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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나라 퇴마사 2

당나라 퇴마사 2

: 구중궁궐의 대재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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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8월 13일
쪽수, 무게, 크기 624쪽 | 700g | 140*210*35mm
ISBN13 9788947546188
ISBN10 8947546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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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승은 갑자기 심장이 덜컥했다. 확실히 공교로운 사건이었다. 태평공주가 그를 추천해 불러들이자 위 황후가 괴질을 얻었으니, 그 둘 사이에 무슨 연결이라도 있는 것은 아닐까?
그가 눈을 찡그리고 말이 없자 안락이 가볍게 물음을 던졌다. “무슨 단서가 있나요?”
원승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지금은 기묘한 부적 한 장뿐입니다.”
그는 생각에 잠겼고 그녀는 망설였다. 두 사람 다 말이 없었다. 사박사박 발소리만이 흔들거리는 궁등 아래로 쓸쓸히 울려 퍼질 따름이었다. 마침내 안락이 말을 꺼냈다. “알아요? 나 성혼하는 거.”
원승은 한숨을 쉬었다. 이성이 가장 예뻐하는 막내딸 안락공주의 혼사로 벌써 조야가 떠들썩했다. 일찍이 무측천의 주나라 때 안락은 당시 기세가 최고조에 있던 무삼사의 아들과 성혼했다. 이현이 등극한 지 오래지 않아, 위 황후 소생이 아닌 까닭에 무시당하고 핍박받은 태자 이중준이 견디다 못해 정변을 일으켰는데, 비록 일은 실패로 돌아갔으나 그 와중에 무삼사 부자가 피살됐다. 누구보다 아름다운 대당나라 공주는 이 년 동안 독수공방한 끝에 마침내 다시 혼인하게 됐다. 곧 부마가 될 행운의 남자는 역시 무씨 집안 출신으로, 무삼사의 당질, 횡포하고 방자한 미남자 무연수였다. “공주의 행복을 축원드립니다.”
--- pp.54~55

“줄곧 의심스러웠습니다. 어째서 별안간 성후의 옥체에서 붉은빛이 쏟아지는 신비한 일이 벌어졌을까 하고 말입니다. 지금 퍼뜩 떠올랐는데, 천마살이 진정 나라의 주인과 그 후계자를 노린다면 혹시 성후께서 입으신 재앙 또한 그와 관련이 있지 않을까요?”
그의 목소리는 몹시 가벼웠으나 안락의 귀에는 마치 우렛소리같이 들렸다. 원승은 그녀에게 커다란 가설을 안겨줬다. 만약 그녀의 모후가 신룡전에서 당한 재앙이 천마살의 공격이라면, 이는 곧 위 황후야말로 사실은 대당나라의 다음 군주라는 말이 아닌가?
“알겠어요.” 그녀도 온 힘을 다해 목소리를 억눌렀다. “당신의 추측…… 사실은 무척 일리가 있어요.”
원승이 나지막이 말했다. “그럴 가능성이 있다면 먼저 성후께 몰래 알려드리셔도 됩니다.”
“그러겠어요. 가능한 한 빨리!” 안락은 그의 말에 담긴 뜻을 알아들은 것이 분명했다. 맑은 눈이 환하게 반짝였다.
--- pp.168~169

구담 대사는 다소 멍한 눈으로 천마 그림을 바라봤다. “진실로 저 본모습을 내 눈으로 보고 싶구먼. 도가의 천인합일설에 따르면 사람의 마음을 어지럽히는 것이 천마인데, 목하 인심이 혼란하니 혹여 천마가 정말로 부활에 가까워졌는지도 모르네.” 구담 대사는 마치 그림 속 천마에게 넋을 통째로 빼앗긴 양 뚫어지게 응시했다. “원 대랑, 이제는 그대가 천마의 비밀을 아는 유일한 사람일세.”
“대사님.” 원승은 그의 헐떡임이 심해지는 것을 보자 갑자기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느닷없이 그가 나지막이 외쳤다. “대관절 누가 대사께 독을 줬습니까?” 구담 대사는 진작 중독된 상태였다.
“혹 이것이 바로 천마의 저주일지 모르네. 천마의 비밀을 아는 이는 저주를 당하게 되는 법, 혹자는 그를 파묻기도 하지만 혹자는 그에 잡아먹히지. 때가 됐네. 나는 안다네. 천마가 나타날 것이네!” 구담 대사의 눈동자에서 빛이 흩어졌다. “원 대랑, 대랑이 손수 천마를 묻어야 하네. 결단코 나처럼 잡아…….” 천축 세가의 대산학가는 ‘잡아먹힌다’는 말을 미처 끝내지도 못한 채 침울하게 고개를 떨구고 다시는 소리를 내지 않았다.
--- pp.216~217

