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 해 보고, 저리 해 봐도 아이는 요지부동이었다. 영어가 싫은가 보다. 아니면 내가 싫은 건가? 아까 먹은 고구마가 명치에 딱 걸린 느낌이다. 엄마의 욕심을 아이가 눈치챈 건가? 관심 없다고 싫다고 손을 내젓는 아이에게 무진장 들이댔으니 싫을 만도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아무리 예쁜 여자라 해도 계속 들이대면 없어 보이는 법이지.’
이 와중에 영어유치원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분명 저 상태로 입학을 하면 그 길로 꼴찌 신세를 면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그래, 잠시 엄마 욕심을 내려놓을게. 너도 잠시 쉬어라!’
그렇게 영어를 내려놓았다. 아이는 더 밝게 빛났다.
--- p. 27 「영어유치원은 다음 생에서」 중에서
얼마나 힘들었을까? 덩치 큰 외국인 선생님들은 무섭기만 했단다.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알아들을 수 없었던 그 긴긴 시간을 아이는 혼자 감당해야 했다. 더 중요한 것은 이 착하고 순한 녀석이 엄마에겐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고, 더 눈물 나는 사실은 이 여린 아이는 3년을 이렇게 보냈다는 것이었다.
‘하늘도 무심하시지. 나쁜 사람들 같으니라고.’
여전히 그 영어유치원은 장사가 잘된다.
--- p. 76 「왜 재현이는 영어가 싫어졌을까」 중에서
부모에게 조건 없는 사랑만 받아도 부족한 아이들이 영어 실력에 따라 사랑을 받는다는 사실은 음식 솜씨가 좋은 엄마만 인정하겠다는 아이의 태도와 별반 다르지 않다. 엄마는 살림도 잘해야 하고 요리도 잘 해야 하고 늘 깨끗한 집을 제공하는 사람이기에 그 능력에 따라 엄마를 사랑하겠다고 말하는 아이를 둔다면 어떤 기분일까?
--- p. 109 「엄마는 선생이 아니다, 엄마다!」 중에서
학습도 소화력과 같다. 지금 당장 반짝 이해력이 좋고 똑똑하다 한들, 그것은 평생 가지 못한다. 실력의 수준은 종이 한 장 차이다. 아이가 소화할 수 있는 수준을 넘겨 과한 영양을 주면 쉽게 비만이 된다. 학습도 과하면 과부하가 걸린다. 그 나이에 받아들일 수 있는 능력 이상으로 학습에 전념해 버리면 초등학교에 가서도 공부에 흥미가 없다. 선생님께 수업이 너무 쉬워 시시하고 재미없다고 이야기한다. 집중도 못 하고 오히려 선생님께 대드는 아이들도 있고, 자기보다 못한 다른 아이들을 무시하면서 반감을 사기도 한다. 이렇게 되면 사회성이 떨어지는 아이가 될 수도 있다.
--- p. 116 「엄마의 욕심을 내려놓자」 중에서
집중 공략으로 한 놈만 팬다는 철학은 싸움에만 통하는 기술이 아니라 영어에도 꽤 근사한 접근 방법이다. 듣기면 듣기, 읽기면 읽기에만 2주일 동안 집중하면 어느새 문제집 한 권이 뚝딱이다. 일주일 만에 한 권을 다 푸는 아이들도 있다. 당연한 결과다. 선택과 집중은 언제나 옳다. 나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일이지만 아이에겐 세상 처음으로 일어난 일이기에 자신에게 놀란다.
“몰랐지? 네가 이렇게 영어를 잘한다는 사실을 말이야. 조금씩 할 필요가 없어. 할 수 있는 일을 미루는 건 어리석은 일이거든. 네 눈앞에 막 배달된 치킨이 있는데 10시간 뒤에 먹는 게 말이 돼? 네가 이렇게 한 권을 뚝딱할 수 있는데 안 하는 건, 그건 좀 별로지 않냐?”
--- p. 150 「믿어 주는 만큼 실력도 좋아진다」 중에서
영어도 별반 다르지 않다. 무한 자신감이 생기면 그때부터는 자기
탄력이 붙는다. 어떤 방법이 자신에게 맞는지를 알게 된다. 더 잘하고
싶은 욕심이 붙기 시작한다. 동기부여를 굳이 하지 않아도 누구보다 스스로의 만족감과 성취감에 공부를 멈출 수 없는 시기를 마주하게 되
는 것이다. 나는 이것을 ‘엄마주도 영어’가 아니라 ‘아이주도 영어’라고
부르고 싶다.
--- p. 185 「공부는 쉬워야 한다」 중에서
남들보다 더 잘하게 하려고 남들과 똑같은 방법을 쓴다는 것이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남들보다 잘하고 싶다는 욕심이 있다면 남들과 다른 방법을 써야 하는 것이 당연한 이치이다.
--- p. 189 「아이가 시작하게 하라」 중에서
다시 강조하지만, 영어는 리스닝이 우선이다. 그런데 리스닝이 우선인 경우는 전제가 받쳐 주어야 한다. 바로 단어다. 단어를 어느 정도 알고 있다는 전제하에 리스닝 훈련을 해야 한다. 단어 없이 듣기만 해서는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유아의 경우에는 단순 암기인 단어 공부는 재미가 전혀 없으니, 단어 공부를 열심히 할 수 없다.
--- p. 192 「들리는 리스닝, 흘리는 리스닝」 중에서
스피킹을 잘한다는 것은 단어량이 풍부해서 상대방의 말을 알아듣고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것인데, 단어가 부족하면 재미가 없어진다. 그러므로 처음부터 스피킹을 시작하는 것은 결론적으로 봤을 때 효과적이지 않다. 고난도의 체조 동작을 완성하게 하는 것은 기초체력 훈련이다. 스피킹은 결국 고난도 동작이며, 단어나 읽기, 듣기 등 앞에서 설명한 것들이 바로 기초체력 훈련에 속한다. 차근차근 밟아 나가는 기초 훈련이 없다면 유창한 스피킹 실력은 갖추지 못한다.
--- p. 214 「입이 무거운 아이는 스피킹도 무겁다」 중에서
영어 공부는 무조건 즐거워야 하기에 쓰는 것을 많이 시키지 않는 것이 좋다. 쓰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들은 결코 많지 않다는 사실을 명심하길 바란다. 따라서 영어를 처음 시작하는 아이라면 가급적 리스닝 노출에 중심을 두고, 라이팅은 당분간 잊어도 좋다.
--- p. 218 「라이팅은 최대한 미뤄 둔다」 중에서
시험용 영어와 실력 영어는 같지 않다. 시험을 대비한 영어는 철저히 시험을 준비하면서 만들어 나가면 되는 것이고, 지금 우리가 공부하는 영어는 시험이 아니라 장기적인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것이다. 문법을 잘한다고 스피킹을 잘하지 않는다. 틀리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아이들을 만들려면 문법 문제 풀기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쓰지 않기를 바란다.
--- p. 224 「영문법은 시험용으로 만족하자」 중에서
영어가 싫다는 것은 내용이 어렵다는 것이다. 반대로 생각하면, 내용이 쉬우면 하고 싶어진다. 지금 아이가 학습하는 내용이 엄마가 보기에는 쉽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아이에겐 어려울 수 있다. 그러므로 더 쉬운 학습이 진행되어야 한다. 영어는 단기간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장기 프로젝트이며 평생 프로젝트다. 무리한 학습으로 아이에게 영어 트라우마가 생기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 p. 235 「영어를 싫어한다면 그만한 이유가 있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