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제1부
폭 넓은 치마 뗏목 아래에서 나방과 친구 앨범 유리, 유리, 유리 쪼가리 시간표 라스푸틴과 ABC 슈토크 탑에서 울려퍼지는 노래 연단 쇼윈도 기적은 없다 성 금요일의 식사 발끝으로 갈수록 좁게 만든 관 헤어베르트 트루친스키의 등 목각의 니오베 믿음, 소망, 사랑 2. 제2부(상) 고철더미 폴란드 우체국 트럼프 카드로 만든 집 자스페에 잠들다 마리아 비등산 임시 뉴스 그 무기력함을 그레프 부인에게로 가져가다 |
저귄터 그라스
관심작가 알림신청Gunter Wilhelm Grass,Gunter Grass
귄터 그라스의 다른 상품
자아도취에 빠진 지독한 잔소리꾼 ... '오스카 마체라트'
--- 99/11/11 김선희(rosak@hanmail.net)
'귄터 그라스'의 작품들이 우리 나라에서는 그리 많이 번역출판되지는 않았지만 이 <양철북>은 80년대말에 익히 독자들에게 소개된 바가 있다. 아마 영화가 나오면서 뒤늦게 그의 1959년 작품이 출판된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러다, '그라스'가 1999년 노벨 문학상을 받게 되면서 한 '출판사'가 [시대가 변하면 번역도 달라져야한다]는 모토 아래 발빠르게 그의 책을 새롭게 내놓았고 곧 그의 <양철북>은 소설부문에서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이 소설은 폴란드의 '단치히'가 주무대이다. 역사 속에서 숱하게 짓밟혔던 그 곳에서 '오스카 마체라트'는 태어났다. 그는 그의 출생을 생생히 기억한다. 태어나면서 정신연령도 성인의 그것과 똑같이 지니고 있었다. 그가 회술 하는 그의 지난날들은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거짓인지 알 수가 없다. 자신이 어머니의 정부(情夫)인 '얀 브론스키'의 아들이라고 스스로를 말하는 것도, 계모의 아들인 이복동생 '쿠르트'를 자신의 아들이라고 주장하는 것도 도대체 그의 말속에서 무엇이 진실인지 끝까지 알아차릴 수가 없다. 쫓기는 할아버지를 숨기기 위해 할머니가 그녀의 네 겹의 치마 속으로 숨겼다가 그곳에서 '오스카'의 어머니가 태어나게 되었다는 것. 그 자신이 노래로써 유리를 깨뜨리는 것. 스스로가 세 살 때 성장을 멈추게 했다는 것. 어쨌든 기발한 작가의 상상력들이 재미있다. 이 <양철북> 역시 '그라스'의 다른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독일의 근대사를 이해하지 못하면 따라가기 힘들다. 초반부의 생소한 유럽의 지명(地名) 때문에 주춤했지만 특이한 가족사를 들여다본다고 생각하면 그리 지루할 것도 없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작품의 생명은 '오스카'의 캐릭터가 살아있다는 점이다. 그의 특이한 이력은 그의 지독하게 뒤틀린 인간성과 악취미에 기인한다. '오스카'는 모가 나도 한참 모가 난 인간이다. 어쩌면 그는 일부러 상황을 악화시켜 아버지 '마체라트'를 죽였는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모든 사실을 비꼬아 대는 그의 수다는 지겨울 정도이다. 그러나, 그의 캐릭터는 생생하게 살아있어서 다행히 상황 전개에 리얼리티를 더한다. '오스카'의 성장(?)은 '단치히'의 역사와 더불어 이루어졌다. 어쩌면 '오스카'를 통해서 '단치히'의 역사를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왜 그러면서 '그라스'는 '오스카'를 정상적 인물이 아닌 성장이 멈추어버린 난쟁이로 설정했을까? 책을 읽는 내내 내가 궁금했던 것은 바로 이것이었다. 책 말미에 붙은 서평에서는 뒤틀린 세상을 제대로 보기 위해선 뒤틀린 시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라고 말하고 있다. 