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21년 04월 26일 |
---|---|
쪽수, 무게, 크기 | 336쪽 | 446g | 140*210*22mm |
ISBN13 | 9791191438024 |
ISBN10 | 1191438023 |
발행일 | 2021년 04월 26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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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36쪽 | 446g | 140*210*22mm |
ISBN13 | 9791191438024 |
ISBN10 | 1191438023 |
MD 한마디
할머니의 『해님 달님』 이야기에서 막 튀어나온 것 같은 호랑이가 미국 워싱턴주에 사는 한국계 여자 아이 앞에 나타나면서 이야기가 시작되고, 떡과 김치, 고사 같은 한국의 문화가 책 전반에 걸쳐 등장한다는 점이 무척 흥미롭습니다. 한국계 작가인 태 켈러의 자전적 이야기가 담긴 이 책에서 작가는 자신이 물려받은 전통과 가족의 힘을 이야기의 마법을 통해 아름다운 별로 반짝이게 합니다. - 어린이MD 김현기
호랑이를 덫에 가두면 9 저자의 말 325 감사의 말 331 |
미나리처럼 느낌이 좋은 책
벚꽃이 막 피기 시작할 즈음 출판사 담당자분으로부터 새 책 출간 소식을 들었다. 뉴베리상 대상 수상 작품을 준비 중인데, 작가는 한국계 3세 미국인이고 책에 호랑이와 한국인 할머니가 나온다는 것이다. 여기까지 들었을 때 기대감으로 눈이 번쩍 뜨였다. 조금 부풀려 말하자면 이 책은 출판계의 미나리! 미나리는 어디서든 잘 자라듯이, 이 책 또한 어디서든 잘 팔리리라! 검토용 가제본을 전달 받았다. 정식 출간 전에 먼저 책을 받아볼 수 있다는 것이 MD라는 직업의 장점이라면 장점. 표지는 원서 디자인을 그대로 썼는데, 우리 전래동화에서 볼 수 있을 법한 호랑이 일러스트가 가운데 배치되어 있다. 이 책 왠지 느낌이 좋았다. 갇혀 있기를 거부한 이야기 릴리네 가족은 병에 걸린 외할머니를 보살피기 위해 캘리포니아에서 워싱턴주로 이사를 한다. 할머니 집에 거의 도착할 무렵 릴리는 할머니의 옛 이야기에 등장할 법한 호랑이를 목격한다. 오직 릴리에게만 보이는 이 마법 호랑이는 할머니가 훔쳐간 이야기를 돌려주면 할머니를 낫게 해주겠다고 제안한다. 릴리는 사랑하는 할머니를 구하기 위해 마법 호랑이와 정면으로 승부하는 것을 선택한다. 릴리는 자신을 “투명인간”으로 정의하고, 언니로부터는 “조아여(조용한 아시아 여자애)”라고 불리는 아이이다. 반면에 릴리의 언니 샘은 “조아여”가 되지 않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사춘기 소녀이다. 릴리는 그런 언니에게 마법 호랑이 이야기를 털어 놓을 수가 없다. 엄마에게도 마찬가지. 호랑이를 덫에 가두기 위한 작업을 비밀스럽게 진행한다. 할머니는 늘 밝고 상냥하고, 무엇보다 옛날이야기를 재미있게 들려준다. 하지만 어린 시절 겪었던 한국에서의 경험은 잘 털어놓지 않는다. 한국 사람들이 식민지배와 핍박으로 많이 힘들었고 슬펐기 때문에 그 이야기는 손녀들에게 들려주지 않는다. 호랑이가 돌려받고자 했던 이야기는 바로 할머니가 가슴에 묻어 놓았던 이야기, 할머니 홀로 고통과 슬픔을 감내해야 했던 그 이야기가 아니었을까. 릴리는 마법 호랑이와 밀고 당기는 줄다리기를 하면서 늘 자신을 규정해왔던 “존재감 없는 아이”라는 외적 시선을 허물어버린다. 할머니를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 하는 동안 자신이 물려받은 전통과 가족의 힘을 발견하고, 할머니의 마지막 순간 자신만의 이야기를 아름다운 별처럼 반짝이도록 풀어놓는다. 한국 할머니의 힘과 그 모습을 이어받을 우리 책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가운데 접한 윤여정 배우의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 소식이 무척 반갑다. 책에 등장하는 한국 할머니의 작품 속 이름은 “애자”인데, 애자 할머니가 이역만리 미국 땅에서 갖은 고생을 하면서도 사랑과 친절을 잃지 않고 꿋꿋하게 자신의 뿌리를 지키며 살아온 것도 함께 인정받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현실과 상상 속 한국 할머니의 공통점을 꼽자면, 두 분 다 성별과 인종의 벽을 뛰어 넘을 정도로 정말 열심히 살았다는 것이다. 한국 할머니의 강인한 모습, 그 모습을 이어받아 자기 정체성을 탐구하며 성장하는 릴리의 모습을 담은 이 책은 자기만의 목소리를 찾아 나서는 이들에게 공감과 위로를 선사할 것이다. |
어떤 이야기들은 갇혀 있기를 거부한다.
