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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양장 ] 에디터스 컬렉션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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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12월 31일
판형 반양장?
쪽수, 무게, 크기 444쪽 | 422g | 120*188*30mm
ISBN13 9788931021516
ISBN10 893102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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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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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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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저 젊은 친구들이 놀랍다. 그들은 커피를 마시며 명확하면서도 사실임 직한 얘기들을 한다. 어제 무엇을 했냐고 물으면, 그들은 조금도 당황하지 않는다. 무엇을 했는지 간단한 말로 알려준다. 내가 만일 그들이었다면, 난 더듬거렸을 것이다. 사실 오래전부터 내가 어떻게 시간을 보내는지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 혼자 있으면 심지어는 얘기를 한다는 게 어떤 것인지도 모르게 된다. 친구들과 함께 사실처럼 느껴지는 것들이 사라져버린다.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서도 무심해진다.
--- p.26~27

이제 알겠다. 내가 언젠가 바닷가에서 그 돌멩이를 들고 있었을 때의 느낌이 분명히 생각난다. 그것은 일종의 달착지근한 욕지기였다. 얼마나 불쾌한 느낌이었던가! 그 느낌은 분명히 돌멩이로부터 왔다. 돌멩이에서 내 손으로 전해지고 있었다. 그래, 그거였다. 바로 그거였다. 손안에 느껴지는 일종의 구토증이었다.
--- p.34

자신으로 돌아오기에 완벽한 날이다. 태양이 중생들 위로 가차 없는 판결처럼 던지는 이 차가운 빛은 눈을 통해 내 안에 들어오고, 내 안은 우리를 초라하게 만드는 빛으로 비춰진다. 확신하건대, 내가 스스로를 극도로 혐오하게 되는 데에는 단 15분으로 충분할 것이다.
--- p.43

나는 보르뒤랭 르노다 전시실을 죽 가로질렀다. 그리고 몸을 돌렸다. 안녕, 그림들로 만든 작은 성소여, 당신들의 성소 안에 우아하게 자리 잡은 멋진 백합들이여, 안녕, 우리의 긍지이자, 우리의 존재 이유인 멋진 백합들이여. 안녕, 이 개자식들아.
--- p.222

나의 생각, 그것은 나다. 그래서 멈출 수가 없는 것이다. 나는 생각하기 때문에 존재한다…… 그러니 나는 생각하는 것을 그만둘 수가 없다. 바로 이 순간에도?끔찍한 일이다?내가 존재한다면, 그것은 내가 존재하는 게 끔찍하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갈망하는 무로부터 나를 끌어내고 있는 게 바로 나다.
--- p.234~235

나는 좌석을 짚다가 황급히 손을 뗀다. 이게 존재한다. 그 위에 내가 앉아 있는 이것, 손으로 짚었던 이것은 ‘좌석’이라고 불린다. 사람들은 그 위에 앉을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려는 생각으로 일부러 이것을 제작했다. (…) 나는 ‘이것은 좌석이야’라고 조금은 퇴마 의식을 행하듯 중얼거린다. 하지만 이 말은 입술에 머무를 뿐, 이것 위에 내려앉으려 하지 않는다. 이것은 다만 이것일 뿐이다.
--- p.292

조금 전에 나는 공원에 있었다. 마로니에 나무의 뿌리가 내가 앉은 벤치 바로 아래의 땅에 박혀들고 있었다. 나는 이것이 뿌리라는 사실이 더 이상 생각나지 않았다. 말들은 사라져버렸고, 그것들과 함께 사물들의 의미와 사물들의 사용법, 또 사물들의 표면에 인간이 그어놓은 희미한 표지들도 사라져버렸다. 나는 너무나 생경하고 공포스러운 이 검고 울룩불룩한 덩어리 앞에 머리를 숙이고 약간 구부정하게 앉아 있었다. 그러다가 퍼뜩, 모든 게 분명해진 것이다.
--- p.296

핵심은 우연성이다. 그러니까 내 말은, 정의상 존재는 필연이 아니라는 뜻이다. 존재한다는 것, 그것은 간단히 말해서 여기 있는 것이다. (…) 우연성은 가장이나 흩트려버릴 수 있는 외관이 아니라 절대이며, 따라서 완전한 무상이다. 모든 것이 무상적이다. 이 공원도, 이 도시도, 그리고 나 자신도. 간혹 이 사실을 알아채게 되는데, 그러면 속이 뒤집어지고, 저번 저녁에 랑데부 데 슈미노에서 그랬듯 모든 것이 둥둥 떠다니기 시작한다. 이게 바로 구토다. (…) 하지만 얼마나 한심한 거짓인가! 아무에게도 권리가 없다. 그들은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완전히 무상적이고, 자신이 쓸데없는 존재임을 느끼지 않으려고 애를 쓰지만 그러지 못한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의 내부에서도 은밀하게 쓸데없다. 즉 형태가 없고, 모호하고, 처량하다.
--- p.306~307

한 권의 책. 한 권의 소설. 그러면 그 소설을 읽고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앙투안 로캉탱이 이 책을 썼어. 카페에서 빈둥대던 빨간 머리 친구지.” 그리고 내가 이 흑인 여자의 삶을 생각하듯 내 삶을 생각할 것이다. 귀중하면서도 반쯤은 전설적인 무언가를 생각하듯이 말이다. (…) 내가 존재하는 것을, 존재한다고 느끼는 것을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책이 완성되고, 내 뒤에 놓일 때가 올 테고, 그것이 발하는 약간의 빛이 내 과거 위에 떨어지리라 생각한다. 그러면 나는 그 책을 통해 나의 삶을 혐오감 없이 떠올릴 수 있으리라.
--- p.41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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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르트르는 그 모든 비통한 역겨움을 표현하기 위해 광대짓도 할 수 있었고, 실제로도 자주 그렇게 했다. 그는 일종의 어릿광대, 형이상학적 궁정의 어릿광대였다.”
- 헤이든 카루스
“사르트르의 철학 저작 중 단연 가장 중요한 책!”
- 한나 아렌트
“다행히 우리에게는 사르트르가 있었다. 후텁지근한 좁은 방에 갇혀 있던 우리에게 그는 신선한 공기였으며, 시원한 뒷마당의 상큼한 바람이었다.”
- 질 들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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