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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치백

: 2023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 양장 ]
리뷰 총점9.1 리뷰 51건 | 판매지수 8,3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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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시/희곡 top20 2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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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 제169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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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10월 31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140쪽 | 268g | 127*188*15mm
ISBN13 9791193078174
ISBN10 1193078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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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한마디

[제169회 아쿠타가와상 화제의 수상작] 선천성 근육병증을 앓고 있는 중증 장애인 이치카와 사오의 자전소설. 14살 때부터 인공호흡기로 글을 써온 그녀의 경험과 장애인이 받아온 사회적 시선을 가감없이 표현했다. 휘어진 건 주인공의 허리가 아니라 우리가 살아온 세상임을 일깨워주는 담대한 주제의식이 돋보인다. -소설/시 PD 김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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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과 중절을 해보고 싶다. 내 휘어진 몸속에서 태아는 제대로 크지도 못할 텐데. 출산도 견뎌내지 못할 것이다. 물론 육아도 어렵다. 하지만 아마도 임신과 중절까지라면 보통 사람처럼 가능할 것이다. 생식기능에는 문제가 없으니까. 그래서 임신과 중절은 해보고 싶다. 평범한 여자 사람처럼 아이를 임신하고 중절해 보는 게 나의 꿈입니다.
--- p.27~28

나는 종이책을 증오한다. ‘눈이 보이고, 책을 들 수 있고, 책장을 넘길 수 있고, 독서 자세를 유지할 수 있고, 서점에 자유롭게 사러 다닐 수 있어야 한다’라는 다섯 가지의 건강성을 요구하는 독서 문화의 마치스모를 증오한다. 그 특권성을 깨닫지 못하는 이른바 ‘서책 애호가’들의 무지한 오만함을 증오한다.
--- p.37~38

1996년에는 마침내 장애인도 아이를 낳는 측이라는 것을 공식적으로 인정해 주는 법이 정해졌지만, 생식 기술의 발전과 생활 필수품화에 따라 장애인 살해는 결국 수많은 커플에게 캐주얼한 것이 되었다. 머지않아 비용도 저렴해질 것이다. 그렇다면 죽이기 위해 잉태하려고 하는 장애인이 있어도 괜찮은 거 아닌가? 그걸로 겨우 균형이 잡히잖아.
--- p.60

책을 읽을 때마다 등뼈는 구부러져 폐를 짓누르고, 목에는 구멍이 뚫렸고, 걸어다니면 여기저기에 머리를 쿵쿵 찧으며 내 몸은 살아가기 위해 파괴되어 왔다. 살아가기 위해 싹트는 생명을 죽이는 것과 과연 무슨 차이가 있을까.
--- p.61

나의 뇌 속은 산소결핍증일 때도 그렇지 않을 때도 항상 이런 식이지만, 실제 생활에서는 젊고 성실하며 과묵한 장애 여성 이자와 샤카釋華 씨로 지냈고, 그렇기 때문에 〈Buddha〉와 〈샤카紗花〉는 지금까지 상스럽고 유치한 망언을 거침없이 공개할 수 있었다. 연꽃 주위의 진흙탕처럼 질퍽한 실을 그리는, 늪에서 태어나는 말들. 하지만 진흙탕이 없으면 연꽃은 살아갈 수 없다.
--- p.67

나를 돈으로만 보는 자에 대해서는 나도 돈을 통해서만 볼 뿐이다. 사회란 게 원래 그렇잖아. 그래서 6일 동안 점잖게 기다렸다가 나는 다나카 씨에게 말했다. “얼마를 원해요?” 서론 없이도 커뮤니케이션은 정확히 성립되었다. 왜냐면 우리는 둘 다 약자였기 때문이다.
--- p.74

“1억 5,500만 엔은 어때요?” 목을 누르고 나는 말했다. “다나카 씨의 키만큼이에요. 1센티미터당 100만 엔. 당신의 비장애인 몸에 가격을 매긴 거예요.”
--- p.75

애초부터 아무 일도 없었던 것으로만은 하지 말아주었으면 했다. 다나카 씨가 좀 더 사악해 주었으면 했다. 나는 미워해도 괜찮으니까. TL이라기보다 BL 같은 대사다. 이런 소설 대사 같은 말로 실제 살아 있는 몸을 가진 남자를 설득할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 p.90

그렇다. 그 연민이야말로 올바른 거리감이다. 나는 모나리자는 될 수 없다. 나는 헌치백 괴물이니까.
--- p.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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