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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_ 섬을 알아갈수록 섬이 다가왔다
봄 머나먼 야생의 섬 _맹골도 남쪽 나라의 명품 섬 _관매도 우리나라 대표 청산려수 섬 _청산도 내 꿈속의 섬 하나 _노대도 봄 햇살에 흐드러진 먼데 섬 _만재도 마지막은 아니겠지요 _말도 반전의 묘미를 항해하는 섬 _소청도 기웃거리며 천천히 걷고 싶은 섬 _기점소악도 여름 10가지 보물을 간직한 _외연도 찾아가니 인연이 되는 섬 _대야도 비경 너머 비경이, 서해 5도의 보석 섬_ 대청도 맹골군도를 밝히는 멀고 먼 등대섬 _맹골 죽도 날마다 생일, 행복한 생일 _생일도 치유의 섬 _손죽도 완도 섬 여행의 들머리 _평일도 사람으로 기억되는 섬 _하태도 다시 그 섬으로 가야 할 이유 _비안도 PLUS 다리가 놓인 섬 _여수 편 : 5개의 다리와 4개의 섬 _적금도, 낭도, 둔병도, 조발도 가을 다도해의 최남단, 가을 섬의 끝판왕 _거문도 가고 싶은 섬, 머물고 싶은 학교 _매물도 바람 한 점 앞세우고 걷고 싶은 섬 _수치도 으뜸 등대를 가진 천혜의 피항지 _어청도 공룡이 노닐던 칠천만 년 전의 섬 _사도 19년 동안의 섬 여행 _우이도 섬 트레킹의 찐면목 _추자도 댓잎 소리 들려오는 홍성의 외동 섬 _홍성 죽도 옷고름 물들이고 기약 없는 홀로 섬에 _여서도 그리고 겨울 나리분지의 길고 긴 겨울, 그 복판에 서다 _울릉도 꿈꾸는 섬 미술관 _연홍도 태고로 거슬러 간 대자연의 파노라마 _가거도 비경과 전설 그리고 인심을 만나는 섬 _홍도 PLUS 다리가 놓인 섬 _신안 편 : 천사대교를 건너 암태도에서 안좌도까지 |
저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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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피지는 않았지만 섬은 생기를 얻었다. 겨우내 몸집을 불린 거북손은 속이 꽉 차게 살이 올랐고, 돌김도 부스스 제법 숱이 많아졌다. 낚싯배를 몰고 바다로 나갔던 노인은 빈손으로 돌아왔다. ‘아직은 파도가 세드라고. 허탕을 몇 번 해야 봄이 오는 거시제.”
--- p.19, 「머나먼 야생의 섬 _맹골도」 중에서 청산도항은 193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삼치와 고등어 파시가 열려 여름철이면 수십 척의 어선이 몰려들어 성황을 이루었던 곳이다. 안통길로 불리는 청산도항의 뒷골목은 그 시절의 생활 문화를 재현하고 기록해두고 있다. 골목 벽면에 붙어있는 1937년 동아일보 기사가 눈길을 끈다. ‘청산도 근해안 고등어, 삼치 내습’. --- p.36, 「우리나라 대표 청산려수 섬 _청산도」 중에서 결국 등대를 조금 벗어난 풀밭 위에 작은 공간을 찾아내어 재빨리 텐트를 쳤다. 비가 그쳤다. 축축함이 사라지지는 않았지만, 활동이 자유로우니 살 것 같았다. 이윽고 등대가 기지개를 켜고 고결한 빛의 향연을 시작했다. 어둠이 깊어 갈수록 빛의 위엄은 커졌고, 섬과 바다는 마치 거룩한 종교의식을 치르는 듯 집중하며 경배했다. 꽤 많은 섬에서 등대를 만나보았지만 이렇게 바로 옆에서 그 불빛을 지켜보기는 처음이었다. 어찌 보면 오늘 하루의 고단한 여정이 비로소 보상을 받는 것만 같았다. --- p.67, 「마지막은 아니겠지요 _말도」 중에서 노화동은 서북방의 거친 바다와 싸우고 또 어우러져 지내온 사람들이 오순도순 모여 살아가는 전형적인 어촌 마을이다. 붉은 지붕은 지자체에서 도색 작업을 할 때 마을별로 색을 정했던 결과다. 마을의 가옥과 담벼락에는 모진 세월이 만들어놓은 생채기가 그대로 남아있다. 낡으면 낡은 대로 부서지면 부서진 대로 버텨야 하는 것이 섬의 생리다. 