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어느날, 사탕을 문 채 잠들었다 깨어났을 때 엄마가 보이지 않았다. 단맛이 밴 입안은 얼얼하였고, 인기척 없는 집이 무서워 집 밖으로 나왔다. 어두운 대문 앞에 선 나는 갈 데가 없었다. 정이현의 이번 소설은 사탕을 물고 잠들었다 깨어난 순간 같다. 오래 간직하고 싶은, 쓸쓸하고 달콤한 소설이다. 정지우 (영화감독)
세련된 감수성으로 욕망의 판타지를 해부하던 정이현의 소설적 행로에 돌연 기원의 지점으로 현상한 단편 「삼풍백화점」은 그 외로움과 상실의 풍경이 주는 가슴 시린 감동과는 별개로 왜 그렇게 날 부끄럽게 만들었을까. 정이현은 신작 장편 『안녕, 내 모든 것』에서 다시 한번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이 무너지며 지존파가 활개치던 90년대 중반의 시간으로 돌아가 ‘강남’이라는 신화적 지명 아래에서 역설적으로 고향을 잃고 실존의 고유명을 잃어야 했던 한 세대의 성장담을 써나간다. 1996년 5월의 어느날 봉인되고 멈추어버린 이 쓰라린 성장의 이야기는 어쩌면 풍문과 편견으로 도색된 거짓 호명의 자리를 거절하고 스스로 자신의 이름을 찾아가야 했던 한 세대의 소중한 증언으로 남을 것이다. 그래, 그들 역시 “곧 어디엔가 도착할 것이다. 계속, 살아갈 것이다.” 정홍수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