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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11월 18일
쪽수, 무게, 크기 208쪽 | 240g | 128*188*20mm
ISBN13 9791196756963
ISBN10 11967569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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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마주치고, 그가 공포를 느끼고 있다는 걸 알았다. 내가 여기까지 커버하러 오리라고는 예상하지못했을 것이다. 근육이 붙은 정도는 나쁘지 않다. 키도 나보다 조금 더 크다. 어째서 더 자신 있게 싸우지 않는 걸까. 나를 이기고 싶은 생각이 없는 걸까. 분노가 치밀어 확실하게 쓰러뜨리기로 했다. 기분 나쁜 여자가 웃으면서 내 쪽을 보며 사이가 좋은가 봐요, 라고 말했다. 나는 사이가 좋다고 말했다. 그 기분 나쁜 여자는 잘 살펴보니 얼굴이 예뻤다. 나는 얼굴의 근육을 사용해서 천천히 입꼬리를 올렸다. 오른쪽 여자는 짧은 반바지를 입고 다리를 드러내고 있었다. 자리 간격이 가까운 걸 핑계 삼아, 나는 그 여자에게 일부러 다리를 갖다 대려고 했다. 그렇지만 내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곤 그만두었다. 공무원을 목표로 하는 사람이 그런 비열한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대신 의자의 위치를 신중하게 조절하는 체하며 그녀의 다리를 훔쳐보았다. 특별히 재미있는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나는 조금 웃었다. 내가 웃는 걸 기대하는 듯한 말투여서 웃는 게 매너라고 생각했다. 그녀도 미소를 보였으므로 웃어주길 잘한 것 같다.

아버지는 내가 어릴 적에 돌아가셨다. 그래서 추억은 거의 없지만, 여성에게 상냥하게 대하라고 입버릇처럼 말씀하셨던 것만은 기억하고 있다. 어째서 여성에게 상냥하게 대해야 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나는 아버지의 가르침을 지키고 싶었다. 이래라저래라했다면 성가셨겠지만, 한 가지밖에 기억하고 있지 않으니까 적어도 그건 지키고 싶었다. 아카리가 여기 있다면 그 몸을 끌어안고 싶지만, 아카리는 지금 여기 없으니까 대신 아카리가 보낸 메시지가 표시된 휴대전화를 끌어안았다. 그러나 휴대전화는 끌어안기에 너무 작았다. 내 몸이 주황색으로 물들고, 뒤이어 빨갛게 빛났다. 처음 만난 날 이후로 우리는 매일 빠짐없이 연락을 하고 있었다. 시험공부가 중심인 무미건조한 나날 속에서, 아카리와 나누는 메시지가 나를 위로해주었다. “여자친구 분이랑은 잘 지내고 있나요?” 아카리는 케이크 한 접시와 함께 유리잔을 가져오더니 당연하다는 듯 샴페인을 따라 마셨다. 나는 그에 대해 무언가 말하려고 했지만 도중에 뭘 말하고 싶은지 알 수 없게 되어 그만두었다. 아카리가 아까보다 훨씬 가까이 앉아서 어깨와 팔이 닿아 있었다. 그 사실을 의식하자 다른 건 좀처럼 생각할 수 없었다. 샴페인을 한 모금 마시고 잘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늦은 시간에 미안. 막차를 놓친 것 같아. 술을 마시다가 잠깐 정신을 팔았나 봐. 갑자기 미안하지만 자고 가도 될까?” 갑작스러운 상황에 나는 할 말을 찾을 수가 없었다. 내가 아는 마이코는 결코 막차를 놓치지 않는다. 술을 마시든 분위기가 무르익든 상관없이, 날짜가 바뀌기 전에는 집에 돌아가 자기 침대에서 적어도 여섯 시간의 수면을 취하는 사람이었다. 약속도 없이 집에 찾아오는 일도 절대 하지 않았다. 여전히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채, 그건 안 된다고 나는 말했다. 내게는 아카리가 있으니까 다른 여자는 집에 들일 수 없다. 배고픔 때문에 괜히 더 짜증이 나서, 나는 남자에게 한 발짝 다가섰다. 남자의 입에서 새어 나온 알코올 냄새가 나를 한층 불쾌하게 만들었다. 전철에서 마주치는 남자들은 입냄새가 나는 사람이 많았다. 문에 손을 짚어 도망갈 곳을 없앤 뒤 남자의 눈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나는 다시 아카리를 쫓아 달리기 시작했지만, 따라잡는다고 한들 그 뒤로 어떻게 하고 싶은 건지 나도 알 수 없었다. 아카리는 웃는 얼굴이 잘 어울리는 아이고, 아카리는 항상 웃었으면 좋겠다고 나는 바랐을 텐데, 그렇게 이해한 게 맞나? 체력에 한계가 왔는지 어질어질해서 똑바로 달리기가 어려웠다. 좁아지고 있던 우리 사이의 거리가 다시 벌어졌다. 멀어져가는 등을 쫓으며 나는 무어라 소리치고 싶어졌지만, 결국 뭐라고 소리쳐야 할지 알 수 없었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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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본 적 없는 신선한 인물. 인간의 언밸런스함을 다룬 이야기가 매력적이다.
- 요시다 슈이치 (소설가)
자신의 스포츠로 타인을 멸망시키고, 동시에 섹스로 인해 타인에게 멸망되는 전개가 훌륭하다. 새로운 재능에 눈을 감을 수밖에 없었다.
- 히라노 게이치로 (소설가)
이 시대에 좀비화된 인간 군상들이 여기 있다.
- 야마다 에이미 (소설가)
나는 주인공이 싫지만 외면할 수 없었고 어느새 그가 맛보는 위화감에 공감하고 있었다. 어쩌면 무서울 정도로 보편적인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 오가와 요코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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