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덜 애쓰고 더 만족하는 하루Part1. 내 마음에 드는 인생어느 날 스트레스가 전화를 걸어온다면그 놈의 빅 픽처, 나란 놈은 스몰 픽처70점짜리 재능좋아하는 일을 하면 행복해질까?내 마음에 드는 인생손흥민 선수도 사는 일은 어렵겠지어른이 되어 좋은 게 있다면작은 비구름의 슬픔이 구역의 다짐 왕이 추천하는 새해 빙고Part2. 평일도 인생이니까유의미한 날들평일도 인생이니까Today is better than tomorrow어디든 내 방이라고 생각하면여러분, 제가 드디어 숙취의 비밀을 밝혀냈습니다!오늘치 일기는 쓰고 그거 하니?그 후로 한참을 이 순간만 생각했다정든 동네와 헤어지는 법이 구역의 다짐왕이 추천하는 새해 빙고Part3. 두 번 해도 좋을 것들여행에서 본전을 뽑는다니, 본전이 뭐길래두 번 해도 좋을 것들장마가 지나면 수박은 싱거워진다바빠서 나빠지는 사람뭘 또 잘하려고 해, 그냥 해도 돼네, 요즘 애라서 끈기라곤 없습니다이런 건 나도 만들겠다고? 그건 네 생각이고비 내리는 날의 여행법부러우면 지는 건데 계속 질 때 읽는 글Part4. 잘 외로워지는 연습흑역사가 어때서누구에게나 사연은 있다마음만으로는 안 되는 일각자의 인생, 각자의 속도어른이 되어 친구를 사귀는 법좋을 때다, 라는 말의 진짜 의미는잘 외로워지는 연습4월을 보내는 일기엄마와 운전등장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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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김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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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일이 어려워 누구라도 붙잡고 얘기 나누고 싶은데 그럴 수 없을 때마다 글을 썼다. 여기 실린 글들은 미처 대화가 되지 못한 흔적인지도. 한 권의 책을 펴내는 일이 부디 대화의 시작이 된다면 좋겠다.
--- p.9 “저녁도 못 먹었어. 요새 일이 너무 많아. 아, 스트레스 받아….” “어마야, 니 스트레스를 왜 받나. 그거 안 받을라 하믄 안 받제.” “…….” 아니 무슨 스트레스가 전화인가. 안 받을라 하믄 안 받게. 역시 걱정해 주려고 전화해서 사람 속 터지게 하는 만국 엄마들의 화법이 있는가 보다. --- p.18 “이렇게 맛있는 맥주를 마시려면 역시 열심히 일해야겠어!” 그 정도의 ‘열심히’가 좋다. 그 정도의 열심히는 실천도 할 수 있고 기분도 좋으니까. “이 맛에 산다” 하는 순간이 아마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각자의 스몰 픽처. 한 번 사는 인생 그렇게 살아선 안 된다고 말하는 이들은 대체로 야망가였다. 자, 그럼 각자의 길을 갑시다. --- p.27 강의 아버지는 겨울이면 모든 방에 발이 뜨끈뜨끈할 정도로 보일러를 돌린다. 그리고 냉장고 속에는 항상 시장에 서 떼어 온 고기들을 가득 쟁여 놓는다. 겨울엔 누구도 춥지 않게 지내야 하고, 식구들이 다 같이 둘러앉으면 늘 넉넉히 구워 먹을 고기가 있어야 한다. 평생 춥게 살았던 것, 고기를 마음껏 사 먹지 못했던 것이 지금의 습관을 만들었다고, 언젠가 강이 말해 준 적 있다. 