그만큼 물자의 수급이 어렵고 수선한다 한들 소금기 가득한 해풍과 위력을 가늠할 수 없는 태풍이 가만 놔두질 않을 테니 말이다. --- p.73, 「반전의 묘미를 항해하는 섬 _소청도」 중에서 대야도는 여행자들이 흔하게 찾는 섬이 아니다. 찾아가는 길도 멀고 또 즐길거리나 먹거리가 풍부하지는 않다. 그래도 이장님은 사람들이 대야도에 많이 와 주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한가롭게 해수욕도 하고 얼마나 좋아? 시끄럽지 않아야 편하게 쉴 수 있는 거 아니것어? 필요하믄 마을회관도 빌려줄 수 있는디.” 이장님의 소박한 섬 자랑, 찾아준 우리가 고맙고 또 인연이라 했다. 섬에는 인연들이 있다. 변하지 않는 심성을 가진 고운 사람들이 있다. 그래서 섬으로 가는 길이 언제나 즐거운 것인지 모르겠다. --- p.105, 「찾아가니 인연이 되는 섬 _대야도」 중에서 2020년 초, 고흥과 여수 사이의 4개 다리가 개통되면서 적금도, 낭도, 둔병도, 조발도 는 양방향에서 차량으로 올 갈 수 있는 섬이 되었다. 섬에 다리가 놓이면 많은 것이 달 라지게 마련이다. 우리 알고 있던 섬을 기억하는 일, 누구의 몫일까 --- p.172, 「다리가 놓인 섬 _여수 편」 중에서 밤을 잊은 고깃배들이 큰 바다로 나서고 구름은 달빛을 가르며 유유히 흘렀다. 사각사각한 바람이 볼살을 스칠 때마다 소주병은 조금씩 비워졌고, 경이로운 밤 풍경은 좋은 안주가 되었다. 침낭을 펼쳐놓고도 쉽사리 잠을 청하지 못한 것은 순간의 느낌을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어서였다. --- p.190, 「다도해의 최남단, 가을 섬의 끝판왕 _거문도」 중에서 일반적인 등대들이 직원 숙소나 관리소와 같은 부지에 세워진 것과 달리, 어청도 등대는 별도의 공간에 우뚝 서 있다. 빨간 지붕과 아치형 미닫이 문을 가진 등대는 이국적인 자태만으로도 매우 아름답지만, 절벽 끝으로 이어진 낮은 돌담길과 등대만을 위해 조성된 반원 터와의 어울림은 비할 데 없이 절묘하다. 이는 우리나라 등대 15경 중에서도 어청도 등대를 으뜸으로 치고 싶은 까닭이다. --- p.216, 「으뜸 등대를 가진 천혜의 피항지 _어청도」 중에서 오후가 되어 해변 양쪽으로 물이 완전히 빠지자 작은 바닷가 갯돌들이 파래 옷을 뒤집어쓴 채 고개를 내밀었다. 그러자 섬 주민들이 광주리를 옆에 낀 채 하나둘 해변으로 들어서기 시작했다. 그 광경을 무심히 바라보다 주민들 곁으로 다가갔다. “뭐 잡으시는 거예요?” “골뱅이도 잡고, 보말도 잡고.”?? --- p.224~225, 「공룡이 노닐던 칠천만 년 전의 섬 _사도」 중에서 겨울 울릉도는 제때 들어와 계획대로 여정을 마치고 나가기가 어렵다. 여객선에 올라 좌석 등받이를 뒤로 제치고 몸을 기대 묻으니 울릉도에서의 순간순간이 행운처럼 느껴졌다. 섬, 바다, 구름, 바람, 별 그리고 내가 걸었던 길과 사람들. 그 질퍽한 감회의 끝자락에 순백의 나리분지가 펼쳐졌다. --- p.280, 「나리분지의 길고 긴 겨울, 그 복판에 서다 _울릉도」 중에서 문어찜과 간장게장, 그리고 양념 우럭구이는 마주하는 순간부터 너무 기대되었다. 이윽고 술잔이 채워지고, 식사가 시작되었다. “준비된 것이 없어서 대충 차렸어요”라는 인사말은 젓가락을 드는 순간 이미 무색해졌다. 현지 식재료 고유의 맛과 식감을 솜씨로 살려낸 최고의 밥상이었다. --- p.288, 「꿈꾸는 섬 미술관 _연홍도」 중에서 |
여행의 새로운 패러다임