2021년 제100회 뉴베리상 수상작이다.
뉴베리상은 안데르센상,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과 함께 '아동문학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최고의 아동문학상. 미국 아동문학 발전에 가장 크게 이바지한 작품(작가)에 메달이 주어진다.
표지부터 한국 전래동화를 보는 것 같은 소설책이다
나는 투명 인간이 될 수 있다.
로 시작하는 소설.
그만큼 존재감 없는 성격으로 조아여(조용한 아시아 여자애)로 불리는 여자아이 '릴리'가 주인공이다. 갑작스럽게 할머니와 살기 위해 이사하는 차 안에서 이야기는 시작하는데, 릴리는 길 위의 거대한 호랑이를 발견한다. 엄마와 언니는 보지 못하고 순식간에 사라져버린 '호랑이'.
우리의 옛이야기에는 늘 호랑이가 등장했다. 호랑이가 등장하는 이야기도, 호랑이가 등장하지 않는 이야기도 "옛날 옛날에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에.."로 시작하곤 했다.
길가에서 '호랑이'를 만난 '릴리'도 어린 시절 같은 이야기를 들으며 살았다.
옛날 옛날에 호랑이가 사람처럼 걷던 시절에..
'언니야'와 '애기'가 나오는 '해님 달님' 이야기를 가장 좋아한다고 했다.
책을 읽다 보니 작가가 궁금해졌다.
저자 : 태 켈러(Tae Keller)
한국계 여성 작가. 데뷔작 '깨지기 쉬운 것들의 과학'이 있고 한국인 할머니가 해 주신 이야기를 쓴 '호랑이를 덫에 가두면'으로 뉴베리상을 탔다. 1998년 아메리카 북어워드 수상작 '종군위안부'의 작가 '노라 옥자 켈러'의 딸. '태(Tae)라는 이름은 외할머니의 이름 '태임'에서 첫 글자를 따 지었다.
책을 읽는 내내 나는 주인공과 같이 할머니 집에서 도서관에서 호랑이를 보고, 할머니가 숨긴 이야기를 궁금해했다. 도대체 그것은 무엇이었으며, 과연 호랑이는 약속대로 할머니를 낫게 해 줄 것인가 아니면 그저 '해님 달님'이야기 속 호랑이처럼 속임수였을까.
신비로움을 가득 품고 있는 할머니는 과연 어떤 것을 숨겨놓고 있는 것일까.
워싱턴주의 '선빔'에서 다른 사람이 보기에 '마녀의 집'같아 보이기도 하는 할머니의 집과, '길일'을 따지는 행동과 떡을 만들고 영혼들을 위해 고사를 지내는 행동 들은 한국 문화에 있는 나에게는 익숙하면서도 동시에 이질적으로 느껴진다. 이 이야기 속 배경은 꼭 어릴 적 이야기책을 읽을 때 숲속 요정이나 착한 마녀가 사는 장소 같다는 기분도 들었다.
배경지식 없이 그저 이야기만을 읽었을 때, 처음에는 실제로 '호랑이를 보는' 주인공인가 싶기도 했다. 흥미진진한 판타지 이야기에 몰입하면서, 주인공이 새로 만나는 이웃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따라가며 읽다 보니 서로 다른 이야기들이 한 데 엮이고, 숨겨진 이야기가 드러나고, 갈등이 해결되는 과정이 반짝거리면서 따뜻하게 느껴지는 책.
