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당하기 어려운 일을 두고 도망치는 사람과 도망치는 사람의 뒷모습을 오랫동안 응시하는 사람이 있다. 한봄은 도망치는 사람을 보며 화를 내는 대신 자신은 도망치지 않겠다고, 적어도 그런 방식으로 실패하지는 않겠다고 결심한다. 나는 이 지점을 읽으며 한봄이 반드시 실패할 거라는 걸 알았다. 실패는 인간 삶의 기본 조건이므로 한봄 또한 여기서 벗어날 수 없을 테니까. 그러나 이것 또한 알았다. 한봄이 “무언가를 두려워하며 그 반대 방향으로만 도망치는” 엄마와 같은 방식으로 실패하지는 않으리라는 것을. 도망치지 않고 꿋꿋이 버티다 무너지는 한이 있더라도, 그래서 잠시 실패한 것처럼 보일지라도 언제든 다시 일어서리라는 것을. 실패와 마찬가지로 회복 또한 인간 삶의 기본 조건이기 때문이다. 한봄이 의존 대신 의지를, 도망 대신 버티기를 선택하는 사람이라서 마지막 장을 덮으며 응원의 박수를 보내게 된다.