한없이 쪼그라드는 마음. ‘진리가 여자라면’을 물었던 니체의 가정은 모든 영역을 관통하는, 연인과 문인과 철인과 예인의 열망에 관한 질문이기도 할 게다. 내 전부를 던질 만큼 좋아하지만, 그 전부가 항상 모자란 ‘고작’일 만큼 너무도 어려운 것들. 그러면서도 끝내 사랑할 수밖에 없는 것들.
--- p.179

책과 글을 향한 것이 아닐망정, 누구나가 등에 지고 살아가는 삶의 무게이기도 하지 않던가. 그것에 대한 승화 방략과 생존 전략이 누군가에게선 글쓰기일 따름이다. 그 이상의 현학과 관념의 레토릭은 내 역량도 아닐뿐더러 취향도 아니다. 글쓰기를 신비화하려 들지 말라던 황석영 작가의 말을 나는 이렇게 이해하고 있다.
--- p.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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