나는 할머니 집을 올려다본다. 한눈에 봐도 마법에 둘러싸인 집 같다. 19p
할머니 침실, 화장실, 그리고 다락방으로 올라가는 계단과 지하실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는 곳이다. 그 지하실 계단의 문 앞에 마치 바리케이드처럼 뭔가 잔뜩 쌓여있다. 무늬가 조각된 전통 한국식 수납장과 판지 상자들이다. 27p
우리 같은 아시아계 여자애들에 대해 사람들이 갖는 고정관념을 뜻하는 말. 언니는 그 고정관념에 들어맞지 않으려고 얼마나 노력하는지 모른다. 32p
화장실 안에 그림자로 된 짐승이 있다. 까만 비늘로 뒤덮인 그것이 몸을 숙인 채 들썩거린다. 마치 뼈가 모조리 부서진 것처럼 울고 움직인다. 내 심장이 완전히 얼어붙는다. 하지만 그때 그 짐승의 그림자가 빠져나가고.. 짐승이 아니다. 우리 할머니다. 그리고 무언가가 잘못되어있다. 56p
"나는 조그만 마을 사는 조그만 여자애여도 꾀 많았어. 호랑이 동굴 밖에 몰래 숨어서 호랑이 잠들 때까지 기다렸어. .. 그리고 내가 그 별들, 그 나쁜 이야기들을 주먹으로 쥐어서 유리 단지 안에 넣었어. ... 숲속에서 바위를 하나씩 가지고 와서 동굴 입구에 쌓았어. 호랑이들이 그 벽 안에 갇혔어."63p
하지만 나는 화가 난다. 가끔 엄마가 생각하는 나는 완전히 다른 아이이기 때문이다. 진짜 내가 아닌, 나와 비슷한 아이를 나라고 생각하는 것 같기 때문이다. 71p
"나 아주 어릴 때, 우리 엄마가 떠나기 전에 중요한 얘기 해줬어. 사람 전부 속에 좋은 면, 나쁜 면 있어. 그런데 가끔 인생의 슬픈 이야기, 무서운 이야기에만 집중해서 좋은 면 잊어. 그런 사람한테 나쁘다고 이야기하지 마." 107p
부엌에서 그림자들이 움직이고 늘어나 모양을 이루기 시작한다. 그 모양들이 모여서 한 덩어리가 된다. 그 거대한 그림자가 걸음을 내디뎌 별빛 속으로 들어서자 호랑이가 된다. 자동차처럼 커다란 그 호랑이가 집 복도를 가득 채우고 있다. 114p
"네 할머니가 가둬 둔 이야기를 릴리 네가 풀어 주면 할머니는 나아질 거야. 그 별들이 계속 갇혀 있으면 할머니가 아프고 말이야 ... 거래를 제안하는거야. 넌 내가 그 이야기들을 되찾게 도와줘. 그러면 나는 그 별들을 제자리인 하늘에 돌려놓을 거고, 넌 두 번 다시 그 이야기 걱정을 안 해도 돼." 117p
엄마가 운다면 할머니의 병이 아주 심각한 것이 분명하다. 이제 난 아래층에서 난 소리가 정말로 호랑이 소리였더라면 좋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게 그 어떤 호랑이보다도 무서우니까. 121p
내가 병 속 먼지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지금은 별들처럼 보인다. 어느 은하의 축소판이 통째로 유리 속에 갇힌 것 같다. 나는 '조아여'인 것이, 겁이 나서 아무것도 못 하는 것이 지긋지긋하다. 이제는 영웅이 되어 보고 싶다. 174p
"이제 보니 너도 속에 호랑이가 있는 모양이야." ... 잠시, 그 말이 거의 사실처럼 느껴진다. 나 자신이 맹렬하고 강한 것 같다. 천하무적 같다. 내 이빨이 칼날이 되고 내 손톱이 호랑이 발톱으로 변할 수 있는 것처럼. 246p
엄마의 판단이 그리 정확하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나는 말해 주고 싶다. 엄마가 아는 이야기에서 언니는 늘 함부로 행동하는 아이, 나는 늘 투명 인간이다. 하지만 온 세상 화를 언니만 낼 수 있는 것은 아닐 테다. 252p
"엄마는 할머니가 엄마라서 부끄러웠던 적 있어?" 내 입에서 빠르게 흘러나온 질문이다. 거의 호랑이와 대화할 때만큼이나 세게 심장이 뛴다. 질문을 하는 것이 야수를 마주하는 것만큼이나 무서운 일 같다. 255p
나는 초록색 유리 단지를 집어 던지고, 벽에 부딪힌 그 병은 폭발한다. ... 그런데 말이다, 그 단지를 깨트리는 기분이 나쁘지 않다. 그냥, 도저히 다 견딜 수가 없다. 그 모든 희망과 두려움과 강인함과 힘. 그 모든 이야기와 대가와 불확실함. 내 안에 넣고 꽉 닫아 두기에는 너무 많다. 284p
나는 천둥이고 번개다. 통제가 되지 않는다. 남은 것은 작고 파란 단지뿐이다. 마지막 것. 아직 마지막 이야기로 채워져 있는 단지. ... 나는 마지막 별 단지를 던진다. 285p
조용하고 엄마 말씀 잘 듣는 착한 아이가 내면에 잠들어 있던 본연의 존재 '호랑이 소녀'를 자각하는 이야기로 발전한다. 이야기 속 '호랑이 소녀'는 낮에는 인간이고 밤에는 호랑이로 변한다. 거칠고 통제할 수 없고 진실을 말하고 언제나 더 원하는 호랑이와, 더 원하면 안 되고 남을 도와야 하며 조용해야 하는 '인간 여자아이'의 '두 갈래 삶' 속에서 고통받는다.