과연 그럴까? '그라스'는 이 <양철북>이 한낱 성장소설이 되기를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양철북>이 전쟁을 거치며 어린 시절을 보낸 여타 많은 성장소설 중에 하나가 되기를 거부하고, 전쟁을 더 강조하여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 아닐까? '그라스'는 실로 입담 좋은 작가이다. 그러나, 이 소설에도 단점은 있다. 간결하지 못하고, 너저분하게 늘어지는 '오스카'의 부연설명적인 수다는 이 소설을 필요 없이 길게 만드는데 공헌했다. 그의 장점인 익살과 해학을 좀 더 깔끔하게 처리했다면 독자의 느낌은 더 생생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 한 가지 우리가 간과하는 점이 있다. <양철북>은 그들의 소설이다. 그들의 글이고 그들의 문학이다. 우리가 그들과 같이 열광할 필요까지는 없다. |
여러분은 지금까지 연단을 뒤에서 본 적이 있는가? 모든 사람들은-이것은 물론 하나의 제안에 지나지 않는 것이긴 하지만-연단 앞에 모이기 전에 연단 뒤의 광경을 충분히 보아야 할 것이다. 일찌감치 뒤쪽에서 연단을 잘 보아두었던 사람은 그때부터 면역이 되어, 형태의 차이에도 불문하고 연단 위에서 거행되는 그 어떠한 마술에도 흔들리지 않게 될 것이다. 교회 제단 뒤의 광경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말할 수 있다.
--- pp.180-181 |
전후 독일 문학계의 선구 귄터 그라스의 대표작
강렬한 언어와 암시적인 이미지, 반어와 역설, 풍자로 가득한 서사 “나의 이야기는 내가 태어나기 훨씬 이전부터 시작된다.” 『양철북』은 정신병원에 수감된 난쟁이 오스카 마체라트가 과거를 회상하는 형식으로 전개 된다. 정신병원을 무대로 한 현재 시점과 오스카가 북을 두들기면서 회상하는 1899~1954년 의 독일 역사가 이중적으로 교차하고 뒤섞인다. 1부는 오스카의 어머니 아그네스의 출생에 얽힌 이야기에서 시작해 오스카의 탄생과 아동기를 거쳐 정치적 파국, 즉 단치히에서 ‘수정 의 밤’ 사건이 일어나는 시기까지를 다룬다. 2부는 단치히의 폴란드 우체국 방어전이 발단이 된 전쟁 시기부터, 과거 애인이자 지금의 의붓어머니인 마리아와 오스카가 의붓동생(혹은 그 의 아들)인 쿠르트를 데리고 러시아군에 점령된 단치히에서 탈출하기까지의 과정을 그린다. 3부는 전후 시대를 배경으로 뒤셀도르프로 온 오스카의 개인적 운명과 정신병원에 수감되 는 직접적인 계기가 되는 무명지 사건 등으로 이어진다. 『양철북』은 전후 독일 소설 중 가장 광대한 서사적 교양소설로, 주인공 오스카의 시선을 통 해 단치히를 중심으로 벌어진 여러 사건과 시대의 흐름에 따른 사회 변천상을 상세히 묘사 한다. 작자 귄터 그라스는 성장이 멈춘 불구자 오스카를 화자로 삼아 나치를 악마적 형상으 로 부각하고 이에 맞서 소시민적 삶에 내재하는 작은 진실들의 가치를 인정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전후 독일 문학의 위대한 성과로 꼽히는 이 작품은 우리 시대 비판적 휴머니즘과 실 천적 글쓰기의 한 전범으로 평가받고 있다. ▶ 『양철북』을 통해 인간들이 떨쳐 버리고 싶었던 거짓말, 희생자와 패자 같은 잊힌 역사의 얼굴을 블랙 유머가 가득한 동화로 잘 그려 냈다. ─ 스웨덴 한림원, 노벨 문학상 선정 이유 ▶ 권터 그라스는 우리 시대의 비판적인 휴머니즘과 실천적 글쓰기를 대표하는 특출한 지성 이다. 그의 글쓰기는 약자들의 보호막이 되고, 자유라는 가치를 열정적으로 옹호하는 미 학을 추구하며, 현대 민주주의 체제의 버팀목이 되고자 하는 것이다. ─ 《르 몽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