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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 발행일 | 2021년 03월 04일 |
|---|---|
| 쪽수, 무게, 크기 | 224쪽 | 424g | 152*190*16mm |
| ISBN13 | 9791163860648 |
| ISBN10 | 1163860646 |
고양이가 기다리는 집으로 가고 싶어
니오 사토루 저 / 고이즈미 사요 그림 / 박주희 역
|
예문아카이브
|
2021년 03월 0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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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에세이 top100 6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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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가 자는 모습은 정말 좋다.
실은 고양이라는 존재 자체가 무조건 좋은 거겠지. ‘잠자는 모습’이라는 조건이 추가되었다고 해서 새삼 더 좋아진 건 아니겠지만, 그래도 너무 좋다. 자는 고양이 모습.
고양이가 자고 있는 모습을 보면 고민거리나 응어리진 마음 따위는 아무렇지 않게 된다. 하늘 가득한 별을 바라보는 것과 어딘지 비슷하다.
--- p.13
예를 들어 고양이는 밥을 잘 먹다가 갑자기, 아직 사료가 남은 그릇 옆을 맹렬하게 앞발로 긁는 시늉을 하곤 한다. ‘이런 맛대가리 없는 식사에는 질릴 대로 질렸다고!’ 하며 저항하는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는 ‘이따가 먹어야 하니 숨겨두려’고 사료를 모래로 덮는 시늉을 하는 것 같다. 그런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우리 집에서 ’빠직빠직’이라고 이름 붙인 그 몸짓을 보면 좀 언짢아진다. (먹기 싫으면 먹지 마라) 하고 생각해버리게 된다.
--- p.29
시험 삼아 내가 고양이에게 도대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의식하며 지내보았다.
“물, 갈아줄 테니까 조금만 기다려” “어디 아픈 거 아니지?” “가쓰오부시 쏟은 거 누구야!” “금방 줄 테니까 좀 기다려!” “뭐니, 그 꼴은?” “대단한데!” “더 필요 없어? 이따 더 달라고 해도 없는 거 알지?” “자는 거야?” “또 그런 데 올라간다!” “에고, 귀여워!” “이거 벌써 질린 거야?” “누가 토했어?” 등등.
써놓고 보니 정말 놀라울 정도로 싱겁다. 뭐, 고양이에게 국제 정세에 대해 논하거나 집안의 불화에 대해 털어놓기 시작한다면야 그게 더 심각한 거겠지만. 차라리 별일 아닌 게 낫다.
물론 고양이는, 내가 그럴 때마다 모두 다 귀찮다는 듯 슬쩍 귀나 꼬리를 움직이거나 눈을 치뜨고서 나를 보거나 완전히 무시할 뿐이다.
그래도 좋다. 아니, 어쩌면 오히려 그게 고마워서 다시 말을 걸어버리고 마는지도 모르겠다.
--- pp.37~38
그 가운데 맛 취향을 조금 알기 어려운 데다 입도 짧아 고민인 고양이가 있다. 어느 날, 그 녀석에게 평소라면 사지 않는 사료를 시험 삼아 주었더니 놀라울 만큼 와구와구 잘 먹었다.
‘오, 그거란 말이지. 그동안 몰라줘서 미안해’라는 기분이 들 정도였다.
다음 날, 그 고양이에게는 당연히 같은 사료로 정성껏 밥을 차려주었다. 아무렴, 그렇고말고.
그런데, 음…… 아…… 냄새도 맡지 않고, 음식이라고 인식조차 하지 않는 듯한 저 행동거지라니! 완전 무시 그 자체다. ‘아, 지금 내 상태가 바로 어이 상실해 할 말을 잃었다는 그건가’ 싶었다.
고양이 취향은 알 수 없다. 괜히 무리해서 알려 하지 말지어다.