"4분의 1만 한국인"이라고 나는 대답했다. 하자마자 잘못된 대답이라 느꼈다. 한국인이냐는 질문에는 언제나, 퍽 단순하게도, 그렇다고 하면 되는 거였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나는 내 피를 부분 부분으로 나누고 있었던 것이다. (329p. 저자의 말.)
서로 다른 내면에 갈등하는 주인공의 모습은 '한국계 소녀'로 자랐던 저자를 연상시키기도 하고. 식민지 지배와 전쟁과 가난 속에서 용감하게 삶을 헤쳐 나간 한국 여성들과 그 딸들을 나타내기도 하는 것 같다.
이 스토리는 '강인한 한국 여성들 5대의 연대기'이기도 하지만, 과연 그것뿐일까.
어떤 이야기는 '고통'이다. 호랑이는 그 '고통'과 마주하라고 요구한다. 암울한 시대적 배경의 한국 여성들 말고도 많은 이들에게 호랑이가 요구하는 그 '이야기'가 있을 것이다. '고통'을 '유리병에 갇힌 이야기'로 풀어낸 스토리도 놀랍지만, 그것을 깨고 나오는 주인공과 할머니의 모습에 억압되어 있던 무언가에서 해방된 느낌도 들고 놀라우면서 감동스럽다.
괜찮아. 완벽하지 않아도 맛있을 수 있어.
322p
한국 전래동화와 단군신화, 판타지가 모두 다 들어있는 많은 것을 품고 있는 굉장한 이야기이다.
아이들을 위한 아동 소설이지만, 덕분에 오랜만에 정말 멋진 소설을 읽었다.
추가.
나는 샘플북을 받았다. 처음엔 중간중간 매끄럽지 않은 문장들이 있어서 교열이 다 안 되어서 그런 건가 싶었는데, 엄마를 찾아 미국으로 떠나온 뒤 영어가 서툰 할머니의 표현이 그대로 담긴 것이었나 보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옛날 옛날에, 호랑이가 담배 피우던 시절부터 있었던 이야기 <해와 달이 된 오누이>에 나오는 호랑이가 등장하는 아주 흥미진진한 이야기다.
릴리네 가족이 외할머니네 집으로 이사를 오는 그날! 릴리는 호랑이와 눈이 마주치게 된다. 김치 식이요법을 한다는 호랑이는 릴리에게 할머니가 훔쳐 간 별들을 돌려주면 할머니가 나아질 거라고 한다. 할머니는 호랑이를 믿지 말라고 했는데 어떡하지? 릴리는 자기 생각들에 붙들려 옴짝달싹하지 못하고 틀린 대답을 하게 될까 두려운 나머지 아예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 사이에 호랑이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사라진다.
할머니를 도와주고 싶은 릴리는 호랑이를 잡는 방법을 찾기 위해 도서관으로 향하고 그곳에서 리키를 만나 함께 호랑이 덫을 놓으면서 서로를 응원하는 친구가 되어간다.
언니 샘은 릴리를 조아여(조용한 아시아 여자애)라고 부르고 학교에서는 투명인간 취급을 당했던 릴리가 호랑이를 만나서 밀땅을 시작한다. 자기감정을 표현하지 못하는 소극적인 아이에서 자신의 욕망을 표출할 줄 아는 적극적인 아이로 성장하게 되는 이야기.