과거의 서러움은 그렇게 현재의 우리에게 영향을 미친다. 결핍이, 어쩌면 우리의 정체성이 되는지도 모르겠다. 비어 있는 부분을 채우려 애쓰는 사이, 그런 것을 중요히 여기는 사람이 되는지도. --- pp.64-65 잎을 다 떨군 나무에게 겨울은 버리는 시간일까? 벚나무는 꽃이 지고 난 뒤 사람들이 무슨 나무인지도 몰라주는 나머지 세 계절을 버리며 살까? 그렇지 않다. 나무는 나무의 시간을 살 뿐이다. 벚나무는 한 철만 살아 있는 게 아니라는, 인생은 수많은 월화수목금토일로 이루어져 있다는 당연한 사실을 깨닫기 위해 그 주말 나는 꽉 막힌 도로에서 봄의 한나절을 지켜보았는지도 모르겠다. --- p.97 “술 마실 땐 왜 저렇게 즐겁나 몰라. 다음 날 즐거움까지 미리 당겨써서인가.” !!!! 그래서였구나. 즐거움을 가불해서였다. 여러분, 제가 드디어 숙취의 비밀을 밝혀냈습니다!!! 다음 날 느낄 것까지 미리 당겨쓰니 오늘이 안 즐거울 수 없고, 다음 날이 되면 이미 하루 치 즐거움을 써 버렸으니 즐겁지 않은 게 당연한 거였다. 숙취를 나무랄 게 아니었다. 나는 순리를 따르고 있었던 것이다. 하루 치로 할당된 즐거움을 당겨썼으면서 다음 날도 즐거우려 하면 그게 도둑놈 심보지. (…) “좋아! 그럼 내일 치 즐거움을 당겨쓰러 가 볼까?” --- p.117 그 시절 내가 제일 듣기 싫어했던 말은 “이런 건 나도 하겠다”라는 농담이었다. ‘이런 것’을 결코 하지 않을 사람들이 쉽게도 던지는 말. 누군가 꾸준히 SNS에 올리는 그림에 흘낏 눈길 주며 하는 말들. 독립 서점의 크고 작은 출판물들을 대충 넘겨 보면서 하는 말들. 작은 빵집에서, 수공예 상점에서, 누군가 공들여 만든 것을 들었다 놓으며 하는 말들. 거기 담긴 한 사람의 오랜 시간과 해묵은 초조함과 그럼에도 여전히 만드는 일을 놓지 못하는 마음을 전혀 보지 않는 말들 --- p.193 어느 날 전공 수업 시간엔가, 아니면 공강 시간의 단과대 계단에서였던가. 짓궂은 동기 한 명이 햇빛을 받고 있는 내 머리를 보고 특유의 부산 억양으로 “쩌, 저, 탕↗수육↘ 쏘스 흘러내리는 거 봐라!”라고 했고, 그 뒤로 한동안 ‘탕슉’이라 불리는 슬픈 역사를 갖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도 나쁜 새ㄲ… 이 얘기를 하려던 건 아니고, 아무튼 스무 살의 나는 시무룩한 탕수육 모양새를 하고서 캠퍼스를 걸어 다녔다. --- p.193 “생일 잊어서 미안해, 근데 마음은 그런 게 아니었어.” → 진짜 마음이 있었다면 잊지 않았을 것이다. 매번 애꿎은 덤터기만 쓰는 ‘그런 게 아닌’ 마음은 또 무슨 죄인가. “섭섭하게 해서 미안해, 그러려고 했던 게 아닌데.” → 애초에 섭섭할 일을 만들지 않는 게 어땠을까. “나 원래 이런 거 잘 못 하는 거 알잖아.” → ‘원래’라니… 그냥 내가 그러지 않는 게 편하니까 노력을 하지 않았던 것뿐이다. --- pp.234-235 59년생 윤인숙 씨는 사실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사람이다. 운전할 수 있는 사람이고, 더 멀리 갈 수 있는 사람이고, 지금보다 더 넓게 살며 더 행복해질 수 있는 사람이다. 좁은 삶에 갇혀 있기엔 너무 큰 사람이다. 그녀만 알고 가족들은 내내 몰랐던 사실. 어쩌면 그녀 자신조차 오래 잊고 있었던 사실. 그 말을 전하고 싶어서 이 글을 썼다. --- p.290 |