--- pp.77~78
이제 아무리 재채기를 한들 화내는 고양이는 없다. 그날 이후, 재채기를 할 때마다 고미의 빈자리를 느낀다. 하지만 동시에, 재채기를 할 때마다 고미를 떠올리게 된다. 고미가 남긴 선물 같다. 고양이에게 혼나는 게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
실은 고양이라는 존재 자체가 무조건 좋은 거겠지. ‘잠자는 모습’이라는 조건이 추가되었다고 해서 새삼 더 좋아진 건 아니겠지만, 그래도 너무 좋다. 자는 고양이 모습.
고양이가 자고 있는 모습을 보면 고민거리나 응어리진 마음 따위는 아무렇지 않게 된다. 하늘 가득한 별을 바라보는 것과 어딘지 비슷하다.
--- p.13
예를 들어 고양이는 밥을 잘 먹다가 갑자기, 아직 사료가 남은 그릇 옆을 맹렬하게 앞발로 긁는 시늉을 하곤 한다. ‘이런 맛대가리 없는 식사에는 질릴 대로 질렸다고!’ 하며 저항하는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는 ‘이따가 먹어야 하니 숨겨두려’고 사료를 모래로 덮는 시늉을 하는 것 같다. 그런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우리 집에서 ’빠직빠직’이라고 이름 붙인 그 몸짓을 보면 좀 언짢아진다. (먹기 싫으면 먹지 마라) 하고 생각해버리게 된다.
--- p.29
시험 삼아 내가 고양이에게 도대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의식하며 지내보았다.
“물, 갈아줄 테니까 조금만 기다려” “어디 아픈 거 아니지?” “가쓰오부시 쏟은 거 누구야!” “금방 줄 테니까 좀 기다려!” “뭐니, 그 꼴은?” “대단한데!” “더 필요 없어? 이따 더 달라고 해도 없는 거 알지?” “자는 거야?” “또 그런 데 올라간다!” “에고, 귀여워!” “이거 벌써 질린 거야?” “누가 토했어?” 등등.
써놓고 보니 정말 놀라울 정도로 싱겁다. 뭐, 고양이에게 국제 정세에 대해 논하거나 집안의 불화에 대해 털어놓기 시작한다면야 그게 더 심각한 거겠지만. 차라리 별일 아닌 게 낫다.
물론 고양이는, 내가 그럴 때마다 모두 다 귀찮다는 듯 슬쩍 귀나 꼬리를 움직이거나 눈을 치뜨고서 나를 보거나 완전히 무시할 뿐이다.
그래도 좋다. 아니, 어쩌면 오히려 그게 고마워서 다시 말을 걸어버리고 마는지도 모르겠다.
--- pp.37~38
그 가운데 맛 취향을 조금 알기 어려운 데다 입도 짧아 고민인 고양이가 있다. 어느 날, 그 녀석에게 평소라면 사지 않는 사료를 시험 삼아 주었더니 놀라울 만큼 와구와구 잘 먹었다.
‘오, 그거란 말이지. 그동안 몰라줘서 미안해’라는 기분이 들 정도였다.
다음 날, 그 고양이에게는 당연히 같은 사료로 정성껏 밥을 차려주었다. 아무렴, 그렇고말고.
그런데, 음…… 아…… 냄새도 맡지 않고, 음식이라고 인식조차 하지 않는 듯한 저 행동거지라니! 완전 무시 그 자체다. ‘아, 지금 내 상태가 바로 어이 상실해 할 말을 잃었다는 그건가’ 싶었다.
고양이 취향은 알 수 없다. 괜히 무리해서 알려 하지 말지어다.
--- pp.77~78
이제 아무리 재채기를 한들 화내는 고양이는 없다. 그날 이후, 재채기를 할 때마다 고미의 빈자리를 느낀다. 하지만 동시에, 재채기를 할 때마다 고미를 떠올리게 된다. 고미가 남긴 선물 같다. 고양이에게 혼나는 게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
--- p.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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