사계절 언제나 즐거운 나만의 섬을 찾아서! 떠나고 싶다. 2020년 여행에 대한 목마름은 갈증의 한계에 다다른 느낌이다. 하지만 여전히 코로나19의 얄궂은 기운은 드세고, 대부분의 하늘길은 막혔다. 지구 전체가 국경을 걸어 잠근 상태니 마음 편히 여권을 챙길 수도 없다. 하지만 섬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그것도 우리나라를 둘러싼 청결한 섬들이라면 내 가족 혹은 연인·친구와 언제든 마음 편히 다가갈 수 있다. 맑은 바람과 조용한 해변, 오붓한 산책과 맛깔난 먹거리들, 무엇보다 안전한 여정과 때론 낯선 모험까지 가득하다. 낭만적인 요트를 타지 않더라도 새벽 항구의 분위기 자체만으로 우리의 마음은 설레기 시작한다. 이제 다시 여행을 충전할 때다. 캠핑 장인 김민수 작가의 대한민국 섬 여행기 《섬에서의 하룻밤》이 우리가 기대했던 여행을 다시 안내하고 있다. 이 책에는 울릉도와 거문도, 추자도, 홍도처럼 제법 알려진 관광지 섬도 등장하지만, 대부분은 맹골도와 관매도, 청산도, 노대도, 말도, 외연도, 손죽도, 평일도, 비안도, 여서도처럼 도시 생활자에게 낯선 섬 이름이 태반이다. TV 예능 《삼시세끼》와 《섬총사》, 《바닷길 선발대》, 《요트 원정대》 등을 통해 익숙해진 만재도와 소청도, 생일도, 하태도, 매물도가 반갑게 느껴진다. 책을 펼치면 우선 우리나라에 이렇게나 아름다운 섬이 많다는 사실에 놀라고, 곧 엇비슷할 것 같았던 섬마다 각기 다른 자연 풍광과 사는 모습, 즐길거리와 먹거리가 넘쳐난다는 것에 또 한 번 놀란다. 우리나라가 섬 많은 반도라는 사실이 새삼스레 더 즐거워질지 모른다. 김민수 작가는 이미 유명세를 타고 있는 힙한 섬은 힙한 대로, 낯선 무인도는 낯선 대로 그 매력을 찾아 들려준다. 하룻밤 이상 머물며 들여다본 섬에서 그는 실수를 고백하는가 하면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한다. 야영이 금지된 해안에서 모르고 텐트를 치고 잠들거나 섬마을에 늘어난 빈집과 전망 데크에 남은 취사 자국을 발견하며 안타까워 하기도 한다. 하지만 글과 사진 전체에서 작가의 섬에 대한 애정은 흘러넘친다. 그 에너지가 독자에게 전달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저 캠핑을 즐기고, 해변 산책을 하며 조개구이만 먹다 돌아 나오지 말고, 그 섬만이 가진 희귀한 자연과 역사·문화까지 들여다본다면 여행을 더욱 풍성해지리라는 것을 김민수 작가는 당연히 잘 알고 있다. 비바람이 불고 눈보라가 치는 섬에서도 자기만의 진한 추억 하나 얻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우리의 섬 여행은 풍요로워질 것이다. 작가의 말 섬을 알아갈수록 섬이 다가왔다 섬 여행을 준비할 때마다 날씨를 꼼꼼하게 체크하곤 했다. 그래서 맑은 하늘과 파란 바다는 매번 당연한 섬의 풍경이었다. 섬은 늘 그런 곳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반복된 섬 여행은 때로 거센 바람과 파도에 꿈쩍할 수 없는 시간까지 끌어안아야 했다. 배낭 무게에 지쳐갈 즈음 바람이 잔잔해지면 언제 그랬냐는 듯 흐르는 평온한 햇살 끝에 붉은 바다가 펼쳐지고, 새벽녘 별은 더욱 찬란했다. 그 귀하고 아름다운 섬을 목격하고 나서야 비로소 가슴 속 깊이 우러나오는 감탄사를 되뇔 수 있었고, “감사합니다”라고 읊조릴 줄 알게 되었다. 나의 섬 여행에는 나름의 기준이 있다. 섬에서의 하룻밤은 기본이다. 섬의 정서를 한마디로 이야기하라면 애틋함이다. 머무는 시간이 길면 길수록 그 애틋함도 깊어진다. 더 많은 섬으로 건너가 넉넉한 시간으로 걷고 살펴보자 내가 이전에 알던 섬과 다른 지향점이 보였다. 때론 추운 계절에 다가서 보기도 했다. 어떤 섬들은 비워짐만이 가득하지만, 또 다른 섬은 거대한 공장처럼 생업의 활기로 넘쳐났다. 기술과 문명의 힘이 보태어져 정갈함을 자랑하는 섬이 있는가 하면, 더러 시간이 오래전 낡은 담벼락에 멈춰 선 섬도 있었다. 여행은 그곳의 진실을 마주하는 일이다. 섬을 알아갈수록 섬이 다가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