“빨리 ○○○ 되면 좋겠다!”하는 순간, 인생에서 사라지는 숱한 시간들“대학에 합격하기 전, 취업하기 전, 이런 식으로 시간을 나누어 놓고 그 전의 시간을 다 ‘준비’ 시간으로 여기면 우리 앞에 촘촘히 놓여 있는 시간이 불행해질 수밖에 없다. 출·퇴근하며 입버릇처럼 “빨리 토요일 되면 좋겠다”라고 하는 순간 평일은 인생에서 지워지는 것처럼.”(p.96)그런 생각이 든 적 있을 것이다. 지금의 삶이 진짜 내 삶은 아닐 거라고, 그러니까 종착점은 다른 데 있고 지금은 이 삶을 임시로 거치고 있는 것뿐이라고. 마치 지금 몸무게가 내 최종 몸무게가 아니라고 철석같이 믿는 것처럼.그러면서 우리는 수시로 소망한다. “빨리 여름휴가 오면 좋겠다!” “빨리 취업했으면 좋겠다!” “빨리 영어 좀 잘했으면 좋겠다!”(2020년 봄 현재 아마 전 국민의 마음은 똑같을 것이다. “빨리 코로나가 사라지면 좋겠다!”) 『평일도 인생이니까』에서 작가 김신지는 말한다. “물론 삶에는 그냥 흘러가는 시간도 있다. 기다리거나 견뎌야 하는 시간도 있다. 중요한 것은 그게 결코 버리는 시간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일이다.” 수목원에 가기 위해 꽉 막힌 도로에서 금쪽같은 토요일 2시간을 허비(?)한다고 투덜대던 그는 “이것도 여행의 일부라면 일부지”라며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남편 강의 말에 퍼뜩 이런 깨달음을 얻는다.당신의 ‘인생 삼합’은 무엇인가요?80%의 최선으로 90% 만족하는 ― 어엿한 일상의 기술불가항력의 상황이 매일 벌어지는 인생에서 실제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그렇기에 서점가에는 “너무 힘들면 멈추자” “열심히 살지 말자”는 목소리를 담은 에세이 일색인지 모른다. 김신지 작가는, 그러나 그런 말을 할 수 없는 처지다. 회사에서 무려(!) 중간관리자 역할을 수행하며 하루하루를 성실히 살아 내는 직장인이니까.스스로를 ‘무난하고 야망 없는 사람’이라 말하는 그가 빡빡한 직장인으로 살며 매일을 어떻게 보내는가. “바로 지금을 호시절이라 여기는 것이다. 호시절이란 무엇인가. 삶의 낙이 있는 게 호시절이다.”(p.27) 그러면서 지금이 호시절이라 느끼게 해 주는 자신만의 ‘인생 삼합’으로 맥주와 테라스, 산책을 꼽는다. 그리고 살며시 말을 건다. 당신의 인생 삼합은 무엇이냐고.그를 복장 터지게 만들다가 울컥하게도 만드는 엄마, 흑역사로 충만했던 어린 시절, 매일을 견디게 해 주는 소소한 기쁨들에 대해 읽다 보면, “서른 쪽을 읽고 나니, 스트레스 레벨도 삼십 퍼센트쯤 내려갔다”는 정세랑 작가의 추천사가 무슨 말인지 이해가 돼 슬며시 미소가 흐른다. 문장마다 배어 있는 온기에 책장을 넘기는 손끝까지 따뜻해지는 것은 물론이다. 아무래도 이 책은 작가를 참 많이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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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지 작가의 글은 건강하다. 글이 글을 쓴 사람을 닮아 미덥다. 섣불리 헤아리지 않고 조심하는 태도가, 웃기긴 한데 복장 터지는 현실이, 이 한 권에 담겼다. ‘내 마음에 드는 인생’이라니, 이것이 성공 아닌가.
- 이다혜 (『출근길의 주문』 작가, [씨네21]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