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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김국희
관심작가 알림신청그림이윤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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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는 사냥이 싫어요
“호랑이는 풀만 먹었대. 사냥이 너무 힘들었거든.” 작가가 아이를 안고 들려준 이 두 문장에서 그림책은 시작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말이 안 되나 싶었지만, 이야기가 흘러갈수록 호랑이는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선택하며 나아갔습니다. 이 그림책은 사냥을 하는 대신 다른 걸 먹기로 한 호랑이의 이야기이자,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 가는 용기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호랑이 바라는 사냥이 싫었습니다. 살기 위해 꼭 해야 하는 일이지만, 바라는 몰래 숨어서 지켜보다가 죽을힘을 다해 쫓아가 잡아먹는 게 자신과 맞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도망가는 동물들의 뒷모습을 보면 왠지 슬프기도 하고요. 호랑이가 사냥하는 게 괴롭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마지못해 사냥을 계속하게 될까요? 아니면 다른 동물이 먹다 남긴 걸로 겨우 살아가게 될까요? 다른 길은 없을까요? 나는 채식하는 호랑이 바라야 바라는 새로운 시도를 했습니다. 나무 아래에서 뚝 떨어진 열매 하나를 먹어 본 거예요. 그동안 먹던 것과는 달라서 어색하기는 해도 그렇게 싫지만은 않았습니다. 바라는 열매와 풀로 요리를 하면 더 맛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바라는 누군가와 함께하고 싶었습니다. 그동안은 혼자였지만 이제는 누구와도 연결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맛있는 음식도 함께 나눠 먹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채식을 하는 호랑이가 이 세상에 있다는 것을 널리 알리기로 합니다. 이제 사냥을 하지 않는다는 바라의 선언은, 그동안 너무나 당연해서 한 순간 의심조차 해 본 적 없는 단단한 생각에 균열을 일으킵니다. 누군가는 바라의 말이 거짓말이라며 믿지 않습니다. 누군가는 나약한 호랑이라며 비난합니다. 또 누군가는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해집니다. 바라는 더 바랄 게 없어요 바라는 채식을 하게 되면서 그동안 보지 못했던 새로운 것을 발견합니다. 그 뒤로 바라의 삶은 완전히 달라집니다. 다른 이들의 외면과 비난에 몸과 마음이 아팠던 바라는 이제 새로운 연결을 꿈꿀 수 있게 되었습니다. 땅을 가꾸고, 자신을 돌보았습니다. 바라는 결국 바라는 대로 살게 되었습니다. 더 좋은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마음으로 글을 쓴 작가 김국희와 크레용으로 여러 가닥의 선을 바느질처럼 엮는 걸 좋아하는 화가 이윤백이 만들어 낸 호랑이 바라의 삶은 그 자체로 아름답습니다. 삶을 바꾸는 큰 변화는 작은 결심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것, 먹는 것을 바꾸는 일이 어쩌면 가장 큰 변화를 이끌어 낼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 주기 때문입니다. 바라가 단단하고 씩씩하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은 아마도 지금보다는 조금 더 좋은 세상일 것입니다. 아름다운 호랑이 바라의 이야기가 작은 변화의 시작이 되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