두렵고 무섭기만 했던 호랑이에서 김치를 먹고 도서관을 좋아하고 처음 만난 비 오는 날을 생각하면서 놓쳤었던 사실을 깨닫고 더 이상 호랑이를 두려워하지 않게 된 릴리.
가정의 달 5월에 잘 어울리는 이야기 한 편으로 엄마에게 외할머니 이야기를 물어보는 시간을 선물해 준 따뜻한 이야기였다.
요즘 한국 여성들의 위상이 무섭게 높아지고 있다. 최근 윤여정님의 아카데미 조연을 수상한 인터뷰는 그녀보다 수십 년 젊은 나를 깨웠고, 올해 뉴베리상을 받은 한국계 미국인, 태 켈러의 장편 소설 [호랑이를 덫에 가두면]은 나의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의 언니에 대한 나의 감정과 태 켈러에게는 옛 이야기를 해주시는 외할머니가 계셨다면 나에게는 항상 독서를 하시던 외할아버지와 도깨비 얘기를 들려주시던 친할아버지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이런 어릴 때의 감정이 부모님밑이 아닌 나로서 사회생활을 하며 살아 올 때, 무언가 결정하고 내가 뚫고 헤쳐나가야만 할 때 도전할 수 있던 원동력이 되었던 것과 태 켈러의 경험이 무언가 통함을 느꼈다. 태 켈러는 한국에서 태어나지 않았고 태 켈러의 할머니가 미국에서 결혼하여 낳은 엄마를 두었기에 4분의 1만 한국인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을 찾기 위해 한국의 역사를 공부했고 한국을 알아갈수록 본인속에 자신도 모르는 한국인이라는 것이 꿈틀대는 것을 느꼈다. 이 책은 우리나라의 전래동화 '해님달님'을 모티브로 하지만 호랑이에게 들은 이야기를 자신의 이야기로 바꿔 할머니에게 이야기를 해주며 편안한 죽음을 맞게 해준다. 따지고 들면 미국인의 소설이지만 한국을 상징하는 소재들이 많이 등장한다. 그래서인지 우리나라 작가가 쓴 글처럼 친숙하고 술술 읽힌다.
이야기를 시작할때 릴리는 애기인 나약한 존재이다. 조용한 아시아 여자아이인 조아여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이 별명은 남들이 아닌 언니 샘이 릴리를 평가하는 모습이다. 여기서 언니라는 존재가 동생에게 얼마나 크게 느껴지는지.. 어릴적 나도 그랬다. 자매는 항상 같은 편이여야하는 그런 의리같은 것을 느꼈다. 하지만 할머니의 병을 낫게 하고 싶은 같은 마음을 가진후에는 언니는 세상에 둘도 없는 릴리의 동지다.
294p
"그 '조아여'말이야...... 내가 한심한 소리 한 거야. 너한테 그런 고정관념을 씌워선 안 됐어. 그호랑이가 실제가 아니란 말도. 어쩌면 내가 틀렸을지도 몰라. 어쩌면, 어떻게 된 일이든...... 네가 본 게 실제일지도 몰라. 그렇게 믿고 싶어. 믿어야 하는지도 몰라."
나도 언니가 있어서인지 몰라도 둘이 화해하는 장면이 너무 인상적이었다. 잘못을 인정한 언니가 멋지다.
릴리는 할머니를 동경한다. 할머니 것은 잠옷마저 아름답다. 할머니는 릴리에게 수호신 같은 존재이고 어떤 고민이든 잘 들어주고 해결해 줄거라 믿는다. 릴리의 정신적인 지주였다. 이 소설이 갖는 의미는 모두가 아는것외에 나는 한국을 좀 더 소개할 수 있었던거 같아 의미있다고 생각한다. 고사, 떡, 만두, 다나무, 소쿠리, 말린오징어, 멸치, 쌀, 릴리를 지켜준다고 믿는 쑥(쪼글쪼글해진 식물) 등 우리나라를 세계에 소개할 수 있는 책이다. 내가 릴리였다면 할머니의 건강을 위해 호랑이와 맞써 싸울 수 있었을까? 호랑이는 끝까지 릴리를 위협한 존재일까? 이야기의 끝이 궁금하다면 책을 꼭 읽어보시길... 2019년에 출간된 태 켈러의 깨지기 쉬운 것들의 과학도 궁금해진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