조정에서는 퇴마사를 금오위에서 독립시켜 대리시 소속 분과 기구로 만들어 임치군왕 이융기에게 잠시 맡긴다고 선포했다.
“삼랑께서는 어째서 구태여 오욕을 자처하십니까?” 원승은 한숨을 쉬었다. “풍류 군왕인 이 삼랑은 정사를 모른다, 사건 보고를 할 때도 가희를 불러 악곡과 변문을 지을 것이라는 소문이 국도에 파다합니다. 심지어 항간에는 ‘곡이 틀리면 삼랑이 돌아본다’는 말이 돌고 있습니다!”
“그런 말이 퍼져 있다니 참으로 위안이 되는군!”
이융기는 기분 좋게 웃었지만, 눈동자에는 어두운 구름이 잠깐 반짝였다가 사라졌다.
“위 황후는 속이기 쉬우나 태평 고모는 방비하기 어려운 사람이네! 우리 태평 고모께서 나를 퇴마사 수장으로 고른 것은 물러남으로써 나아가게 하는 균형 잡기라네. 사실상 그분은 마음속 깊숙한 곳에서 아직도 나를 무척 꺼리고 있네. 이렇게 풍류를 즐기고 방탕하게 살아야 태평 고모나 또 다른 여러 사람에게 대항 할 수 있네.”
원승은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이융기가 비교적 곤란한 위치에 있는 것은 그도 알았다. 이융기는 그저 재주를 숨기고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지금 보면 이런 태도가 주효한 것은 분명했다. 도리어 전화위복이 되어 각 세력다툼 속에서 퇴마사의 실권을 쥐지 않았는가.
--- pp.329~330

“대랑, 사실 자네에게 묻고 싶은 것이 있네. 만약 지금 안락공주가 자네에게 살뜰하게 대한다면 어찌할 텐가?”
또다시 ‘안락공주’라는 단어를 듣자 원승의 심장은 여전히 까닭 없이 죄어들었다. 하지만 그는 눈썹을 치키며 태연하게 말했다. “제가 기꺼이 그녀에게 휘둘릴 생각인지 묻고 싶으십니까?” 이융기의 눈빛이 더욱더 의미심장해지자 원승이 또 물었다. “부디 알려주십시오. 삼랑의 마음속에 천하란 무엇입니까?”
이융기는 움찔했으나 미소를 지으며 되물었다. “원 대랑은 천하가 무엇이라 생각하나?”
“이 천하는 본디 태조께서 여신 이 씨의 당나라이고 그 후 현명하고 신무하신 태종 황제께서 등극하셨습니다. 하지만 한 세대 후 무 씨의 주나라로 바뀌어 천하의 성은 무 씨가 됐습니다. 다행히 민심이 당나라를 그리워해 또다시 이 씨의 당나라가 됐습니다만, 이 천하는 언제든 바뀔 수 있습니다. 위 씨의 천하 심지어 다시 무 씨의 천하로 말입니다. 윗사람들에게는 사생결단을 내는 문제지만 아래에 있는 백성들은 어떻습니까? 그들에게는 환술극 몇 편 구경하는 것일 뿐입니다. 그래서 제 마음속의 천도는 간단하고 소박하고 공정한 것입니다. 천하는 오래 편안하게 다스려야 하며 백성을 쉬게 해야 하며, 백성에게 선을 베풀어야 합니다!”
--- pp.496~4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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